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벗어나 이곳으로, ② 우리가 있는 곳

부부의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여주 카페 디아

부부의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여주 카페 디아

문복애, 박정환 대표가 여주에 카페를 오픈한 것은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운명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였든 이들 부부의 자유로운 영혼은 숨길 수가 없을 것이다. 이곳 카페 디아처럼 말이다.

한국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등지고 자신만의 터를 꾸린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 모두는 카페, 작업실, 전원주택처럼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곳에서 삶의 이상적인 균형을 찾는 일에 다시금 몰두하고 있었다. 마음에 내려앉는 평안, 예술적 성취, 자애로운 자연, 일과 일상의 밸런스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를지 몰라도 지금을 개척하는 모두의 시도는 충만한 삶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답일 것이다.

망개와 함께한 문복애, 박정환 부부

아직 익지 않은 벼가 촘촘하게 심어진 논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이 길이 맞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펼쳐진 논밭 옆으로 흰색 단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나타난 현대식 건물이 주변의 자연과 묘하게 어우러졌다. 오픈한 지 올해 3년째인 카페 디아는 국내에 숨겨진 곳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알려졌다. 바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있지만 평일에는 문복애, 박정환 씨 부부가 운영한다. “저는 잡지사의 포토그래퍼였어요. 일을 하다 화가인 남편을 따라 뉴욕 맨해튼에서 15년을 살았죠. 더 일찍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긴 시간을 보냈네요. 한국에 돌아온 후 뭔가를 배우고 싶어서 압구정동에 있는 허형만 커피에서 핸드 드립을 배웠어요. 집에서도 해보고 지인들에게도 커피를 내려주며 즐거운 취미로 즐겼죠. 그러다 이곳 여주에 카페를 내게 됐어요.” 문복애 대표가 커피를 내리며 카페 디아의 시작을 설명했다.

 

남동생이 가져다준 버려진 벽돌을 쌓아서 만든 옥상 의자와 벤치.

 

논길을 달리다 보면 흰색 단층 건물인 카페 디아가 불쑥 나타난다.

 

카페 디아는 창문 어디에서든 자연이 작품처럼 보인다.

 

20년 넘게 버려져 낡고 손볼 것이 많았던 식당 건물을 허물고 내부 인테리어는 온전히 부부가 맡았다. “우리 부부는 많은 것을 새로 구입하기보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주의예요. 지하에 화가인 남편의 작업실이 있어서 벽에 작품을 걸 수 있었고, 뉴욕에서부터 사용했던 가구와 소품, 주변 친구들의 준 물건들을 배치했죠. 식물도 양재동에서 직접 사다 나르고, 이리저리 테이블도 옮겨보면서 천천히 완성했어요”라는 아내의 말에 “오합지졸이에요(웃음). 하나의 컨셉트로 밀어부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거예요”라며 박정환 화가가 거들었다. 오픈 스튜디오처럼 하나로 뚫려 있는 공간은 정해진 컨셉트는 없었지만 그렇게 둘만의 색깔로 야금야금 채워졌다. 두 사람이 운영하다 보니 모든 것이 조금은 더디게 진행됐지만 부부는 이곳에 진심이었다. 특히 살짝 데워서 나가는 직접 만든 레몬 케이크는 이것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만큼 폭신한 맛이 매력적이며 원두를 계속 신선하게 유지하고 판매할 수 있는 소량 로스팅 기계는 박정환 작가의 담당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존재가 또 있다. 반려견 망개다. 어느 날 꼬질꼬질한 모습을 한 채 카페로 총총 걸어와 문복애 대표의 무릎에 탁 안겼다는 망개. 이 또한 계획에 없던 인연이었을까. 마침 놀러 온 친구들이 문 대표가 좋아하는 망개떡을 사왔는데, 덕분에 망개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고 했다.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망개가 온 다음 날 검진만 간단하게 하고 병원에 서 보호소로 보냈어요. 그런데 꿈에도 나오고, 마음이 쓰여서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망개를 찾는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또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겼네요(웃음).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카페 디아의 마스코트에요.”

 

커피도 만들고 케이크도 굽는 널찍한 카페 주방.

 

차양을 멋스럽게 내린 테라스.

