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새 작업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새 작업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새 작업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이서 실장이 작업실을 옮겼다. 가로수길에서 청담동으로 그리고 이젠 오야동이라는 다소 생소한 지역에 둥지를 틀었지만 ‘이서’ 스타일인 것만은 변함이 없었다.

1층 부엌과 이어진 공간은 쇼룸 겸 숍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숍 이서와 주에디션에서 선보이는 자연 모티프의 다양한 아이템을 디스플레이했다.  라이프  스타일숍 ‘이서’와 감성 편집숍 ‘주에디션’에 이어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이서 실장이 작업실을 옮겼다. 서울 공항 근처에 위치한 오야동은 한적하고 나무와 풀이 많은 정겨운 동네다. 윤이서 실장은 그런 자연의 투박하고 편안한 멋에 이끌렸다. 자연 모티프의 디자인을 즐겨 사용하는 그녀로서는 번잡한 도심보다 녹색이 가까운 동네가 편안했을 것이다. “사실 더 마음에 들었던 멋진 마당이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계약을 하려는 사이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해버려 아쉬운 마음이 컸죠. 동네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공간을 더 알아보다가 옆집인 퀸즈테이블의 대표님으로부터 이 집을 소개 받았어요. 대표님이 살던 집이었고 갤러리로 활용하고 싶어서 빈 상태로 두었던 집이었어요.” 윤이서 실장의 작업실을 만나려면 대로변에서 풀이 우거진 야트막한 계단 길을 지나야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굴처럼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단독주택을 마주하자 나무 몰딩이 화려한 아치형 현관문이 방문객을 반겼다. 내부로 들어서니 정확히 언제 지어진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천장에 두른 아르누보 스타일의 몰딩과 나무로 만든 아치형 현관문,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연출한 현관 유리 등에서 이 집의 연식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갤러리로 사용하기 위해 벽에 노란빛이 감도는 크림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서 일본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느껴지는 빈티지한 기운이 감돌았다. “청담동 숍을 정리하면서 그곳에 있던 물건들을 이곳으로 전부 가져왔어요. 정리하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어요. 이 공간은 창우조경의 이순오 대표님과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이기도 해요.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거의 제가 있는 시간이 많지만요. 함께 앞마당에 수국도 흐드러지게 심고 테라스 공사도 하고, 정원도 다듬으려고 했는데 아직 원하는 모습으로 가꾸지 못했네요. 잘 돌보지도 못하는데 식물들이 그런대로 잘 자라서 다행이죠.”    

1 현관에서 바라본 정원의 입구. 외부 방문객은 계단길을 지나 정원으로 난 길을 걸어 들어와야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2 인기 상품인 이끼 오브제와 고운 빛깔의 도자기 컵.  

자유분방하지만 정제된 감각을 소유한 윤이서 실장.  

빛이 잘 드는 창가에는 이끼 오브제와 소품을 따뜻하게 연출했다. 윤이서 실장의 작업실은 마당이 보이는 널찍한 거실 공간과 부엌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널찍한 방 2개가 있는 단독주택이다. 2층의 방 하나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1층 부엌과 맞닿아 있는 공간에는 작은 쇼룸처럼 그동안 선보여온 제품을 디스플레이했다. 골드스타 로고가 붙어 있는 빈티지 선풍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1층 부엌 공간에는 주에디션을 통해 선보인 이끼 오브제를 비롯해 바위 모양의 초와 펠트로 만든 조약돌 모양의 코스터, 테이블 매트가 이불처럼 돌돌 말려서 담겨 있는 미니 자개장 등을 아기자기하게 연출해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아 집주인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작업실이자 쇼룸이지만 상공간의 냄새가 느껴지기보다는 마치 오랫동안 이 집을 소유해온 주인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느낌이다. “갤러리로 사용한 공간이다 보니 바닥도 벽도 깨끗했어요. 가지고 있는 물건만 들여왔을 뿐 공간에 손을 대지 않았죠. 물론 제 스타일과 약간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연출한 현관 쪽 유리 벽도 채도가 높고 너무 알록달록해서 뒤에 흰색 원단을 덧대 차분한 색감으로 바꾸었죠. 또 처음엔 벽에 앤티크한 디자인의 브래킷 조명이 많이 달려 있었는데 퀸즈테이블 대표님이 떼어가셨죠. 하하.”   

윤이서 실장의 소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엌. 앞쪽은 테이블 매트를 이불처럼 말아 넣은 미니 자개장과 도자기 제품 등을 디스플레이한 쇼룸 공간이다.   

1층 부엌에서 바라본 복도. 현관 유리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에 흰색 천을 덧대 채도를 낮췄다.  

1 전시를 진행했던 2층 공간. 지금은 비어 있지만 앞으로 꾸준히 다양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2 손으로 제작하는 조약돌 모양의 펠트 코스터. 3 작업실 거울에 비친 윤이서 실장.   

