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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필과 이노홈을 이끈 김계연 대표가 살던 집에 지금은 아들 전승찬과 전능미 부부가 들어와 살고 있다. 크게 손보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만들어둔 집에서 두 사람의 생활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편안함과 자유로운 형태로 오랜 시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폴리폼의 에어포트 소파. 자칫 허전할 수 있는 벽면을 선반장으로 가득 채웠다. 때에 따라 소품에 변주를 주며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한다.

“여기는 어머니가 살던 여 년 전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요. 몇 가지 가구와 일부 마감만 손봤을 뿐이에요.” 년 전 인테리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전혀 낡거나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과감한 시도와 실험적인 선택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지금의 주거 공간과 나란히 두고 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년 전 하늘 나라로 여행을 떠난 김계연 대표는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작업해온 디자이너였다. 이노필을 통해 공간을 설계하고, 이노홈을 통해 그 안에 놓일 물건과 생활을 함께 제안했다. 쇼룸을 집처럼 구성하고, 물건이 아닌 생활을 제안한 방식은 당시에도 분명한 방향을 갖고 있었다. 이 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과감한 소재 선택과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마감, 그리고 생활을 중심에 둔 구조. 지금 기준으로 봐도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선택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바닥에 사용된 판도모 마감이나 안방과 욕실을 연결한 구성, 당시로서는 드물던 슬라이딩 도어까지. 특히 안방은 이 집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바닥 전체를 타일로 마감하고, 욕실을 분리하지 않은 채 하나로 이어 붙였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선택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저런 구성을 고객에게 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요. 책임이 따르니까요.그런데 어머니는 그런 선택을 굉장히 확신 있게 밀어붙이신 것 같아요.”

까시나의 만레이 거울과 그 옆으로 보이는 부부 침실.

전승찬 팀장은 현재 주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일하는 이노필을 이끌고 있다. 김계연 대표가 구축한 공간 설계의 방향을 이어받아 좀 더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이를 풀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전능미 실장은 이노홈을 중심으로 가구와 리빙 제품 개발을 담당한다. 과거 운영했던 F&B 사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식음 관련 브랜드를 전개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맡은 역할처럼, 이 집 역시 구조는 유지하되 생활은 조금씩 달라지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집을 이어받아 살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집이기에 손보고 싶은 부분도 분명했다. 특히 현관에서 거실이 한 번에 펼쳐지는 구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들어오자마자 집 안이 다 보이니까 정리가 안 된 느낌이 있어요. 수납도 더 필요하고요. 어머니가 계실 때도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결국 그대로 두게 됐어요.” 주방 역시 확장하고 싶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제약에 부딪히며 지금 형태로 남았다. 그럼에도 변화는 있다. 바로 주방이다. 요리를 사랑하는 전능미 실장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으로서, 푸른 타일을 붙인 아일랜드와 서랍장이 중심을 이룬다. 샬롯 페리앙의 다이닝 테이블, 핀 율 체어, 지오파토 쿰스의 펜던트 조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원래는 주방 전체를 타일로 마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기존 주방 서랍에 타일을 붙이는 방식으로 풀었죠. 클라이언트 집이었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 집이니까 해볼 수 있었고, 지금은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어서 만족해요.” 전능미 실장이 말했다. TV를 두지 않게 돼서 배치하는 데 제약이 사라진 거실은 가구가 중심을 잡는다. 폴리폼의 에어포트 소파, 나나 디첼의 사이드 테이블, 까시나의 만레이 거울, 그리고 이우환의 작품까지. 그중에서도 이 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가구는 여러 개의 서랍을 모아 만든 수납장이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테조 레미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제작한 것. “미국에 있을 때 어머니와 빈티지 숍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사 모았어요. 그걸 한국으로 가져와서 묶어서 만든 거예요. 원작이 따로 있지만, 우리 방식으로 다시 만든 거죠. 지금은 아들 지용이가 이걸 앞뒤로 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워해요. 아이한테는 장난감 같고, 우리에겐 추억과 시간이 쌓인 물건이에요.”

샬롯 페리앙의 다이닝 테이블과 핀 율 체어, 지오파토 쿰스 조명으로 완성한 다이닝.

이노필 & 이노홈

이노필은 실용성과 완성도를 함께 갖춘 주거 공간을 제안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신축과 리모델링의 초기 단계부터 설계에 참여하며, 공간의 구조와 동선, 생활 방식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노홈은 이러한 이노필의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구성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공간 안에서 실제로 쓰이는 가구와 리빙 제품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한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물건들을 선별해 소개하며, 공간과 생활을 함께 다루는 확장된 형태를 취한다. INSTAGRAM @innohome_official

청량감이 감도는 푸른색 타일로 마감한 주방.
요리를 좋아하는 전능미 실장의 취향이 읽히는 주방 수납장.

집 구조는 요즘 생활에 맞게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현관에서 거실이 한 번에 이어지는 구성이나 방 크기처럼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자체로 이 집 성격이 되기도 한다. 원래 네 개였던 방은 세 개로 줄였고, 문 없이 열려 있는 작은 방은 지금 아이 방으로 쓰고 있다. “어머니가 혼자 사실 때는 문을 거의 다 없애고 사셨어요. 프라이버시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죠. 지금은 아이 방으로 쓰고 있는데, 바로 옆이 주방이라 방으로 냄새가 들어가서 문 다는 것을 고민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분명해진 것도 있다. 당시 어머니의 선택이 유행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젠가 이 집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때 모습은 지금과 다를 수 있지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에 대한 기준만큼은 이미 분명해 보인다. 그 위에서 두 사람의 감각과 경험이 더해지며, 이 집은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부부가 그려갈 다음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
스카이 블루 컬러를 배경으로 봄 기운을 담은 노랑 컬러로 포인트를 준 부부 침실. 침구는 모두 이노홈 제품.
집의 가장 큰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욕실. 안방과 욕실이 하나로 이어지도록 동일 타일을 깐 아이디어가 지금 봐도 획기적이다.
귀여운 장난감으로 가득한 아들 지용이의 방.
EDITOR | 원지은
PHOTOGRAPHER |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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