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위스키의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사케, 어디서 마셔볼까?
페어링의 이유, 탄바


마포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니혼슈 전문점 탄바. 유명 사케바 미야비하나레를 운영해온 사케 소믈리에 유키와 최인호 셰프 부부가 선보이는 곳이다. 유키는 일본 최고 수준의 사케 소믈리에 자격인 사카쇼(酒匠)를 보유한 사케 전문가로, 사케 감별부터 온도와 잔, 페어링, 제공 방식까지 폭넓게 다룬다. 사케와 음식은 모두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지만, 첫 방문이라 안주 오마카세와 사케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다섯 가지 음식에 다섯 잔의 사케가 순서대로 이어지고, 메뉴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첫 잔은 ‘센킨 카부토무시’. 가벼운 탄산감과 요구르트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풍미가 있어 웰컴 티처럼 입맛을 깨운다. 사시미에는 과실 향이 돋보이는 사케를 매칭해 방어와 참치, 전복의 녹진한 감칠맛을 산뜻하게 풀어준다. 반대로 한우 설깃살에는 사케가 한발 물러선다. ‘미야칸바이 준마이다이긴조 45%’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향이 강한 육향을 덮지 않는다. 이날 가장 편안하고 맛있게 마신 술이다. 오뎅 모리아와세에서는 다시 한 번 변주를 준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오뎅에 20도 가까운, 이날 가장 도수가 높은 사케를 붙였다. 높은 도수지만 부드러운 감칠맛이 남는다. 가장 인상적인 페어링은 의외로 디저트였다. 치즈케이크에 곁들인 ‘하나토모에 미즈모토 히이레’는 전통 자연발효 방식으로 빚어, 높은 산도와 묵직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사케만 마셨을 때는 꽤 강하고 내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치즈의 진한 풍미와 만나자 의외로 좋은 균형을 이뤘다. 다섯 가지 음식에 맞춰가며 다섯 잔의 사케 성격을 달리하는 방식은 흥미로웠다. 다만, 사케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개인의 취향을 묻고 그에 맞는 술을 추천받는 경험까지 기대한 터라 정해진 페어링은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는 오마카세 대신 단품으로 내 취향의 사케를 찾아보고 싶다. INSTAGRAM @miyavi_tanba



평일 저녁의 넉넉함, 사케바 코드



“성수? 생각보다 갈 데가 없잖아.” 다들 그런 말을 한다. 성수가 얼마나 트렌디하고, 또 젊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반면,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에 동의하는지는 미지수다. 사실 성수에서 단골이 되고 싶은 곳은커녕 두 번 갈 만한 바나 식당조차 찾기 힘들다고 지인에게 말한 바 있다. 물론 이는 평일 저녁 뚝도시장 근처의 코드를 방문하기 전까지였다. 사케바 코드에서 시작은 ‘자쿠 미야비노토모 나카도리’로 했다. 준마이 다이긴죠로 사케에 사용되는 쌀로는 최고라고 불리는 야마다니시키 쌀을 빚었다. 목넘김은 부드럽고 과일 풍미가 섞여 있어 사케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무난하다. 저녁 식사를 겸하기 위해 도미, 방어, 연어, 고등어, 단새우가 들어간 ‘사시미 모리아와세’와 꽃게 파스타를 골랐다. 평소 해산물을 즐기는 편이라 꽃게 파스타의 녹진함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후 라군 브루어리라는 2021년부터 크라프트 사케를 만들어온 신생양조장의 ‘쇼쿠 카라스’를 가볍게 마셨다. 산미가 도드라지고 청량해서 여름 밤에 이런 사케라면 끝없이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모찌리도후’를 곁들이고, 이후 디저트 ‘청귤 샤베트’로 깔끔히 마무리했다. 사케와 곁들일 부담없는 식사를 원한다면 사케바 코드도 방문 후보에 넣어보길. 대신 비교적 한적한 평일 저녁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INSTAGRAM @sakabar.code

삼각지에서 사케 한잔, 유잔


와인 바와 고깃집이 즐비한 삼각지는 어느새 젊은 세대의 밤을 책임지는 동네가 된 듯했다. 골목마다 새로운 술집이 들어선 이곳에서 조금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면 사케 다이닝 유잔으로 향해보자. 삼각지역 3번 출구 바로 앞, 건물 3층에 자리한 유잔은 료칸을 모티프로 꾸민 아담한 사케바이다. ㄷ자 형태의 다찌를 중심으로 열 명 남짓 앉으면 금세 자리가 차는 작은 공간인지라 시끌벅적한 삼각지 한복판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술과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사케 다이닝’이라고 이름을 내건 곳답게 메뉴판을 가득 채울 만큼 다양한 사케를 갖추고 있다. 병으로 주문하지 않고 글라스나 180mL 도쿠리 단위로 맛볼 수도 있다. 이날은 서로 다른 매력의 준마이 두 가지를 골랐다. 먼저 맛본 아키타현의 ‘준마이 텐쥬’는 사케 소믈리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술로, 첫맛부터 군더더기 없이 드라이하고 깔끔했다. 화려한 과실 향보다는 쌀에서 내는 고소하고 둥근 풍미가 은근하게 남아 음식과 곁들이기 좋았다. 이어 마신 ‘시치스이 준마이긴죠 55 오마치’는 사과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향과 진한 쌀의 감칠맛이 조금 더 선명하다. 산뜻하게 시작해 카라구치 특유의 깔끔한 뒷맛으로 마무리돼 첫잔과 비교해 마시는 재미도 있다. 안주로 주문한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신선하고 담백하고, 돌문어와 오이, 모즈쿠를 곁들인 ‘스노모노’는 새콤한 산미가 입맛을 환기해준다. 부드럽게 조린 항정살에 감자 퓌레를 곁들인 ‘톤토로 쇼유다키’처럼 조금 묵직한 요리도 있고, 감칠맛 좋은 ‘마제소바’는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 좋다. 유잔에 처음 간다면 한 병을 고집하기보다 도쿠리로 주문해 여러 사케를 비교해보면 좋을 듯. 와인은 조금 뻔하고 소주는 오늘따라 멋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 사케 한잔은 어떨지. 날이 차가워지면 따끈하게 데운 사케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며 저녁을 보내도 좋겠다. INSTAGRAM @yuzan_flowc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