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a painting

Like a painting

Like a painting

과감한 색으로 벽에 온통 페인트를 칠했다. 그리고 컬러풀한 바탕 안에 디자이너인 남편의 작품과 우리가 아끼는 물건들을 툭툭 놓았다. 컬러가 지배하는 우리의 신혼집은 마치 그림 같았다.

크기 86.94㎡ 타입 빌라 전세 구성원 부부 예산 4000만원

남편은 우리 집을 보고 ‘그리스 산토리니’ 같다고 했다. 나는 푸른색을 배경으로 한 정물화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 짙은 프루시안 블루, 청보라에 가까운 하늘색, 아주 밝은 회색 세 가지 색 페인트를 실내에 적극 사용해서도 그렇지만 의도치 않게 예산 문제로 목공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시멘트로만 벽을 마감해 울퉁불퉁한 질감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한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우리 부부는 3층 규모의 빌라 전체를 신혼집으로 얻은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각 층을 오갈 때마다 외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핸디캡마저도 재미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 층당 9평 정도의 면적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원래 각 층에 한 가구씩 살았던 오래된 빌라였기에 개조가 필수였다. 지인인 집주인은 세입자인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집을 고치도록 허락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지하는 남편의 작업실, 1층은 주방과 거실, 2층은 드레스룸과 침실로 구조를 변경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예산은 4천만원. 빌라 전체를 수리하기에는 빠듯한 금액으로 철거, 섀시 교체, 페인트 도장, 전기 공사, 각 층마다 있는 욕실을 수리하고 주방을 새로 시공했다. 또 1, 2층의 바닥에는 데코 타일을 깔았다. 꽤 많은 부분을 수정했지만 최소한의 금액으로 진행된 탓에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챙겨야 하는 디테일한 부분은 우리 몫이었다. 집을 고치면 누구나 겪는 마음고생을 처음으로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좁은 집에 일반적으로 권하는 흰색을 추천했지만 여느 집과 달라 보이고 싶었던 우리는 컬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모노톤의 인테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색이 대략 천만 가지라는데, 자연이 준 이런 특혜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디자인 전공자인 나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남편은 이런 점에서 의견이 잘 맞았다. 컬러를 한껏 머금은 벽면은 채광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달라 보인다. 어느 때에는 더없이 화사해졌다가 어떤 때에는 한껏 차분해지는데 그 작은 공간이 아주 변화무쌍하다. 아무튼 결론은 하나다. 컬러를 어려워하지 말 것!

1 색과 소재의 대비
하늘색 벽과 갈색 유리 조명, 시어 커튼. 우리는 색과 소재에서 오는 대비감을 좋아한다. 대리석 오브제는 남편의 작품, 현무암 문진과 북엔드는 서정화 작가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2 밖이면서 안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엄밀히 말하면 야외이지만 실내처럼 벽시계를 걸고 선인장 화분을 두었더니 온실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3 블루 그리고 블루

침실로 이어지는 공간은 두 가지의 블루 컬러가 극명하게 만나는 곳이다. 색이 점차 어두워지도록 배색한 것인데, 덕분에 공간감이 한층 깊게 느껴진다.

 

4 문 없이도 다른 공간
반지하에 마련된 서재. 바깥은 짙은 파랑으로 방 안은 밝은 회색으로 칠했더니 문이 없어도 공간이 나뉘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5 파란 대문 앞에서
남편인 김진식 작가와 나. 푸른색의 공간은 검은색 대문을 열면서부터 시작된다.

 

6 물건의 재구성
다이닝 공간 겸 거실. 하늘색 배경을 중심으로 흰색 커튼과 이케아에서 산 원형 테이블, 카르텔의 루이 고스트 체어를 두었다. 커튼을 제외한 모든 물건들은 서로가 결혼 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이 공간에 재조합해놓았다.

 

7 에메랄드색 주방

주방에는 파랑과 초록의 중간색인 에메랄드 컬러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단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는
이유로 골랐는데, 덕분에 주방에 자주 오고 싶어지는 효과가 생겼다.

 

8 바닷속 침실
침실에는 어두운 색을 사용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짙은 파란색 벽으로 칠한 침실에는 붉은색 산호가 그려진 침구를 선택해 대비를 주면서도 ‘바다’라는 테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연출했다. 침구는 모두 자라홈, 벽에 걸어놓은 오로라 그림은 강연지 작가의 작품, 플로어 조명은 아르떼미데 제품으로 두오모에서 구입했다.

 

9 어둠에서 밝음으로
서재 맞은편에 있는 작업 공간. 짙은 파랑으로 칠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시선이 열리도록 했다.

 

10 좁고 긴 욕실
2층 욕실은 폭이 좁아서 일자로 길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긴 타원형의 욕실 거울은 남편이 디자인한 것. 벽에 걸어놓은 오래된 그림은 신혼여행에 갔을 때 취리히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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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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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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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무민 원화전을 볼 수 있는 기회.

