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ouse on the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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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use on the Water

건축가 두일리오 다밀라노가 이탈리아 서북부 도시, 쿠네오에 지은 집은 호수에 둘러싸여 피에몬테의 자연과 하나를 이룬다. 실내엔 나무 소재와 유기적 형태의 가구가 주를 이룬다.

실내에서 정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이 지역 수종과 일본 나무를 심은 정원은 조경가 파올로 로아냐가 디자인했다. 의자 ‘엘라 Ella’는 야코포 포기니 Jacopo Foggins 디자인으로 에드라 Edra. 테이블 ‘18K’는 딜모스 밀라노 Dilmos Milano. 펜던트 조명 ‘볼타 Volta’는 에스틸루즈 Estiluz. 앞에 보이는 주방 가구는 늙은 낙엽송으로 주문 제작.

두일리오 다밀라노가 디자인한 철망은 메탈 캔버스처럼 건물을 가두지 않고 감싸며 낙엽송 큐브를 통해 재미있는 경치를 만들어낸다. 낙엽송 큐브의 자리는 바꿀 수 있다.

유기적 곡선 형태가 멋진 카나페 ‘팩 Pack’(프란체스코 빈파레 Francesco Binfare 디자인, 에드라)이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유리를 단 수납 가구는 두일리오 다밀라노. 조명 설치 작품 ‘라크리메 델 페스카토르 Lacrime del Pescatore’는 잉고 마우러 Ingo Maurer. 화분은 로아냐 바바이 Roagna Vavai. 플로어 램프 ‘폭스 Fox’는 베른하르트 오산 Bernhard Osann 디자인으로 네모 라이팅 Nemo Lighting.

리셉션 하우스를 갖고 싶어요.” 로베르토가 건축가 두일리 오 다밀라노에게 요구한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다. 좋은 음식을 즐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이 쾌락주의자는 친구들과 고객을 맞이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원하던 부지를 어렵게 찾아내자, 그는 ㎡의 땅에 회사와 집을 짓는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산 아래에 자리해서 풍경이 환상적입니다.” 산업용 부지의 차가운 인상을 지우기 위해 건축가는 호수를 둘러싼 일본식 정자를 생각해냈다. 호수는 소귀나무, 단풍나무, 분재 등 이 지역의 수종과 일본 나무를 심은 정원(740㎡)으로 둘러싸여 있다. 건물의 통창은 실내와 실외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집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소재와 유기적 형태의 가구가 자연을 대신한다. 관조적이면서 잘 보존된 세계 같다. 도개교를 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더욱 시간을 초월한 느낌을 받는다. “다채로운 색의 변화와 개화를 겪으며 이 집은 계절의 리듬에 따라 변화합니다.” 로베르토가 즐겁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눈에 덮이기도 하고, 때로는 햇살에 물들기도 하는 호수의 반짝임은 결코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도금한 테이블(딜모스 밀라노)과 금빛 광택을 내는 식기장 ‘스크리뇨 Scrigno’(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냐 Fernando & Humberto Campana 디자인), 그리고 의자 ‘엘라’(야코포 포기니 디자인, 에드라)가 있는 다이닝룸이 호박색 광채를 낸다. 꽃병 ‘킨츠기 Kintsugi’는 셀레티 Seletti. 볼은 빌레로이&보흐 Villeroy&Boch. 유리잔은 톰 딕슨 Tom Dixon. 펜던트 조명은 에스틸루즈.

자연을 기리는 거실. 옷걸이 ‘네로 칵투스 Nero Cactus’는 귀도 드로코 Guido Drocco와 프랑코 멜로 Franco Mello 디자인으로 구프람 Gufram. 카나페 ‘팩’은 프란체스코 빈파레 디자인, 에드라. 낮은 테이블 대신에 놓은 봉고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그 위의 유리잔과 카라페는 톰 딕슨. 태피스트리는 모헤반 Mohebban. 나무 조각품은 다니엘 에글리 Daniel Eggli. 조명 설치 작품 ‘라크리메 델 페스카토르’는 잉고 마우러. 플로어 램프 ‘폭스’는 베른하르트 오산 디자인, 네모 라이팅.

자연의 모습을 살린 설화석고 세면대와 떡갈나무 선반은 지역 장인에게 주문 제작. 수전 ‘오리기니 Origini’는 제시 Gessi. 거울은 주문 제작.

전설적인 침실. 아티스트 리카르도 브로티니 Riccardo Brotini의 벽화가 이 방의 일본풍을 강조한다. 천장에 매단 침대는 주문 제작. 침구는 보시 Bossi. 태피스트리는 모헤반.

