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와 건축가의 집

미술가 안젤름 라일레와 건축가 타냐 린케의 집

미술가 안젤름 라일레와 건축가 타냐 린케의 집

베를린 슈프레 강변 Spree River에 있는 미술가 안젤름 라일레와 건축가 타냐 린케의 집을 소개한다. 부부의 아름다운 협업으로 폐허가 된 옛 항만 경찰 본부가 예술 명소로 거듭났다.

 

폐허가 된 베를린 항만 경찰 본부에 만든 아름다운 집과 작업실.

미술가 안젤름 라일레 Angelm Reyle와 건축가 타냐 린케 Tanja Lincke 부부에게 2008년은 특별하다. 안젤름 라일레는 그해 경매에서 독일 항만 경찰 본부의 거대한 부지를 구입했고, 타냐 린케와 사랑에 빠졌다. 안젤름은 젊은 나이에 국제적으로 성공한 스타 미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를 맞아 한때 이 땅을 팔아버리려고 했지만 타냐의 만류로 남겨두었고, 2017년 그들만의 공간을 완공하게 되었다.부부는 2명의 자녀와 함께 거주할 집과 작업실이 필요했다. 슈프레강가에 콘크리트로 새로 집을 지었고, 4채의 작업실은 기존 항만 경찰 본부 건물을 이용해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이들의 공간은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작은 공원처럼 보인다. 건축디자인은 전적으로 타냐의 의견을 존중했고, 안젤름은 가구 디자인에 앞장섰다. 타냐는 낡은 건축물에 치장을 하는 것은 지나친 보톡스와 같다고 생각해서 미니멀한 디자인과 색감을 선보였다. 1970년대의 이 지역 분위기와 이 지역과 새로운 건축물이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도 확고했다. “타냐는 명확한 형태를 선호하지만 나는 화려한 색상과 재질에 끌려요. 우리는 논의를 거쳐 타협처럼 느껴지지 않는 낭만적인 결정을 도출해냈어요.” 안젤름은 우리 둘의 취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결국 생산적인 협업을 이루었다고 설명한다.

 

왼쪽부터 건축가 타냐 린케와 미술가 안젤름 라일레 부부.

 

2층으로 집을 지은 이유는 슈프레강을 더욱 잘 조망할뿐 아니라 주변 작업실에서도 강변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그는 높은 층고를 가진 3층 건물을 제안했다. 타냐는 거주용 건물을 설계한 적이 없는데다 가족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에 건축가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했다. 더군다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방치 되었던 이곳의 역사를 활용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이러한 타냐의 생각은 안젤름이 미술가로 자신을 매료시키는 소재에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는 과정과 흡사하다. 타냐는 슈프레 강변에 위치한 이곳의 지리와, 과거는 물론 현재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슈프레 강과의 연결이 특히 중요했는데, 집이 2층 높이에 위치한 것은 강을 잘 볼 수 있도록 한 의도뿐 아니라 작업실이 있는 부지가 강물과 차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새로 만든 집과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작업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타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건축가로서 한발 물러서서 특정 장소에 어울리는 접근법이 무엇인지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다소 직관적인 첫 번째 단계에 이어 변화와 개입을 견뎌낼 수 있는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개념을 발견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세월을 담은 건축의 힘을 기대했기에 4채의 작업실은 예전 항만 경찰 본부 건물을 이용해 재건축했다.

 

세월을 담은 건축의 힘을 기대했기에 4채의 작업실은 예전 항만 경찰 본부 건물을 이용해 재건축했다.

