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무한한 신뢰는 그를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었다. 과감한 선 정리와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해 개방감을 확보한 이 집에는 3대가 함께 산다.

우드&화이트 톤으로 마감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원목 가구로 주방을 채웠다. 식탁은 아일랜드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817디자인스페이스에서 제작한 것.
열혈 팬과 디자이너가 만났다. 평소 흠 모해왔던 디자이너에게 가장 프라이빗한 나의 집을 맡기는 것은 무엇보다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 분명하다. 5년 전, 우연한 계기로 817디자인스페이스의 현장을 접했던 집주인은 이후 열혈 팬이 되었고, 언젠가 집을 마련하면 인 테리어를 의뢰하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고, 한 치의 고민 없이 817디자인스페 이스에 연락했다. “기존 집은 오래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거주해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어요. 저희 부부에게는 결혼 이후 첫 집이자 그간 팬이었 던 817디자인스페이스가 인테리어를 맡아줘 부푼 마음으로 공사를 시작했죠”라며 아내가 말했 다. 사실 이들 부부는 817디자인스페이스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어떠한 컨셉트든 상관 없이 믿고 따라가겠다고 결심했다. “집주인의 전 폭적인 지지로 저희도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 었어요. 딱 한 가지 요청하신 부분이 안방과 분리 된 남편을 위한 작은 서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죠”라며 임규범 대표와 심호경 실장이 말했다. 817디자인스페이스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선 정리와 그에 따른 개방감이었다. 시각적으로 말끔하게 정리된 선은 같은 평형대에 비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었다. 181m²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넓게 뻗은 현관과 거실을 보는 순간 놀랐는데, 이는 현명한 공간 활용과 선 정리에 따른 결과였다.

화이트&대리석으로 마감해 개방감이 느껴지는 현관.

오브제 성격이 도드라지는 소품을 모으는 아내를 위한 주방.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게 주방 오른쪽 발코니 부분의 데드 스페이스, 즉 쓸모없이 버려진 자투리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와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던 서재를 어디에 만들 것인지였어요. 먼저 아파트 관리실에서 건축도면을 받아 내력벽을 파악 했는데, 다행히 벽체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라 마음의 부담을 덜었어요”라며 심호경 실장이 설명했다. 서재를 만들기 위해 내력벽만 남긴 채, 모든 벽을 철거한 결과 부부 욕실 옆방을 할애해 욕실과 복도, 서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서재 문은 벽장이 시작되는 복도 초입에 만들 수도 있었지만, 확장감과 공간감이 우선이었다. 그 결과 서재 앞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복도에 책과 각종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벽장을 만들어 수납공간까지 확보했다. 미술 수집을 즐기는 이들 부부한테는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인테리어도 중요했다. “미술 작품이나 작은 오브제를 전시할 수 있는 조명이 필요했어요. 다른 인테리어 요소는 최대한 미니멀하게 스타일링하고 작품을 위해 깔끔한 우드&화이트 톤으로 마감했죠”라며 아내가 설명했다. 이 집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은 부부 침실의 한 코너에 자리한 책장이다. 보통 침실에는 TV 나 작은 화장대를 두기 마련인데, 이들 부부는 라운드 형태의 책장을 만들었다. 부부 욕실에 들어서면 세면대부터 안방 옷장까지 모두 하나의 라인으 로 이어지는데, 이런 라인이 끊기는 것이 아쉬웠던 심호경 실장은 책장을 짜 넣어 라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붙박이장에 포인트를 부여했다. 고 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욕실은 임규범 대표와 심호경 실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누구보다 럭셔리한 욕실을 만들고 싶었어요. 욕실은 고급 주거 공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해요. 부부 욕실은 고 김백선 건축가가 디자인한 판티니 브랜드의 수전을 설 치해 수전 자체가 작품이 되어 욕실에 스며들도록 했어요”라며 심호경 실장이 설명했다. 그에 반해 시어머니가 사용하는 거실 욕실은 화려하게 접근했다. 욕실을 선물처럼 드리고 싶었던 부부의 바람대로 발렌티노 매장에 시공했던 타일을 깔아 명품관 같은 분위기를 부여했다. 마지막 으로 거실 욕실 맞은편에 자리한 아이 방은 봄이 깃든 듯 따스한 노란색이 돋보였다.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이 방의 주인공으로 아이의 시선에서 인테리어를 구상했다. 둥근 형태의 가구를 배치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인테리어로 완성한 것. 팬심에서 시작 된 이들의 만남은 3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완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보에에서 구입한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모듈형 소파 옆으로 조형성이 돋보이는 디에디트의 비아비주노 조명을 달았다.

주방에 제작한 붙박이장은 아트 컬렉션을 전시하듯 아내가 모은 그릇을 정갈하게 진열했다.

호텔 스위트룸을 연상시키듯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드레스룸.

길게 뻗은 세면대가 돋보이는 안방 욕실. 거실 바닥보다 한 톤 진한 타일을 시공해 통일감은 주되, 차별성을 두어 블랙 메탈 수전으로 포인트를 줬다. 일부 공간은 건식으로 사용된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위한 방은 벽은 물론 바닥, 천장까지도 노란색으로 물들여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바닥은 관리가 용이한 볼론 소재를 활용했다.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던 작은 서재는 주방과 안방 사이에 생긴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다.

거실 욕실은 타일 컬러에 맞는 골드 수전을 달아 화려한 느낌이다. 타일은 발렌티노 매장에 시공한 제품으로 명품 전시관을 연상시킨다.

가장 끝에 있는 시어머니 방은 은은한 빛을 내는 매립 조명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