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쇠

금보다 쇠

금보다 쇠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시계 소재가 변화하고 있다.


1,2 바젤월드 2016 불가리 부스. 3 깊이 있는 그린 컬러로 꾸며진 롤렉스 부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시계 보석 박람회 바젤월드가 지난 3월 24일, 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1500여 브랜드의 최신 시계를 선보인 바젤월드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바로 소재의 재발견. 불가리, 태그호이어는 티타늄 소재를, 로저드뷔는 카본 소재를, 크로노스위스, 지라드 페리고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시계 소재의 주된 흐름을 얘기하자면 ‘쇠’가 금을 압도한다. 이러한 추세는 하이엔드 시계로 불리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값비싼 소재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인 스틸 소재를 사용해 가격의 문턱을 낮추고 경량성을 높였다. 덕분에 럭셔리 시계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도 뛰어난 무브먼트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문턱을 낮추는 작업은 소재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계 브랜드들은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기보다 기존 인기 모델을 다양한 버전으로 내놓는 쪽을 선택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케이스를 슬림하게 디자인한 리베르소 원 리에디션을 선보였고, 크로노스위스는 레귤레이터 워치에 과감한 색을 입혔다. 꽤 많은 브랜드가 과거를 돌이키기 시작했다. 롤렉스는 1965년 모델을 연상시키는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를,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 글로브마스터 컬렉션을 더욱 다양하게 선보였으며, 파네라이는 라디오미르 1940 모델에 화이트 다이얼을 세팅한 라디오미르 1940 3 데이즈 오토매틱을 발표했다. 이번 바젤월드는 과거에 비해 혁신적 시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을 들었지만,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도전보다는 안정으로 방향을 잡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4 오메가 부스에 설치한 입체적 조형물.

 

 


5, 6 지라드 페리고의 부스 전경.

 

 


7 3차원적 입체감을 보여주는 크로노스위스 시리우스 플라잉 레귤레이터 점핑 아워. 8 지라드 페리고의 스포츠 워치를 새롭게 제작한 라우레아토 2016. 9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티쏘 트레디션 오토메틱 오픈 하트. 10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을 장착한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11 독특한 컬러의 오메가 글로브마스터 4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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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의 의상을 차려입고 즐기는 대규모 시크릿 디너 파티.


1 2015년 뉴욕 디네앙블랑 전경.

 

인터넷에서 사진을 몇 번 본 적 있다. 파리 에펠탑을 마주한 널찍한 공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앞마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옆의 정원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간에 온통 하얀색의 드레시한 옷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즐기는 비현실적인 사진을 말이다. 이 행사는 바로 디네앙블랑 Diner en Blanc.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직접 준비해온 만찬을 즐기는 대규모 시크릿 디너 파티다. 1988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디네앙블랑은 28년이 지난 현재 뉴욕, 런던, 홍콩 등 전 세계 25개국 60개의 도시에서 약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6월 11일, 드디어 서울에서도 개최된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순백의 우아한 의상을 잘 차려입는 것이 기본 원칙. 또 접이식 테이블과 흰색 의자를 비롯해 흰색 집기류, 고급스러운 요리 등 필수 지참품이 있다. 개최 장소는 행사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으므로 아직 누구도 모르는 상태. 개인적으로는 시청 앞 또는 경복궁이지 않을까 상상해보지만, 시끌시끌한 청계광장이나 차량을 통제한 가로수길에 만찬 테이블을 세팅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행사가 6월에 진행되는데 벌써부터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가를 원하는 경우 디네앙블랑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도록! 참가비 37달러(약 4만2천원) 

web seoul.dinerenblanc.info

 

 


2 2013년 디네앙블랑 샌디에이고를 참여한 이들의 테이블 세팅. 3 2015년 디네앙블랑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의 앞마당에 거대하게 차려졌다.

 

 


4
2013년 
디네앙블랑 파리. 5 손에 작은 폭죽인 스파클라를 들고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6 드레스코드인 화이트 컬러의 우아한 옷으로 차려입은 여성들. 7 디네앙블랑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인 냅킨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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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훌렉 형제의 세리프 TV

부훌렉 형제의 세리프 TV

부훌렉 형제의 세리프 TV

지금 부훌렉 형제가 삼성과 함께 선보인 세리프 TV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국내 론칭 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에르완 부훌렉과 인터뷰를 나눴다.


1 세리프 TV의 국내 론칭을 위해 서울을 찾은 에르완 부훌렉을 두오모 쇼룸에서 만났다. 