건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주하는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일종의 적응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건축물은 재료의 선택과 결합으로 아우라를 만들어요. 건축물은 사람과 같아서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어요. 우리가 과거의 폐허를 활용한 공간을 조성하고 역사의 흐름을 만끽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안젤름 라일레는 포일 페인팅과 도자 조각 연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다. 은박지, 고철, 네온, 아크릴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며, 디올 등 브랜드와의 디자인 협업도 활발히 진행한다. 그런 이유로 가구는 안젤름이 대부분 담당 했는데, 강가에 집을 짓기 위해 정원에서 잘라낸 두 그루의 나무로 어린이 침대, 식탁, 계단 난간을 만들었다. 옷장과 찬장, 방의 칸막이 역할을 하는 가구는 타냐가 디자인했다. 친구들도 그들의 새로운 공간 디자인에 참여했는데, 낭만적인 식탁 의자는 세바스티안 헤르크너의 선물이다. 아트 컬렉션의 면모도 화려하다. 미술계의 거장 피터 할리, 프란츠 웨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작품이 서재를 장식하고 있다. “대부분 나와 인연이 깊은 미술가의 작품들이에요. 특히 피터할리는 내가 젊은 시절 동경했던 우상이었어요. 그런 그가 서로 작품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귄터 포그도 마찬가지예요. 프란츠 웨스트는 2012년 사망하기 전 3년간 나와30여점의 작품을 공동 작업 했습니다. 우리의 협업이 내 작품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안젤름의 작품을 많이 소장한 빅컬렉터이기에 그가 보내 온 작품도 있다. 사랑스러운 팝아트 작업을 하는 무라카미가 안젤름의 작품을 좋아한다니 흥미롭다. 아마도 무라카미는 안젤름이 작업에서 추구하는 마찰과 에너지, 불협화음에 매혹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집은 아내 타냐 린케가 설계한 최초의 거주용 건축물이다.

 

낭만적인 식탁 의자는 세바스티안 헤르크너의 선물이며, 미술계의 거장 프란츠 웨스트의 콘크리트 작품이 다이닝룸을 장식하고 있다.

 

안젤름 라일레는 집을 짓기 위해 정원에서 잘라낸 두 그루의 나무로 어린이 침대, 식탁, 계단 난간을 만들었다.

 

안젤름라일레는 집을 짓기 위해 정원에서 잘라낸 두 그루의 나무로 어린이 침대, 식탁, 계단 난간을 만들었다.

안젤름은 이런 독특한 예술적 성향을 인테리어에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정원이다. 그들은 뉴욕의 하이라인을 보고 식물을 너무 많이 심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계획을 변경했다. 이는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저지르기 쉬운 전형적인 실수인데, 정원이 비옥한 강변에 위치해 모든 식물이 너무나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꽃과 나무가 대지를 뒤덮으면 그들이 창조한 아름다운 공간을 가리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이라인의 매력은 기하학적 공간과 야생식물의 균형이었어요. 우리는 역사를 지우고 싶지 않아서 옻나무 와 자작나무, 다년생 식물을 심었습니다.” 미술가의 작품은 작업실의 위치와 규모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안젤름 역시 아름다운 숲과 강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살면서 작업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널찍한 작업실에서 대형 도자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인근 벼룩시장에서 1970년대 만든 꽃병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안젤름은 우연히 1970년대 만든 현란한 색상의 꽃병에 반했다. 그는 이 낭만적인 작업실에서 다시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그렇게 이곳은 베를린의 예술 명소가 되었고, 빔 벤더스 감독이 럭셔리브랜드 질 샌더의 패션필름을 촬영 하기도했다. 이들의 집이 유명해지자 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요린데 보이그트, 알리차 콰데 그리고 갤러리스트 요한 쾨닉도 베를린 도심을 떠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움직임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안젤름과 타냐의 영향으로 베를린의 문화 지도가 바뀌게 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떠서 아이들을 자전거로 학교에 데려다준다. 저녁이면 아이들을 재워놓고 정원을 산책한다. 독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자리에 있는 낭만적인 이곳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부는 대지의 역사를 만끽하고 싶어 지나치게 울창하게 자라지 않는 자작나무, 다년생식물로 정원을 꾸몄다.

 

부부는 대지의 역사를 만끽하고 싶어 지나치게 울창하게 자라지 않는 자작나무, 다년생식물로 정원을 꾸몄다.

