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서 탈피하면 새로운 감각이 자라난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갇히지 않은 중성적인 이미지로 채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임영훈의 집.
1 철제 프레임에 망입 유리를 끼운 폴딩 도어를 열어놓으면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효과를 볼 수 있다. 2 해외여행을 갔다 마음에 들어 구입한 장식품.
작년 5월, 취미 삼아 블로그에 올린 집 사진이 화제에 오른 것을 계기로 회사원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전업을 하게 된 임영훈 씨. 운이 좋아 맞이하게 된 인생 2막인 줄 알았으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 드디어 싹을 틔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10살 때부터 소품을 만들고 방을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5~6년 전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해졌고 몇몇 지인들의 집을 바꿔주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직접 해보고 나니 이게 바로 내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죠.”
올해 30대 후반인 그가 4년째 살고 있는 집은 어수선한 쌍문동 시장 골목 사이 단정하게 자리한 빌라. 집 전체를 베란다가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구조로 66㎡의 분리형 원룸이다. 2년 전, 집주인이 건물 전체를 고칠 때 임 씨가 살고 있는 집은 그가 원하는 대로 수리를 해줬다고.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편한 사이라 제 의견을 적극 반영했어요. 카페 같은 인테리어를 해보고 싶어 침실에는 유리를 끼워 미닫이문을 달았고 거실과 부엌 바닥은 에폭시 코팅으로 마감했죠.” 현관에서 들어서니 작지만 알찬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싱크대와 이어지는 아일랜드 상판에는 커피 머신 등을 올려놓고 아래에는 바퀴가 달린 철제 수납장을 놓아 식료품을 보관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큼 좁은 공간에 많은 주방 도구를 정리해야 했기에 냉장고 옆 면과 위쪽에 선반과 상자를 놓아 데드 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했다. “다행히도 천장이 높아서 답답한 느낌은 덜해요. 거실에도 천장 가까이에 기다란 선반을 만들어서 물건을 보관하거나 좋아하는 소품을 올려두었죠.”
↑ 직접 만든 빈티지풍 테이블과 금색 소품이 조화를 이루는 거실. 공간이 좁지만 천장이 높아 답답하지 않다.
1 책상 위에는 철제 조명과 틴케이스 등을 올려두었다. 2 벽, 틈새 등 구석을 활용해 알차게 수납한 주방. 3 반려동물로 토끼를 기르고 있는 임영훈 씨.
거실은 3인용 패브릭 소파와 커다란 테이블로 채웠다. 좁은 공간에는 낮거나 작은 가구를 두어야 공간이 넓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편견을 깨고 나니 오히려 풍성해 보이면서 아늑한 인상을 주었다. 소파 양쪽, 창틀 위 등 틈새마다 놓은 갖가지 소품도 아기자기해 보이는 인상에 한몫했는데 모두 그가 지금까지 애지중지 모아온 것이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H&M홈 등 틈이날 때마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또 태국, 인도 등을 여행하면서 소품을 사 모으는데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이우시장에는 특히 멋진 물건이 많아요. 도매시장이라 값도 저렴해서 자주 방문하죠.”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없거나 값이 너무 비쌀 때에는 그가 직접 솜씨를 발휘한다. 외국 사이트에서 어렵게 찾은 그림을 크게 프린트해서 액자로 만들거나 고재와 철제 파이프를 연결해 빈티지한 분위기의 테이블을 제작한 것도 그의 눈썰미를 읽을 수 있는 부분.
1 벽, 틈새 등 구석을 활용해 알차게 수납한 주방. 2 현관에서 바라본 침실.
인테리어 스타일링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균형’이다. 묵직한 색과 거칠고 투박한 질감으로 남성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금색 소품과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소재의 패브릭 등 여성적인 인상을 주는 요소를 적절히 섞어 중성적인 이미지로 연출하는 것이 주특기. 또 색색의 화려한 머리끈을 화분에 끼워 장식으로 활용하거나 전신 거울을 가로로 침실 벽에 달아 공간이 확장 되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 등 기존 사물의 쓰임을 달리 바라보기도 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표정을 내기에 집 꾸미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임영훈 씨.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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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박상국 · 안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