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과 닫힘이 있는 집

열림과 닫힘이 있는 집

열림과 닫힘이 있는 집

넓은 집의 전형적 코드를 탈피한 것은 물론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집. 시선이 열리고 닫힘으로 유쾌해진 타운하우스를 소개한다.


1 이집의 컨셉트인 열림과 닫힘의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거실. 벽을 따라 길게 만든 툇마루 개념의 공간이 이색적이다. 2 소파 주변으로는 패턴이 있는 쿠션과 카펫, 프랭크 게리의 위글 체어로 포인트를 주었다. 3 마당과 완전히 오픈되어 있던 안방에는 침대에 머물렀을 때의 시선 높이만큼 막고 나머지는 열린 벽을 만들었다. 

 

높은 천장고가 주는 개방감과 공간감, 비어 보이지 않을 정도만 놓여 있는 모던한 가구와 컬러풀한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 오브제가 독특한 거실을 만드는 데 일조한 이 집, 들어서는 순간 평범하지 않은 공간 디자인이 시선을 잡아끈다. 레노베이션에 들어가기 전 이 집은 웬만큼 넓은 집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커다란 샹들리에와 몰딩 장식으로 가득했던 화려한 집이었다. 집주인 유영 씨는 지오아키텍처의 이주영 소장에게 모던하지만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의뢰했고 가족 간에 소통이 많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은 물론, 집 안 곳곳에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간 막혀 있던 벽을 열린 벽으로 필요한 부분만 막는 방식으로 공간의 틀을 바꿨다. “시선이 열리고 닫힘으로 프라이버시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온전히 막힌 벽은 답답하기 때문에 각 공간의 기능에 따라 다른 형태의 열린 벽으로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습니다.” 거실은 높은 천장과 2층 전체에 열려 있었는데, 2층 복도에서 다른 높이의 사각형 모양의 문을 뚫어 만든 벽을 설치하고 천장의 경사로를 변경했다. 마당과 완전히 오픈되어 있던 안방은 침대에 머무를 때의 시선을 고려해 부분적으로 열린 벽을 만든 결과, 독특한 구조의 공간을 갖게 됐다. 

 

 


1 현관 입구에 자리한 다이닝룸은 거실과도 연결되어 있다. 2 음악을 좋아하고 공부하는 두 아들을 위해 지하에는 작은 음악 작업실도 마련했다. 3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공간에 컬러 포인트를 준 것. 2층 복도 옆 화장실 앞에 만든 휴식 공간에는 회색으로 칠했다.

 

작은아들 방 역시 최소한의 열린 벽을 설치하고 벤치를 만들어 아늑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이 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집 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복도와 계단을 이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기능을 불어넣은 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것. 계단의 일부를 벽을 따라 길게 모던한 툇마루로 만든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거실과 마주하는 작은 툇마루는 화장실 옆에 걸터앉기도 하고 요리하는 엄마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지나가는 동선이 아니라 머무르는 동선으로 만들어 거실, 화장실, 계단, 복도 그리고 주방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이런 개념은 1층 계단실, 2층 공용 화장실 앞 복도 그리고 지하 음악 작업실에 적용했습니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간 곳곳에 포인트 컬러를 준 것인데, 화장실과 드레스룸에는 노란색과 녹색 페인팅을, 안방 테라스는 외벽 재료인 벽돌로 벽과 바닥을, 현관 앞 복도는 진회색 페인팅과 사선 라인 조명을, 지하층은 회색과 파란색 페인팅을 적용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집 안에서 일탈을 꿈꿀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로 기능한다. 공간이 넓다 보니 웬만한 색다른 시도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어찌 보면 작은 집보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펼치기 힘든 것이 넓은 집의 단점이라면 단점일 듯. 이곳은 평수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디자이너와의 끊임없는 논의 끝에 포인트를 더할 부분은 강하게 주고, 비울 부분은 철저히 비운 집주인이 센스가 돋보인다. 

 

 


1 둘째 아이 방의 침대 옆으로 ‘ㄱ’자형으로 기다란 벤치를 만들었다. 여러명이 함께 앉을 곳이 많은 구조만 보아도 가족간의 소통이 원활한 것이 느껴진다. 2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AV룸. 3 지하에 있는 바. 파란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노래방이 있고 또 하나의 문을 열면 AV룸이 나오는 재미있는 구조를 띤다. 왼쪽으로는 작업실이 마련되어 있다.

