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에게 집은 삶과 예술이 만나는 장소다. 그녀의 브루클린 타운하우스는 개인적인 열정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다이닝 룸. 벽면 가득한 선반에는 크리나가 여행 중에 모은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올려두었다.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열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말한다. 뉴욕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크리나는 밀라노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창의적인 에너지와 역동적인 예술 씬에 매료되어 뉴욕으로 이주해, 2013년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그녀의 타운하우스는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공간으로서 주거 공간 이상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실현한 곳이다.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때, 크리나는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다. 기존 브루클린 하이츠 아파트의 리노베이션 계획으로 새로 집을 찾게 되었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타운하우스를 발견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이 타운하우스를 찾아주어 제가 방문했을 때, 첫눈에 반했어요. 집주인이 10년 전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담당한 웨딩플래너라는 점도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예기치 않은 우연으로 집주인과 연결된 인연까지 더해지며, 이곳은 그녀의 가족에게 특별한 시작점이 되었다. 타운하우스는 나무가 늘어선 거리 위에 자리 잡은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로,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 나무 마루 바닥, 기존 문과 장식 등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내부 공간은 전통적인 뉴욕 타운하우스의 평면 구조였다. 정문에 입구와 거실이 있고, 뒤쪽에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위치하며, 2층에는 가족실과 여러 개의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임대주택이라 구조적인 변경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집의 역사적인 특징과 밝고 넓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가구와 예술 작품, 생활 용품으로 집을 꾸몄다. 제한된 조건이 오히려 집 공간을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으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혁신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을 주었고, 그 결과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과거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요소도 자연스럽게 집 안에 녹아들었다. 그녀는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와 다시 협업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침실에 있는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디자인의 플로어 램프는 뉴욕 북부 프로젝트에서 샹들리에 팔 디자인을 위한 프로토 타입으로 사용된 작품이다. 스튜디오 드리프트 Studio Drift의 테이블 램프 역시 이전 프로젝트에서 재활용되어 새로운 생명과 목적을 얻었다. 그녀의 작업에서 자주 협업하는 아티스트 리즈 홉킨스 Liz Hopkins와 디자인한 식탁, 커피 테이블, 입구의 스콘스 등 여러 가구와 조명도 그녀의 손길이 담긴 작품이다. 또한 그녀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로 집을 채우고자 했다. 특히 이탈리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지오 폰티 GioPonti, 카를로 몰리노 Carlo Mollino, 안드레아 브란치 Andrea Branzi같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실에 놓인 토템 조각상은 가족의 오래된 보관 상자를 활용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이탈리아 멤피스 디자인 운동의 일원이던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가구를 구상하면서 방이 단조롭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도록 대담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집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가 멤피스 스타일로 제작한 토템 오브제 옆에 서 있다.

빈티지 이탈리아 펜던트 조명과 짙은 그린 패브릭으로 꾸민 패밀리 룸. 다각형의 커피 테이블은 크리나가 디자인하고 파비엔 르호스티스 Fabienne L’Hostis가 제작했다. 벽면의 레진 아트워크는 리즈 홉킨스.

알렉산드리아 타버 Alexandria Tarver의 꽃 그림이 주방에 톡톡 튀는 색감을 더한다.

크리나가 모은 애장품과 아트북을 놓은 거실 전경. 이곳에서 창의적인 미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리즈 홉킨스가 제작한 벽등을 걸어둔 현관. 계단 난간 기둥은 나탈리 산 레그노 Nathalie Sann Regnault가 직조한 끈으로 감쌌다.

리즈 홉킨스의 레진 테이블과 레이니 홈 Raini Home의 다이닝 체어를 놓은 거실.

높은 창 너머로 브루클린 스트리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침실. 침대 앞에는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케이 르로이 러글스 Kay LeRoy Ruggles의 선반을 두었다.
크리나에게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게 집은 건축이 개인적인 표현과 만나는 성소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과 함께 진화하고, 당신의 열정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공간이죠.” 그녀는 이 집을 설계하며 자신의 예술, 디자인, 색상, 빛에 대한 사랑을 편안함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결합시켰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도전은 언제 끝을 맺어야 할지 아는 것이었어요. 저는 집을 완성된 상태로 보기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작업으로 봅니다.” 그녀의 집은 현재도 진화 중이며, 앞으로도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공간으로 남기 바란다고 덧붙인다. 따뜻함과 기능성,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살아 있는 캔버스 같은 집. 이곳에서 그녀의 창의성과 열정은 계속해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가에타노 페세의 발 조각품과 루이지 반디니 부티 Luigi Bandini Buti가 디자인한 카르텔 Kartell의 플로어 램프를 두어 유머러스한 공간을 연출했다.

거실 창문 앞에 놓아둔 테이블 조명은 비코 마지스트레티 Vico Magistretti가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텔레고노 Telegono.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의 특징이 잘 보이는 계단.

거실 코너에 자리한 조 콜롬보 Joe Colombo의 조각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