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선인장

시들지 않는 선인장

시들지 않는 선인장

 

스스로 공기를 정화하는 3D 프린팅 인공 식물, 퓨어 플랜츠는 창조적인 혁신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르셀로나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익스터널 레퍼런스를 이끌고 있는 카르멜로 사푸야.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다. 심지어 스스로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까지 갖춘 선인장이 있다.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 카르멜로 사푸야 Carmelo Zappulla가 개발한 플라스틱 인공 식물 퓨어 플랜츠 Pure Plants다. 매년 남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가 저마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뽐내는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 2023의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의 쾌거를 이룬 이 작품은 연간 15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중화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 퓨어 테크를 장착한 작품이다. 바르셀로나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익스터널 레퍼런스 External Reference를 이끌고 있는 카르멜로 사푸야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퓨어 플랜츠.

 

플라스틱 인공 식물 퓨어 플랜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달라.
옥수수 포도당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인 PLA와 연간 15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스마트 생체 소재의 퓨어 테크 기술을 결합해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등을 흡수하고 중화할 수 있는 천연 광물 화합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하학적인 식물의 형태와 실제 선인장의 날카로운 패턴을 플라스틱에 구현해냈고 미학적, 생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 기술적인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는 조각품을 산출했다.

폐기되는 과정 역시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들었다.
PLA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활용과 최대 10회까지 재인쇄가 가능하며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 따라 생분해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퓨어 플랜츠.

 

퓨어 테크 기술을 활용해 또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인가?
물론이다. 3D 프린팅을 활용한다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장된다. 그 예로 이미 2020년, 두바이 엑스포의 스페인 전시관에 이 기술을 보여주는 BIE 프로젝트 ‘지능의 숲’과 ‘균형의 나무’가 전시되었고, 수상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우리의 시야는 훨씬 더 웅장한 모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과 건축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공 식물 퓨어 플랜츠의 제작 과정. 3D 프린터로 인쇄한 뒤 직접 손으로 깎아 완성했다.

 

최근 들어 새롭게 관심 가는 분야가 있나?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자인과 개념적 시각화의 영역에서 상당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글을 쓰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행위까지 확장되었다. 새로운 인공지능의 응용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 Dall-E와 미드저니 Midjourney 같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단순 스케치에 국한되었던 기술이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시너지는 창조적인 영역을 흥미로운 미지의 분야로 변환시켜주는 분기점을 제시할 것이다.

 

인공 식물 퓨어 플랜츠의 제작 과정. 3D 프린터로 인쇄한 뒤 직접 손으로 깎아 완성했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 계획인가?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입지를 넓히는 일에 열정을 다할 생각이다. 여수 2012 엑스포, 서울 마곡호수공원의 식물퇴화 통합시스템 등 한국과의 교류도 더러 있었다. 생태적 경관과 도시에서 공간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온 인재들의 전문적인 성장을 격려하고 국경을 초월한 디자인 서사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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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자원 연구소

재생 자원 연구소

재생 자원 연구소

프랑스 아를 지역에 위치한 아틀리에 루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천연자원을 연구하는 거대한 실험소다.

 

공장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생물 연구소 르 마가신 일렉트리크.

 

소금, 해바라기, 해조류 등의 농업과 어업 부산물이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지속가능한 천연 재료로 새롭게 태어난다. 다가오는 건축자재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이곳은 바로 아틀리에 루마 Atelier Luma다.

 

아틀리에 루마의 아티스틱 디렉터 얀 보엘른.

 

이곳은 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마야 호프만 Maja Hoffmann이 취리히에 설립한 루마 재단에서 비롯됐다. 루마 재단은 프랑스 남부 지역에 각종 문화 예술과 환경, 교육, 연구 등을 탐구하기 위한 예술 센터 ‘루마 아를’을 지었고, 이와 병행해서 만든 생물 연구 프로그램이 바로 아틀리에 루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건축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끈 루마 아를의 내부 건축자재 개발 프로젝트가 아틀리에 루마의 첫 번째 임무였다.

 

 

2016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각각의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아틀리에 루마는 드디어 올해, 실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연구소 르 마가신 일렉트리크 Le Magasin Electrique의 문을 열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천연자원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전한 아틀리에 루마의 디렉터 얀 보엘른 Jan Boelen과 재료 디자이너 헤나 버니 Henna Burney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에서 추출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실험 과정. 짧게는 몇 달,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틀리에 루마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얀 보엘른(이하 얀) 파리의 루마 아를 건설과 협업해 2016년 아틀리에 루마를 설립했다. 이곳의 역할은 미래에 닥칠 환경,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 지역에 새로운 설계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찾은 천연자원을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며 다양한 교류를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연구원은 어떻게 구성되며, 각자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약 30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모든 구성원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데 제품 디자이너, 재료 디자이너, 섬유 디자이너, 섬유 엔지니어, 생물 학자, 건축가, 정치 학자, 문화 매개자 등으로 구성된다.

 

천연 펠트를 만드는 과정.

 

아틀리에 루마의 연구소 마가신 일렉트리크에 대해 소개해달라.

루마 아를이 위치한 아틀리에 공원의 보수작업의 일환으로 마가신 일렉트릭을 건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브뤼셀의 건축 사무소 BC 아키텍츠와 어셈블 스튜디오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실무에 적합한 장소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건물에 구현할 수 있는 특정한 특성을 지닌 다양한 재료를 연구, 개발했고 그렇게 완성된 재료의 품질과 특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놀이터가 탄생했다.

 

 

루마 아를의 벽면에 사용된 소금 패널이 흥미롭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하다.

