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역사를 품은 시로이야 호텔이 도시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는 이곳은 호텔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300년간 일본식 료칸으로 사용되었던 마에바시 부지에 1970년대에 지어진 시로이야 호텔이 2020년,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헤리티지 타워와 새롭게 지은 그린 타워 두동으로 나뉘며 푸른 잔디 언덕 위에자리한 외관이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Shinya Kigure
일본 혼슈 군마현 중앙부에 있는 마에바시의 도시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발한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새롭게 탄생한 이곳은 시로이야 호텔 Shiroiya Hotel이다. 3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일본식 여관인 료칸으로 운영되었던 부지에 자리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료칸에서 호텔로 진화하면서 소설가와 예술가 등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2008년, 경영 악화로 폐쇄된 시로이야 호텔은 지역 사업가 히토시 다나카 Hitoshi Tanaka가 도심 재활성화의 일환으로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 Sou Fujimoto에게 재건축을 의뢰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호텔로 재탄생했다. 새 생명을 얻은 시로이야 호텔은 1970년대 지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헤리티지 타워와 푸른 언덕에 새롭게 지은 하얀 건물인 그린 타워의 두 개 동으로 나뉘어 설계되었다. ‘도시를 위한 거실’을 만들고자 했던 다나카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후지모토는 기존 건물인 헤리티지 타워에 미국 예술가 로렌스 와이너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외관을 활기차게 재구성했다. 내부에는 거대한 중앙 아트리움을 만들어 임팩트 있는 첫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호텔 로비의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운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대형 파이프 설치물 ‘라이팅 파이프’는 때에 따라 컬러를 입고 더욱 화려함을 뽐낸다. ©Shinya Kigure

호텔 로비의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운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대형 파이프 설치물 ‘라이팅 파이프’는 때에 따라 컬러를 입고 더욱 화려함을 뽐낸다. ©Shinya Kigure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을 연상케 하는 호텔 외관과 내부를 연결하는 계단. ©katsumasa Tanaka
특히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살린 아트리움은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 내부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또한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 isible Cities>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대형 파이프 조명 설치 작품 ‘라이팅 파이프’가 더해져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트리움에서 경험한 놀라움은 헤리티지 타워의 객실에서도 이어진다. 1층에는 리셉션과 레스토랑, 라운지가 자리하며 18개의 객실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명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해 그들의 이름을 내건 4개의 특별한 객실을 경험할 수 있다. 객실 자체가 작품이 된 셈이다.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은 예술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포장 케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목제 패널로 둘러싸인 객실을 디자인했다. 특히 이 객실은 아트리움이 내려다보이는 대형 창문이 있어 내부에서도 아트리움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필요시 덧문을 닫아 완전히 사적인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어 프라이버시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객실이다. 이외에도 커튼이나 직물 대신 일본 전통 가옥의 지붕을 짓는 데 사용되는 작은 나무판 2000여 개로 벽면을 구성한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 데 루치 Michele de Lucchi의 객실과 시로이야 호텔을 총괄하는 후지모토가 디자인한 객실은 벽면부터 침대, 가구까지 온통 흰색으로 꾸미고 푸릇푸릇한 나뭇잎으로 포인트 장식을 더했다. ‘식물의 발아’를 컨셉트로 한 그의 아이디어처럼 마치 싹을 틔우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호텔 로비에 설치된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파이프 설치물은 그가 디자인한 객실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심플하지만 설치물 하나로 유니크한 객실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Shinya Kigure

바닥부터 벽면, 천장까지 일정한 목제 패널로 둘러싸여 아늑한 무드를 연출한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의 객실. ©Shinya Kigure

시로이야 호텔의 재건축을 총괄한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디자인한 객실. 식물이 더해져 한층 싱그럽다. ©Shinya Kigure

일본식 히노키 자쿠지로 하루의 피곤을 덜어낼 수 있는 욕실. ©Shinya Kigure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데 루치가 작은 나무판자를 활용해 벽면을 구성한 객실. ©Shinya Kigure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호텔 로비와 아트리움에 설치된 ‘라이팅 파이프’ 작품의 연장선으로 파이프 설치 작품을 객실에도 적용했다. 이외에도 군마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호텔 곳곳에 설치해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건물 외벽에 실제 잔디와 나무를 심어 독특함을 더한 그린 타워는 7개의 객실을 비롯해 핀란드식 사우나와 일본식 티룸, 제과점 및 카페 등이 자리한다. 시로이야 호텔은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인 ‘예술의 목적지’가 된다. 물과 녹지의 도시로도 불리는 마에바시의 비전을 반영하기 위해 호텔에 많은 양의 식물을 들여 외부의 자연이 내부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시로이야 호텔은 단순히 몸을 누이는 호텔의 역할을 넘어 예술과 건축, 디자인, 음식, 자연과 도시 경험을 통해 방문객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ADD 2-2-15 Honmachi, Maebashi-shi, Gunma
TEL 027 231 4618
WEB www.shiroiya.com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핀란드식 사우나. ©Shinya Kigure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데 루치가 작은 나무판자를 활용해 벽면을 구성한 객실. ©Shinya Kig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