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에 울창한 숲 때문에 ‘숲의 나라’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의 한 마을에 있는 흙집 벽에 지금은 거의 잊혀진 신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마을 여자들이 되살려낸 아름답고 연약한 벽화는 원초적인 감동을 주는 보석 같은 예술 작품이다.
코바르는 결혼의 예술이다. 신랑은 첫날밤을 아내의 어머니와 이모가 준비한 아내 집에서 보낸다. 벽에는 숲 속 식물들과 동물들을 그려 넣었다. 우선 벽에 목탄을 섞은 검은색 흙을 발라 말린 다음 그 위에 고령토를 기본으로 하는 반액체 상태의 흰색 흙을 바르고, 대나무 붓이나 손가락으로 검은색 흙을 긁어내 검은색과 흰색이 대조를 이루는 모티프를 만들어낸다.
이곳에는 아직 신석기시대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숲의 나라’에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는 바로 여자들이다. 마을 여자들 덕분에 비하르의 고대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집 벽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남긴다. 풍요, 다산, 풍성함, 번영을 주제로 하고 식물, 물고기, 새, 동물을 주요 모티프로 그림을 그리는 이 예술가들은 대지의 여신 데비 Devi의 친숙한 이미지를 계승한다. 데비는 수확과 결혼 시즌과 관련된 성상들을 그리거나 수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데 노천 탄광과 흙 대신 벽돌을 사용하는 새로운 건설법이 개발되면서 이 고대 예술은 위기에 처했다. 위기를 막아내고자 하는 Intach(Indian National Trust for Art and Cultural Heritage)의 회원 불루 이만 Bulu Iman은 그 작품들의 생명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마을마다 여전히 12가지 이상의 각기 다른 스타일로 그려지고 있는 그림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중에서 코바르 Khovar와 소라이 Sohrai가 주요 작품으로 꼽히는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둘은 지금도 황토와 산화 철로 그려지고 있다.
고도로 상징화된 만다라 형태의 코바르는 몬순이 시작되는 1월부터 6월까지의 결혼 시즌을 주제로 한다. 이 시기에 젊은 아내가 데비처럼 숭배받는 의식이 치러지는데 그녀가 흑백으로 그리는 모든 것은 여신의 선물로 여겨진다. 우선 벽을 진흙으로 덮어 그녀가 이 진흙 캔버스에 맨손이나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소라이는 10월과 12월 사이에 이뤄지는 수확의 축제를 담아낸다. 컬러로 그리는 이 그림은 동물의 지배자로 잘 알려진 남신, 파슈파티 Pashupati를 표현한다. 종종 이 신은 식물과 물고기 또는 새들로 둘러싸인 황소나 코끼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독특한 전통과 기술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데비와 파슈파티의 정신이 ‘숲의 나라’에 있는 여러 마을을 계속해서 잘 보살피도록 말이다.
벨와라 Bhelwara 마을에 있는 이 집 벽에는 전체적으로 몬순 축제를 기념하는 컬러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주제는 풍요와 다산, 풍성함과 번영. 흙색 바탕에 붉은색 산화물과 황토, 흰색 고령토와 검은색 산화망간으로 모티프를 그렸다.
다산과 다작을 주제로 하는 소라이가 벨와라 마을에 있는 이 집의 마당 벽에 그려져 있다. 몇 달이 지나면 햇빛과 비가 이 그림들을 지울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아티스트들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가끔씩 자신의 개성을 살짝 가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전수된 이 ‘행위’의 힘과 위엄을 지키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