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anvas for Living

A Canvas for Living

A Canvas for Living

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에게 집은 삶과 예술이 만나는 장소다. 그녀의 브루클린 타운하우스는 개인적인 열정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다이닝 룸. 벽면 가득한 선반에는 크리나가 여행 중에 모은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올려두었다.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열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말한다. 뉴욕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크리나는 밀라노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창의적인 에너지와 역동적인 예술 씬에 매료되어 뉴욕으로 이주해, 2013년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그녀의 타운하우스는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공간으로서 주거 공간 이상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실현한 곳이다.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때, 크리나는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다. 기존 브루클린 하이츠 아파트의 리노베이션 계획으로 새로 집을 찾게 되었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타운하우스를 발견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이 타운하우스를 찾아주어 제가 방문했을 때, 첫눈에 반했어요. 집주인이 10년 전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담당한 웨딩플래너라는 점도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예기치 않은 우연으로 집주인과 연결된 인연까지 더해지며, 이곳은 그녀의 가족에게 특별한 시작점이 되었다. 타운하우스는 나무가 늘어선 거리 위에 자리 잡은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로,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 나무 마루 바닥, 기존 문과 장식 등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내부 공간은 전통적인 뉴욕 타운하우스의 평면 구조였다. 정문에 입구와 거실이 있고, 뒤쪽에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위치하며, 2층에는 가족실과 여러 개의 침실이 배치되어 있다. 임대주택이라 구조적인 변경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집의 역사적인 특징과 밝고 넓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가구와 예술 작품, 생활 용품으로 집을 꾸몄다. 제한된 조건이 오히려 집 공간을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으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혁신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을 주었고, 그 결과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과거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요소도 자연스럽게 집 안에 녹아들었다. 그녀는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와 다시 협업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침실에 있는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디자인의 플로어 램프는 뉴욕 북부 프로젝트에서 샹들리에 팔 디자인을 위한 프로토 타입으로 사용된 작품이다. 스튜디오 드리프트 Studio Drift의 테이블 램프 역시 이전 프로젝트에서 재활용되어 새로운 생명과 목적을 얻었다. 그녀의 작업에서 자주 협업하는 아티스트 리즈 홉킨스 Liz Hopkins와 디자인한 식탁, 커피 테이블, 입구의 스콘스 등 여러 가구와 조명도 그녀의 손길이 담긴 작품이다. 또한 그녀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로 집을 채우고자 했다. 특히 이탈리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지오 폰티 GioPonti, 카를로 몰리노 Carlo Mollino, 안드레아 브란치 Andrea Branzi같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거실에 놓인 토템 조각상은 가족의 오래된 보관 상자를 활용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이탈리아 멤피스 디자인 운동의 일원이던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가구를 구상하면서 방이 단조롭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도록 대담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집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나 아르기레스쿠 로가드가 멤피스 스타일로 제작한 토템 오브제 옆에 서 있다.

빈티지 이탈리아 펜던트 조명과 짙은 그린 패브릭으로 꾸민 패밀리 룸. 다각형의 커피 테이블은 크리나가 디자인하고 파비엔 르호스티스 Fabienne L’Hostis가 제작했다. 벽면의 레진 아트워크는 리즈 홉킨스.

알렉산드리아 타버 Alexandria Tarver의 꽃 그림이 주방에 톡톡 튀는 색감을 더한다.

크리나가 모은 애장품과 아트북을 놓은 거실 전경. 이곳에서 창의적인 미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리즈 홉킨스가 제작한 벽등을 걸어둔 현관. 계단 난간 기둥은 나탈리 산 레그노 Nathalie Sann Regnault가 직조한 끈으로 감쌌다.

리즈 홉킨스의 레진 테이블과 레이니 홈 Raini Home의 다이닝 체어를 놓은 거실.

높은 창 너머로 브루클린 스트리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침실. 침대 앞에는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케이 르로이 러글스 Kay LeRoy Ruggles의 선반을 두었다.

