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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세 곳에서 가을이 차려진 티 테이블에 앉았다.

오후의 한입,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갤러리

가넷 블랑

예술 작품 감상하듯 디저트를 고르는 오후. 그랜드 하얏트 서울 갤러리의 애프터눈 티 ‘더 그랜드 티 소사이어티’가 가을 시즌을 열었다. 이번엔 파티시에 알렉시스 리 셰프와 함께한다. 프랑스와 호주에서 미쉐린 스타 셰프들과 경험을 쌓은 그가 클래식 디저트에 제철의 맛을 더했다. 시작은 웰컴 드링크 ‘가넷 블랑’. 라즈베리 셔벗에 논알코올 샴페인을 더해 산뜻하고 경쾌한 오프닝이다. 차는 메뉴판이 아니라 코로 고른다. 여러 종류의 찻잎을 하나하나 직접 시향해보고, 마음이 끌리는 향을 선택하면 된다. 꽃향이 매력적인 우롱차 ‘자르댕 뒤 뤽상부르’와 시트러스 향이 상큼한 홍차 ‘구 뤼쓰’를 선택했다. 코끝에 닿는 향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 순간부터 티타임은 이미 시작이다. 곧이어 등장한 3단 스탠드엔 스콘과 티 디저트가 층층이 쌓였고, 세이보리는 별도 플레이트에 넉넉하게 나온다. 로스트 비프, 참치 콩피, 구운 야채와 바질 페스토 리코타 샌드위치 3종에 무화과 콩포트를 곁들인 ‘꼼데 슈 오 크라클랭’, 관자 세비체까지. 생각보다 든든한 구성이다. 디저트는 눈이 먼저 즐겁다. 말차 초콜릿 배튼버그, 감 치즈케이크, 바닐라 생토노레, 피낭시에가 작고 섬세한 디저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베스트는 감 치즈케이크. 부드러운 치즈에 가을 과일 특유의 달큰함이 겹쳐 계절감이 확실하다. 다만 전반적으로 단맛이 꽤 강한 편이라, 향이 풍부하고 맛이 진한 차를 함께 추천한다. 마지막은 플레인과 건포도 스콘. 데번셔 클로티드 크림에 딸기잼이나 귤 마멀레이드를 취향껏 올리면 된다. 크림과 잼을 넉넉히 얹는 그 순간만큼은 칼로리 걱정도 접어두자. 주말에는 스페셜 디저트 트롤리를 만날 수 있다. 느긋하게 수다 떨고 싶은 날, 기억해둘 만한 오후다. 2인 기준 주중 11만원, 주말 15만원. INSTAGRAM @grandhyattseoul

티 샌드위치
티 디저트

계절을 맛보는 티타임,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가을 애프터눈 티 세트

밤, 감, 무화과처럼 제철에 맛보는 식재료를 유독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로비 라운지 마루에서 선보이는 ‘가을 애프터눈 티 세트’는 이름 그대로 계절의 맛과 색을 한 테이블에 옮겨놓았다. 탐스럽게 익은 감을 닮은 홍시 무스 케이크 ‘감 글로우’부터 밤 크림에 유자 마멀레이드를 더한 ‘몽블랑’, 제철 무화과 콩포트를 채운 ‘무화과 크럼블 브리오슈’까지. 먹기 아까울 만큼 앙증맞은 디저트들이 가을빛으로 물든 정원처럼 펼쳐진다. 특히 쑥 마이크로 스펀지와 코코아 크럼블을 더한 감 글로우는 계절감을 시각적으로도 재치 있게 풀어낸 메뉴다. 달콤한 디저트 사이에는 ‘푸아그라 파르페와 감 막걸리 젤’, ‘제주 돼지 어깨살과 단호박, 트러플’, ‘훈제 연어 타르틀렛과 유자 크림 연어알’ 등 네 가지 세이버리도 준비된다. 모두 한두 입에 즐길 수 있는 아담한 크기로, 차나 음료와 함께 여러 가지 맛을 조금씩 경험하기 좋다. 이번 시즌에는 루이나 로제 샴페인 한 잔이 웰컴 드링크로 제공되며, ‘감 블렌드’, ‘밤 몽블랑’, ‘대추 사과 소다’ 중 스페셜티 음료도 선택할 수 있다. 커피와 차까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여유로운 티타임을 보내기 좋다. 맛의 강렬한 인상보다는 계절을 즐기는 경험에 무게를 둔 애프터눈 티. 깊어가는 계절, 조금 특별한 티타임을 계획하고 있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로비 라운지 마루에서 11월 30일까지 선보이며, 가격은 2인 14만원. 방문 전 사전 예약은 필수다. INSTAGRAM @fsseoul

가을을 음미하는 시간, 조선 팰리스 강남 1914 라운지 앤 바

애프터눈 투 디스커버

애프터눈 티 하면 3단 트레이가 먼저 떠오른다. 조선 팰리스 강남의 24층 1914 라운지앤바는 이번 가을, 그 익숙한 풍경을 바꿨다. 최근 합류한 이지명 이그제큐티브 페이스트리 셰프의 첫 시즌 메뉴 ‘애프터눈 투 디스커버’는 세이버리, 프리 디저트, 메인 디저트가 차례로 나오는 코스다. 함께할 차는 블랙 티와 우롱차, 커피 등에서 취향껏 고를 수 있다. 카다이프 피스타치오 타르트, 상주 곶감 에끌레어,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로 입맛을 열면 프리 디저트 ‘어텀 심포니’가 이어진다. 오미자차와 배숙에서 착안해 인퓨징한 배와 아삭한 태추단감 위에 크렘 프레슈를 올리고, 사과 콤부차를 부어 먹는 한 그릇이다. 볼을 감싼 말린 무화과 잎이 가을 정취를 더한다. 메인 디저트는 다섯 가지다. 무화과 마들렌 케이크는 마들렌 모양을 빌린 케이크로, 속에 무화과 잎으로 맛을 낸 진짜 마들렌이 숨어 있다. 겉의 초록빛은 무화과 잎과 초콜릿을 함께 건조해낸 색으로, 은근히 쌉싸름한 여운을 남긴다. 몽블랑은 밤꿀 비스퀴와 밤 가루, 밤나무 훈연 향을 입힌 샹티 크림까지 밤을 고루 썼고, 카시스 콩포트가 단맛을 잡아준다. 마지막 청자두 타르트에는 셰프가 경북 영주의 농장에서 직접 확보한 첼시 자두가 올라간다. 일반 자두보다 과일 향이 진하고, 크루아상 도우를 얇게 밀어 구운 셸은 가볍게 부서진다. 한 접시씩 음미하다 보면 파인다이닝 코스를 따라가는 듯한 입체적인 경험이 펼쳐진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을 오롯이 만끽하게 하는 여정이다. 가격은 2인 기준 15만원. INSTAGRAM @fs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