 

부부는 대지의 역사를 만끽하고 싶어 지나치게 울창하게 자라지 않는 자작나무, 다년생식물로 정원을 꾸몄다.

 

작가의 작업실은 작품에 영향을 준다. 안젤름 라일레는 이곳에서 대형 도자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고, 타냐 린케는 인기 건축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은 작품에 영향을 준다. 안젤름 라일레는 이곳에서 대형 도자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고, 타냐 린케는 인기 건축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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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 HEIN EEK’S MASTERPIECE

네덜란드 에이트호벤에 오픈한 피트 하인 에이크의 호텔

네덜란드 에이트호벤에 오픈한 피트 하인 에이크의 호텔

산업디자이너 피트 하인 에이크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호텔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오픈했다. 13개의 객실을 비롯한 호텔 구석구석에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디자인과 예술을 전달함으로써 삶의 경험을 향상시키고자 했던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집결된 피트 하인 에이크의 세계로!

레고 블록 혹은 주사위를 연상시키는 호텔 입간판이 재치 있다. ©NICK BOOKELAAR

 

네덜란드 산업디자이너 피트 하인 에이크.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가구 브랜드 피트 하인 에이크 Piet Hein Eek는 버려진 건축물의 잔해와 고재 등의 폐목재를 재활용한 스크랩우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디자이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크랩우드란, 색상과 패턴이 각양각색인 조각목을 이어붙여 새로운 가구로 창조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되는 제품과 달리 저마다의 고유한 패턴과 컬러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소성을 지녔다. 그는 브랜드를 창립한 이후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긴밀히 교감하며 온전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고, 그가 내린 결론은 호텔이었다. 구상하는 데만 4~5년이 걸렸고, 이를 실행하는 데 또다시 5년이 걸렸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된 만큼 그 완성도는 가히 남달랐다. 구석구석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피트 하인 에이크 호텔은 그의 마스터피스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과 예술로 가득 찬 이 호텔에 대해 피트 하인 에이크와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줌 Zoom을 통해서 말이다.

10여 년간 호텔 설립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고 들었다. 가구 브랜드를 넘어 특별히 호텔을 계획한 이유가 있나? 10년 전에 이 건물을 매입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장소로 호텔이 매우 적합했다. 호텔에 대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4~5년 또 이를 실제 실행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건물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외관의 벽돌에서부터 세월이 느껴지는데,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것인가?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에 있는 이 건물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 필립스의 오래된 공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공장 주변에 아무것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황량한 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호텔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서서히 이 건물을 주축으로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내 호텔이 지역의 중심이자 가장 큰 건물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필립스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새롭게 탄생한 피트 하인 에이크 호텔

 

각기 다른 컨셉트로 디자인된 13개의 객실이 위치한 호텔 복도. 조각목을 이어붙여 완성한 벽면에서 그의 디자인 감성이 느껴진다.

 

피트 하인 에이크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다는 로비. 싱그러운 식물 인테리어가 더해져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오래된 필립스 공장을 피트 하인 에이크의 영혼이 담긴 호텔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부분은 무엇인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로비와 레스토랑 그리고 특별히 제작된 공간을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로 정말 완벽하게 채웠다. 이곳에 피트 하인 에이크의 공장이 함께 있기 때문에 호텔 구성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할 수 있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여건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에 공장이 자리한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고 또 우리가 만드는 것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호텔 내부를 둘러보면 건물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수많은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쳐 호텔이 완성되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나? 현재 1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추후 1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함께한 아티스트는 모두 우리와 지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속 작가를 비롯해 피트 하인 에이크의 갤러리 출신이며, 그중 13명과 함께 호텔 객실을 완성했다. 선정 기준은 객실마다 서로 다른 예술 감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꾸렸으며 실내를 가득 채운 가구와 작품은 모두 우리와 협업한 컬렉션이다.

