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내면의 싸움 속에 ‘머물게 된’ 거대한 브론즈 동상. 신화와 고대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가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은 인간 영혼을 탐구해 긴장감과 역경, 터무니없는 희망을 밝히려 한다.

근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테세우스와 아마존 Thésée et l’Amazone>. 이끼가 붉은 철 합성물로 만든 조각에 자연스러운 고색을 더한다.

오래된 농장 마당의 등나무 아래에서 이끼로 덮인 테세우스와 아마존이 지켜보고 있다. 그 가운데 뛰어오를 준비가 된 근육질의 다윗은 골리앗에게 도전하고 있다. 골리앗은 이제까지 패한 적이 없지만 그의 시선은 절박하게 흔들리는 마음과 근심을 드러낸다.

카비네 드 큐리오지테 Cabinet de Curiosités 분위기.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이 말한다. “제 작업실은 세상과 동떨어진 사적인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제 아내 고들렌도 들어오기 전에 노크합니다!”

조각가 크리스토프 샤르보넬 Christophe Charbonnel이 말한다. “그리스와 스칸디나비아 신화, 그리고 사슴 뿔이 난 켈트족 신들은 저에게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신화의 강인한 인물들이 지닌 개인적인 이야기와 보편적인 조건들이 우리를 연결시키며 각자 나름대로 신화를 받아들일 수 있죠.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 이끌어야 할 싸움이 필요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하나의 이상을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경험과 조각가 필립 시네의 학생으로 지낸 경험을 통해 그는 움직임과 자세, 그리고 그가 묘사하듯, 조각에 ‘내러티브한’ 성격을 부여하는 힘있는 선을 구사하는 기술을 배웠다. 또한 그의 스승 중 한 명인 장 밥티스트 카르포의 계보를 잇는 내적 긴장감을 터득했다. 시선에서 부드러운 불안이 느껴지는 고행자 같은 이 조각가는 슈브뢰즈 계곡에 자리한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모델 없이, 그렇지만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여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데생이, 저기에는 코드롱의 인체도와 달의 여신 셀레네의 말 머리가 있다-인간과 동물의 작동 원리를 끈질기게 포착하며 조각한다.

그는 “몽클레어를 위해 디자인한 상상의 산골 영웅 <오로스 Oros> 같은 거대한 작품부터 주얼리 디자이너 알릭스 드 라 투르 도베르뉴를 위한 아주 작은 조각까지 자신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모험”이라고 말한다. 전문 기술과 시를 결합하는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귀중한 역할을 한다. 마르세이유의 수중박물관 앙즈 데 카탈랑에 잠긴 그의 거대한 조각 <포세이돈 Poseidon> 같은 작품은 잠수 마스크와 호흡용 튜브를 갖추고 물속에 뛰어들어야 볼 수 있다. 높이 3m의 <율리시스 Ulysse>는 2024년 여름 사블 돌론의 바다에 설치할 것이다. “숲 속에서 조각을 보며 걷는 코스도 꿈꾸고 있어요.”

은혜로운 상태. 거대한 페르세우스의 머리. “자연이 시적인 무게를 가져다 주죠.”

자신의 소망에 진심인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이 웃으며 말한다. “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나를 능가하는 작품을 조각하는 것입니다.”

재창조된 신화. “우리는 고대 예술을 바라보며 또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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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자벨 스왕 Isabelle Soing

photographer

브누아 리네로 Benoit Li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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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2024년의 문화예술계

기대하는 2024년의 문화예술계

기대하는 2024년의 문화예술계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다가올 새해 아트씬을 조망해본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

2023년 아트씬은 소유보다 경험이었다. 2021년부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아트마켓 열기가 급속하게 식었다. 상하이 롱 뮤지엄의 소유주이자 세계적 컬렉터인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의 소더비 홍콩 경매는 36%에 가까운 10여 점이 유찰되었으며, 추정가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지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 세계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 점,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대 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점이 크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세계에 속하려 하는 열망은 더욱 커졌다. 2023년 2회차를 맞은 키아프 프리즈 서울 공동개최 시즌인 9월에는 곳곳에서 연일 아트와 함께하는 파티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런던과 파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7월부터 열릴 파리 올림픽의 예상 풍경.

특히 흥미로운 현상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포켓몬 컬래버레이션 전시(2023년 9월 28일~2024년 1월 7일)가 대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전시된 작품은 반 고흐의 그림 속 인물에 피카츄를 그려 넣은 6점이 전부였지만,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상점은 북적이었다. 무료로 나눠주는 포켓몬 캐릭터 카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미술관 곳곳에서 보물찾기 게임을 하고, 세컨 마켓에서 값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산업이 순수미술 영역에 성공적으로 잠입한 사례가 아닐까. 저 먼 역사 속 반 고흐가 내 경험의 포켓몬과 결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2024년에도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또 그 속에서 소셜라이징을 강화하려는 현상은 심화할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 전경.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소에서 경기가 열릴 것이다.

유럽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트(4월 20일~11월 24일)와 파리 올림픽(7월 26일~8월 11일)이 기다리고 있다. 베니스와 파리는 모두 꿈의 관광도시인데다, 파리 올림픽은 도심 곳곳에서 야외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힘으로써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면 콩코르드 광장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세느 강변에서 수영대회를 여는 식이다.

2024년 4월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트가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아트바젤 홍콩(3월 26~30일)이 242개 갤러리 참여를 약속하며 팬데믹 이전 규모를 회복하려는 야심을 펼치고 있다. M+뮤지엄, 그리고 세계적인 컬렉터 에이드리언 쳉이 이끄는 K11 뮤제아(Musea) 등이 대규모 이벤트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7월 5~7일)와 도쿄 아트위크(11월 첫째 주),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11월 첫째 주) 등의 빅 이벤트가 열리며 일본 내 자리 잡은 글로벌 갤러리,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서울에서는 프리즈 기간(9월 4~7일)에 광주 비엔날레(9월 7일~12월 1일)와 부산 비엔날레(9~11월)가 오프닝 시기를 맞추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로 유입하는 글로벌 인사들의 규모는 아트마켓을 넘어서 기관 및 국가 차원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파리 올림픽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프리주’.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아트마켓에 대한 극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같다. 하지만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이벤트 속에서 지속적으로 예술 애호가군을 확보하고 토양을 다지는 시기가 될 듯하다. 해외에서 ‘한국 문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던 시기인 2023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지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널리 소개된 것처럼, 2024년에도 K 컬처(Culture)에 대한 무드가 계속 이어지리라 크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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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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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침구

선조들의 침구

선조들의 침구

몇 년 전 해남 유선관에 여행 갔을 때, 포근한 요와 사각거리는 가벼운 이불에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던 기억이 있다. 한옥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던 그 침구 브랜드의 이름은 비애이홈 BAE HOME.

2024년 1월부터 한 달간 착착 건축사무소가 새롭게 지은 비애이 삼청에서 비애이홈과 꼬세르의 리브랜딩 팝업이 열린다.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옷을 만드는 꼬세르의 시그니처 한복과 손누비 재킷 등 동시대적인 라인부터 비애이홈의 모든 침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색, 선, 형태, 질감, 소재, 방법 등을 다각적으로 풀어낸 선조들의 미학과 장인정신을 구경하러 가야겠다.

WEB www.baeho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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