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 오가는 이즈음. 상품권이나 값비싼 물건도 좋지만 따뜻하고 정성 어린 음식 선물이라면 어떨까.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를 시작으로 훈훈한 음식 릴레이로 이어진 6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우영의 미니 와인 파티
절경이 있는 곳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순수 사진작가, 김우영. 패션 광고 사진의 1세대로 활동하다 불현듯 순수 사진작가로 전향했다. 미국 LA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한국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광고 사진이라는 오랜 타이틀을 벗기까지의 고독과 번뇌의 시간을 가장 먼저 알아주고 인정한 사람은 바로 ‘박여숙 화랑’의 대표, 박여숙. 작가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읽어준 스승이자 감사한 벗이다. 박여숙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미니 와인 파티를 준비했다. 화랑의 숨겨진 주방을 찾아 즉석에서 만든 단호박 수프, 그리고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중식 쇠고기볶음이다.
단호박 수프
단호박 1개, 물 적당량, 우유 1/2컵, 장식용 잣 2큰술, 소금 조금
1 냄비에 단호박과 물을 넣고 푹 삶는다.
2 삶은 단호박은 반으로 잘라 껍질과 씨를 제거한다.
3 냄비에 2의 단호박과 단호박 삶은 물 1/3컵을 넣고 으깨면서 끓인다.
4 곱게 으깨지면 우유를 넣고 저어가며 끓인다.
5 소금으로 간하고 잣을 뿌려 장식한다.
중식 쇠고기볶음
쇠고기(등심) 250g, 브로콜리 1송이, 볶은 캐슈너트 1/2컵, 다진 마늘 1큰술, 굴소스 · 물 4큰술씩, 포도씨오일 적당량, 통후추 조금
1 쇠고기는 한입 크기로 썬다.
2 브로콜리는 작은 송이씩 뗀다.
3 달군 팬에 포도씨오일을 두르고 브로콜리를 넣어 볶는다.
4 브로콜리가 고루 볶이면 쇠고기를 넣고 볶는다.
5 고기의 겉면이 익으면 굴소스와 물을 섞어 넣는다.
6 국물이 자작해지면 캐슈너트를 넣고 한소끔 볶은 다음 통후추를 뿌린다.
TIP 센 불에서 단숨에 볶아야 불 맛이 나고 브로콜리의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박여숙의 광동식 우럭찜
현재 전시 중인 최정화는 물론 ‘설악산 화가’ 김종학, 이영학 등 국내 굴지의 작가들이 모두 거쳐간 30년 역사의 ‘박여숙 화랑’. 박여숙 대표는 여장부다운 포부와 강단, 추진력으로 유명 작가는 물론 신진 작가들이 꿈꾸는 화랑을 만들었다. 미술 작품만큼이나 미식에 대한 철학도 두터운 박여숙을 만족시킨 곳은 바로 ‘개미집’. 대표 김홍준은 통영산 꽃새우, 울릉도산 돌멍게와 섭, 채석포산 아나고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공수한 귀한 해산물을 사용한다. 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김홍준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담아 대접하고 싶은 요리는 바로 우럭찜. 대파채와 고수를 곁들이고 뜨거운 기름을 부어 향긋한 향을 입힌 광동식 우럭찜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면서 모양새가 꽤 근사하다.
광동식 우럭찜
우럭 1마리, 청주 1큰술,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대파(흰 부분) 2대, 고수 1~2컵, 오미자 간장 2큰술, 포도씨오일 1컵
1 대파는 심지를 제거하고 곱게 채 썬다.
2 우럭은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다.
3 손질한 우럭에 칼집을 넣고 청주,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5분간 재운다.
4 김이 오른 찜통에 손질한 우럭을 넣고 10분간 찐다.
5 그릇에 오미자 간장을 두른 다음 찐 우럭을 담는다.
6 대파채와 고수를 듬뿍 올린 다음 달군 포도씨오일을 끼얹는다.
TIP 우럭은 배를 가르지 말고 아가미를 통해 내장을 끄집어내야 모양을 살릴 수 있다. 우럭을 찌는 동안 뚜껑을 열면 자칫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김홍준의 낙지 호롱
프리미엄 한식 다이닝을 표방하는 신사동 ‘개미집’과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동숭동 ‘달려라 개미’의 대표. 산지별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찾아 다니며 공수하는 그는 좋은 재료가 곧 맛있는 음식이라는 철학으로 요리한다. 음식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인 김홍준은 세대 차를 뛰어넘어 올곧은 인생관으로 늘 보물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최홍규 대표를 위해 낙지 호롱을 만들었다. ‘최가철물’로 시작해 ‘쇳대박물관’, ‘이화동 마을박물관’ 등의 문화 사업을 일군 인생 선배이자 10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합이 잘 맞는 벗이다. 돌이켜보면 어떤 곡절마다 최홍규 대표는 김홍준 대표에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 감사함에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살아 있는 낙지를 정성스레 굽고 100년 전통의 지평 막걸리를 곁들여본다. 대롱대롱 매달린 백열등을 겨울바람이 뒤흔들어도 두 사람은 함께라는 이유로 웃었고 음식을 매개로 한 릴레이의 여운은 길게 남았다.
낙지 호롱
산낙지 1마리, 대파채 1컵, 실고추 · 깨 · 참기름 조금씩, 간장 소스(간장 · 설탕 3큰술씩, 물 12큰술, 조청 · 빻은 깨 1큰술씩, 후춧가루 조금)
1 산낙지는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는다.
2 꼬치에 1의 낙지를 꽂아 돌돌 만다.
3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2를 굽는다.
4 낙지에 살짝 붉은빛이 돌 때 분량의 간장 소스를 고루 발라 마저 굽는다.
5 완성된 4의 낙지에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 대파채를 올리고 실고추와 깨를 뿌린다.
TIP 산낙지를 사용하면 굵은소금이나 밀가루에 문질러 뻘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 흐르는 물에 후루룩 씻어 바로 요리하기 좋고 구워도 물에 데친 것마냥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이과용 ·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