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층의 브라서리, 골목의 비스트로, 제철을 담은 코스.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만나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장면.
멤버들만 알던 37층의 숨은 프렌치, 르 프리베 브라서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갈 수 없는 레스토랑이었다. 강남 한복판, 더갤러리832 최상층의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 ‘더프리비하우스’ 37층에 자리한 르 프리베 브라서리가 일반 손님에게도 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방문한 날은 정식 오픈 첫날이었다. 오후 8시, 테이블 대여섯 개가 전부인 작은 다이닝 룸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수십 개의 조명 아래 붉은 벽 너머로 오픈 키친이 보이고 잔잔한 프랑스 음악이 흐른다. 화려한 공간이지만 과시적이기보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환대를 받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주방을 이끄는 이는 레스쁘아를 통해 국내 프렌치 다이닝을 대표해온 임기학 셰프. 음식은 굉장히 클래식했다. 에멘탈과 그뤼예르 치즈를 녹여낸 클래식 양파 수프와 청사과, 아보카도 퓌레, 치미추리를 곁들인 전갱이 카르파치오를 스타터로 주문했다. 전갱이는 꽤 도톰하게 썰어 씹는 맛을 살렸고, 산미가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잡아줬다. 메인인 덕자병어 뫼니에르는 버터 소스를 넉넉히 두른 지극히 클래식한 한 접시. 먹을수록 화려한 기교보다 탄탄한 프렌치의 기본기가 느껴졌다. 가스트리크 소스와 오리 기름에 전갱이 카르파치오 오리 스테이크 천천히 익힌 양배추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역시 새콤한 맛으로 묵직함을 덜어냈다. 곳곳에서 산미를 능숙하게 쓰는 것도 인상적인 포인트. 디저트까지 비우고 나서는 평소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다는 야외 공간이 궁금해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인피니티 풀 너머로 강남의 불빛과 멀리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한눈에 담기고, 안쪽에는 멤버들이 와인과 샤퀴테리를 즐기는 프라이빗 라운지도 숨어 있다. 이름난 프렌치 고수의 음식을 부담스러운 가격의 코스가 아니라 원하는 단품 몇 가지로 골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반갑다. 잘 알려지기 전에 방문해보라 권하고 싶은, 37층의 숨은 프렌치 맛집임이 분명하다. INSTAGRAM @theprivyhouse



서래마을의 작은 프랑스 식탁, 비스트로 꼬꼬뜨

‘꼬꼬뜨 Cocotte’는 프랑스 가정집 주방마다 하나씩 있는 무쇠 냄비를 뜻한다. 재료를 넣고 오래 뭉근하게 끓여내는 집밥의 상징이자, 프랑스인들이 아끼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다정한 애칭이기도 하다. 서래마을의 비스트로 꼬꼬뜨는 이름처럼 따뜻한 곳이었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테이블 사이로 흐르는 편안한 공기가 오히려 좋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집 주방에 들어선 듯 아늑하고, 조용하게 손님 테이블을 분주히 살피는 직원의 표정도 좋다. 가정식의 푸근함을 품으면서도 정통 프렌치의 맛을 제대로 지켜낸 음식이 진짜 매력. 함께 방문한 친구는 무언가를 맛있다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이인데, 이곳 홍합 스튜를 한입 먹자마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홍합의 감칠맛이 우러난 진한 국물, 초리조와 버터를 볶아 만든 소스에 바삭한 감자튀김을 찍어 먹으니 입으로 끝도 없이 들어갈 것 같았다. 이어 나온 가리비 부르기뇽은 조개 육수와 보리 리조토, 완두순의 향이 어우러져 향긋하면서도 감칠맛이 돋보였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하나만 주문했음에도 둘이 나눠 먹기 편하도록 두 그릇으로 나누어 담아주는 섬세함 덕분에, 식전빵과 함께 정갈하게 나오는 피스타치오 버터 때문이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어졌다. 와인을 길게 따라주는 인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마음씨 넉넉한 프랑스 할머니 집에 초대받아 푸짐한 한 상을 대접받고 온 기분이다. ‘프랑스 마을’이라 불리는 서래마을답게 동네 곳곳에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마음이 가는 곳은 흔치 않다. 따뜻한 수프 한 그릇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자주 들르고 싶은 곳. 우리 집 앞에도 이런 비스트로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INSTAGRAM @bistrotcocotte.official



제철 식재료의 선물, 르프레종

‘선물’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이름을 가져온 르프레종.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 수셰프 출신 이현재 셰프가 오픈한 곳으로,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3개월마다 코스를 바꾼다. 짙은 초록색 벽과 클래식한 우드 가구, 초록색 대리석 테이블을 놓은 공간은 프랑스 시골 집을 옮겨놓은 듯 편안하다. 오픈 키친을 바라보는 바 Bar 자리도 있다. 아뮤즈부쉬부터 감태와 육회 타르타르, 단호박 퓌레, 비트와 래디시처럼 익숙한 재료가 등장한다. 맛은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가볍다. 이어서 나온 차가운 완두콩 수프는 코스 중 가장 좋았다. 완두콩의 고소하고 달큰한 맛에 부라타 치즈와 올리브 오일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만, 베이컨의 짠맛과 바삭한 가니시는 조금 튀었다. 연근 사이에 새우를 채운 요리는 아삭한 식감과 요거트 소스, 블랙 라임의 산미가 산뜻하다. 올가을 시즌 코스의 주인공은 삼치와 버섯. 능이, 송이, 목이, 만가닥버섯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조리해 삼치와 한 접시에 담았다. 프렌치 기법으로 풀었지만 어딘가 건강한 한식처럼 친숙하다. 능이버섯 소스는 향이 좋은 대신 간이 꽤 세다. 메인인 2주 드라이에이징한 오리 가슴살은 공을 들인 과정에 비해 식감과 익힘이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 애플 타탱은 좋았다. 얇게 말아낸 사과에 사브레와 고소한 율무 소르베, 앙글레즈 크림을 곁들였다. 르프레종의 프렌치는 어렵지 않다. 정통 프렌치의 묵직함보다는 제철 재료와 익숙한 맛에 변주를 주는 쪽. 파인다이닝 입문자라면 부담 없이 한 코스를 경험해볼 만하다. INSTAGRAM @le_present.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