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teau de Pierre Frey

프랑스 루예 성에서 펼쳐지는 피에르 프레이 아카이브

프랑스 루예 성에서 펼쳐지는 피에르 프레이 아카이브

 

프랑스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컬렉션인 브라퀴니에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었다. 강렬한 색채와 패턴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지는 루예 성으로 초대한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유레 주에 위치한 루예 성. 1180년대 지어져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년 전통과 유산을 지켜온 피에르 프레이의 브라퀴니에 컬렉션 기념 행사를 열기에 매우 적합한 장소였다. © Hubert de Castelbajac

 

지난 파리 데코 오프 기간 동안 프랑스 전통과 유산을 이어오고 있는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가 놀라운 전시를 열었다. 프랑스 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컬렉션인 브라퀴니에 Braquenié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브라퀴니에 애니버서리 Braquenié Anniversaire 1823~2023’ 컬렉션을 론칭한 것. 피에르 프레이는 2세기에 걸친 역사를 지닌 이 컬렉션을 더욱 웅장하게 담아내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고, 프랑스 남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루예 성이 이를 담아내기에 제격이었다. 54개의 패브릭과 36개의 벽지, 14개의 러그 그리고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영감이 되어준 40개의 아카이브가 루예 성을 가득 채웠다. 마치 마법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행성처럼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성의 일부 객실은 각각 거실, 다이닝, 침실, 드레스룸, 다락방 등으로 나뉘어 그 시절 왕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색과 패턴이 더해져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다이닝룸에는 프랑스 도자 브랜드 베르나르도와 협업해 출시한 테이블웨어 컬렉션이 더해져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불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역사와 전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피에르 프레이의 아트 디렉터 패트릭 프레이와 나눴다.

WEB www.pierrefrey.com

 

고딕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루예 성의 내부. 역사의 한 장면으로 타임 슬립한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왼쪽부터 피에르 프레이, 아트 디렉터 패트릭 프레이, 드 보송 그리고 이 성의 주인 장 기슬랭 래픽.

 

2세기에 걸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퀴니에 컬렉션. 그 속에 담긴 여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이야기는 1823년 피에르 앙투안 데미와 그의 아내가 파리에 가게를 차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부티크는 러그에 특화되어 다양한 가정용 카펫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다. 부부의 야망은 나날이 커져갔고 유명 카펫 공장인 피아트&르페브르 Piat&Lefebvre의 아들인 브라퀴니에 형제를 영입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예술적 경험과 사업적 기술을 적극 활용했고 사업은 번창했다. 그렇게 피에르 부부는 부티크를 더욱 확장시켰다. 1875년, 이들에게 겹경사가 찾아왔다. 피에르의 딸과 브라퀴니에 집안의 아들이 혼사를 맺었으며, 벨기에 국왕 레오폴트 2세로부터 브라퀴니에가 제조왕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이후 피에르 일가는 ‘브라퀴니에 에 씨에 Braquenie et Cie’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그들이 만든 제품의 품질은 확실히 인정받았고 브라퀴니에는 전설이 되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거대한 성 샤토 드 루예에서 브라퀴니에의 2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나의 아들 피에르가 루예 마을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루예 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전답사를 위해 성을 찾았고 이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 우리의 브라퀴니에 컬렉션이 이곳의 벽과 의자를 덮고 있었던 것. 이 성의 주인인 레픽 가족은 이미 우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었던 거다. 성의 일부 객실을 개조했고 아름다운 협업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파리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많은 게스트가 다녀갔고 200주년 기념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천주교 성물의 장식적인 요소를 재해석해 디자인한 대형 실크와 면, 리넨 컬렉션과 플루마틴 Fleumartin 패브릭으로 감싼 두 개의 금색 쿠션이 놓인 거실. 실크가 풍부하게 사용돼 두터운 무게감이 특징인 브로카텔 Brocatelle 원단의 묵직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Philippe Garcia

 