 

살짝 데워서 나가는 레몬 케이크. 따뜻한 달짝지근함이 금세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주변 환경이 아름다워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는지 궁금했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카페를 오픈할 때 땅을 보러 다닌 것도 아니었고 꼭 여주를 고집했던 것도 아니었죠. 저와 남편은 지역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서울에 오픈했다면 또 그런 대로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공간을 만들어갔을 거예요.” 왠지 멋진 경치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던가 혹은 서울이 지겨워져서라는 예상 답안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카페 디아를 찾은 어떤 손님은 처음에 이곳이 상업 공간이 아니라 두 사람의 집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지금은 단골이 됐지만 그때 손님이 말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문복애 대표는 말한다. 사는 집처럼 느껴질 만큼 부부의 자유롭고 꾸밈없는 모습이 이곳에 반영돼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활기찬 분위기, 일본 어느 카페의 빈티지한 분 위기, 자연스러운 차양을 내린 테라스에서 느껴지는 휴양지의 분위기 그리고 시골 외갓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문복애, 박정환 대표는 뉴욕에 있었던 15년을 ‘실컷 잘 놀았던’ 시간으로 이야기한다. 하천이 흐르고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시간을 부부는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카페 디아를 다녀간 이들은 마음의 짐을 툭 내려놓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보물 같은 커피집으로 이 곳을 기억할 것이다.

 

천장에 달린 작품의 존재감이 큰 실내.

 

벽에 걸린 보라색 작품은 박정환 작가의 작품.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카페에 화룡점정이다.

 

조금씩 손을 보고 있는 정원은 어디에 앉아도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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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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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벗어나 이곳으로, ① 풍경을 담은 주택

자연의 소리와 함께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부부의 집

자연의 소리와 함께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부부의 집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 생활을 이뤄낸 부부는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누구보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등지고 자신만의 터를 꾸린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 모두는 카페, 작업실, 전원주택처럼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곳에서 삶의 이상적인 균형을 찾는 일에 다시금 몰두하고 있었다. 마음에 내려앉는 평안, 예술적 성취, 자애로운 자연, 일과 일상의 밸런스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를지 몰라도 지금을 개척하는 모두의 시도는 충만한 삶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답일 것이다.

 

지하층을 최대로 계획하고 작은 볼륨의 지상 층을 감싸안는 듯한 형상의 유기적인 곡선을 만들어낸 외관. 이보미 세라미스트 부부의 용인 주택은 아키텍츠 601의 심근영 소장이 건축했다.

 

바깥 풍경을 고스란히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거실에 커다란 통창을 만들었다. 이보미 작가와 그녀의 남편 윤제호 디자이너.

 

독일어로 경관, 풍경 등을 의미하는 란트샤프트 Landschaft로 이름 지은 이 주택은 이 보미 세라미스트와 남편 윤제호 디자이너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과 고양이 랑이가 함께 살고 있다. 부부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일찍 결혼해 베를린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2018년 부부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합정동에서 2년간 작은 작업실을 꾸리고 지내다 외곽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실현 하기 위해 아키텍츠 601의 심근영 소장을 찾아갔다. “먼저 갤러리 같은 건물을 원했어요. 심플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재미있는, 조형적 요소가 있는 건물이었으면 했어요. 또 작업실과 주거가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일하러 갈 때와 집에 갈 때의 마음가짐이 바뀔 수 있었으면 했어요”라며 부부가 입을 열었다. 물론 실내도 중요하지만 건축가가 지은 집은 외관에서부터 차별성을 띠기 마련. 일반적인 주거 형태에서는 보기 힘든 갤러리처럼 웅장한 입구가 눈길을 끌었다.

 

심근영 소장은 유기적인 곡선의 흐름과 현대적 감성이 묻어나는 이보미 작가의 도예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외부 진입 계단을 설계했다.

 

건물 진입로에 있는 선큰에는 대나무 정원을 만들어 작업실에서도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곳으로 이사한 뒤 이보미 작가와 그녀의 가족은 정원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으며 전원 라이프를 오롯이 즐기고 있다.