 

그가 디자인한 ‘피트 하인 에이크’ 객실. 어두운 올리브 그린 색상으로 무게감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PHE

 

버려진 폐목재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는 그답게 쓰다 남은 목재를 블록처럼 쌓아 만든 벽면이 눈길을 끈다. ©PHE

 

푸른 색감을 입힌 나뭇조각을 패치워크하듯 이어붙여 벽면을 마감했다. 일부분에는 손잡이를 달아 서랍장으로 만들었다. ©PHE

 

페트병과 버려진 철골 등을 재활용한 천장 조명. ©NICK BOOKELAAR

13개의 객실을 디자인한 기준과 그 내러티브가 궁금하다. 13개의 객실을 통해 13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빈티지 가구부터 오래된 골동품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위한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채웠다. 침대와 책상, 의자, 심지어 오래된 전화기까지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새로이 단장했다. 또 13개의 객실을 구리와 스테인리스, 황동을 주재료로 쓴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누었으며, 패브릭 침대와 커튼 또한 두 가지 색상으로 나눠 조금씩 다른 성격과 컨셉트를 느낄 수 있도록 차별성을 뒀다.

한국에서는 재활용 가구가 주는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네덜란드의 디자인 산업과 당신에게 재활용이란 어떤 개념인가? 내게 있어 재활용 소재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폐목재와 고재 등을 사용한 가구의 개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디자인 산업에서 주요 토픽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환경이라는 주제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부상했으며 지금에 와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버려진 건축물의 잔해와 고재 등 폐목재를 재활용한 스크랩우드 시리즈를 처음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발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분명 이 방법을 고안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큰 차이점이 있다면, 소재와 질감, 디테일에 가치를 더해 더욱 폭넓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도가 재활용뿐만 아니라 디자인 산업에 또 다른 미적 감각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즉 버릴 필요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단시간에 쓰고 버려지는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PHE

 

네이비와 퍼플 컬러가 주를 이루며 여성스러운 감각이 느껴지는 가브리엘 로카 Gabriel Roca의 방. ©NICK BOOKELAAR

 

올리브 그린 색감으로 통일감을 준 마르크 뮐더르스 Marc Mulders의 방. ©PHE

 

핑크색 소품과 커튼, 침구와 대조되는 하늘색으로 마감한 욕실이 돋보이는 토키히로 사토 Tokihiro Sato의 방. ©PHE

 

형형색색의 마시멜로를 붙여놓은 듯한 벽이 돋보이는 더 미팅 룸 The Meeting Room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개념 자체는 회의와 미팅이 가능한 다기능 공간이다. 설계를 위해 만난 디자인 스튜디오 화이트 노스 다다 White Noise DaDa가 첫 미팅 때 보여준 프레젠테이션은 무척 흥미로웠다. 이곳에는 숨겨진 문이 있는 거대한 벽이 있는데, 이를 컬러풀하게 채색한 매트리스 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자칫 벽돌처럼 보이지만 모두 매트리스 폼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 이들의 계획을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멋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더 미팅 룸은 호텔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장소가 되었다.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인 더 나이트 워치 The Night Watch 룸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아쉽게도 이곳은 투숙객이 잠을 잘 수 있는 방은 아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다시피 고전적인 단어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 Night Watch’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방은 다기능적인 공간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젊은 예술가 퇸 웻츠 Teun Zwets가 작업장에서 쓰다 남은 재료와 페인트를 칠해 완성했다. 낮에는 모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지만 밤에는 호텔의 안전을 지키는 나이트 워치, 즉 주변의 안전을 감시하고 지키는 곳으로 활용된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나? 로비다. 가구와 식물이 한데 어우러져 녹색이 가득한 로비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 역시 집처럼 정말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호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스트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온전한 쉼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하룻밤 머무는 것을 넘어 투숙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많은 방문객들이 호텔의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에 즐거워하며 놀라곤 한다. 객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상의 가구와 소재 등이 어우러져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디테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만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디자인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과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임을 항상 일깨워주고자 한다. 호텔에 머물면서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만져보고 느끼며 다양한 경험을 얻어 가길 바란다.