헤나 버니(이하 헤나) 루마 재단과 루마 아를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마쟈 호프만 Maja Hoffmann이 우리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디자이너 칼린 시벨 Karlijn Sibel과 협업하여 프랑스 남부 카마흐그 지역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소금의 개발을 제안했다. 약 4년 동안 560㎡의 소금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 프랑스 에그 모흑뜨의 염전과 긴밀히 소통했고, 소금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위한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소금 외에 또 무엇이 있나?

헤나 루마 아를에는 천연 물질을 활용해 디자인한 내장재가 여럿 있다. 화장실은 염전에서 수확한 해조류로 만든 다양한 색상의 타일로 마감했으며, 건물의 얇은 흡음 소재는 해바라기 폐기물로 만들었다. 해바라기의 씨앗은 압착 후 건물의 동력을 공급하는 바이오 연료로도 활용된다.

 

루마 아를의 벽면 마감재로 사용된 소금 패널.

 

자연에서 추출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실험 과정. 짧게는 몇 달,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광주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기획된 광주 폴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발견한 천연자원은 무엇이었나?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했다. 특히 부산의 지역 생산물인 대형 조류와 다시 바다로 방출되는 다시마 잔재물 등의 폐기물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제품화해 제안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는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의 주변 환경과 삶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재료와 산업디자인은 상관관계가 있다. 지속가능성은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재료뿐만 아니라 생산 방법과 에너지 소비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현재 우리는 유럽 파트너 사와 약 5년간 균사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매우 많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와 공유하고, 이를 더 많은 곳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자연에서 추출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실험 과정. 짧게는 몇 달,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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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에 담은 계절

옻칠에 담은 계절

옻칠에 담은 계절

박수이 작가는 농부가 정성을 다해 밭을 일구듯 흙을 덮고 갈아내고 칠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녀의 작품에 변화하는 계절감이 담겨 있는 이유다.

 

20년간 옻칠의 길을 걷고 있는 박수이 옻칠 공예가.

 

3년 전,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떠난 제주 한달살이에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덜컥 집을 샀다. “현재 방배동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어요. 천천히 제주로 거처를 옮길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서울에서의 일이 너무 많아 아직까지는 겨우 한 달에 한번 가는 정도네요.” 아쉬움을 토로하며 박수이 작가가 입을 뗐다.

 

오래된 빌라가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멋스러운 방배동 작업실.

 

방배동에 뿌리 내린 지는 올해로 10년째. 그녀의 옻칠 작품을 비롯해 도예, 금속, 섬유 등의 공예품을 판매하는 쇼룸 겸 공방 수이57 아뜰리에와 바로 옆 건물 2층에 자리한 아늑한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칠에 흙을 섞어 자연스러운 질감을 내거나 거친 붓과 주걱 등으로 결을 살린 바스켓 시리즈.

 

박수이 작가가 옻칠 공예가로 이름을 알게 된 계기는 삼베 위에 옻칠을 겹겹이 입혀 만든 꽃 모양의 그릇이다. 봄에 활짝 핀 꽃처럼 서정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 꽃볼이 그녀의 시그니처 작품. “단단해서 나무라고 착각하는 분도 있지만 천 소재로 만들었어요. 아래 굽만 나무 소재예요. 여러 겹의 천을 쌓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요. 그리고 원형의 천을 꽃 모양으로 조각한 뒤 그 위에 흙을 발라 결을 내고, 마지막으로 금이나 자개 장식을 입혀 마무리해요.” 박수이 작가가 설명했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식기의 특성상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형태가 무얼까 고민했고, 꽃을 떠올렸다. 꽃에서 파생되어 잎사귀 모양의 접시를 비롯해 다양한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기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유물 중 꽃 모양으로 만든 화형 접시가 있어요. 그것을 모티프로 식기 시리즈를 구상해 나갔어요. 유물이 흑칠과 주칠이 주를 이루는 단순한 형태였다면 저는 좀 더 다양한 색감과 질감에 중점을 뒀어요.”

 

제주의 돌담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모빌 시리즈.

 

최근 3년간 제주를 오가며 새롭게 제작한 바스켓과 모빌 시리즈는 제주의 밭과 계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다. 박수이 작가는 흙을 바르고 사포로 수없이 갈아내는 옻칠 공예의 과정이 꼭 밭을 가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밭의 계절감을 작품에 표현했다.

 

다양한 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이57 아뜰리에.

 

“밭은 흙으로 덮여 있을 때도 있고, 작은 새싹이 자라기도 하고 잡초를 뽑아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렇게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밭의 모습이 좋았어요. 그래서 작품의 제목도 ‘3월과 4월 사이의 밭’, ‘5월과 6월 사이의 밭’ 이런 식이에요.” 그렇게 작가는 작품을 작은 밭이라고 생각하고 씨앗을 심듯 자개나 금 장식을 입혔다. 선들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특히 잘 어울리는 모빌은 제주의 돌담을 모티프로 제작한 것이다. 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나온 돌로 담을 쌓는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밑작업에서 버려진 재료를 오리고 이어 붙여 모빌을 만들었다. 플라스틱, 금속, 철망, 실, 순금 등 쓰고 남은 자투리 재료에 칠을 하고 장식을 입혔다. 그 덕에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와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이57 아뜰리에.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옻칠이라는 게 낯선 재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있어 옻칠은 작가만의 색채를 내기에 너무 좋은 재료 같아요.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경험을 매일 하거든요. 무형의 칠이 천이라는 소재를 만나 단단해진다는 특성도 재미있고 또 충분히 회화적으로도 활용 가능하거든요. 작가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재료로 굉장히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20년간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박수이 작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는 옻칠의 특성과도 닮아 있다.

 

SPECIAL GIFT

 

 

박수이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키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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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photographer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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