버려진 플라스틱의 빛

조명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이혜선 작가의 '형광조각 – 形光Sculpture 展'

조명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이혜선 작가의 '형광조각 – 形光Sculpture 展'

조명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이혜선 작가의 [형광조각 – 形光Sculpture 展]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학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조명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이혜선 작가의 <형광조각 – 形光Sculpture 展>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학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작가는 2016년부터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재로 조명 오브제를 만들어왔다. 버려지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것을 다시 필요한 것으로 재탄생시키고 더 나아가 미적인 아름다움까지 선사한다. 플라스틱은 편리하고 대중적인 소재이지만 특히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이나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오염의 주범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바닷속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혜선 작가는 플라스틱의 막연한 재활용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으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녀의 조명 오브제는 곱기도 하고 조형미도 느껴진다. 작가의 선한 영향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9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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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에 당첨된 예술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로또에 당첨된 예술가의 흥미로운 이야기

로또에 당첨된 예술가의 흥미로운 이야기

작가에게 로또란 유명세를 얻어 자신의 작품이 값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첨금이 반드시 작가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아르망 기요맹 ‘센강의 풍경’ 1890년 ©Wikimedia

 

로또에 당첨되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은행에 갔는데, 담당 직원이 큰 소리로 “로또 당첨금 찾으러 오셨어요?”라고 물어봐서 당황했다는 한 남자의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도 로또에 당첨된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갑작스레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로또에 당첨돼서 그렇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예술가 중에는 모네가 로또에 당첨된 덕분에 지베르니에 거대한 작업실을 꾸미고 작품에 몰두해 유명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잘못된 내용이 TV 예능에 나오기까지 했다. 로또에 당첨된 이는 그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아르망 기요맹(1841~1927)인데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모네로 오인한 것이다. 낮에는 정부 철도에서 일하고 아침이나 주말에만 그림을 그리며 고되고 부지런한 삶을 이어가던 기요맹에게 행운이 찾아온 건 1892년, 51세에 이르러서다. 그는 복권에 당첨되어 10만 프랑이라는 거금 수령한 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작품에만 몰두하며 86세까지 여생을 보냈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진짜 로또는 당첨금 수령이 아니라 그 자신이 유명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작품이 비싼 값에 팔릴 수 있으니 화수분이 따로 없다. 헌데 그 당첨금을 누가 찾을까? 여기에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아르망 기요맹 ‘자화상’ 1872년 클리브랜드 미술관. ©Guillaumin

 

아르망 기요맹 ‘이브리의 일몰’ 1873년 오르세미술관. ©Guillaumin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르네 마그리트 (1898~1967)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위해 광고와 디자인 일을 병행했고, 피카소 등 대가의 그림을 모작하거나 심지어 위조지폐를 만들기도 했다. 예술가라 하면 으레 베레모에 자유분방한 복장일 것 같은데 중절모에 양복을 입은 작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금은 튀는 패션이지만 당시 유럽 남성 대부분이 중절모를 쓰고 다녔기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해 보이기 위해서 선택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바람은 13세에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강물에 투신자살해서 온 마을에 화제가 된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60대가 되어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아봐주는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와 서신을 교환하기도 했으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 67세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헌데 20년 뒤 우연히 마그리트의 아내를 만나 작품에 대한 전권을 물려받은 이가 등장한다. 현재 마그리트 재단의 대표인 찰리 헬스코비치다. 그는 자녀도 없이 고군분투하던 노부인을 돕다 오늘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는데, 과거도 모호하고 부인의 유서가 공증되지 않은 것이기에 혹자는 그를 가르켜 ‘개를 산책시키던 사람’ (부자의 유산을 물려받은 개를 산책시키던 이가 재산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시작이야 어쨌거나 1998년 브뤼셀에 마그리트의 재단을, 2009년에는 마그리트 미술관을 설립하였으며, 세계적인 뮤지엄 순회 전시를 열며 오늘날 마그리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긁지 않은 복권이었던 마그리트를 가꾸고 널리 알려 열매를 얻은 셈이다. 제발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는 기도에 신이 하셨다는 ‘로또를 사라’는 말씀은 어쩌면 마그리트 재단의 대표처럼 주변을 잘 둘러보고 평소 덕을 쌓으라는 말씀은 아닐지.

 

마그리트 뮤지엄, 브뤼셀.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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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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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 자리한 젊은 작가들의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 듀오의 작업실

가로수길에 자리한 젊은 작가들의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 듀오의 작업실

1995년생의 젊은 작가 맹유민, 이화찬이 이끌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 듀오의 작업실이 궁금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한 구오 듀오의 두 번째 작업실.

 

구오 듀오의 맹유민, 이화찬 작가.

 

홍익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맹유민, 이화찬 작가는 같은 과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 듀오 Kuo Duo를 함께 이끌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향,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단순히 친하다고만 생각했던 부분이 팀워크처럼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언젠가 함께 스튜디오를 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졸업 후 이들은 기존의 관념을 새롭게 넓혀보고 폭넓은 경험을 해보자는 결심으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부터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저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세실리아 만즈 스튜디오에서 1년 반 정도 있었고, 화찬 작가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폼어스위드러브 스튜디오와 일본 도쿄의 시게키 후지시로 스튜디오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옆 나라인 스웨덴과 덴마크를 자주 왕래했는데, 당시 일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힘입어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것을 시작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정말 맥주를 마시면서 가볍게 이야기하다 ‘그래, 오늘부터다!’ 하고 확신을 했죠(웃음)”라며 맹유민 작가가 구오 듀오의 시작을 설명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한 구오 듀오의 두 번째 작업실.

 

이들의 작업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자연스러움, 평화로움 그리고 위트다. 이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도 과연 이것이 자신들한테 자연스러운지 되묻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억지스럽지 않았으면 해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기존의 결이나 가치관이 억지스러운 면은 없는지 또 컬러를 선택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이화찬 작가가 말했다. 이들은 무형적인 것과 내면에서 오는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최근 선보인 피스 피스 Peace Piece 작업도 그렇다. 책을 좋아하는 두 작가는 그간 아카이빙해온 예술 서적을 정리하다 우연히 책장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것들 사이로 울퉁불퉁하고 울렁울렁한 무언가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시작된 단순한 의문이 매력적인 형태의 북엔드로 탄생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즐거움이나 재미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낼 때 어떻게 하면 이를 적당한 형태로 발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요. 항상 익숙하게 봐왔던 기존의 형태, 예를 들어 북엔드 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것을 최대한 새롭게 제안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이화찬 작가가 설명했다. 구오 듀오는 이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작업할 사물의 형태를 정한 뒤 평온함과 위트 한 방울을 가미한다. “만드는 행위를 하는 그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겁고 행복해요. 아무것도 없는 판 위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진진해요. 그런 기분을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한테도 전해졌으면 해요. 그런 이유로 마음에 평온함을 부여하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입히죠. 작품의 이름도 피스 피스 Peace Piece로 지었고요. 평화로운 조각의 의미로요.” 맹유민 작가가 설명했다.

 

신작 피스 피스 시리즈의 북엔드와 바스켓.

 

평소 장난끼 많은 두 작가는 로프가 흔들릴 때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형태처럼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번 웃음짓게 만드는 위트를 강조했다. 구오 듀오는 활동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기에 지금은 북엔드나 바스켓 등 핸디하고 작은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지만, 점차 확장된 피스 피스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또한 유럽에서 열리는 작은 기획전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조만간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부푼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시를 위해 제작했지만 현재 화기를 올려두는 화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클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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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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