크리나에게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게 집은 건축이 개인적인 표현과 만나는 성소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과 함께 진화하고, 당신의 열정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공간이죠.” 그녀는 이 집을 설계하며 자신의 예술, 디자인, 색상, 빛에 대한 사랑을 편안함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결합시켰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도전은 언제 끝을 맺어야 할지 아는 것이었어요. 저는 집을 완성된 상태로 보기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작업으로 봅니다.” 그녀의 집은 현재도 진화 중이며, 앞으로도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공간으로 남기 바란다고 덧붙인다. 따뜻함과 기능성,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살아 있는 캔버스 같은 집. 이곳에서 그녀의 창의성과 열정은 계속해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가에타노 페세의 발 조각품과 루이지 반디니 부티 Luigi Bandini Buti가 디자인한 카르텔 Kartell의 플로어 램프를 두어 유머러스한 공간을 연출했다.

거실 창문 앞에 놓아둔 테이블 조명은 비코 마지스트레티 Vico Magistretti가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텔레고노 Telegono.

클래식한 브라운 스톤 건물의 특징이 잘 보이는 계단.

거실 코너에 자리한 조 콜롬보 Joe Colombo의 조각 의자.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크리스 모탈리니 Chris Mottalini

TAGS
건축가의 소우주

건축가의 소우주

건축가의 소우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건축가 마승범과 공간 디자이너인 아내의 철학과 감각이 녹아든 집. 재료와 구조, 가구 하나까지도 설계자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마승범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OP 시리즈 가구. 거대한 건축 서적을 보관하기 위해 시작된 책장 디자인이 OP 시리즈로 발전했다. 모듈형 구조로 여러 개를 쌓거나 나란히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거실. OP 시리즈 가구를 중심으로 단순한 형태의 기성 가구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장 푸르베 다이닝 체어와 함께 배치된 다이닝 테이블 역시 제작한 것.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마승범 건축가. 사이드 테이블 위의 작품은 민준홍 작가의 작품으로 공간에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서울 이태원의 한 조용한 골목길. 스튜디오 SMA의 대표이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건축학부 교수로 활동 중인 마승범 건축가는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창작자다. 공간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와 오브제 디자인까지 아우르며, 그의 작업은 기능과 미학의 조화를 통해 독창적인 건축적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그와 그의 아내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장을 열었다. “집은 나를 편안하게 하고, 다시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사소한 걱정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해요. 그리고 그런 공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공간과 형태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마승범 건축가의 철학은 그의 작업에서, 그의 삶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혼 후, 부부가 처음 머물렀던 집은 서울 이화여대 근처의 작고 아늑한 아파트였다. 이후에 좀 더 넓고 편리한 환경을 찾아 한남동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태원의 오래된 아파트를 발견했다. 50년의 세월을 머금은 이 건물은 그들에게 주거 공간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고, 부부의 삶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장소로 더 없이 완벽했다. “우리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어야 했어요.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는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캔버스 같은 집을 원했어요. 똑같은 아파트 레이아웃에서 살아가는 대신, 이곳에서 우리만의 색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태원 집은 부부의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건축가와 공간 디자이너라는 전문가 커플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적 특성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키며, 그들의 삶의 철학을 집 안 곳곳에 담아냈다.

시각적 불필요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납 디자인에 세심하게 신경 쓴 주방.그 덕분에 간결한 선과 면이 더욱 돋보인다.

수납장은 천장 끝까지 올리지 않고 상단은 글라스로 마감해 답답함을 덜고 시각적 개방감을 더했다.

집의 중심에는 마승범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한 OP 시리즈 가구가 있다. OP는 ‘Opus’의 약자로, 음악에서 작품 번호를 의미한다. “OP 시리즈는 단순히 기능적인 가구가 아닙니다. 음악에서 비례와 리듬이 조화를 이루듯, 건축에서는 구조와 형태를 통해 공간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예요. 기둥, 보, 바닥판 같은 기본적인 건축 요소를 응용해 형태를 만들어냈고, 사용자가 그 형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능도 달라지죠. 단순히 책장을 넘어, 작은 건축물 같은 존재감을 가진 가구로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그의 말처럼 OP 시리즈의 책장은 단순한 수납 가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작나무 합판에 도장된 표면은 견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기성 가구와 함께 배치해 집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 이 집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다양한 소재의 조화로 다층적인 매력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마승범 건축가와 그의 아내는 바닥에 따뜻한 원목 마루를 깔아 기본 톤을 만들고, 단순한 흰색 벽면을 통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여기에 금속, 유리, 나무 소재를 활용한 디테일을 더하며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조화롭게 결합했다. “재료 자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단순히 재료를 채워 넣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느낌으로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공간이 주는 경험이 더 깊어지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집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현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로 천장을 마감해 겨울 호수의 얼음처럼 은은하게 반사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스테인리스는 그 자체로 공간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매력이 있어요. 천장이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면서, 현관에서부터 집 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감각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방 역시 부부가 애정을 담아 설계한 공간이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을 직접 구상한 뒤, 주방 가구 브랜드 보비아 Vobia와 협업하여 디테일을 완성했다. 대리석 대신 유지 관리가 용이한 스테인리스 아일랜드는 특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스테인리스의 반사되는 빛은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줄 뿐 아니라, 현관과 마찬가지로 겨울철 호수에 낀 얼음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요소까지 더했기 때문이다. 이태원 집은 단순히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넘어, 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장소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마승범 건축가 부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애정과 철학이 담긴 안락한 보금자리는 두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담아낸 작은 우주 같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화사한 주황빛 그림은 채지민 작가의 작품으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태원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테라스.

