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건축 요소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파리 7구의 아파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돌프 파렌테의 섬세한 터치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클래식과 모던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소파와 플로어 램프는 로돌프 파렌테 디자인. 커피 테이블은 마리오 벨리니 Mario Bellini의 ‘글리 스카키 Gli Scacchi’, 네스 갤러리 Nes Gallery에서 구입. 암체어는 피에르 폴랑의 그루비 Groovy. 사이드 테이블은 브린야르 시귀르다르손 Brynjar Sigurdarson의 ‘사일렌트 빌리지 The Silent Village’, 갤러리 크레오 Galerie Kreo에서 구입.
파리 7구, 에펠 탑이 보이는 한적한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아파트는 세월의 흔적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파리에 기반을 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돌프 파렌테 Rodolphe Parente는 이곳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깊이와 감성이 공존하는 예술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라는 그의 디자인 철학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은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교한 디테일을 가능하게 했다.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세심하게 반영하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다이닝 테이블은 샬롯 페리앙. 다이닝 체어는 피에르 사포의 S11. 샹들리에는 지노 사르파티 Gino Sarfatti의 램프536, 갤러리 크레오에서 구입.

펜던트 조명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살리센디 Saliscendi’. 곡선형의 소파는 크리스토프 필레 Christophe Pillet의 ‘슬로 러브 Slow Love’ 제품으로 리믹스 갤러리 Remix Gallery에서 구입. 테이블은 재스퍼 스탈 Jesper Stähl. 왼쪽 페이지 월넛 소재로 맞춤 제작한 벽 선반. 데이베드는 한스 웨그너 Hans Wagner 디자인으로서 갤러리 파라디에서 구입. 사이드 테이블은 아일린 그레이의 E1027.

광택이 나는 래커 칠과 거울로 마감한 침대 헤드보드는 로돌프 파렌테 디자인으로서 맞춤 제작.

에토레 소트사스의 거울이 빛나는 현관. 거울 소재의 콘솔은 재스퍼 모리슨 Japser Morrison. 러그는 코디마 컬렉션 Codimat Colletion.
이 아파트는 200㎡ 규모로, 고풍스러운 파리의 건축적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높은 천장, 정교한 몰딩, 그리고 세월을 머금은 벽난로가 주는 깊이는 첫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로돌프 파렌테는 이 공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건축적 디테일의 원형을 살리고 싶었다. 역사와 모던함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리노베이션 과정은 마치 과거의 한 조각을 발굴하는 여정과 같았다. 몇 겹의 리모델링 흔적 속에서 숨겨져 있던 과거 몰딩 장식을 발견했을 때, 파렌테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집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세심하게 복원하는 동시에 주방과 거실, 다이닝 등 주요 공간 레이아웃을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조정했다. 특히 주방은 기존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 스틸과 코르크 바닥, 그리고 감각적인 핑크 컬러로 현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차가운 금속성과 따뜻한 질감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기능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미학을 자아낸다.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이 집의 중심으로 설계되었는데, 클라이언트의 개성을 반영한 예술 작품과 맞춤 제작한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며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가구와 오브제의 선택도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과 대화를 나누고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요소여야 했다.

침실 옆으로 이어지는 욕실. 페를라토드 올림프 Perlato D’ Olympe의 대리석과 거울 소재으로 미니멀하게 마감했다.
특히 파렌테가 직접 디자인한 침대 헤드보드는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준다. 고급스러운 래커 마감과 거울을 활용해 197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무드를 더한 이 작품은 공간 전체에 세련된 감성을 불어넣는다. 또한 조각가와 협업한 거실의 독창적인 설치 작품은 클래식한 배경 속에서 현대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순간을 연출한다. 이 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고도 의도된 ‘우연성’이다. 파렌테는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듯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모든 것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었지만, 그 안에는 편안한 자유로움과 따뜻한 여백이 있다. “저는 집이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디자인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우연성과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어야 하기에 ‘완벽한 스타일링’이나 ‘정석적인 멋’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개성과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 동시에 역사성과 연속성이 공존해야 한다. 로돌프 파렌테가 디자인한 이 아파트 역시 트렌드에 좌우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사랑받을 안식처로 완성됐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이 공간은 클라이언트의 감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삶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