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려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단단한 속내가 느껴지는 김수희 공예가.
김수희 공예가가 운영하고 있는 로즈앤오방 아뜰리에는 작업실이자 그녀와 뜻이 같은 공예가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김수희 공예가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예술성과 조형성이라는 생명력을 부여한 가구를 선보인다. 건축학을 공부했다는 그녀에게 공예가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사실 건축 설계를 전공했어요. 제가 건축을 공부하게 된 취지가 공간이 좋고, 디자인이 좋아서였는데, 실제 제가 하는 일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어요.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고 먼저 취미로 목공을 시작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목공 일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전업 공예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봐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작품 중 유일한 오브제인 목항아리.
겉면을 갈아 항아리 형태를 만들고, 이후 나무 속을 파내 목 항아리를 만든다.
김수희 공예가는 가구가 지닌 기능성이라는 한계를 조형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며 확고한 작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쓰임에 의해 어떠한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애초에 의도하고, 그것을 가구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보는 이로 하여금 조형적으로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거죠. 단순히 쓰임을 위한 가구가 아니라 하나의 오브제와 조형물로 그 역할을 했으면 해요.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가구에 애착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요.” 그녀의 이런 의도는 나이테를 형상화한 사이드 테이블 ‘테’ 시리즈와 나뭇잎의 잎사귀에서 모티프를 얻은 ‘리브스 Leaves’ 테이블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개월이 걸려 완성되므로 과정 또한 남다를 것. 김수희 공예가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에 적합한 나무를 살펴본다. 그녀는 이 과정을 ‘나무와 대화’를 한다고 설명했다.
패브릭이 결합된 행잉 의자 에이프리콧
잎사귀에서 영감을 얻은 리브스 테이블
“저는 피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이라던지 강한 결구법을 사용해요. 그래야 나무가 수축 현상이 일어나도 영향이 적고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목제 가구는 주로 피스나 철물을 사용한 체결 방법을 택하는데, 이때 나무가 수축되면서 규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짜맞춤을 고집하는 편이에요”라며 확고한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마무리 단계에서도 광을 내거나 결을 살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마감이 가능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수희 공예가는 이 분야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목공이라는 분야가 사실 조금 저평가되어 있는 측면이 있어요.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예술이 지닌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죠. 쓰임과 기술에만 치우쳐 있는 경우가 있는데, 공예 역시 충분히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심미적인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광을 내고 결을 만드는 등 마지막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