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보다 완성도, 현란함보다 직관적인 풍미. 복잡한 기법을 앞세우는 대신, 재료의 층위를 섬세하게 쌓아올리는 꼴라쥬 노진성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 반가운 이름이 등장했다. 노진성 셰프의 ‘꼴라쥬’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 ‘다이닝 인 스페이스’에서 4년간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한 그는 이후 부산 아난티 ‘아쁘앙’으로 무대를 옮겼고, 2024년 4월 꼴라쥬를 통해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 복귀 약 2년 만에 미쉐린 스타를 되찾으며 반가운 재등장을 알린 셈이다. “과거 경험이 있으니, 지난해 발표 당시엔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미쉐린 스타로 선정되지 못했고, 그러고 나서 난해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진 요리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후 3-4개월 동안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예전에 사용하던 기법을 다시 연구하는 등 반성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 수상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예전에 받았을 때보다 더 감격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이닝 신에서는 음식의 성격과 조리법에 따라 장르가 클래식, 컨템퍼러리, 이노베이티브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보다 노진성 셰프에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셰프 고유의 개성이다. “<엘불리의 철학자>란 책을 보면, ‘창의성은 모방하지 않는 것’이라는 자크 막시맹 셰프의 말이 언급돼요. 결국 중요한 건 자신만의 스타일이에요. 장르 구분보다는 그 안에서 납득할 만한 흐름이 과연 이어지느냐가 핵심인 거죠.” 노진성 셰프와 꼴라쥬의 창의성은 주재료 사이의 밸런스와 레이어에서 출발한다. 여러 부수적인 재료와 복잡한 기법을 더하는 대신, 두세 가지 중심 요소에서 균형감을 찾으며 층을 이루는 지점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너무 복잡하면 오히려 의도 전달이 잘 안 되거나, 먹는 입장에서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거든요. 저는 풍미가 좋은 음식을 선호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풍미는 결국 설명이 길어지는 음식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약간의 창의성을 더했을 때 완성되는 것 같아요. 복잡하지 않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려면 두세 가지 재료 내에서 균형감을 찾는 게 중요하고요.” 13코스로 구성한 꼴라쥬 메뉴 역시 이런 사고방식 위에서 짜인다. 재료가 가장 좋은 상태에 이르렀을 때 드러나는 깨끗하고 선명한 맛, 그리고 그 풍미를 가장 뚜렷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지점을 탐구하면서 말이다. 문어와 훈제오리처럼 언뜻 멀어 보이는 조합도 그 균형이 설득력을 얻는다면 충분히 하나의 접시가 될 수 있다. 계절 혹은 분기마다 구성을 바꾸는 대신, 기존 틀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코스에서도 노진성 셰프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메뉴를 잇달아 내놓는 쪽보다는 이미 구축한 요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완성도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계속해서 한 음식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 흐름을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요. 반면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밸런스가 80%에서 90%까지 내려가는 리스크가 생기는 거죠. 이건 제 성향이기도 한데, 지금의 것들에 집중하며 전체 완성도를 쌓아올리는 게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3년 라미띠에의 말단 요리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한국 다이닝 신은 커다란 도약을 이뤄냈고, 셰프 개인 역시 그 시간만큼 뚜렷하게 기량을 다듬어왔다. 그가 라미띠에에 입사한 계기는 단순했다. “토요일 신문을 보고 나서였어요. 지금처럼 주방 업무가 체계화되거나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고, 셰프라는 단어조차 쓰이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라미띠에를 이끌었던 서승호 셰프의 인터뷰를 보고 ‘프로답다’, ‘나도 여기서 배우면 이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절도 있고 각 잡힌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이후 2년간의 프랑스 연수에서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는 원동력을 배웠다면, 시간이 흐르며 다이닝의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다이닝이 오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라고 생각합니다. 7~8년 전 스코틀랜드의 한 레스토랑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손님 30명 정도를 커버하는 데 단 세 명의 요리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조리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그 정도 규모라면 한국에서는 두 배 이상의 요리사가 필요할 텐데, 그 비결을 생각해보니 2부제로 운영시간을 나눠 지정된 시간에 식사를 제공하는 운영방식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한다면 효율적이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식사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요. 물론 아직 우리나라 다이닝에서는 스시야를 제외하고는 많이 도입하지 않은 문화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이런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노진성 셰프의 철학은 레스토랑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꼴라쥬에는 특정한 형식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요리를 놀이처럼 풀어가고자 한 노진성 셰프의 의지가 담겨 있다. 거창한 개념이나 난해한 표현보다는 여러 조각을 찢고 겹쳐가며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콜라주처럼 익숙한 요소와 새로운 시도를 유연하게 엮어내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표현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 클래식한 기법과 자신만의 해석을 함께 녹여내며 한층 완성된 흐름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가깝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지만 단단한 신조가 배어 있는 그의 답변을 듣고, 일분일초까지 계산된 타임라인 안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요리를 완성하는 셰프의 모습을 바라보며, 꼴라쥬는 그와 참 닮은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돈된 주방과 다이닝 홀, 그리고 구태여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완성된 요리까지. 지금의 꼴라쥬를 설명하는 단어는 그처럼 정갈하고도 단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