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집이란 얼마나 편안하고 아름다운가. 옷을 디자인하는 아내와 빵을 굽는 남자의 물건으로 채운 이 집은 풍요롭기 그지없다.

앤티크 거울과 긴 원목 식탁으로 포인트를 준 거실.
패션 디자이너로 동대문에서 도매 매장 노 프라미스 no promise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민 씨와 제빵사인 남편 김형남 씨는 경기도 오포에 신혼집을 구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집의 천장이었다 . 로프트 하우스처럼 나무 패널로 마감된 사선 형태의 천장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이 집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혼 전에 사용하던 가구 등을 거의 다 두고 와서 새로 구입한 것들이 많아요. 출장을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사온 소품들로 집 안을 꾸몄어요. 가구를 최소화하고 싶어서 정말 필요한 가구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소품에 힘을 실었어요.” 감각적인 부부의 취향은 데커레이션에서도 느낄 수 있다. 거실에 놓인 긴 테이블에는 이태원 앤티크숍에서 구입한 골드 프레임의 큰 거울을 올려두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늘색 시트지를 붙여 새롭게 레노베이션한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는 컴퓨터를 올려둬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다.
간단하게 식사할 때는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을 활용하지만 근사하게 분위기를 내서 식사하거나 손님이 놀러 왔을 때는 거실의 큰원목 테이블을 사용한다. 클래식한 프레임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과 더불어 거실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빵을 굽는 남편을 위한 방도 마련했다. 갖은 양념과 조리 도구, 오븐이 있는 방으로 가구를 두기에는 방이 좁아서 벽을 둘러 블랙 컬러의 선반을 제작했다. 선반 위에는 각종 생활 잡동사니를 박스에 담아 깔끔하게 보관하며 한 켠에는 아내의 패션 관련 아이템과 간단한 화장품 등을 올려두었는데, 선반으로 가구를 통일하니 무엇을 올려놓아도 정돈된 느낌이다.

거실 한쪽에는 출장을 다녀올 때 사온 좋아하는 소품들로 장식했다.

키카 큰 식물과 오디오, 액자 등으로 꾸민 코너.
침실은 부부의 또 다른 취미 공간이다. TV를 침실에 두고 남편이 좋아하는 피규어로 책장을 장식했다. 스케이트보드와 서핑보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그리고 음료 보관용 작은 스메그 냉장고 등 잠만 자는 침실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쉬고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셋집이기 때문에 집 안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바꾸지는 못했지만 공사를 한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시트지의 역할이 컸다. 기존의 주방 가구나 문틀, 섀시 등을 시트지로 마감해 새것처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것. 문과 문틀, 유행이 지난 디자인의 현관 중문, 주방의 상부장과 하부장 등을 모두 시트지로 마감해 멀리서 보면 마치 도장을 한 것처럼 깔끔한 느낌이다 . “막연하게 시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시트지를 붙였다가 오히려 울룩불룩해지거나 티가 나서 지저분해 보일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출시되는 시트지는 전문가가 시공하니 곡선 부분도 깔끔하게 마감되어 놀랍더라고요.

책과함께 남편이 좋아하는 피규어를 모아둔 침실.

원래 있던 유리 중문을 나무로 막아 리폼했다. 신발이 많은 부부는 박스를 활용해 신발장을 정리했다.

사선 형태의 나무 천장이 특징인 이경민, 김형남 씨의 집.
특히 주방의 하늘색 시트지는 집 안에서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산뜻해 보이고 공간에 색감을 불어넣어 만족스러웠어요.” 또 이 집에는 적재적소에 놓인 액자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로 해외 출장에서 사온 프린트를 벽에 걸거나 액자 작품을 곳곳에 두었는데 침실에 걸린 그림은 그림 렌털 스튜디오인 오픈 갤러리를 통해 렌털 중인 작품이다. 원하는 기간 동안 작품을 감상하다 싫증이 나면 다른 그림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로, 침실에 어울릴 만한 작품을 선택해 처음 시도했는데 만족도가 높다.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좋아하는 아이템을 늘어놓는 것은 꽤 난이도가 있는 인테리어 연출법이다. 자칫 지저분하거나 공간이 창고처럼 산만해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건이 많은 집이 정돈되어 보이기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경민, 김형남 씨의 신혼집은 물건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계획된 듯 알맞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식탁 아래 둔 사람 모양의 묵직한 도어 스토퍼, 리스처럼 말아 올려둔 식물 잎사귀, 냉장고 위의 오브제 등 집주인의 위트를 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연출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직장과 집의 거리가 꽤 멀어서 이사를 고민 중이라는 부부, 어디로 이사하든 부부에게 이 집은 신혼집 이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침실은 부부의 또 다른 놀이터다. TV를 볼 수 있는 라운지 체어와 스케이트보드 등을 두어 캐주얼한 분위기다.

다양한 바스켓 종류를 활용해 깔끔하게 정리한 방.

블랙 스메그 냉장고로 포인트를 준 주방. 가지런히 정돈된 커피 도구들과 클래식한 그림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