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명품 가구 브랜드 얼콜은 편안함과 기능, 아름다움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1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얼콜의 오리지널 컬렉션. 2 ‘코센자 Cosenza’ 소파와 사이드 테이블 ‘네스트 오브 테이블 Nest of tables’로 꾸민 공간. 3,7 얼콜의 대표작인 윈저 의자는 식탁 의자, 안락의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4 오리지널 라인 중 하나인 ‘스튜디오 코치 Studio couch’ 소파. 5 오크나무로 제작한 로마나 Romana 사이드보드. 6 2인용 의자 ‘러브시트’.
흔히 카페 의자로 알려진 ‘윈저 Windsor’ 의자. 17세기 영국 윈저 지방의 서민들이 사용하던 이 윈저 의자를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고안하고 널리 알린 ‘얼콜 Ercol’은 영국을 대표하는 가구 회사다. 얼콜의 창립자인 루시안 에롤라니 Lucian Erolani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1890년대에 런던으로 건너와 쇼디치 기술 학교 Shoreditch Technical Institute에서 가구 설계와 디자인, 이론을 수학한 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보다 좋은 작업 환경에서 잘 제작된 가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1920년에 얼콜을 설립했다. 얼콜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된 계기는 1944년, 영국의 무역 위원회로부터 10만 개의 의자를 납품해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의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시기에 생산된 오리지널 라인 윈저 의자는 가늘고 긴 막대로 된 높은 등받이와 바깥쪽으로 뻗은 다리가 특징으로 목가적이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풍겨 세기를 뛰어넘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얼콜은 의자에만 그치지 않고 캐비닛, 콘솔, 식탁 등 가구군을 강화해 윈저 시리즈를 구성했고 1950년에는 2인용 의자 ‘러브시트 Loveseat’를 선보이는 등 다수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가구를 대량생산하면서도 좋은 품질을 고집하는 것만큼은 여전했다.
루시안은 좋은 가구를 만들려면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었다. 무자비하게 벌목을 하는 등 원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당시 영국의 사회 풍토를 우려해 목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가구를 디자인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생태계를 손상시키지 않고자 목재 자원이 풍부한 북미와 유럽에서만 채집하는 등 원재료의 선택에서 부터 신중을 기했다. 환경에 대한 그의 남다른 신념은 얼콜의 또 다른 기업 철학으로 자리 잡아 가구의 제작뿐만 아니라 훗날 공장을 설계할 때에도 바탕이 되었다. 2002년 버킹엄셔 주의 프린스 리스버러 Prince Risborough에 1만4864㎡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세웠는데,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매스 보일러를 적용해 난방을 하거나 센서 조명등을 사용해 사람이 이동할 때만 켜지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다.
얼콜은 단단한 나무 프레임으로 견고하게 만들어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소파의 경우 쿠션 커버와 시트가 망가졌다고 해서 쉽사리 버리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가구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홀스터리 서비스를 도입, 얼콜 가구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얼콜은 장인 정신을 지키면서도 현재 삶의 방식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했고 이는 다수의 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디자인과 기능, 품질의 모든 면에서 우수한 가구에만 수여하는 ‘디자인 길드 마크 Design Guild Mark’와 뛰어난 제조 과정을 거치는 회사에게 주는 ‘매뉴팩처링 길드 마크 Manufacturing Guild Mark’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영국인이 신뢰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에디터 최고은 | 자료협조 얼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