 

 


2층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 몰딩  장식이 있던 벽난로를 거둬내고 심플한 디자인의 벽난로를 배치했다.

 

 

etc.

미니멀한 가구와 어울리는 생기 있는 포인트 아이템들.


틸러 사이드보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디자인의 사이드보드는 뽀로.

 

 


프린트 쿠션 독특한 도형미를 살린 쿠션은 헤이.

 

 


컬러 카펫 산뜻한 생동감을 주는 카펫은 헤이.

 

 


R50 스피커 포인트 소품으로도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는 지미스튜디오.

 

 


까레 디시즈 스툴 필립 니그로가 디자인한 스툴은 에르메스 라메종.

 

 


720 레이디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패브릭을 입은 암체어는 카시나.

 

 


세노바 소파 유닛을 확장할 수 있는 소파는 보컨셉.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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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사의 컬렉션

어떤 신사의 컬렉션

어떤 신사의 컬렉션

런던 중심가에 있는 건축가 존 손 경의 집은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보유한 거대한 장식장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 축적된 놀라운 예술 작품들에는 그의 폭넓은 취향과 컬렉션에 대 한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존 손 경은 베수비오 화산재가 삼켜버린 도시, 폼페이를 방문했을 때 눈여겨본 색 상인 폼페이 레드로 다이닝룸의 벽을 칠했다. 벽에 걸린 그림은 조슈아 레이놀즈 경 Sir Joshua Reynolds의 ‘The Snake in the Grass’. 그 옆 거울을 통해 존 손 경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 초상화는 토마스 로렌스 경 Sir Thomas Lawrence이 1829년에 그렸다. 

 

 


다이닝룸의 모습. 금빛을 띤 적갈색 유리창을 단 돔에서 햇빛이 쏟아진다. 천장 모퉁이에 있는 볼록거울이 이 지중해의 빛을 확산시킨다. 벽에는 책장을 둘러싸고 안젤로 캄파넬라 Angelo Campanella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고대 조각품 컬렉션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공간. 가운데 당당하게 자리 잡은 조각은 존 손 경 자신의 흉상이다. 프랜시스 챈트리 경 Sir Francis Chantrey이 1829년 조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빛이 가로지르는 돔 천장의 모습. 너무 많은 작품으로 치장된 삼중 겉창이 열린 모습. 영국 은행 건물 모형 위에 조각상이 솟아 있다. 고대 건축물의 부속으로 가득한 복도의 모습.

 

채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움이 좋은 사람도 있다. 존 손 경 Sir John Soane(1753~1837)은 분명 채움의 열망을 가진 쪽이였다. 네오클래식 스타일을 구현한 영국의 뛰어난 건축가, 존 손 경은 런던의 영국 은행 건축으로 특히 유명하다. 그는 런던 중심가인 홀본 Holborn에 자리한 자신의 집에 아트 컬렉션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담아냈다. 그의 집에는 3만 장의 건축 데생과 에스키스, 그림 등이 뒤섞여 있는데 그중에는 이탈리아 화가 카날레토 Canaletto의 작품 3점을 비롯해 프랑스 화가 바토 Watteau, 영국 화가 터너 Turner와 윌리엄 호가스 William Hogarth의 작품도 여럿 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와 중세, 르네상스 등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도 상당히 많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돼 건축과 학생과 건축 애호가들을 위한 일종의 ‘건축 아카데미’가 되었다. 그 어떤 것도 손대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건축 분야의 참고서 격인 옥스퍼드 건축사전에는 이 기상천외한 집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유래가 없을 만큼 예술 작품들로 가득 차 있으며, 열의를 다해 공들여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집 안으로 빛을 들이려면 그림과 데생으로 가득한 삼중 겉창을 하나씩 열어야만 하는데, 이는 ‘축적’에 대한 그의 엉뚱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한 예에 불과하다. 존 손 경의 이러한 바로크적이고 기괴한 컬렉션이 그의 뛰어난 재능을 가리지는 못한다. 로열 소사이어티 Royal Society의 회원이자 왕립 아카데미 건축과 교수였던 그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와 11번지에 자리한 영국 총리와 재무부 장관 공관의 절제된 다이닝룸 인테리어와 런던의 덜위치 픽처 갤러리 Dulwich Picture Gallery 등을 건축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은 묘비는 1920년 영국 전화 부스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지금도 시간을 망각한 이 작은 박물관은 해마다 1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장식된 난간이 달린 큰 계단이 층계를 감싸 안는다. 계단을 오르며 중세의 저부조와 조각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고대의 헤르메스 조각상이 자연광을 받아 빛난다. 