아르누보 스타일의 몰딩이 공간을 이색적으로 만든다. 거실장과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 테이블이 놓인 널찍한 거실에서는 앞마당이 바로 보인다. 거실에서는 앞마당이 그대로 보이는데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보이지 않지만 마당 너머에도 꽤 넓은 정원이 있다. 참새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총총거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큼직한 나무 장식장과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와 소파가 어우러진 거실은 많은 손님이 와도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 같았다. “나무로 만든 흰색 파티션이나 둥근 푸프 스타일의 소파, 통나무와 벚꽃 무늬를 프린팅한 쿠션 등 지금까지 함께해온 물건들을 두었어요. 작업실 오픈 기념으로 받은 식물도 두었고요. 공간 구획을 철저하게 계획해서 진행한 것은 아니에요. 집의 구조를 지닌 공간이기에 어떻게 연출해도 편안해 보였죠.” 2층 공간은 가운데 복도를 두고 2개의 방이 마주 보는 구조다. 작업실로 사용하는 방과 마주 보고 있는 공간은 그 안에서도 높이가 다른 2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오픈 때 작가들의 그림 전시를 했어요. 지금은 전시가 끝나서 텅 빈 공간이지만 앞으로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해보려고 해요. 무엇보다 2층 테라스 공간이 아쉬워요. 지금은 드로흐 Droog의 파라솔만 단출하게 두었지만 원래 계획은 데크도 깔고 아웃도어 캐노피를 설치해 정원을 내려다보며 즐기고 싶었거든요. 데크까지는 깔지 못하더라도 단독주택의 장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테라스로 꾸밀 예정이에요.” 윤이서 실장은 조만간 숍 이서에서 선보인 ‘프라모델 조명’을 2층에 달 계획이다. 빛에 따라 그림자가 다양해지는 ‘프라모델 조명’을 달면 지금과는 또 다른 믹스매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려졌지만 윤이서 실장에게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에도 새로 자른 단발머리가 너무 단정하다며 머리를 자꾸 헝클어뜨렸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작업실과 주인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꿈꿨던 윤이서 실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새로운 공간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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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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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컬렉터의 공간

빈티지 컬렉터의 공간

빈티지 컬렉터의 공간

오래될수록 좋은 것만 모은 빈티지 컬렉터 사보 임상봉의 쇼룸 겸 사무실. 최근 마장동으로 이사해 새로 꾸민 그의 공간을 찾았다.

선반을 빼곡히 메운 빈티지 소품들.

 

빈티지 컬렉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직함을 지닌 사보 임상봉은 타고난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다. 빈티지 가구가 유행하기 훨씬 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바우하우스의 매력에 빠져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기 시작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빈티지 컬렉터가 된 그는 줄곧 후발주자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게다가 상수동, 방배동 서래마을, 한남동 등 트렌디한 동네가 뜨기 전부터 그 가치를 알아보고 쇼룸 겸 사무실을 운영했기에 얼마 전 마장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그저 단순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는 우시장으로 유명한 마장동에 무슨 일로 오게 되었을까. “성수동이 벌써 호황이잖아요. 마장동은 그런 성수동하고 불과 3분 거리에 있어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게다가 교통의 요지라는 왕십리 바로 옆이어서 오가기도 너무 편해요. 여러 지역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기에도 적합했죠.” 바로 앞에는 놀이터, 옆에는 작은 절이 있는 조용한 골목에 그의 사무실이 자리하는데 사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개인적이기도 하다. “어릴 적 다녔던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라 익숙한 동네예요. 예전 한영중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 지 30년이 되었지만 주변 건물들이 19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죠.”

 

 

자신이 그린 일러스트 앞에 서 있는 임상봉 씨.

 

 

1 파란색 의자와 갈색 가구의 대비가 돋보이는 공간. 2 빈티지 가구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그의 그림들.

 

 

홀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든 작은 방.

 

99m² 남짓한 이 공간은 원래 옷을 만드는 허름한 공장이었다. 천장을 뜯어내 층고를 살리고 온통 하얗게 칠한 후 일산에 있는 7개의 창고에서 늘 보고 싶은 펜던트 조명을 골라와 매달았다. 그렇게 지난 20년간 수집한 1900년대 빈티지 가구들로 가득 채우니 특별히 장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럽다. 가구를 보러 오거나 공간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손님도 있지만 주로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그는 이 공간을 ‘사랑방’이라고 불렀다. 종종 작은 파티가 열리기도 하는 이곳에는 주방이 필수였는데 192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작한 주방 가구를 통째로 옮겨와서 쓰고 있다. 여기에 레트로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주황색 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사랑방 한 켠에는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을 마련하고 답답하지 않게 전면에 통유리를 달아 개방감을 줬다. 그가 갑자기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1970년대 브라운사 오디오의 소리를 들려주겠다며 틀었는데 웬걸, 잡음 하나 없이 깨끗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이건 가구와 조명을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출시된 지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전자 기기를 지금까지도 작동시킬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에게서 빈티지 가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졌다. “단순히 사재기를 하고 싶어서 모은 게 아니라 직접 사용하고 싶은 물건만 구입했어요. 물건은 자꾸 써야 오래간다는 게 저의 지론이에요.” 그가 수집한 가구들은 유럽 각지에서 공수한 것이지만 독일 빈티지 제품이 주를 이룬다.