거실장 한쪽을 채우는 아내의 취미인 어린이 동화책 수집품. 다양한 동화책이 공간에 따뜻함을 더한다.

천장 끝 상단을 글라스로 마감해 구조적 단조로움을 해소하며 디테일에 재미를 더했다.

마승범 건축가의 홈 오피스. 실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OP 시리즈 가구가 공간을 채운다. 벽면에는 현관과 같은 채지민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공간 디자이너인 아내의 서재. 잉고 마우러의 조명을 포인트로 활용해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아늑하면서도 절제된 부부 침실. 침대 프레임 역시 맞춤 제작으로 공간에 조화를 이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
Layers of Life

Layers of Life

Layers of Life

파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갤러리 크레오. 예술과 삶에 대한 철학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크젠토프스키 부부의 집을 소개한다.

피에르 구아리슈 Pierre Guariche의 CA21 캐피톨 Capitol 소파, 피에르 폴랑의 1인 라운지 체어,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의 히에로니무스 우드 Hieronymus Wood 체어 등 1인용 사이즈의 작은 라운지 체어 여러 개로 꾸민 거실. 커피 테이블은 프랑수아 보셰 François Bauchet의 켈라 Cellae, 왼쪽 벽면에 놓인 금속 작품 위 더 피플 워크 We The People Work는 단 보 Danh Vo, 천장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 Gino Sarfatti의 2109/24, 벽에 걸린 사진 작품은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오른쪽 구석에 걸린 네온 사인 조명은 제이슨 로즈 Jason Rhoades의 스니즐, 블랙, 박스, 벨벳 Snizzle, Black Box, Velvet.

