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아늑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청담동의 복층 빌라.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리듬감 있는 천장과 크고 넓은 창을 만들었다. 여기에 아트 작품까지 더하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거실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창과 부엌에 걸린 스타스키 브리네스의 그림 작품, 그 옆 창문에서 들어오는 채광이 집을 한껏 아늑하게 만든다.

밝은 실내 인테리어와 달리 원목과 그레이 톤으로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현관 입구.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주택은 한적해서 좋지만 가끔 불편함이 뒤따른다. 반대로 현대식으로 지어진 깨끗한 새 아파트는 획일화된 구조로 지루함을 안길 수 있다. 그런데 전원주택과 아파트가 주는 장점만을 취합해 집주인의 취향을 여실히 담아낸 집을 만났다. 바로 PR 대행사 온피알 박윤정 대표의 집이다. 집 밖을 나서면 청담동의 명품 거리가 즐비한 동시에 강원도 어딘가의 한적한 자연 풍광이 펼쳐지기도 하는 이 집은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고 있다. 이 집은 고급 주택을 설계한 경험이 많은 디자인에이쓰리의 한광현 실장이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완전히 뜯어고쳤다. “중간 계단만 제외하고 모든 구조가 바뀌었다고 보면 돼요. 50년 넘은 오래된 빌라였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구조를 세밀하게 검토한 후 철거를 진행했고 재설계를 시작했죠.” 거의 재건축 수준의 공사가 들어간 셈이다. 한광현 실장은 “이 빌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풍광을 살리고 싶었어요. 저 역시 청담동 한복판에 이렇게 숲으로 둘러싸인 아지트 같은 집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죠. 우선 가장 먼저 주변의 자연 풍광을 살려야겠다는 것이 주된 목표였고 집의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화이트 베이스에 모던한 원목 마루를 깔았어요”라고 말했다.

e15의 원목 다이닝 테이블과 놀 체어, 보치의 펜던트 조명으로 완성한 다이닝 겸 거실.

미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 매지코의 스피커. 소리를 잡아주는 흡음 패널이 마치 작품 같다.
설계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작년 여름 내내 힘들게 완성한 프로젝트였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오래된 빌라지만 무엇보다 주변에 나무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채광을 우선시해달라고 실장님께 요청했는데 아주 잘 반영해주었어요.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계단이 꺾이는 곳마다 큰 창과 작품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었죠.” 박윤정 대표가 덧붙였다. 이 집은 거실 풍경이 독특하다. 커다란 소파가 거실 한가운데 자리하는 평범한 거실 모습과 달리 길고 너른 다이닝 테이블과 오디오 시스템이 있다. “저는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과감히 거실에 테이블을 두고 소파는 다락 층에 두어 쉴 수 있도록 했어요.” 그녀의 설명이다. 이 집은 원체 층고가 낮아 천장에 심혈을 기울인 케이스다. “이 집의 단점 중 하나가 굉장히 낮은 층고예요. 높이 2m 30cm 정도로 성인이 팔을 들었을 때 쉽게 닿을 수 있을 만큼 낮고 플랫해요. 공사 시 에어컨을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했고 상당히 많은 변수가 뒤따랐지만 살릴 곳은 살리고 장소에 따라 낮출 곳은 낮추면서 리듬감을 부여했어요”라며 한광현 실장이 설명했다.

허명욱 작가의 아톰 피규어와 이우환의 그림으로 장식한 2층 복도.

안방으로 들어가는 복도 천장은 단차를 줘 리듬감을 부여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도 역시 커다란 창문을 만들었다.
2층 안방으로 가는 복도의 천장 역시 계단식으로 단차를 줘 경쾌한 느낌이며, 침실은 낮은 층고를 살려 감싸안은 듯 아늑하다. 집 안 곳곳을 살펴보니 쉽사리 집주인 박윤정 대표의 취미를 알 수 있었다. 거실 한 벽면을 가득 메운 오디오 시스템과 와인냉장고, 곳곳에 있는 그림 작품 그리고 안방만큼이나 크게 자리 잡은 2층 트레이닝룸 등 그녀에게 집은 바쁜 일상에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물론 뛰어난 안목만으로도 고급스럽고 멋있는 집을 가질 수는 있지만,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짜 ‘내 집’이 무엇인지, 어느 공간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지, 세월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가정집 주방에서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슈퍼 미러 소재를 과감히 사용했다. 안쪽으로 보조 주방을 만들어 냄새가 새어나올 걱정이 없다.

낮은 천장으로 침실이 갖추어야 할 최상의 아늑함을 선사한다. 테라스로 나가면 마치 이국적인 도시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이트 대리석으로 마감해 모던한 욕실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매일 아침 2시간 정도 운동을 즐기는 박윤정 대표를 위해 마련한 트레이닝룸. 벽에 붙어 있는 무지주 계단으로 답답함을 덜어냈다

게스트룸으로 사용하는 3층 다락방. 일을 하거나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