루예 성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유레 주에 위치한 루예 성의 역사는 특별하다. 1180년에 지어져 이집트 또는 고딕 건축양식에서 영감받아 유리와 벽돌 장식이 교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방어선의 마지막 요새 중 하나였던 이곳은 전쟁이 끝나자 왕실 소유가 되었다. 이후 15세기에 재건의 과정을 거친 이 저택은 3세기 후 조세핀 황후의 건축가인 루이 마르탱 베르토에 의해 또 한번 재설계되었다. 레픽 가문은 20세기 초, 마침내 이 낙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장 기슬랭 래픽 Jean- Ghislain Lepic과 그의 아내 엘레오노르 Eleonore는 이 저택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브라퀴니에의 세계가 펼쳐진 듯 ‘1823~2023년 기념 컬렉션’이 성 안을 가득 채웠다. 주요 테마는 무엇이었나?

이번 컬렉션은 피에르 프레이와 브라퀴니에의 유산 중 40개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 컬렉션은 브라퀴니에의 역사와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해내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는 총 네 가지 테마로 나뉜다. 첫째, 뜨왈 드 주이를 제조하는 오베르캄프 공장에 대한 영감. 둘째, 식물과 꽃, 허브 등 시골에서 찾은 즐거움. 셋째, 18세기의 자수 조끼인 엘레강트 직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디언 플로럴, 시누아즈리, 컬러 실크 등에서 찾은 이국주의로 나뉜다.

 

성대한 만찬을 연상시키는 다이닝룸. 풍성한 꽃다발과 화한, 푸릇푸릇한 풀로 가득 찬 꽃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패턴의 레오폴다인 Leopoldine 패브릭이 식탁 위를 환히 밝힌다. 테이블에 놓인 식기는 메종 베르나르도와 협업한 ’서비스 브라퀴니 Service Braquenié’ 컬렉션. © Constance E.T. De Tourniel

 

프랑스 장식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등으로부터도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다.

메종 브라퀴니에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신선한 관점으로 말이다! 고전적인 참고서는 제한이 없고 그것들은 현대인의 새로운 창조를 허용한다. 이번 행사에서 출시한 것들이 바로 그 증거다. 피에르 프레이는 3만 개 이상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자산이다.

 

피에르 프레이가 정의하는 프렌치 무드는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인 18세기부터 그래왔듯이 프랑스의 실내 인테리어는 디자인, 색상, 조명이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줄무늬와 체크, 크고 작은 프린트, 직물, 자수, 벽지, 러그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방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잘 조합할 경우 각각의 패브릭이 겉돌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게 된다. 내게는 리듬과 균형의 문제다. 방의 크기, 가구, 그림 또는 물건에 따라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유산과 환경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직물과 벽지, 카펫을 만드는 사람일 뿐 장식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어렵고, 내 컬렉션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울려퍼질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와 메종 브라퀴니에 컬렉션은 국제적인 참고자료인 프렌치 아트 드 비브르 French Art de Vivre 미술을 표방한다.

 

루예 성의 가장 큰 객실에 성대한 만찬이 차려졌다. 촛불이 어두운 내부를 밝히고 간단한 케이터링이 이곳에 초대받은 이들을 환영한다. 아름다운 꽃밭을 연상시키는 레오폴다인 패브릭과 베르나르도의 식기 컬렉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 Constance E.T. De Tourniel

 

18~19세기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패브릭으로 꾸민 다락방 침실. 19세기 십자수 디자인 모티프의 마리 폴 Marie Paule 원단으로 대형 캐노피를 만들었다. 침대에는 매력적인 꽃 줄무늬 패턴의 몬트바존 Montbazon 퀼트 패브릭과 콜론 Colonges 쿠션이 놓여 있다. © Constance E.T. De Tourniel

 

 

패브릭이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패브릭은 즉각적으로 공간을 변신시킨다. 장소에 안도감을 주며 따뜻한 효과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벽에 커튼만 걸어도 보호받는 듯한 아늑한 안방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아름답고 긴 세월의 협업을 희망한다. 앞으로도 메종 브라퀴니에의 정신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트렌드만 좇는 것이 아닌 우리의 욕망과 열정에 귀 기울이고 프랑스식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뜨왈 드 주이, 플로랄, 목가적 장면 등이 새겨진 패브릭 제품으로 가득한 드레스룸. 커튼은 신 드 캠페인 Scènes de Campagne 원단. 클리손 Clison 원단을 사용해 세리에즈 Ceriez에서 디자인한 목욕 가운 등 벽지부터 커튼, 룸 디바이더, 가운, 조명 갓, 슬리퍼까지 패턴의 향연이 펼쳐진다. © Philippe Garcia