 

다채로운 색상의 조합이 인상적인 얀 판 데르 플루흐 Jan van der Ploeg의 방.©PHE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 가구를 배치한 레이나우트 판 퓌흐트 Reinoud van Vught의 방. ©PHE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놓인 더 미팅 룸. 채색한 매트리스 폼을 벽면 가득 채워 독특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PHE

 

©NICK BOOKELAAR

 

낮에는 투숙객을 위한 갤러리로, 밤에는 호텔의 안전을 지키는 곳으로 활용되는 더 나이트 워치. ©THOMAS MAYER

 

조식과 점심, 저녁을 비롯해 스낵과 각종 음료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PHE

 

호텔 꼭대기 층에 자리한 다크바의 루프톱에는 거대한 토끼 한 마리가 자리한다. ©PHE

 

어두운 색상의 마감재와 조도를 낮춰 술 한잔하기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갖췄다. ©PHE

 

피트 하인 에이크와 협업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 원더 룸. ©P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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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NEW MIND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만난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만난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찾은 2022년 인테리어 트렌드.

소인국에 불시착한 거대한 전구처럼 보이는 Monument for a Bulb는 잉고 마우러.

MAKE SMILE

지치고 힘들수록 웃음을 줄 수 있는 위트나 유머있는 디자인을 찾게 된다.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팝아트나 캐릭터 열풍도 그러한 흐름의 일환일 것이다. 집에 둘 가구 한 점, 조명 하나를 고르더라도 위트있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될 것이다. 두오모에서 선보이고 있는 잉고 마우러의 조명 컬렉션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를 장착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다. 전구를 향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표현한 Monument for a Bulb는 팬데믹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빛과 위안을 건넨다.

 

 

가구 디자인 역사상 마스터피스로 손꼽을 수 있는 LC3 소파는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이 모두 디자인에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높은 채도의 패브릭으로 커버링하면 캐주얼한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마블과 글라스 상판의 두가지 버전으로 조합한 노트 테이블 역시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것으로 모두 까시나.

FLEXIBLE NIGHT

재택근무를 위한 홈 오피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이고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거실, 주방, 다이닝룸, 서재 등으로 명확하게 나누었던 공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이 특징. 새롭게 단장한 까시나 쇼룸은 파트리시 아우르키 올라가 가능한한 실제 집처럼 연출한 것으로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이는 밀라노 까시나 쇼룸과 흡사하게 연출했다. 특히 입구 쪽을 거실, 서재, 라운지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벽에 걸린 카펫은 요세프 알버스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사각형에 대한 오마주’라는 회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러그다. 바닥에 깐 ‘붉은색의 다양한 얼굴들’ 카펫 역시 요세프 알버스 제품. 라운지 체어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캔틸레버 라운지 체어로 단단한 버팔로 가죽과 강철 프레임을 사용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사이드 테이블은 2019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해 독일 토넷 사에서 재생산하기 시작한 모델. 그 위에 올린 체스는 1923년에 디자인된 바우하우스 체스로 일반적인 체스맨과 달리 각각의 조각이 기능과 형태에 집중했다

HOME ALONE

비대면 접촉과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그 동안 사람을 만나서 나누었던 감정과 스트레스를 혼자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 감정의 회복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요즘,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안의 일부가 되고 있다.

 

 

피에르 잔느레를 오마주한 캐피톨 콤플렉스 테이블괴 캐피톨 콤플렉스 체어, 마블링이 아름다운 스타더스트 펜던트 조명은 모두 까시나.

FAR AWAY

여행이 제한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안이나 방 안에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효과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리즘 같은 조명이나 우주적인 효과를 내는 레이저빔을 두기도 하고 영화 <듄>에서처럼 지구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광활한 사막이나 숲의 이미지를 벽에 장식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렉팅한 까시나 쇼룸의 한 코너는 식탁에 앉았을 때 미지의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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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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