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이 사치 혹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에 취향과 시각을 대변할 수 있는 작은 그림 한 점을 걸 수 있는 예술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으니 말이다.
↑ 이안아트컨설팅 쇼룸에 걸린 장은의 작가의 싱글채널 작품.
경기도 저조하고, 미술 시장의 열기도 가라앉았지만 오히려 ‘아트 인테리어’가 인기인 것은 왜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한때 폭풍처럼 사람들을 휩쓸고 간,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힐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하는 지금 내 형편 안에서 자신에게 최대한의 호사를 허락하는 ‘작은 사치 small luxury’가 화두였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 해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 박람회인 바젤 아트페어.
예술은 내가 자신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사치이지만 효용성만을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지치고 소외된 나를 달래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루브르 미술관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소장품들은 왕실 귀족들이 감상하고 고이고이 간직해온 ‘보물 상자 cabinet of curiosity’였다. 내가 나의 공간을 예술 작품으로 꾸미는 것은 나만의 뮤지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내가 선택한 작은 예술품 하나가 그 공간에서 나를 대신하고,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된다. ‘당신이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섭식의 중요성을 경고한다면, 이제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우리는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다시 우리를 형성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덕분에 예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재산 증식의 대상으로서의 예술 작품이 아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거나 걸어놓는 이발소 그림도 아니다. 내 주변의 작은 소품부터 하나씩 내 취향으로 선택한 예술 작품으로 바꿔 나가려는 움직임, 그리고 틈나는 대로 갤러리와 미술관을 방문하고 미술사를 공부하며 삶 속에 창조적 정신이 스며들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나가려는 예술 사랑의 열풍이다.
↑ 다양한 프린트 그림을 판매하는 이케아.
그 방증은 인테리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SPA 브랜드가 앞다퉈 홈 컬렉션을 론칭했고, 이케아 상륙에 맞서 우리 브랜드도 컬렉션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림 액자가 다양해진 점이다. 전문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경제적인 가격대의 그림 액자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도 늘고 있다. 아트 퍼니처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차피 있어야 할 가구라면 실용성과 심미성을 갖춘, 게다가 작가가 만든 독창적인 작품에 조금 더 비용을 내고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에는 나홀로족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작은 크기의 원룸이라도 책꽂이에는 예술 관련 서적을 꽂아두고, 종이로 된 모빌을 늘어뜨려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꾸미는 것이 유행이다. 비록 진품이 아니라 프린트라 할지라도 유명 작가가 아니라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드로잉이라 해도 내 공간에 나만을 위한 그림 하나를 걸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신의 공간에 예술 작품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소중한 당신의 영혼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글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 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