 

한눈에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거대한 벽난로를 배경으로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마주보고 있는 네 개의 안락의자. 각각 리지외 Lisieux, 첸닐 생제르망 Chenille Saint Germain, 몬트레소 Montresor 원단으로 커버링했다. © Philippe Gar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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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망 시대의 아파트

데코레이터의 오스망 스타일 인테리어

데코레이터의 오스망 스타일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사라 자퀸은 오스망 시대의 아파트를 가족을 위한 안식처로 만들었다. 원래의 모습은 보존하면서 집 안 곳곳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모티프와 컬러를 조합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카나페 ‘파차 Pacha’는 PH 컬렉션, 카나페를 커버링한 패브릭 ‘리볼리 Rivoli’는 마누엘 카노바스 Manuel Canovas. 쿠션은 르 몽드 소바주 Le Monde Sauvage. 패턴 있는 쿠션은 제인 처칠 Jane Churchill이 콜팩스&파울러 Colefax&Fowler를 위해 디자인한 패브릭 ‘거쉰 Gerswin’으로 만들었다. 둥근 암체어 ‘밤부 Bamboo’는 PH 컬렉션. 암체어를 커버링한 패브릭은 마누엘 카노바스의 ‘비오트 Biot’. 맞춤 제작한 태피스트리는 툴르몽드 보샤르 Toulemonde Bochart. 윌리엄 플래너 William Platner의 낮은 테이블은 놀 Knoll. 그 위에 있는 꽃병 ‘마달레나 Madalena’는 마고 켈러 컬렉션스 Margaux Keller Collections. 볼 ‘스캄폴리 Scampoli’는 루즈 압솔뤼 Rouge Alsolu. 망고나무로 만든 테이블은 메종 뒤 몽드 Maison du Monde. 1960년대 이탈리아 거울은 생투앙의 라틀리에 55 L’Atelier 55에서 구입. 벽난로 위에는 카를로 나손 Carlo Nason의 빈티지 조명, 입키 Ibkki 꽃병, 메종 사라 라부안 Maison Sarah Lavoine의 촛대를 놓았다. 펜던트 조명 ‘샹들리에 베르비에 L Chandelier Verbier L’은 아이크홀츠 Eichholtz. 그림은 타우바 사르나카 Tauba Sarnaka의 작품. 벽에 칠한 페인트 ‘암모나이트 Ammonite n° 274’는 패로&볼 Farrow&Ball.

 

이 곳은 사라 자퀸과 남편이 꿈꾸던 바로 그 집이다. 몰딩과 나무 바닥재, 벽난로라는 3요소를 갖춘 오스망 시대의 아파트. 그런데 전부 다 그렇지는 않다. 바닥이 1900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나온 마호가니를 사용한 전통적인 쉐브론 패턴으로 마감돼 있는데 이런 디테일이 분위기 전체를 바꿔버린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바닥에 특이한 붉은 톤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자에서 데커레이터가 된 사라의 마음에 꼭 들었다.

 

부엌 가구에 칠한 페인트는 리틀 그리니 Little Greene의 ‘폼페이언 애시 Pompeian Ash’, 황동 손잡이는 라 퀴진 프랑세즈 La Cusine Francaise. 그릇장은 황동과 유리로 맞춤 제작했다. 수전은 마고 Margot. 조리대와 아일랜드는 대리석 가공장 파코 Paco의 와일드 시 Wild Sea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높은 의자 ‘프리다 Frida’는 맘보 언리미티드 아이디어스 Mambo Unlimited Ideas. 푸드 프로세서는 키친에이드 KitchenAid. 유리병은 이케아 Ikea. 황동 트레이는 모노프리 Monoprix. 찻주전자 ‘페코에 Pekoe’는 레볼 Revol.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라이트 블루 Light Blue n° 22’.