그가 바우하우스 시대 디자인 가구의 매력에 빠지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슈투트가르트 미술대학에 입학했고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던 것. 그 후 10년간 독일에서 지내면서 크고 작은 벼룩시장을 드나들었고 독일 빈티지 가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고급 수종으로 장인이 정성 들여 만든 데니시 가구와 달리 독일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구는 플라스틱, 철재,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심미적으로 아름답다. 구조적으로도 매우 편리하기에 쓰면 쓸수록 그 가치를 더욱 알 수 있다. “1960년대 브레멘에서 만든 은색 조명과 촛대는 2000년대가 첨단 우주의 시대가 될 거라고 상상하며 만든 것인데 지금 봐도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받을 만큼 개성 있죠. 여러 개의 부품으로 나뉘어 각각 분리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어요.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독일의 유명 건축가 에곤 아이어만의 접이식 의자도 당시 학교 강당에서 많이 사용하던 것이에요. 작고 가벼우면서 마감과 구조가 매우 정밀하죠.” 물어보는 물건 하나하나마다 그는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냈다. 디자인사를 통달하고 빈티지 가구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 월정사에서 데려온 진돗개 월이를 보며 웃고 있는 임상봉 씨. 2 그는 이 테이블에서 지인들과 종종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1 독일에서 구입한 꽃잎 모양의 파티용 접시는 1970년대 제품. 2 주방 쪽에서 바라본 사무실 전경.

 

 

주황색을 메인 컬러로 한 주방.

 

빈티지 가구가 유행을 끌며 단순히 스타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빈티지 컬렉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뜨내기에게 소장하고 있는 것이 어떤 물건이냐고 물으면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고 “덴마크에서 산 거예요”라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디자인 역사와 이론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빈티지 제품이 ‘얼마짜리 가구’로 통용되기보다 잘 만든, 아름다운 물건을 찾아내고 즐겨 사용할 줄 아는 이들이 빈티지 수집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따름이다. 독일 유학 시절, 폐업하는 곳이 있으면 발품을 팔아 찾아가거나 버려진 것을 주워 오고 그러다 정 돈이 없으면 자신이 그린 그림과 바꾸는 등 그 역시 온갖 노력을 다했던 시절을 지나왔다. 빈티지 가구에 대한 그의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1 주황색을 메인 컬러로 한 주방. 2 주방에 놓은 붙박이장은 푸랑크푸르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1970년대 제품.

 

 

천장이 높아서 위쪽까지 선반을 달고 물건을 진열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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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레노베이션으로 완성한 세 식구의 집

셀프 레노베이션으로 완성한 세 식구의 집

셀프 레노베이션으로 완성한 세 식구의 집

인테리어에 대한 애정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부부가 있다. 수십 장의 시안과 도면을 그리며 셀프 레노베이션으로 완성한 세 식구의 집은 가족의 개성을 대변하는 보금자리이자 행복한 결과물이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인 홈 오피스 공간. 방 하나를 유리로 마감해 이색적인 공간으로 완성했다.

 

온라인 쇼핑몰 럭스위즈를 운영하는 정희주 실장 부부가 셀프 레노베이션한 집을 찾았다. 그들은 이 집으로 이사한 지 1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공사 기간은 2달 남짓 걸렸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예상보다 일은 더 커졌고 한동안은 집에 아무것도 두지 못하는 등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며 웃었다. 패션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직접 꾸미고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애착이 생겼다는 정희주 실장. “혼자 살 때는 물론 처음 신혼집을 얻었을 때도 집을 꾸몄어요. 단순히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도 깔고, 벽도 칠하며 셀프 공사를 시작했죠. 물론 공사 자체는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았지만 전체적인 설계나 시공 계획은 우리 부부가 직접 해왔어요.” 신혼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부부는 중학생인 아들과 반려묘 미엘이 함께하는 오붓한 가족이 됐고 집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희주 실장은 국내 유명 갤러리에 몸담있던 큐레이터였다. 갤러리처럼 과감하게 벽을 메우고 있는 그림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듯 큐레이터였던 그녀의 취향이 집 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도면을 구해서 최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어요. 58평형의 넓은 집이지만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구조나 스타일링이 필요했죠. 안방 욕실에는 세면대가 두 개 있어야 한다든가 방 하나를 터서 홈 오피스 공간을 만든 것처럼요. 가장 먼저 바닥의 난방 시스템이나 화장실 공사와 같은 기초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노만 코펜하겐의 놈 Norm 조명이 주렁주렁 매달린 다이닝 공간은 이 집의 백미다. 독특한 점은 원래 방이 있던 공간을 유리로 마감해 새로운 홈 오피스 공간을 만든 것. 일반 사무실에서나 적용할 법한 유리로 마감한 오피스 공간이 집 안을 더욱 이색적으로 만든다. “원래는 중학생인 아들이 컴퓨터를 할 수 있는 투명한 방이었어요. 방에 컴퓨터를 두지 않고 여기서 컴퓨터를 하도록 유도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도 옆에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온 가족의 작업 공간이 됐어요.” 홈 오피스 공간에는 긴 책상과 책장을 두었고 유리로 둘러싸여 외부와 어느 정도 분리되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여행을 다녀오며 사온 디자인 체어 미니어처 컬렉션.

