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양영옥 마스터와 박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부의 집은 신혼부터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은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기장과도 같다. 그들이 함께 써온 일기장을 구경하러 성북동으로 향했다.

집주인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거실. 동양적인 금산죽 아래로 앤티크한 소파와 젠 스타일의 소품 그리고 유니크한 디자인 가구를 매치해 퓨전 스타일을 연출했다. 황새 조명과 코끼리 오브제는 각각 스페인과 태국 출장 때 구입했으며, 지금은 단종된 론 아라드 디자인의 라비올리 체어는 비트라, 검은색 투명 수납장은 카르텔에서 구입했다.

기다란 구조의 2층 복도 끝에는 서재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아름다운 모빌을 감상할 수 있다.
제일기획에서 1994년부터 일한 양영옥 마스터 는 국내에서 성공한 수많은 광고 를 제작한 광고계의 거물로 불린다. 2007년, 2009년, 2013년 대한민국 광 고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매년 각종 상을 휩쓸었을 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안목과 감각 그리고 예민한 촉을 가진 사람이다.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과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의 광고도 그녀의 손 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이런 특별한 감각을 소유한 이의 집을 촬영하는 일은 기자로써 큰 행운이다.

보리수나무를 심은 마당에서 포즈를 취한 가족들. 왼쪽부터 양영옥 마스터, 시어머니, 늦둥이 아들 박준희 군, 이번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서 상경한 고3 딸 박현영 양, 박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성북동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 만난 집은 겉에서 봤을 때는 구조를 전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비밀스러웠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는 동시에 탁 트인 초록 정원이 펼쳐진 커다란 마당을 마주하게 된다. 양영옥 씨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난 9년간 함께해온 이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다. “첫아이가 4살 때 성북동으로 이사 왔고 둘째가 생기면서 좀 더 큰 집에 살고 싶어 9년 전에 마당이 넓은 이 집으로 이사했어요.” 부부가 마당 있는 집과 인연을 맺은 건 신혼부터였다. 사내 연애를 하고 결혼한 부부는 24 평 아파트에서 신혼을 보냈는데 주택에 대한 로망이 공통분모라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마당이 있는 집을 얻었다. 이들이 정원이 있는 마당에 대한 애착이 큰 이유가 궁금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저 때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고 항상 주변 환경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미지, 색상, 움직임, 문양 그리고 질감 등 시각적인 것에 매우 관심이 많아요. 그 중심에는 늘 자연이 있었죠.”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은 마치 갤러리 같다. 꽃이 활짝 핀 윤상식 작가의 사진 작품 아래에는 임스의 라운지 체어를 정원을 바라보게 배치해 거실에서도 초록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다이닝에 있는 대리석 테이블은 르마블, 빈티지 의자는 인디테일에서 구입했다.

대칭 구조와 데커레이션이 재미있는 부부 침실. 맞춤 제작한 침대의 양 옆으로 와츠에서 구입한 조명을 설치했다. 침실에서도 거실과 같이 하나의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 뒤섞인 감각적인 연출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족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우리 집 문화 때문이에요. 집 안에서 TV를 보는 대신 마당에서 바비큐를 굽거나 줄넘기를 하는 등 야외 활동을 많이 해요. 아직 어린 늦둥이 둘째가 마음껏 뛰놀기도 하고 요. 두 아이 모두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굉장히 자유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직사각형으로 기다란 구조를 가진 집 1층에는 시어머니의 방과 거실, 다이닝이 자리하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부부 침실과 두 아이의 방 그리고 서재가 있다. 1층 거실은 이 집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부부의 내공이 있는 감각을 읽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버튼다운 앤티크 소파 주변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르텔의 플라스틱 수납장과 비트라의 라비올리 의자 그리고 양난을 매치한 퓨전 스타일이 감각적이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서적을 보기도 하고 가구숍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해요.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꽃꽂이도 즐겨요.”

부부 침실 앞에 자리한 2층 거실에서는 도심의 풍경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불야성을 이루는 야경이 장관이다.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있는 기다란 창문은 원래 막혀 있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9년 전 만든 창문이다.

2층 욕실에는 카르텔의 보라색 거울을 배치했는데, 얇은 형광등으로 주변을 둘러 색다른 미감을 주는 공간을 만든 것도 안주인의 솜씨.

부부 침실의 욕실 벽을 장식한 다양한 가족 사진.
정원과 이웃해 있는 다이닝 공간은 여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대리석 테이블 과 빈티지 체어를 배치했다. 다이닝 공간에서 주목할 점은 검은색 유리로 보이는 벽면인데, 벽 안에 미러 TV가 내장되어 있다. 2층 부부 침실은 모던클래식으로 신혼 때부터 쓰던 가구를 창가 쪽에 배치했다. 부부 욕실에는 오래전 구입한 안나프레즈의 베네치안 거울이 장식되어 있고, 그 옆으로 걸려있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젊었던 부부의 모습이 담긴 추억의 사진들이 이채롭다. 욕실뿐만 아니라 집 안 곳곳에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많은 것이 눈에 띄는 데, 액자만 봐도 가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기다란 복도를 지나 아이들 방 끝에 자리하는 서재는 이 가족의 역사와 취향과 한눈에 읽을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큰딸 현영이가 그린 감각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도심 한가운데서 이렇게 여유로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충분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높 이 솟아오른 아파트 대신 보리수나무 사이로 탁 트인 파란 하늘을 보며 생활하는 이 가족의 역사에 <메종> 촬영이라는 기록이 한 줄 추가되었다.

아트 히스토리를 전공하고 싶다는 큰딸 현영이의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 걸려 있는 서재. 부부가 신혼 때 구입한 의자와 테이블을 새로 칠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