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계절, 부담 없이 속을 달래주기 더없이 좋은 육즙 가득한 딤섬 맛집 세 곳.
비싼 만큼 훌륭한 맛, 모트 32 서울

비취 관자교

블랙 트러플 메추리알 샤오마이

해산물 산라 소룡포
서울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된 파미에 스테이션, 이곳은 한 번 발을 들이면 미로처럼 복잡한 동선에 길을 잃기 십상이다. 특히 모트 32 서울을 찾아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 다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도착할 수 있다. 까다로운 접근성에 한숨이 나올 법하지만, 그 문턱을 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어두운 조도와 화려한 샹들리에, 세련된 모던 차이니스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신 없이 분주한 아래층 푸드코트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고급스러운 공간이다. 이곳에서 맛본 메뉴는 딤섬 세 가지와 식사 메뉴 두 가지. 먼저 해산물 산라 소룡포는 비주얼은 훌륭하지만, 매운맛이 꽤 강렬했다. 산라의 특징인 얼큰함을 넘어서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속까지 아리게 하는 수준이라 저녁 메뉴로는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점심에 제공되는 기본 소룡포를 추천한다. 이어서 블랙 트러플 메추리알 샤오마이는 트러플의 진한 향과 반숙 메추리알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선사했다. 딤섬에서 반숙 메추리알을 만나는 경험은 흔치 않아 그 자체로 신선해 인상적이었다. 캐비아가 올라간 비취 관자교 역시 비주얼이 좋았다. 통통한 관자와 탱글한 새우살이 씹히는 식감은 좋았지만, 캐비아의 존재감은 다소 미미했다. 다만 쫀득한 피가 입안에서 즐거운 식감을 더해줘 기억에 남는다. 식사 메뉴로 선택한 첨면장 반면은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분명 우리가 아는 짜장면 맛이긴 한데, 한층 더 깊고 진했다. 녹진하면서 달달한 소스와 수타면의 탄력 있는 식감, 그리고 통통한 새우살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중화요리의 정수를 보여줬다. 반면 사천식 탄탄면은 무난했다. 깨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어우러졌지만, 기대한 단맛은 부족하고 얼큰함이 더 강했다. 이 외에도 모트 32 서울의 메뉴는 결정장애를 불러일으킬 만큼 다양했다. 고가의 메뉴가 많아 연말연초, 혹은 중요한 모임이나 격식 있는 식사 자리로 추천하고 싶다. 길을 헤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어려운 길 끝에 펼쳐지는 모던 차이니스 레스토랑의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고급스러운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모트 32 서울은 분명 한 번쯤 찾아가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INSTAGRAM @mott32seoul EDITOR 원지은
독창적 딤섬, 티엔미미

딤섬 세트

마늘새우찜

디저트 딤섬
2024년 <흑백요리사>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정지선 셰프의 레스토랑 티엔미미. 딤섬을 중심으로 한 광동식 중국요리를 선보이며, 강남점과 홍대점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치열한 예약 경쟁에서 실패하고 홍대점에서 현장 웨이팅으로 방문했다. 티엔미미는 오전 11시 이전(런치)과 오후 3시 이전(디너)에만 웨이팅 접수를 하며, 웨이팅 명단에 이름만 올리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식사가 가능해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딤섬의 여왕’답게 레스토랑의 시그니처는 역시 독창적인 딤섬이다. 바질, 트러플, 마라, 날치알 등 특별한 재료를 더해 풍미를 살린 다양한 딤섬은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세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딤섬과 대표 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티엔 세트를 선택했다. 오이무침과 마늘새우찜으로 가볍게 시작해 날치알새우딤섬, 부추새우딤섬, 바질쇼마이, 트러플쇼마이의 딤섬 4종이 이어졌다. 이 딤섬들은 모두 새우가 주재료이기에, 가미된 재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터.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기 바랐으나 기대와 달리 은은하게 스쳐가는 맛이라 다소 아쉬웠다. 식감은 속이 꽉 차 있어 육즙이 풍부하기보다는 뭉친 듯한 느낌이었다. 부추새우딤섬이 클래식하면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맛을 선사했다. 다양한 딤섬을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 세트 메뉴보다 단품을 주문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튀김 요리도 뛰어난데, 추가로 주문한 춘권은 새우, 부추, 달걀이 가득 들어 있는 알찬 맛으로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 등장한 튀긴 바나나 딤섬은 얼린 바나나를 카다이프로 감싸 튀겨내, 바삭함과 차가운 단맛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디저트였다. 티엔 세트에 포함된 동북 꿔바로우와 어향완자가지는 각각 새콤달콤한 소스와 촘촘히 칼집을 낸 가지튀김의 식감과 맛이 인상적이었다. 1인 기준 5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티엔 세트는 다양한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지만, 특정 요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개별 메뉴로 주문하기를 추천한다.
INSTAGRAM @tianmimi_hongdae__ EDITOR 원하영
한 알 한 알에 담긴 섬세함, 포담

샤오마이

가지딤섬

구채교
‘담백한 음식을 만두피에 담다’란 의미를 갖는 포담. 현대카드 재직 중, 베이징에 1년여 간 파견근무를 하러 간 포담의 윤석권 대표는 그곳에서 딤섬의 매력에 빠져 현대카드를 퇴사하고 지금의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한다. ‘높은 연봉을 주는 대기업을 제 발로 나가고, 불안정성이 가득한 자영업의 세계에 발을 들이다니, 딤섬의 매력이 그 정도란 말인가?’ 홀로 의문을 품으며 주말 저녁 방문한 포담은 이른 시간부터 대기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후 6시30분 예약을 한 터라 당당하게 식당에 들어섰는데, 돌아온 대답은 앞시간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약간의 대기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협소한 공간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잠시 후 자리에 앉아 주문한 메뉴는 가지딤섬, 구채교와 샤오마이. 손님이 많아 요리가 늦게 나올지 않을까 걱정한 것과 달리 빠르게 서빙되었다. 포담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가지딤섬은 가지 속에 다진 고기와 새우를 넣은 뒤 튀겨낸 딤섬이다. 가지의 물컹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아 걱정을 품고 입에 넣었으나, 속에 실하게 차 있는 재료들과 바삭하게 튀겨진 가지 겉면 덕에 포실포실한 식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후 나온 구채교의 쫀득한 피 속에는 새우와 부추가 담겨 담백한 맛을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샤오마이는 겉면의 김과 위에 얹힌 날치알이 속재료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한 판으로는 아쉬워 추가로 한 번 더 주문했다. 세 가지 딤섬을 맛보며 느낀 점은 딤섬의 속을 너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양으로 채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포담은 일관된 맛을 위해 만두소 중량을 저울에 일일이 재서 동일하게 만든다고 한다. 딤섬에 대한 윤 대표의 섬세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INSTAGRAM @dimsumxmore EDITOR 문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