 

실내에서도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한 중정. 특히 어머니는 아침마다 중정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건폐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대지의 조건으로 지하층을 최대로 계획하고 작은 볼륨의 지상층을 감싸안는 듯한 형상의 유기적인 곡선을 만들어냈어요. 웅장해 보이는 건축적 볼륨, 즉 조형미적인 의미도 갖지만 부부의 도예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크게 작용했어요.” 심근영 소장이 설명했다. 그는 단순함 가운데 한국적인 선의 흐름과 중첩의 미학이 현대적인 감성으로 완결된 부부의 도예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주택의 선과 볼륨 그리고 외부 진입 동선인 계단의 조형적 형태를 결정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축 설계의 핵심은 바로 중정이었다. 중정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실내에서도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한 것.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변화해요. 또 비가 올 때는 빗방울이 창에 맺히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 지는 등 날씨와 계절에 따라 집의 모습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어머님, 아버님은 저희보다 일찍 일어나시는 편이라 매일 아침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정원을 둘러보시죠.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고요.” 남편 윤제호 씨가 말했다. 집에서는 중정을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지하에 자리한 작업실에는 건물 진입로에 있는 대나무 정원이 보이는 커다란 선큰을 계획했다. “4m가 넘는 고저차가 심한 경사지의 특성을 활용해 채광이 잘 드는 선큰을 만들었어요. 여름에는 바람이 통해 하나의 숨결이 되어주고 겨울에는 안락하고 따뜻한 흙과 나무의 채취를 안겨줘 주택의 서정적 경험을 더해주기를 바랐어요.” 심근영 소장이 덧붙였다.

 

1층 현관 입구에서 내다보이는 중정.

 

작가 부부가 좋아하는 덴마크 가구와 각종 빈티지 소품으로 꾸민 아늑한 거실과 주방.

 

주거 공간과 달리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중성적인 매력을 한층 강조한 이보미 세라미스트의 작업실 겸 쇼룸.

사실 일과 생활을 분리해놓지 않고 평소에도 일 생각을 많이 할 만큼 워커홀릭인 이들 부부에게는 한 건물에 두 공간이 존재하지만 공간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다. “작업실은 조금 더 날것의 느낌이랄까요, 중성적인 분위기였으면 했 어요.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는 않게요. 집에는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덴마크 작가의 가구와 베를린에서 사 모은 빈티지 소품을 활용해 간소 하지만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어요.” 이보미 작가가 말했다. 여기에 심 소장의 전문적인 손길을 거쳐 기능에 따라 조망, 컨셉트, 재료의 물성, 조도 등에 변화를 주어 서로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완성했다. 전원 라이프를 꿈꿨던 이들 가족에게는 각자만의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우선 이보미 세라미스트는 관심에도 없었던 식물과 꽃 이름을 하나 둘씩 알아가는 재미가 생겼으며 남편 윤제호 씨는 최근 등산에 재미를 붙였다. 어머님, 아버님에게도 물론 변화가 생겼는데, 특히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아버님은 며칠 전 불을 피우는 화로를 구입해 불멍을 시작했다고.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역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우리의 모습도 변화시킨다는 말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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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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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의 새로운 놀이터

신당동 시장 골목에 새롭게 자리한 복합공간 레레플레이

신당동 시장 골목에 새롭게 자리한 복합공간 레레플레이

우연에서 출발해 노련한 임기응변으로 신당동 시장 골목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윤이서 디자이너. 악조건 속에서도 뛰어난 감각과 안목을 발휘해 완성한 복합공간 레레플레이를 소개한다.

곰팡이가 가득했던 2층 바닥을 철거하자 나타난 중정에는 100년 된 무화과나무를 심었다. 이곳은 윤이서 디자이너가 레레플레이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며 무화과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리사이클보다는 리플레이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윤이서 디자이너.