 

“블루는 드물게
싫증 나지 않는 컬러예요.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는 색이죠.”

 

“맞춤 제작한 가구가 많아요. 가구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요.” 테이블 ‘스크랩우드 Scrapwood’는 피트 하인 이크 Piet Hein Eek, 사라가 고른 색으로 제작한 유일무이한 가구다. 벨벳 의자와 펜던트 조명 ‘카루셀 Carousel’은 맘보 언리미키드 아이디어스. 태피스트리 ‘글리프 Glyphe’는 툴르몽드 보샤르. 대리석 벽난로를 둘러싼 책장은 MS 에베니스테리에 MS Ebenisterie에서 맞춤 제작했다. 책장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헤이그 블루 Hague Blue’. 패브릭 커튼 ‘메네르브 Menerbes’는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 벽난로 위에 있는 꽃병은 자라 홈 Zara Home. 촛대 ‘오노린 Honorine’과 ‘파니스 Panisse’는 마고 켈러 컬렉션스. 테이블 위에 있는 유리 촛대는 더 쿨 리퍼블릭 The Cool Republic, 찻주전자와 찻잔 ‘페코에’는 레볼.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암모나이트’.

 

265㎡인 이 집의 매력에 빠진 부부는 단점도 파악했다. 한번도 바뀐 적 없는 구조와 집 안쪽에 있는 사무 공간 그리고 부부와 세 명의 아이에게는 부족한 욕실의 수와 크기. 그래서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집의 도면을 완전히 바꾸었다. 부부를 위한 욕실과 아이들을 위한 욕실을 구분해 만들었고, 부엌을 원래 다이닝룸이었던 곳으로 옮겨 거실과 가깝게 배치했다. 까다로운 사라는 오스망 스타일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이를 새롭게 창조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 데커레이션을 즐겼다.

 

“컬러의 조화와
모티프 사용에
일관성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침대 헤드보드는 사라가 디자인하고 MS 에베니스테리에에서 제작했다. 헤드보드를 커버링한 패브릭 ‘마디나 Madina’는 마누엘 카노바스.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드롭 클로스 Drop Cloth’. 침구 ‘륀 Lune’, 와플 리넨 담요 ‘오와카 Owaka’와 ‘나플 Naples’, 벨벳 쿠션 ‘고아 Goa’는 모두 르 몽드 소바주. 침대 옆 거울 테이블은 메종 뒤 몽드. 테이블 조명은 굿무드 Goodmoods, 조명갓은 콜팩스&파울러의 ‘판테라 친칠라 Panthera Chinchilla’로 제작했다.

 

정갈한 욕실 바닥은 세라믹 사암으로, 벽은 젤리주 방식으로 제작한 타일(쉬르파스 Surface)로 마감했다. 수전과 황동 수건 히터는 마고. 욕실 타월은 르 자카드 프랑세 Le Jacquard Francais. 욕조 ‘워세스터 Worcester’는 빅토리아+알버트 Victoria+Albert.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암모나이트 n° 274’.

 

“이 집은 원래 완전히 중립적이었어요. 어떠한 장식도 없었고, 구조도 너무 일반적이었어요. 저는 이곳에 컬러와 모티프를 주고 싶었지만 순수한 선은 그대로 두고 싶었어요. 이 집이 클래식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캐릭터를 갖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사라는 밝고 뉴트럴한 톤으로 블루를 메인으로 하는 집의 짙은 톤을 바꾸었고 태피스트리와 18세기의 전통적인 장식과 윌리엄 모리슨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벽지로 다양한 모티프를 적용했다. 그리고 벨벳과 황동 위주의 내추럴한 소재를 더했다. “잡다한 것 말고 전부 좋아요!” 진정성에 뿌리를 둔 모던한 데코 프로젝트다.

 

“벽에 발랐을 때 인테리어를
좀 더 시적으로 만들어주는
벽지를 정말 좋아해요.”