 

부훌렉 형제의 에르완 부훌렉이 내한했다. 형인 로낭은 오랜 시간 비행하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했다. 에르완 부훌렉이 서울을 찾은 이유는 삼성과 협업한 TV, 세리프 Serif의 론칭 때문이다. 세리프 TV는 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와 입소문으로 회자되고 있는 화제의 TV다. 삼성은 작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세리프 TV를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했고, 이후 유럽에서만 판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다녀온 이들의 포스팅과 iF 디자인 어워드 등의 해외 소식을 통해 국내에서도 이미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세리프 TV는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게 숨기고 싶은 가전제품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꿀 만했다. 부훌렉 형제는 옆에서 보면 글자 서체 중 하나인 세리프 폰트의 ‘I자’ 모양을 닮은 세 가지 크기의 TV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제 국내에서도 세리프 TV를 구입할 수 있다.

 

세리프 TV는 부훌렉 형제가 2년 동안 공들여 선보인 제품이다. 프레임뿐만 아니라 뒷면의 패널, 다리, 화면 UI 등 모든 부분을 디자인해 더욱 의미 있다. 이음새 없이 하나의 형태로 이어져 있는 세리프 TV는 온몸으로 최첨단 스타일을 뽐내고 있는 요즘 TV와는 사뭇 다르다. 사이즈도 24인치, 32인치, 40인치 세 가지만 출시했고 프레임은 두꺼우며, 색상은 가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채색이 아닌 톤 다운된 벽돌색, 짙은 남색, 흰색의 세 가지로 출시했다. 스마트 TV 기능은 물론 무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스크린 미러링 기능,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내구성과 기능은 삼성의 최신 TV제품 못지않은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 에르완 부훌렉을 만나 세리프 TV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크기인 24인치 세리프 TV. 가장 작은 크기다. 3 세리프 TV의 판매처 중 한 곳인 두오모 쇼룸에 전시한 모습. 세리프 TV는 모던한 가구와 특히 잘 어울린다.

 

<에르완 부훌렉이 말하는 세리프 TV>

작년에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만났을 때 삼성과 뭔가를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TV일 줄 몰랐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 삼성 측에서 우리의 스튜디오로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눴고 TV를 디자인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삼성 같은 대기업과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로낭과 오랫동안 상의했고 삼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모든 과정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진행돼 좋았다.


세리프 TV의 디자인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많은 이들이 액자 같다고 말한다. 대중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 (웃음) 액자처럼 화면을 끼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리프 TV는 가전 시장이 아닌 가구 시장을 고려해 만든 제품이다. 가구와 잘 어울리는 오브제 같은 TV를 디자인하고 싶었다.


TV 디자인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떠했나? 사실 TV는 내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집에 TV도 없으니 말이다. TV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거의 다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세리프 TV는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지도 모른다. 요즘 TV는 점점 얇게 나오는데 세리프 TV는 오히려 프레임이 두껍고 모서리도 둥글다.

 

 


4 프레임이 두꺼워서 TV 위에 책이나 소품 등을 올려둘 수 있다. 5 24인치, 32인치, 40인치 세 가지 크기로 출시한 세리프 TV. 6 에르완 부훌렉의 내한과 세리프 TV의 론칭을 축하하기 위해 설치 작품처럼 연출한 두오모 쇼룸의 팝업 전시.

 

세리프 TV의 색상은 어떻게 선정했나? 프랑스 국기의 색깔과도 같다. 세리프 TV의 프레임은 플라스틱 소재인데 인위적으로 다른 소재처럼 보이는 색상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이 자연적인 소재도 아니기 때문에 색상 선택이 중요했다. 흰색은 심플하면서도 강한 색깔이기 때문에 확실한 존재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고 검은색도 고민했지만 너무 강한 것 같아서 검정에 가까운 짙은 블루를 선택했다. 벽돌색은 글쎄, 정말 프랑스 국기 색깔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낭과 당신의 디자인 취향은 다른가, 비슷한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나? 취향이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종종 다르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한다.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무엇을 더할지, 무엇을 뺄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신기한 것은 어떤 때는 놀랍도록 똑같은 의견을 낸다는 것이다.


세리프 TV의 크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75인치 TV와 40인치 TV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차피 기능은 비슷한데 말이다. 오히려 공간을 압도하는 크기가 큰 TV는 부피만 차지한다. 세리프 TV를 디자인하면서 옆에 가구나 소품을 놓을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을 고려했고 거실뿐만 아니라 침실, 서재, 주방 등 다양한 곳에 놓일 TV를 생각했기 때문에 크기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한국에서 세리프 TV가 출시되어 정말 기쁘다. 도전해보고 싶은 또 다른 가전이 있나? 협업이라는 것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트너만 좋다면 가전이든 무엇이든 디자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열려 있다.


이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어떤 브랜드와 신제품을 출시하는지 궁금하다. 나니 마르퀴나를 통해 카펫을 소개할 예정이고 몇몇 브랜드를 통해 소파 등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밀라노 소식을 물어봐줘서 기쁘다.

 

 


7 심플한 다리를 연결해서 세워둔 액자처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8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심해 세리프 TV를 선보인 부훌렉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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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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