하마를 닮은 백색 트롤(북유럽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 무민 Moomin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주목!  무민의 고향인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무민 원화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무민을 탄생시킨 ‘토베 얀손 ToveMarika Jansson ’이 생전 직접 그린 원화부터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까지 70여년이 넘는 무민의 연대기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약 350점의 원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하우스 등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국내에 전시될 무민 원화는 현재 핀란드 탐페레 무민 박물관, 무민 캐릭터스, 헬싱키 시립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 특히 이번 전시는 무민 저작권자 소피아 얀손 Sophia Jansson , 핀란드 탐페레 무민 박물관 등을 비롯해 한국의 노루페인트팬톤색채연구소가 함께 큐레이션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시는 9월2일부터 11월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 관람료는 성인 1만3천원, 중고생 1만1천원, 어린이 9천원. 문의 www.moomin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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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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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위치, 문 손잡이 하나까지 원하는 것으로 채운 나의 두 번째 집을 소개한다.

크기 102㎡ 타입 아파트 구성원 부부, 반려견 3마리 예산 3800만원

집 안 구석까지 빛이 드는 커다란 창과 아파트에는 흔치 않은 다락방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한 두 번째 집. 첫 집에서 벽 페인트칠부터 가구 리폼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쳤던 경험이 있었고, 이사 계획이 없었을 때도 여행지에서 전기 스위치나 문 손잡이를 사모았을 만큼 디테일에 집착하는 타입이라 이 집도 역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시안을 잡고 자재를 고르는 등의 디자인은 내가, 계단과 단열 공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몇 번의 스튜디오 공사 경험이 있는 포토그래퍼인 남편이 담당했다. 가구와 조명은 거의 그대로 옮겨왔고 화이트, 짙은 네이비, 약간의 우드 소재를 더한 컬러 팔레트도 그대로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첫 집과 비슷하다. 다만 3년 동안 살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을 수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첫 집에서는 거실과 침실 모두 밝은 형광등 대신 펜던트 조명만 사용했는데 살짝 어두웠던 게 사실. 이번에는 동선을 따라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실링팬과 무토의 언더 더 벨 조명으로 포인트를 줘 밝기도 보완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살렸다. 세 개의 방에는 따스한 오크 컬러의 헤링본 마루를 깔았지만 세 마리의 반려견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과 부엌에는 청소하기 쉽게 연한 그레이 타일을 사용했다. 지난번 집에서 답답하게 느껴졌던 싱크대 상부장을 없애고 메인 싱크대 맞은편에 서랍식 싱크대를 추가해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보기에 예쁘면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신경 썼다. 집 구석구석을 원하는 것들로 고집스럽게 꾸몄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은 없지만, 부엌과 침실은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그레이 싱크대와 한 달을 넘게 고민하다 막판에 고른 오크 소재의 싱크대는 원래 쓰던 스틸 소재의 선반이나 가전제품과도 잘 어울리고 수납도 짱짱하다. 침실에는 오랫동안 눈여겨봤던 마키시 나미의 책장과 보르게 모겐센이 디자인한 빈티지 이지 체어를 뒀다. 자기 전 따뜻한 차 한잔과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아파트 탑층의 서비스 공간인 다락방은 간이 사다리가 달려 있어 이전 주인이 창고로
썼는데, 프레임을 짜 계단을 설치하고 단열 공사도 새로 해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남편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물론 셀프 인테리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수전이나 콘센트, 붙박이장 손잡이까지도 직접 알아보느라 발품을 팔았고, 나와 취향이 미묘하게 다른 남편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다. 용도를 정하지 못한 방 하나는 비어 있고, 거실 테이블의 의자는 어떤 걸 구입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고, 액자도 걸지 못한 미완성의 집이지만 조급하지 않다.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 천천히 채울 예정.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질 집의 모습이 기대된다.

1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하는 공간
거실과 주방은 강아지들이 물을 흘리거나 배변 실수를 해도 신경을 덜 쓰도록 타일로 마무리했는데, 시원하고 쾌적해서 사람은 물론 강아지들의 만족도도 높다. 튼튼한 계단은 이층집 주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부분.

 

2 클래식한 포인트를 준 거실
따뜻한 베이지 컬러의 중문 옆으로 첫 신혼집의 다이닝룸에서 쓰던 빈티지 캐비닛을 놓아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집 안 분위기에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3 하루를 마무리하는 침실 한 켠
침실에는 침대와 책장, 보르게 모르센의 빈티지 이지 체어만 두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하기 좋은 공간이다.

 

4 부부의 작은 로망이었던 현관
나의 로망이었던 마블 타일과 베이지 컬러의 중문, 남편의 로망이었던 오크 원목으로 만든 벤치 등 서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사이좋게 골라 꾸민 현관.

 

5 파우더룸을 대신하는 화장실
뷰티에디터인 직업상 화장품 수납이 늘 신경 쓰였는데, 안방 화장실을 완전히 건식으로 꾸미고 세면대 하부장과 거울이 달린 수납장으로 파우더룸 대신 사용한다.

 

6 집 안의 중심이 되는 거실
첫 번째 신혼집에 비하면 간결하게 꾸미고 싶어 스트링 시스템 선반과 커다란 테이블, 소파 등 필요한 가구 몇 가지만 두었다. 지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거나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

 

7 포인트가 되는 화분들
화분 몇 개만 놓아도 집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신혼집에 있던 화분들 외에 이 집에 어울리는 야자나무, 몬스테라 등을 추가로 들였는데 매일 자라는 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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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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