 

사라는 방마다 각기 다른 14가지가 넘는 벽지를 사용했다. 이 방에는 하우스 오브 해크니 House of Hackney의 ‘가이아 Gaia’. 카나페 ‘리코 Rico’는 펌 리빙 Ferm Living. 그 위의 벨벳 쿠션 ‘고아’는 르 몽드 소바주. 태피스트리 ‘콜라주 Collage’는 툴르몽드 보샤르. 높은 타부레 ‘볼 Ball’은 폴포탕 Polspotten. 그 위에 있는 테이블 조명 ‘팬톱 Pantop’은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 디자인으로 베르판 Verpan. 벽 아랫부분에는 패로&볼의 ‘라이트 그레이 Light Gray’, 벽에는 ‘암모나이트 n° 274’를 칠했다. 황동과 유백색 유리로 된 1950년대 벽 조명은 셀랑시 Selency에서 구입.

 

ETC.

EDITOR 샤를로트 바이유 Charlotte Ba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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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피로 에브라 Christine Pirot Hebras

photographer

프랑시 크리스토가탱 Frenchie Cristoga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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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헤리티지

피에르 폴랑의 디자인 유산

피에르 폴랑의 디자인 유산

 

모더니즘 가구의 대명사 피에르 폴랑의 유산이 이어지는 공간 속으로.

 

1969년 10월 국가에서 관리하는 가구 수납고인 모빌리에 나쇼날 Mobilier National을 방문한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은 이탈리아가 모던 가구 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프랑스도 디자인 연구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면서 엘리제 궁에서 사용할 새로운 가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엘리제 궁 1층을 새롭게 단장할 가구 디자이너가 공식적으로 선임된다. 그가 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모더니즘 가구의 대명사 피에르 폴랑 Pierre Paulin이다. 비록 2009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수 많은 디자인은 그의 아내 마이야 폴랑과 아들 벤자민 폴랑 그리고 며느리인 알리스 르모안이 이끄는 가족 프로젝트 ‘폴랑 폴랑 폴랑 Paulin Paulin Paulin’에 의해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생산과 보존이 유지되고 있다.

 

빅 Big C 소파, 문 Moon 테이블의 둥근 라인과 직선의 계단이 형성하는 콘트라스트. 오렌지색과 대비를 이루는 파란색 그림은 미국 작가 래리 벨 Larry Bell의 작품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폴랑’이라는 이름은 이제 세상에 없는 오마주의 대상이 되었어요. 제 입장에서 디자인은 여전히 숨 쉬고 있고 사라지지 않는 존재인데, 그렇게 죽은 사람 취급하며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싫었죠. 그래서 ‘폴랑 폴랑 폴랑’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메아리처럼 멀리 퍼져나가는 듯한 단어의 반복은 세대 간 계승을 의미해요. 사람들은 저와 아내, 어머니 세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는 전혀 아니고요.” 벤자민과 알리스 부부는 지난해 파리 12구의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파리+아트바젤 기간 동안 집의 일부 공간을 현대미술 전시를 위해 외부에 공개했다. 파리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주택 건물에 폴랑 가구로 채워진 내부는 당시 가장 주목받는 전시로 입소문을 탔는데, 그도 그럴 것이 피에르 폴랑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한번에 이만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내딸을 안고 있는 벤자민 폴랑과 그의 아내 알리스 르모안.

 

그리고 작년 가을 이후 다시 방문한 이곳은 가구의 배치가 조금 바뀐 것과 2살짜리 막내딸을 안고 편안한 복장으로 맞이해준 부부의 모습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전설적인 유산이 내뿜는 모던한 아우라가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대문을 열고 중전을 지나 건물로 들어서면 1층은 주방과 거실, 2층은 사무실, 3층은 가족 침실이 있는 구조다. 지하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 젝션룸과 여러 손님과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1980년, 프랑스 건축가 피에르-루이 팔로치 Pierre-Louis Faloci와 장-미셸 빌모트 Jean-Michel Wilmotte에 의해 지어진 이 건물은 장-미셸 빌모트가 42년간 거주했으며, 최근 빌모트로부터 이 집을 구입하면서 지금은 폴랑 가족의 쉼터가 되었는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각 층으로 연결되는 직선 계단이 보여주는 공간 분할로도 팔로치와 빌모트가 설계한 건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거실에 놓인 베이지 빅 C 소파와 파란색의 클럽 Club C, 노란색 F572 의자의 조화가 아름답다.