독특한 형태의 플로어 조명 체인 미네랄 트리플 Chaînes Mineral Triple은 로낭 & 부홀렉 디자인, 개미를 떠올리게 하는 엠브료 Embryo 체어는 마크 뉴슨 Marc Newson, 커튼 앞에 놓인 조각 작품은 데이비드 누난 David Noonan.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갤러리 크레오를 이끌고 있는 클레멘스와 디디에 부부.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파리의 한복판, 고전적인 벨 에포크 건물 안에 자리 잡은 클레멘스 Clémence와 디디에 크젠토프스키 Didier Krzentowski 부부의 아파트는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하나의 캔버스 같다. 이곳은 시간이 겹겹이 쌓인 흔적과 생동하는 현재가 서로 대화하며 조화를 이루는 무대다. 클레멘스와 디디에는 1999년에 갤러리 크레오 Galerie Kreo를 설립하며 디자인과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갤러리를 열기 전, 디디에는 명망 높은 스키 의류 회사 킬리 KILLY에서 가족 사업을 지원했으며, 스포츠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했다. 클레멘스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유명 디자이너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에게 성화 디자인을 의뢰하며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두 사람에게 디자인과 예술을 결합하는 안목을 길러줬고, 이는 곧 갤러리 크레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는 에이전시로 시작해 로낭 부홀렉 Ronan Bouroullec, 마크 뉴슨 Marc Newson, 피에르 샤르팽 Pierre Charpin 등과 협업한 뒤, 1999년 파리 13구에 첫 갤러리를 열었다. 이러한 활동은 그들의 철학이 반영된 삶의 공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여러 가지 색상의 조명 갓이 인상적인 벽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 앞에 놓인 커피 테이블은 마크 뉴슨, 평화를 상징하는 로고를 새겨넣은 벤치는 버질 아블로, 푸른 색이 인상적인 라운지 체어는 알라인 리차드 Alain Richard.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천장 조명 트랜스포머스 LS4와 유리 테이블 반자이 Banzai. 레드 컬러의 좌판이 돋보이는 다이닝 체어는 로빈 데이 Robin Day, 오른쪽 벽면 가장 상단에 걸린 페인팅 작품은 A.R 펭크 Penck의 푸추라 Futura 2000.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한 부부 침실. 지구본을 여러 개 이어 만든 천장 조명 워크 Work는 앙게 레치아 Ange Leccia, 허전한 침실 벽면을 가득 채운 문 형태의 작품 플라스터스 서로게이트 Plasters Surrogates는 알란 맥콜럼 Allan McCollum, 모듈형 유닛 수납장 쿠오버스 Quobus는 마크 뉴슨.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오른쪽 벽면 가장 상단에 달린 벽 조명은 피에르 폴랑, 침실과 동일한 마크 뉴슨의 수납장 쿠오버스, 바닥에 누워 있는 핑크색 하마 쿠션은 카스텐 휠러 Carsten Höller.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오랜 시간 부부의 감각적인 안목으로 수집해온 그림 작품들을 전시한 복도 공간.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두 개의 천장 조명은 사르파티, 체스판 모양의 거울은 알레산드로 멘디니, 세면대 위에 놓인 화병은 에릭 올로브손 Olovsson, 돗단배 형태의 욕조 바스 보트는 스튜디오 웨이키 소머스 Wieki Somers.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모이는 곳”이라며 자신의 집을 소개한 부부의 아파트는 마치 자화상처럼 두 사람의 철학과 감각이 여실히 들어나 있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 본능적으로 꾸며진 이 집은 빈티지 가구와 현대 작품, 그리고 선사 시대의 운석 같은 독특한 물건으로 가득하다. 고전적인 벨 에포크 건물의 기둥에 석고를 벗겨내고 금속 지지대를 드러낸 거칠면서도 독특한 매력은, 표백된 나무 마루와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층층이 쌓인 듯한 느낌과 차분함, 그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원했어요. 대화와 사물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따뜻하고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로요. 텍스처, 미학, 직물을 믹스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아늑함과 과감한 미학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갑니다.” 부부는 자신의 집을 묘사했다. 최근 부부는 리퍼니싱을 통해 조명의 배치를 새롭게 했다. 오랜 시간 같은 위치에 머물던 주요 조명들에 변화를 줘 공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조명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넘어,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죠.” 이들 부부에게 리퍼니싱 과정은 미학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색상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페라리 Ferrari 레드 테이블과 초록 카펫처럼 대담한 색상은 공간의 중심을 잡으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유지한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부부의 창의성과 자신감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디디에가 소중히 여기는 선사 시대의 운석은 단순히 예술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부부가 추구하는 독창성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물건에 끌립니다. 중세 이탈리아 램프가 현대 디자이너의 테이블 옆에 놓이고, 선사 시대 유물이 조용히 선반에 놓여 있는 모습 등 과거와 현재의 긴장감은 생동감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죠. 그것이 우리가 갤러리와 집에서 모두 지향하는 철학입니다.” 부부가 강조해 말했다.

민트색으로 색상에 변화를 준 공간. 네온 조명과 하이메 아욘의 벽 거울을 달았다.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소파와 스툴은 로낭 & 부홀렉 디자인, 커피 테이블은 피에르 샤르팽. 비교적 색감을 덜어낸 공간이지만 소파 위 컬러 패치 하듯 올린 다채로운 색감의 패브릭이 인상적이다. © Alexandra de Cossette/Galerie Kreo

침실의 작은 독서 공간처럼 상대적으로 단순한 코너도 부부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독특한 조명과 빈티지 가구로 꾸며진 고요하고 아늑한 휴식처로서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우리 집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입니다. 새로운 발견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진화하죠.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일관된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최근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의 작품을 집에 추가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의 LED 조명은 부부가 수년 전에 소장한 테이블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냈다. 갤러리 크레오 역시 이들의 비전을 반영하며 진화하고 있다. 부부는 앞으로도 꾸준히 젊은 디자이너의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면서도, 역사적인 작품의 가치를 기념하는 데 주력하리라 다짐했다. 파리의 이 특별한 집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소다. 부부는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집은 열정과 기억, 타협하지 않는 철학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죠. 집이란 우리의 이야기와 철학이 깃든 삶의 무대입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알렉산드라 드 코세트 Alexandra de Cossette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