집으로 들어오는 경사로는 콘크리트인데 돌 같은 효과를 낸다. 옷걸이 ‘네로 칵튀’는 귀도 드로코 와 프랑코 멜로 디자인, 구프람.

etc. 

파노라마 벽지 ‘셴젠 Shenzen’은 월스 바이 파텔 Walls by Patel 제품으로 Etoffe.com에서 판매. 400×270cm, 612유로.

 

손으로 마감한 유연한 폴리우레탄 소재의 옷걸이 ‘네로 칵투스’는 드로코/멜로 디자인으로 구프람. 리미티드 에디션. 70×170cm, 5310유로.

 

스틸, 나무, 유리로 된 거울 ‘오! Ooh!’는 미 장 드뫼르 Mis en Demeure. 지름 32cm, 69유로.

 

손으로 짠 태피스트리 ‘테라 Terra’. 베지터블 실크와 양모 소재로 로쉐 보부아 Roche Bobois. 지름 300cm, 3370유로.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의 테디 모헤어 Teddy Mohair 패브릭을 입힌 카나페 ‘240’은 피에르 오귀스탱 로즈 Pierre Augustin Rose 디자인으로, 앵비지블 콜렉시옹 Invisible Collection. 240×120×76cm, 1만3080유로부터.

 

도금한 포슬린 꽃병 ‘킨츠기’는 셀레티. 19×16×32cm, 242유로.

황동판으로 만든 테이블 ‘폴리오 Folio’는 드로 스튜디오 Draw Studio 디자인으로 데 카스텔리 De Castelli. 298×110×75cm, 가격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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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Writer

발레리 샤리에 Valerie Cha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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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inematic Escape

A Cinematic Escape

A Cinematic Escape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손길에 의해 호텔로 재탄생한 유서 깊은 학교, 로마의 팔라초 탈리아를 소개한다.

메인 층의 마그나 홀. 가구와 조명은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가 직접 큐레이팅했다. © Giulio Ghirardi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 Studiolucaguadagnino에서 디자인한 호텔이 이탈리아 로마에 문을 열었다. 호텔명 팔라초 탈리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환대와 유희의 뮤즈 탈리아 Talìa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이름 그대로 방문객을 반기고,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본 건물이 처음부터 호텔 용도로 사용된 건 아니었다. 세기, 로마의 산 주세페 칼라산치오 San Giuseppe Calasanzio 사제는 이곳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움터로 운영했는데, 규모는 이내 커져 추 후 노빌레 콜레조 델 나차레노 Nobile Collegio del Nazareno라 불리는 저명한 교육기관이 되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온 역사도 산업 발전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막지 못했고, 학교는 결국 년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학교에 호텔로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건 이탈리아 부동산 개발 회사 그루포 프레차 Gruppo Frecia의 CEO 엘리아 페데리치 Elia Federici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에 호텔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의뢰한 것도 그였다. 호텔 인테리어 작업은 루카 구아다니노 사단에도 처음이었지만, 그렇기에 디자인적 제약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체인 호텔에서 볼 법한 ‘정형화된 럭셔리’라는 옵션은 페데리치는 물론 루카 구아다니노 측의 선택지에도 없었다.

호텔 입구 내부 모습.

테라스 스위트룸의 내부. 경사진 천장에 복숭아나무 패널과 뮤트한 분홍빛의 가구로 꾸며 아늑함을 더한다.

호텔 전체적인 테마를 관통한 주제는 색채 간의 조화, 그리고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리셉션 공간, 테라스 스위트룸을 포함해 레스토랑과 바, 웰니스 스파 설계는 물론 가구 디자인과 조명, 벽지의 셀렉까지 모두 주관한 스튜디오는 호텔 곳곳에 초록빛을 띤 마욜리카 타일을 배치했다. 본디 마욜리카 타일의 본고장은 이탈리아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사단은 의도적으로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의 장인들에게서 마욜리카 타일을 공수해 왔다. 평범함을 탈피한 제작 과정을 거쳐도, 결국엔 조화를 이루며 독자적인 개성을 구축한 모습을 보이려고 의도한 것이다. 오픈과 동시에 호텔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붉은빛의 플로럴 카펫은 아일랜드의 건축가이자 미술가 나이젤 피크 Nigel Peake가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바닥을 수놓은 영롱한 색채의 향연은 계단을 타고 이어져 메인 층의 마그나 홀 Magna Hall로 안내하는데, 세기 화가 가스파르 세레나리 Gaspare Serenari의 프레스코화로 천장이 장식된 이곳은 현재 프라이빗한 행사를 위해 쓰이고 있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꼭대기 층의 테라스 스위트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사진 천장, 복숭아나무 패널과 뮤트한 분홍빛으로 꾸며진 곳의 한가운데엔 역시 마욜리카 타일로 만들어진 벽난로가 자리해 아늑함을 더한다. 방 이름에 걸맞게 펼쳐진 ㎡(평) 규모의 테라스에선 호텔 내부 안뜰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심 오아시스’가 마련되어 있다. 열대식물 큐레이팅을 포함한 조경 디자인은 모두 조경가 블루 맘보르 Blu Mambor의 작업이다. 

