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블루보틀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로스터리와 카페를 한 건물에서 즐길 수 있는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은 커피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도 찾아갈 만큼 공간과 커피 맛, 자체 프로그램으로 탄탄한 준비를 마쳤다.

군더더기 없는 마감으로 공간을 간결하게 비워 낸 블루보틀 서울 1호점.
공사 중인 벽돌 건물에 파란 병 모양의 로고가 설치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이 성수동에 문을 연 것이다. 공간 설계는 스케마타 아키텍트 Schemata Architects의 조 나가사카 Jo Nagasaka가 맡았고, 로스터리는 1층, 카페는 지하에 위치한다. 유리창이 많고 간결한 콘크리트 구조만 존재해 은은한 햇빛이 지하까지 파고들었다. 따뜻한 색감의 호두나무로 만든 가구가 놓인 홀과 커피를 내리는 카운터, 바리스타 클래스와 커핑 Cupping을 위한 공간이 직관적인 동선을 따라 구분돼 있었다. 과거 공장이 많았던 성수동과 어울리는 자재나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도 블루보틀 이곳만의 개성이다. 블루보틀의 역사는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흥미롭다. 17세기 후반 터키군이 비엔나에 남기고 간 원두로 탄생한 중앙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 이름이 바로 블루보틀 Blue Bottle이다. 지금의 블루보틀은 이 커피 하우스에 대한 오마주로, 2002년 제임스 프리먼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클라리넷 연주가였고, 소규모 원두를 로스팅하며 블루보틀을 시작했다. 지나치게 볶지 않아 원두의 맛과 향을 살린 블루보틀 커피는 충성심 있는 마니아층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파란색 물병 로고에 환호했다.

공식 오픈 준비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 중인 블루보틀 서울 1호점.

숙련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깔끔한 맛의 핸드 드립 커피.

서울 1호점에서는 로스팅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매장인 블루보틀 서울 1호점에서는 블루보틀만의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를 비롯한 커피 메뉴와 메종엠오 Maison MO와 협업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 로스터리가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늘 최상의 원두를 맛볼 수 있으며, 카페 안쪽에는 트레이닝 랩 공간이 있어 숙련된 바리스타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계획이다. 팬들을 위한 블루보틀의 굿즈도 놓치지 않았다. 로고가 새겨진 컵부터 커피 관련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으며 내부에는 김형학 플로리스트와 협업한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공간에서 꽃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루보틀의 철학이기도 하다. 블루보틀이 서울에서 써내려갈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2호점으로 내정된 삼청점은 지역 분위기를 살려 한국 전통의 멋과 주변 경치를 끌어안을 것이다. 유독 커피 애호가들이 많고 카페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출사표를 던진 블루보틀이 어떻게 적응하며 나아갈지 사뭇 기대된다.

적색 벽돌과 컬러 대비를 이루는 블루보틀의 로고.

블루보틀 마니아층을 위한 굿즈 코너.

적색 벽돌로 긴 테이블을 만든 단체석.

공간 곳곳에 놓인 김형학 플로리스트의 꽃 장식.

공간만큼이나 심플한 메뉴판.

최상의 원두 맛을 내기 위한 로스터리 공간.

매일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원두 테스트를 거친다.

1층에는 로스터리 공간이, 카페는 지하에 있지만 아래로 빛이 잘 내려오는 구조여서 전혀 어둡지 않았다.

메종엠오와 협업한 베이커리 메뉴.
MINI INTERVIEW
조 나가사카의 공간 미학
일본 블루보틀의 매장을 설계한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조 나가사카가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의 설계를 맡았다. 장식을 배제한 구조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사용자와 콘텐츠를 돋보이게 만드는 그의 건축적인 재능은 이번 매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이 오픈하는 성수동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인가? 성수동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네를 둘러보니 오래된 공장도 있고, 아티스트가 관여했을 법한 새로운 카페도 보였다. 멋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혼재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나름의 존재 방식이 흥미로웠다.
일본의 블루보틀은 지역성을 확실하게 반영하는 듯했다. 서울 1호점이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인 이유가 성수동이라는 지역성과 연관 있는가? 블루보틀의 일본 1호점인 블루보틀커피 기요스미 시라카와 로스터리&카페와 마찬가지로 로스터리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1호점의 카페 공간은 로스팅 공장에 카페가 위치한다는 것이 설정이었다. 지금 계획 중인 2호점은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서울의 다른 카페나 상업 공간을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5년 전쯤부터 일하며 서울과 인연을 맺었는데, 그때와는 많이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다. 특히 성수동에 재미난 가게가 많아지는 듯하다.
보통 카페는 밝고 개방적인 1층을 선택하는데, 서울 1호점은 오히려 반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지금 건물 앞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량이 많고 옆의 도로는 안정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1층에 로스터리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두나 재료의 반입을 생각하면 1층에 로스터리가 있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지하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라 안정적인 느낌의 카페를 배치했다.
건축가는 가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울 1호점의 가구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서울에서 식사할 때면 스테인리스로 만든 젓가락이나 식기류를 자주 사용하고 지하철 내부나 역사에도 스테인리스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일본보다 스테인리스가 저렴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차가운 인상을 줄 수 있어서 가구는 온기가 느껴지는 짙은 색상의 목재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