 

알리스가 가장 선호하는 현관의 모습. 벽난로 앞 데클리브 Déclive n°3 롱 체어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거실 계단 아래 책장 옆 공간에 타피-시에주 소파를 놓아 아이들이 편안하게 독서와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 알리스가 이 집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찾아 가보니 신기하게도 어릴 적 놀러가본 친구네 집이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친구의 아버지가 살고 계셨던 거였죠. 훌륭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인 만큼 우리가 원하는 구조와 공간을 갖추고 있어 바로 이사를 결정했고 약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아주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요.” 빅C, 베이비 C 소파를 비롯해 많은 의자가 놓인 거실은 벤자민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며, 알리스는 빛이 잘 드는 현관의 벽난로 옆 롱 체어에 기대어 있는 걸 선호한다.

물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야외 중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곳에는 2014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루이 비통 전시 때 제작된 마이애미 Miami 테이블이 있어 가족이 모두 이곳에 둘러앉아 놀이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거실 책장 앞 타피-시에주 Tapis-Siège 소파 위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광경이다. 타피-시에주는 프로토타입이 퐁피두 센터에 소장되어 있고 피에르 폴랑 살아생전에 제품화되지 않은 디자인이기 때문에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 명의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지극히 사적인 가족 공간이지만 이전에 전시를 선보였던 것처럼 일부 공간은 외부에 공개해 피에르 폴랑 가구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주려는 계획도 이들 부부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쇼룸으로 불리거나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폴랑 폴랑 폴랑 프로젝트의 목적은 피에르 폴랑 디자인의 가치를 오래동안 지속시키는 것.

 

알파 Alpha 소파, 알파 클럽 Alpha Club 체어와 로자스 Rosace 커피 테이블을 매치했다. 벽에는 한지에 골드 페인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 오베르탕 Bernard Aubertin의 작품을 걸었다.

 

프로젝션룸에는 듄 앙상블과 붉은색 엘리제 조명을 놓았다.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에 모여 영화를 관람한다. 뒷면의 사진은 독일 사진가 칸디다 호퍼 Candida Hofer가 찍은 루브르의 모습이다. 사진 속 원형 소파 역시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했다.

 

듄 앙상블 Dune Ensemble 반대편으로 피에르 폴랑의 빈티지 제품인 뮐티모 Multimo 소파와 엘리제 테이블이 보인다. 그림은 스웨덴 작가 벵트 린드스트룀 Bengt Lindström의 작품.

 

노란색 캬테드랄 Cathédrale 테이블, 파란색 F050 의자와 어울리는 스위스 작가 필립 데크로자 Philippe Decrauzat의 작품. 책장은 모듈 렉탕글 Module Rectangle.

 

그래서 직접 운영하는 공방 제작 시스템을 통해 무분별한 생산과 판매를 차단하고, 유통 역시 가치를 알아보는 사용자에게만 갈 수 있도록 구입 목적과 제품이 놓일 장소까지 세세히 알아본다고 한다. 마치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다루듯 말이다. 그렇다고 이를 편협한 운영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를 이동하며 전통 가옥에 폴랑 가구를 전시해 체험할 수 있는 ‘템포러리 Temporary 홈’ 프로젝트는 작년 일본을 시작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다음은 멕시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판매실적을 높이는 것이 아닌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벤자민과 알리스는 자신들의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로까지 아버지 피에르 폴랑의 디자인 유산이 명성과 함께 이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정을 통해 바라보는 거실의 창

 

대문을 열고 중정에서 집 안으로 들어올 때 보이는 현관 모습.

WEB paulinpaulinpaulin.com

CREDIT

에디터

양윤정

포토그래퍼

Jean-Pierre Vaillan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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