 

 

창가 쪽에 TV를 둔 독특한 거실 구조. 식탁에 앉아서도 TV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주방 도구를 멋스럽게 걸어둔 부엌.

 

일자형이나 ㄱ 자, ㄷ 자 구조가 아닌 비정형으로 각이 진 부엌 구조도 재미있다. 셰프의 주방처럼 주방 도구를 고리에 달아 멋스럽게 연출했고 아일랜드 식탁을 두어 주방과 식탁이 놓인 다이닝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구매하는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에요. 마음에 드는 밥솥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기존 밥솥을 베란다 쪽에 두고 지낼 만큼 시각적인 디자인에 예민한 편이죠. 그래서 무엇을 하나 사더라도 우리 집에 어울릴지 신중하게 고민해요.” 부엌에서 현관 쪽 복도로 이어지는 부분을 돌로 마감한 것도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무실 마감재로 사용했던 포천석이란 돌인데 마음에 들어서 집 안의 일부에도 적용했다. 공사 당일 두툼하고 무거운 돌을 자르고 붙이느라 많은 이들이 수고했지만 자연스럽게 굴곡진 돌 마감재를 붙인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졌고 옆의 벽에 건 배병우 작가의 사진 작품과도 어우러져 상공간 같은 신선함을 안겨준다. 정희주 실장은 베란다를 확장한 창가 쪽에 TV를 두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식상한 거실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희주 실장은 베란다를 확장한 이들이 대부분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고 그래서 과감하게 창가 쪽에 TV를 두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식탁에 앉아서도 TV를 편하게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 TV를 놓는 공간으로 정한 ‘아트 월’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1 루밍에서 구입한 프린트를 액자로 만들어 거실 벽에 걸었다. 2 포천석으로 마감한 통로. 큐레이터였던 집주인은 벽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곳곳에 걸어두었다.

 

 

1 아들 방 옆에 건 방인희 작가의 작품. 2 거실 벽에 설치한 yoy의 ‘블로우 blow’선반.

 

 

벽을 거울로 마감하고 간접조명을 설치한 부부 침실. 밤에 불을 켜면 작품과 조명이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침대 맞은편은 tv를 비롯한 수납이 가능한 가구로 짜넣었다.

 

아들 방도 확장 공사를 진행해서 더욱 널찍해졌다. 붙박이장이 있던 공간을 확장하고 카트 선수인 아들이 레이싱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높이가 다른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또 침대 헤드보드도 수납장 겸 장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작해 좋아하는 소품을 올려두거나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아들 방문 앞에도 그렇거니와 모든 방에 숫자가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각자의 방마다 아들 생일, 결혼기념일, 게스트 화장실 옆에는 ‘시원’이란 뜻의 101을 붙였어요. 손님들이 와서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101이 써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에도 편하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큐레이터였던 정희주 실장은 집 안에 많은 미술 작품을 걸어두었다. 윤형근, 배병우, 유병훈 작가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부부 침실에는 헤드보드 쪽 벽을 거울 소재로 마감하고 그림을 달아서 아래쪽에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부부는 해가 지면 간접조명만 켜고 지낼 정도로 그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고 귀띔했다. 

 

집 안의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소소한 에피소드를 말할 수 있을 만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정희주 실장 부부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집주인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업체에 맡겨 최신 유행을 따를 수도 있었지만 부부는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만들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손때가 묻은 도면과 시안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데는 집에 대한 부부의 애정과 수고스러움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의 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1 ‘시원’이란 뜻의 101 푯말을 붙인 게스트 화장실. 2 침대 헤드보드 쪽으로 선반을 짜서 수납을 해결한 만든 아들 방.

 

 

카트 선수인 아들을 위해 방에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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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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