 

 


각양각색의 중세 두상과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방은 ‘수도사의 응접실’이라 불린다. 존 손 경은 이 방이 ‘파드레 지오반니 Padre Giovanni’라는 가상의 수도사의 응접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친구들을 이 방으로 불러 차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앞쪽에 보이는 유리문은 이곳의 교회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벵상 티베르 Vincent Thi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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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Harmony

Creative 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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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북쪽에 자리한 조 베리맨의 집은 빅토리안 스타일과 강렬한 컬러가 어우러져 춤을 춘다. 여러 요소가 잘 혼합되어 독특한 개성으로 충만했다.


전형적인 빅토리안 스타일의 계단에 파란색 벽과 대조를 이루는 레드 카펫을 깔았다. 벽을 칠한 파란색 페인트는 패로&볼 Farrow&Ball의 ‘자일스 블루 Giles Blue’. 

 

 


통유리창 덕분에 빛이 굉장히 잘 드는 새로운 건물에는 다이닝룸을 마련했다. 조는 이 공간에 예상치 못한 요소들을 가져와 유머를 더했다. 창문 앞에 거대한 레이스 패널 커튼을 달아 극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테이블과 의자는 한스 베그너 Hans Wegner가 디자인한 것으로 칼 한센&선 Carl Hansen&Son 제품. 벽에 건 사진은 잭 버튼 Jack Burton의 작품.

 

 


패션 분야에서 일했던 조 베리맨은 자신의 드레스룸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욕실에 드레스룸을 만들어 더욱 드러나게 했다. 욕조는 앨비언 바스 컴퍼니 Albion Bath Company 제품. 샹들리에는 스위트 피스&윌로 Sweet Peas&Willow 제품. 소파는 서커스 Circus 제품. 러그 ‘골드 링 Gold Ring’은 데이비스 록웰 Davis Rockwell이 디자인한 것으로 더 러그 컴퍼니 The Rug Company 제품. 

 

 


거실에는 휴식을 위해 텔레비전을 놓지 않았다. 1970년대의 절충주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파란색 소파는 런던 앤티크숍에서 구입했는데 루이스 앤 우드 Lewis and Wood의 벨벳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벽에 칠한 페인트 ‘찰스턴 그레이 Charleston Gray’는 패로&볼 제품. 벽에 건 그림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세라믹 조각상은 피에르 윌리엄 Pierre William의 작품.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낮은 테이블 위에는 CTO 라이팅 CTO Lighting의 조명을 올려놓았다. 

 

영국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조 베리맨은 녹음이 우거진 런던 햄프스테드 Hampstead에 살고 있다. 이 동네는 19세기 말부터 수많은 작가와 배우, 유력 인사들이 거주해온 부유한 곳이다. 빅토리안 시대에 지어진 5층 집에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엔사이클 Encycle’의 대표이자 그녀의 남편 필립 베르크비스트와 한 살 된 딸 로미 그리고 그녀가 록 그룹 콜드플레이 Coldplay의 기타리스트 가이 베리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홉 살 된 딸 니코와 함께 살고 있다. 막내딸이 태어나면서 그녀는 이 집의 인테리어를 다시 손보게 되었다. 조의 친구인 일본 출신의 건축가 다케로 시마자키가 작업을 도왔다. 레노베이션하는 데는 총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집 뒤에 새 공간을 만들고 층도 하나 더 높여서 확장하는 큰 공사였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새로운 건물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클래식한 집에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한다. 조는 이런 스타일의 혼재를 ‘불완전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옛집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두 가지 스타일을 중첩시켰어요. 고전과 현대적인 두 가지 감성이 각각 두드러지죠.” 그녀가 설명했다. 조는 각각의 공간에 디테일을 강조하고 질감과 색을 다양하게 펼쳐냈다. 곳곳에 예술 작품도 배치했다. 그녀가 주력한 부분은 바로 팝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거실부터 부엌 그리고 욕실과 계단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제게 작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에너지 넘치는 데커레이션을 과감하게 선택하라고 부추겨요.” 그녀의 이런 생각은 밀라 쿠니스와 애쉬튼 커처 같은 영화배우를 매료시켰다. “제가 추천하는 색상들은 창의적인 발상을 자극해요.” 그녀의 이런 확고한 자신감 때문에 할리우드 전체가 그녀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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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베네딕트 오세 Benedicte Au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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