호텔 입구부터 묻어나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취향.

리셉션 공간. 카펫은 아일랜드 건축가 겸 미술가 나이젤 피크가 디자인했다.

“이 웅장하고 한계 없는 공간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명 깊었다. 그의 날카로운 미적 감각은 영화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현대성, 세부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 맞춤제작을 위해 보인 끈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팔라초 탈리아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다. 감독은 현대적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호텔 프로젝트 총괄자 엘리아 페데리치가 말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대표작 아이 엠 러브 , 비거 스플래시 속 정열적이고 호화로운 이탈리아의 휴가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서정적인 낭만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팔라초 탈리아. 영상을 통해 전개돼온 그의 작품 세계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관객, 아니 투숙객을 만나게 된 순간이다.

2층의 복도.

조용한 대화와 활기찬 모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바 델라 무사 Bar Della Musa. 무라노 유리로
만든 미러 타일이 벽면을 꾸몄다.

로비 공간.

웰니스 스파의 온수 풀.

계단으로 향하는 길.

호텔 안뜰에서 바라본 테라스 스위트룸.

로마, 베니스, 소렌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트라마에 Tramae 레스토랑.

ADD Largo del Nazareno 25, 00187 Roma, Italia

TEL + 39 06 692521

WEB www.palazzotal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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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집

포용의 집

포용의 집

아이코닉한 가구와 빈티지 가구, 그리고 작가의 작품이 풍성한 레이어를 보여주는 세븐도어즈 민송이 대표의 집. 오랜 경력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만든 집에는 삶의 방식이 깃들어있다.

디자인 가구와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 거실. 검은색 바닥재 덕분에 가구의 실루엣이 더욱 살아난다.

민송이 대표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손님인 ‘수수’는 부모님의 반려견이다. 마라룽가 소파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고가구를 두었지만 현대적인 가구 디자인과 어우러져 지나치게 예스럽지 않다.

제작한 주방 가구는 냉장고를 비롯해 빌트인 수납공간을 만들어서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리빙&공간 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숍이나 카페, 백화점 등의 공간 연출부터 광고 콘텐츠, 브랜딩, 전시까지 말 그대로 리빙과 공간에 관련된 스타일링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스타일링 스튜디오 세븐도어즈를 운영해오고 있는 민송이, 민들레 대표는 국내 리빙 업계의 손꼽히는 듀오 스타일리스트다. 오설록 티하우스를 비롯해 더 현대 서울의 식품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북촌 설화수의 집 등 많은 이들이 즐겨 가는 공간에 세븐도어즈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사무 노구치의 조명이 보름달처럼 떠 있는 다이닝 공간. 좋아하는 그릇들은 벽에 설치한 가구 필라스터에 하나씩 올려두었다. 커튼으로 가린 부분은 식물과 항아리를 둔 베란다.

민송이 대표는 결혼 후 신혼집을 거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집을 다듬다보니 년 반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다.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동안 공간을 연
출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가고 배우면서 예행연습을 해본 것 같아요. 이 집은 전실과 현관을 연결해서 구조를 변경했고, 그 외에는 바닥재와 주방, 욕실 등 스타일링 위주로 리모델링을 했어요. 또 가장 넓은 방은 제가 집에서 일할 때 사용할 작업방으로 만들고, 작은 방은 침실로 사용하게 됐는데요, 남편이 이해하고 배려해준 덕분이에요.” 무채색과 낮은 채도의 색상을 좋아하는 민송이 대표의 취향은 바닥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선뜻 택하기 어려운 검은 원목마루이지만 집 전체의 인상을 묵직하고 차분하게 잡아준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수많은 디자인 가구와 소품, 그리고 멋진 공간을 보고 만들어온 그녀에게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집에 관해선 계획이나 의도가 별로 없는 편이에요. 해놓고 보니 혹은 지나고 보니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알게 되는 거죠. 제 옷이나 갖고 있는 물건들을 보니 무채색이 많더군요.

오로지 수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검은색으로 마감한 침실. 침구 역시 무채색으로 선택해 이 집에서 채도가 가장 낮은 공간이다. 벽에 붙인 부부의 사진 한 장이 따뜻해 보인다.

