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디자인 게스트하우스와 컬러와 패턴으로 무장한 색다른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감각적으로 구성한 부티크 호텔까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가족의 마음으로
자신의 집 바로 앞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김영우, 임은경 씨 부부. 투숙객을 가족처럼 아끼고 돌보자는 마음으로 오픈한 게스트하우스 예포 YE4를 만났다.
↑ 예포의 제일 위층인 3층. 벽에는 아내가 직접 가죽으로 만든 거울을 달았다. 공사를 해서 천고를 높였고 박공지붕 모양은 그대로 살렸다.
연희동 어느 작은 골목에 들어서니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꼭 닮은 집 두 채를 만날 수 있었다. 한 집은 부부인 김영우, 임은경 씨의 자택이고 다른 집은 최근 부부가 오픈한 게스트하우스 예포 YE4다. 붉은 벽돌로 예쁘게 쌓아올린 건물의 입구는 반지하로 이어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예포라는 이름에 분명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부부에겐 아이 네 명이 있어요. 아이들 이름이 전부 ‘예’ 자 돌림이라 ‘예포’ 라는 이름을 짓게 됐죠. 언젠가 아이들에게 이 게스트하우스를 남겨주고 싶은데 그럴 때 자신들의 이름이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아빠, 엄마의 마음이 담긴 예포는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게스트하우스다. 사실 이 건물은 아빠인 김영우 씨가 아주 어릴 때부터 얼마 전까지 살았던 주택이었다. 바로 앞에 새집을 짓게 되자 추억이 담긴 이 집을 팔 수 없었기에 게스트하우스로 꾸며보자 결심했다. 언젠가 부티크 호텔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김영우 씨네 가족은 한 달 정도씩 긴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어린아이들과 노모를 모시고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주로 유럽의 아파트를 장기 렌트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 느꼈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예포를 오픈하게 됐다.
1 반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아늑해 보이는 예포. 2 예포의 중심은 나선형 계단이다. 금색을 좋아하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은은한 금빛의 페인트로 칠을 했다. 3 2층의 공용 거실. 북유럽 스타일의 소파와 의자, 테이블을 구성해 깔끔한 분위기다.
“어느 도시든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는 호텔보다는 아파트가 더 좋았어요.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머물면서 여행하는 기분도 낼 수 있는 깔끔한 게스트하우스를 꿈꿨던 거죠.” 그래서 예포는 적당히 포근하고, 적당히 멋스럽다. 객실은 총 9개, 묵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0명 정도다. 특이한 점은 8명이 묵을 수 있는 도미토리나 2인실 외에도 가족실이 있다는 것.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오래 머물러도 편안한 방 구성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가족 투숙객을 배려했다. 사실 공간을 더 쪼개면 더 많은 객실을 만들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부부는 여유롭고 탁 트인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시원하게 넓은 라운지와 대형 스크린, 금색의 나선형 계단만 보이는 1층은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1층 한 켠에는 아내의 취미인 가죽 가방 쇼룸과 공방도 만들었다. 아내가 직접 만든 가죽 가방을 구입할 수도 있고 가방을 만드는 체험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2층과 3층은 객실과 부엌, 라운지,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부엌은 아내의 깔끔한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부엌과 화장실은 특히 깨끗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가전제품도 가격이 좀 높더라도 좋은 것으로 준비했고, 아침 식단도 샐러드와 빵, 달걀 요리 등 정성스럽게 건강식으로 준비한다. 아이 이유식을 만들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여행에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널찍하고 편안한 부엌을 만들었고 모든 객실의 색을 정리해 모노톤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 토스트와 샐러드, 달걀 요리 등 건강식으로 준비되는 아침식사.
예포에는 헤이의 히 체어, 노만 코펜하겐의 조명 등 디자인 아이템이 눈에 띈다. 디자인 가구의 선택은 친분이 있는 짐블랑 김은희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김은희 대표의 남편인 건축가 권민성 씨가 부부의 집을 설계한 것이 연이 되어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고 하니 예포는 손발이 잘 맞는 두 부부가 이뤄낸 합작품인 셈이다. 천고를 높이면서까지 여유롭고 편안한 공간을 만든 남편의 넉넉한 마음씨와 침대마다 개인별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든 선반에서 느껴지는 세심함,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쓴 안주인의 감각, 그리고 여기에 양념처럼 곳곳에 디자인 요소를 더한 김은희 씨 부부의 스타일링과 설계 덕분에 예포는 여행객이 아니어도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1 머그와 수건에 새겨져 있는 예포의 로고. 투숙객에게 개인 타올을 무료로 제공한다. 2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배려한 넓고 깨끗한 부엌. 유난히 청결에 신경을 쓰는 안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예포는 이제 긴 공사 기간을 거쳐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부부는 투숙하는 여행객들에게 서울의 명소나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곳 등 알짜배기 정보를 제공해 제대로 된 서울 여행을 권할 예정이다. 침대 위에 놓인 개인 타월과 부엌의 머그 등에는 YE4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머무는 이들을 위한 기분 좋은 소소함이자 예포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권하는 게스트하우스라는 의미다. 숙박료 또한 인근 게스트하우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여행객이 되어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스트하우스 예포. 많은 여행자들에게 이곳이 서울에 대한 추억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1,2 아내의 취미이기도 한 가죽 가방 만들기. 작은 아틀리에와 숍을 1층 한 코너에 만들어 숙박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 가족이 함께 머물러도 좋을 가족실. 아이를 위한 소소한 배려가 느껴지는 오붓한 객실이다. 2 알록달록한 페르몹 체어와 테이블로 꾸민 테라스에서는 차를 마시거나 바비큐를 할 수 도 있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신국범 │ 문의 www.ye4guesthou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