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들여다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과 취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남다른 취향을 지닌 6명의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집과 일상에 관한 20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물건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완성된 보석 같은 집의 장면들.
쉼을 위한 둥지
디자인알레 우현미 소장
자기 소개와 하는 일 자연과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하는 디자인알레의 소장.
이 집의 첫인상 17세대로 이루어진 이태원의 오래된 빌라다.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마무리한 작업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1980년 초쯤인데, 모든 세대가 서로 다른 평면을 갖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을 정도로 집 구조가 모두 다른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부터 살고 있는지 이사 온 지는 5개월쯤.
이 동네와 집을 선택한 이유 오래된 벽돌과 박공지붕, 외부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오래된 이태원 골목길이 주는 독특한 뉘앙스를 이 집에 구현해보자는 도전정신이 생겼다.
인테리어 컨셉트 외부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을 집 안에 끌어들이는 것. 옛날 집에서 볼 법한 현관 타일이나 테라조, 폭이 좁은 마루 등을 사용했다.
이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 식물로 가득한 온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아침마다 식물 관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가장 좋아하는 가구 혹은 소품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라탄 체어와 프라마 선반장, 그리고 발레리 오브젝트의 도마.
가장 좋아하는 컬러 기본적으로 아주 컬러풀한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주로 입는 옷과 마찬가지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컬러를 좋아하지만 그 속에 애시드한 포인트 컬러, 예를 들어 채도 높은 옐로나 그린을 섞는 것을 즐긴다.
애정하는 작가나 디자이너 발레리 오브젝트의 뮬러 반 세베른. 특히 앞서 언급한 발레리 오브젝트의 도마를 좋아하는데, 벽에 걸어놓으면 오브제나 아트 피스 역할을 하는 동시에 커피잔을 올려두거나 다용도 트레이로 활용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 사용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채롭게 쓰일 수 있는 제품에 큰 매력을 느낀다.
가장 좋아하는 리빙 브랜드 요즘 들어서는 핀율을 꼽고 싶다. 자연을 닮은 느낌이 좋다. 과하게 꾸미거나 드러내지 않는 한국의 마당을 닮은 것 같다. 너무 많은 요소를 넣지 않고, 단순하지만 묵직하고, 벤치이지만 테이블이 되기도 하는 등 과시하지 않는 점이 좋다.
집이 가장 예뻐 보이는 시간대 해질녘 오후 5시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더없이 여유롭다.
집에서의 일상, 하루 루틴 MBTI의 극 I 성향이라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청소광인 사람이 보면 성에 안찰 수도 있지만 청소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설거지하는 시간. 집 안을 청소하고 식물을 관리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주방과 거실.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물기 때문에 탁 트인 구조로 만들었다.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지 않고 17m 일자로 쭉 뻗은 동선이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해질녘 무렵. 집에서 요즘 즐겨 듣는 음악 클래식 음악. 가사가 없는 피아노 연주 곡을 즐겨 듣는다.
가장 자주 해먹는 요리 요즘에는 아들을 위해 말린 가자미 찜이나 양념한 생선 요리를 자주 한다.
최근에 새로 들인 아이템 최근에 구입한 고양이 도자 오브제가 썩 마음에 든다. ‘성난 고양이’라는 네이밍도 귀엽다. 집 안 곳곳에 새, 이구아나, 개구리 등 인형이 꽤 있는 편인데 쓸모 없는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갖고 싶은 위시리스트 일본 도자 브랜드 아리타 1616의 접시. 아직 세 개 밖에 못 샀는데, 손님이 오면 함께 쓸 수 있도록 아리타 접시를 좀 더 구입하려 한다.
요즘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 코펜하겐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라마. 예사롭지 않은 행보들이 눈에 띄었다. 부쩍 관심 갖기 시작한 브랜드다.
나에게 집이란 예전에 EBS TV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에 사는 바우어 새를 알게 됐다. 이 새는 ‘정원사 새’로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 한 곳을 돌아다니는데 어느 집 빨래걸이에 걸려 있는 청바지를 훔쳐오기도 하고 단추, 인형, 조약돌, 유리 등 온갖 것을 물어와서 자신만의 둥지를 꾸민다. 색을 구별할 줄 알아 특정 색상만 모으기도 한다. 취향이 있는 새다. 바우어 새를 보면서 나와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집이란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나만의 공간이다. 육체적 피로감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쉼을 안기는 집은 내게 좋아하는 것들로 차곡차곡 쌓은 바우어 새의 둥지 같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