 

레레플레이의 출발은 ‘우연’이었다. “카페를 하려고 한 게 절대 아니에요. 건물주는 따로 있고 이곳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저는 그저 도움만 주는 입장이었죠”라며 윤이서 디자이너가 입을 열었다. 본래 신당동 시장 골목은 보신탕집과 점집이 많아 열악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이후 차츰차츰 중고 가구상이 들어와 지금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몇년 전만 해도 쌀을 파는 미곡상의 도매 가게로 가득했다고. 현재는 중고 주방용품 가게가 하나씩 들어오면서 이 작은 시장 골목이 조금 더 정신 없고 험해진 탓도 있다. “여기는 여관도 아닌 여인숙이었어요. 입구에서부터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시설이 정말 남루했어요. 주변 상인들이 벽에 소변을 보거나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는 장소이기도 했고요. 바닥이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어요.” 말 그대로 지금의 레레플레이가 완성되기까지는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있었던 것. 애초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 없었다는 그녀는 건물주가 원하는 대로 최소한의 자재만 들여 원룸을 계획하고 있었다. 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비좁은 골목이라 철거만 해도 수개월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인숙이었을 당시 두꺼운 시멘트에 쌓여 빛을 보지 못한 구들돌이 레레플레이만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가구는 윤이서 디자이너가 음기응변으로 집에서 가져왔지만 너무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제가 본격적으로 이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지금의 2층은 여인숙이었을 당시 시멘트만 대강 발라두고 바람이 다 통하는 곳에 수도꼭지와 세숫대야 하나만 있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욕실이었어요. 바닥도 다 썩어문드러져 있었죠. 그런 2층의 천장을 뜯어보니 옛날 나무가 나왔어요.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살짝 손만 댔더니 우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중정이 생겼어요. 그걸 보는 순간 나무를 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진 거죠.” 무언가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 윤이서 디자이너는 건물주를 설득해 이곳을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입구 쪽으로 조그마한 주방을 만들고 그 안에 의자 몇 개를 두어 카페로 운영하고 2층은 갤러리로 만들어보겠노라고 방향을 바꿨다. 여러 전문가와 함께 팀을 꾸려보고자 했지만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어떻게 하면 이 건물을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가장 적합한 콘텐츠는 무엇일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했다. 그때 카페야말로 이곳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매일 식물에 물을 주고 가꾸며 신당동 골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데 힘쓰고 있다.

 

신당동 시장 골목에 자리한 레레플레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카페 안쪽이 좌방식으로 이뤄진 이곳은 앞으로 팝업 전시도 열 계획이다.

 

“카페를 운영해본 적은 없지만 제 나름대로 다회도 열고 이런저런 것을 하고 있었어요. 커피는 물론 몸에 건강한 베이커리 등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저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었죠. 이를 대중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페는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어요.” 레레플레이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많은 것이 임기응변이었다. 곰팡이가 쓴 벽을 걷어내고 화가의 섬세한 붓터치로 벽을 새롭게 칠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난간은 이 집에서 나온 파이프를 그대로 살린 것이며, 중정 바닥에 깔린 디딤돌 역시 두꺼운 시멘트 밑에 숨어 있던 구들돌을 활용하는 등 마지막 한 톨까지 쓸 수 있는 것은모두 살렸다. 그녀는 무심코 결정할 수 있는 카페 이름도 여러 의미를 담아 신중하게 지었다. “Re make, re cycle은 우리가 지구를 위해 의무감을 가지고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사는게 아니라 진정 나를 위해 살면 지구는 저절로 깨끗해진다고 생각해요. 정작 우리는 아무거나 먹고 나에 대한 기준은 없는데 지구에 대한 기준만 있죠. 예를 들어 좋은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잖아요. 리플레이하는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리사이클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 개념을 보다 능동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리플레이인 거죠. 거기에 Re를 하나 더 붙여 레레플레이로 지었어요. 커피 한잔을 팔아도 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있다는 걸 고객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앞으로 레레플레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하자 그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요일마다 이곳 시장 골목에서 플리마켓이 열려요. 모든 중고상이 밖으로 나와 각종 물건을 팔아요. 여력이 생기면 레레플레이의 개념으로 플리마켓을 열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밖에서 시장 할아버지들이 파는 것도 구경하고 저희 물건도 구경할 수 있도록요. 중고도 좋지만 작가들과 협업해 그들의 재고품이라든지 다음 작업을 위해 소진하고 싶은 것을 좋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생각하고 있어요.” 문득 신당동 시장 골목을 활보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2층 천장을 유리로 마감해 온실 역할을 한다.

 

계단 난간은 여인숙이었을 당시 사용된 오래된 난방 파이프를 활용한 것이다.

 

구석구석 색다른 모습으로 연출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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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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