가구는 오래 사용할 디자인을 고르는 편이고요.” 타임리스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일컫지만, 개인이 정의하는 바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오랜 시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해오며 민송이 대표가 생각하는 오래 사용할 가구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쉽게 질리지 않는 담백한 디자인의 가구죠. 그런데 가구란 내 마음대로 두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집은 쇼룸이 아니니 모든 가구를 철저히 계획해서 둘 수 없고, 살면서 변수도 생기거든요. 지금은 집에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사용하고 있는 가구도 있고, 제 취향이 아닌데 이사할때마다 따라오는 가구도 있어요.(웃음) 촬영 후 버려질 것 같아 데려온 식물은 무럭무럭 크고 있고요. 저는 이런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가구들을 잘 조합해서 멋스럽고 쓰임에 맞게 두는 것이 제 역할이겠죠.” 민송이 대표의 말처럼 집 안에는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가구와 물건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베란다에 옹기종이 모여 있는 항아리와 몇 점의 고가구는 어머니가 직접 장을 담그시던 항아리, 지방 여행을 하며 구입해 사용하다 물려주신 것들이다. 1814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영국 총포상의 빈티지 유리장부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구입하거나 주문 실수로 잘못 제작한 가구도 있다. 올록볼록한 형태가 반려견에게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는 버블 소파는 원래 민들레 대표의 집에 있던 것. 반면 배송을 받기까지 긴 시간 기다림을 감내하며 구입하거나 샤를로트 페리앙처럼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하이엔드 가구도 있다. 스타일링의 힘은 시대와 스타일이 다른 사물들을 조화롭게 포용한다.

한두 개씩 구입하다 보니 개수가 늘어난 소반. 오브제 역할도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내려서 요긴하게 사용한다.

실제 영국 총포상에서 사용했던 빈티지 가구. 유리 표면의 글씨도 잘 보존돼 장식적인 역할을 한다.

사용하던 침대 헤드보드를 선반으로 탈바꿈했다. 좋아하는 캐릭터 작품을 비롯해 남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방.

재택 업무가 이뤄지는 작업방은 보통 침실로 사용하는 가장 넓은 방이다. 작업 중 샘플을 봐야 할 땐 테이블에 늘어놓기도 하고, 민들레 대표와 함께 야근하다 쉬기도 하는 공간이다.

작업방과 이어지는 욕실 파우더룸. 계획대로 마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그냥 두어 오히려 재미있는 공간이 됐다.

방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커다란 그림 작품은 어머니가 그려주신 것.

이 집에서 가구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곳곳에 배치된 작품이다. 현관 벽에 걸린 문형택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복도는 물론 주방, 작업 방, 거실에도 작품이 놓여 있다. 옥션이나 페어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구입하다 보니 꽤 많아졌다. 민송이 대표는 이미 유명하거나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작품보다는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예가 평보 서희환 선생의 작품은 수수하면서도 독특한 글씨체가 마라룽가 소파나 버블 소파 같은 현대적인 가구와 힘있게 어우러지며 거실에 개성을 더한다.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베란다를 확장하는 사례가 많은데, 집의 모든 베란다를 그대로 둔 점도 의외였다. “식물에 물을 주거나 장담글 항아리도 두어야 하고요. 확장을 하면 공간이 연장되긴 하지만 그만큼 눈에 보이는 면적도 늘어나요. 직업 특성상 짐이 많아서 보관할 곳도 필요하고, 또 안마의자나 러닝머신같이 필요하지만 거실이나 방에 두기 조금 부담스러운 기기도 베란다에 두었어요. 아! 주방 옆 베란다에는 식용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전인 ‘틔운’을 두었는데요,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이걸로 로메인, 비타민, 상추 등을 재배해서 먹었는데 재미도 있고 수확하는 즐거움도 있는 아파트용 텃밭이에요.” 민송이 대표의 말에 공간을 넓힌다는 이유로 베란다를 무조건 확정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구경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민송이 대표의 집은 든든한 포만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멋스러운 집을 만드는 일은 노련한 스타일링에 달려 있지만, 실은 작은 물건 하나에 담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강약조절을 하며 균형을 맞추는 민송이 대표의 삶의 방식에서 비롯됐다. 잘 꾸며진 공간이 때론 머무는 이에게 괴리감을 줄 때가 있는데, 다정하고 따뜻한 스타일리스트가 완성한 집에선 초대한 이의 환대만이 느껴졌다.

민들레 대표가 오면 머무는 게스트룸. 침대 안쪽 공간은 리모델링하다 우연히 벽 너머에서 발견하게 된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색채의 형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정진서 작가의 작품이 놓인 복도. 옆에 비어 있는 캔버스는 어떤 작품이 걸릴지 아직 미정인 상태라 그대로 두었다.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프리랜서 에디터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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