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된 귀여운 문장은 제주도의 한 카페 앞에 놓인 장식물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를 모토로 알고 살았던 내게 이 문장은 문득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려주는 지침이 되었다. 안되는 것이 너무 많았던 지난 2년 동안 큰 힘이 되었을 뿐아니라 앞으로도 이 모토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그 유명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도 같은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불안하고 억울해하다 속을 태울 것인지, 아니면 초연이 그 순간 할 수 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할 것인지를 ‘선택’함으로써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팬데믹이 지속될 2022년, 매 순간 상황이 달라지기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온라인으로 대체 한다는 마음으로 새해의 아트 소식을 기다려 본다. 우선 내년 유럽에서는 다양한 아트 축제가 동시에 열릴 전망이다. 베니스에서는 미뤄졌던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릴 예정으로 테마는 ‘꿈의 우유 The Milk of Dreams’다(4월 23일~11월 27일). 한국관에서는 ‘캄파넬라: 부풀은 태양’을 주제로 이영철 예술 감독의 디렉션 아래 김윤철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전광영 작가는 별도의 파빌리온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하니 그 외에도 다양한 한국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한편 밀라노에서는 4월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4월 5일~10일)가 열리며 한국관은 강신재 감독이 맡아 다양한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5월부터는 트리엔날레(5월 20일~11월 20일)가 진행된다. 주제는 ‘알지 못했던 모르는 것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Unknown Unknowns. What We Don’t Know We Don’t Know)’이다.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하면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지혜의 첫 걸음이라고 말한 가르침이 생각나는 구절이자, 그 무엇도 예측하기 어려운 이 시대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독일 카셀에서는 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도큐멘타(6월 18일~9월 25일)가 개최된다. 최초로 총감독에 아시아 출신이 선발되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작가 그룹 루앙루파Ruangrupa다. 2000년에 설립해 40여 명이 작가와 다양한 전문가들이 헤쳐 모여 전시, 출판, 교육 등을 진행하는 집합체로 카셀 도큐멘타에는 큐레이터, 미술사가, 건축가, 정치학자 등 9명이 총감독의 역할을 수행한다. 광주 비엔날레에도 여러 번 참여했던 컬렉티브여서 한국 작가들의 참여도 기대된다.
6월 아트바젤(6월 16일~19일)과 9월 베를린 아트위크(9월 14일~18일) 혹은 9~10월의 프리즈 런던(날짜 미정)과 시기를 맞춘다면 현대미술에서부터 디자인과 공예까지, 아트마켓에서부터 아방가르드 예술 축제까지 모두 4개의 행사를 동시에 관람하는 코스를 짤 수도 있다.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관람객의 마음도 그렇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오죽할까? ‘안되면 되는 거 하라’는 마음으로 최선책과 차선책을 모두 동원하면, 그것이 결국 ‘안되면 되게 하는’ 비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