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보러 갈래?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3월, 놓칠 수 없는 세 가지 전시 소식.

승효상 건축 스케치전 <SOULSCAPE>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오랜 시간 건축에 몸 담아온 그가 선별한 12개의 프로젝트 스케치와 건축 모형 180여 점을 갤러리 508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 “건축가의 드로잉은 생명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그리는 제안서이자 대본이다”라는 말처럼 선 하나하나에 그곳에 머물 이들을 위한 마음을 담는 고심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기를.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승효상의 책상이 놓여 있어 그의 작업 풍경 또한 엿볼 수 있다. 3월 12일까지.
TEL 02-6448-5087

 

제이슨 마틴 국내 첫 개인전 <수렴 Convergence>
알렉스 카츠에 이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제이슨 마틴. 영국 기반의 현대미술가인 그는 회화에 3차원적이며 조각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회화 시리즈를 선보이며 회화의 정의와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붓 놀림으로 완성한 신작 알루미늄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붓질이 만들어낸 색의 점층, 미묘하게 얽히는 선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기를. 4월 16일까지.
TEL 0507-1444-1760

 

이브겐 코피 고리섹 <Road to Somewhere>
최근 개관 소식을 알린 가나아트 보광의 첫 전시에서는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잡지 화보를 보는 듯 독특한 자세와 사진적인 구도가 이색적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기이하고 익살스런 웃음이 더해져 한층 독창적인 인상을 준다. 현대사회의 양면적인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에 유념하며 기묘한 10가지 초상화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3월 13일까지. TEL 0507-1402-5011

CREDIT

에디터

TAGS
다섯 개의 문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

고백하자면 나는 사람보다는 반려견이 우선인 사람이다. 그 말은 다섯 시간정도 떨어진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하면 고향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보다 우리 집 반려견 깜지(편집부에서는 근육공주로 통한다)와 시간을 보낸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람보다는 반려견이 우선인 사람이다. 그 말은 다섯 시간정도 떨어진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하면 고향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보다 우리 집 반려견 깜지(편집부에서는 근육공주로 통한다)와 시간을 보낸다. 작년 연말에 꽤 길게 휴가가 주어졌던 터라 늘 그랬듯 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우연찮게 SNS로 접한 전시 소식에 마음이 동해 잠시지만 눈물의 이별을 하고서 전시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각인–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 우리나라 목판인쇄 문화와 목판화 전통의 흐름을 개괄하는 전시로, 목판 인쇄물과 목판화 근대의 인쇄술로 만든 <한성순보> 등의 신문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모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김억, 김준권, 안정민, 서상환 작가 등 몇분이고 머무르게 하는 인상 깊은 작품이 많았지만 가장 오래, 몇 번이고 다시 걸음하게 만든 작품은 바로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이었다. 실제 문짝으로 사용되던 나무 판자를 도화지 삼아 정교하게 파내 하나의 문당 하나의 초상을 새기는 식의 작품이다. 공재 윤두서의 초상이나 표암 강세황의 초상 등은 물론, 추상적으로 풀어낸 초상과 형상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크기 또한 내 키를 웃돌만큼 정교한 칼질로 파인 나뭇결과 각기 존재감을 발산하는 다섯 개의 작품은 실제 마주하는 순간 그 위용이 어마무시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 칼을 들고서 우직하게 파내려간 강경구 선생의 시간과 땀의 결실이 새겨진 문을 여는 순간 마주할 수 있으리란 착각이 일었던 것일까. 가까이서 그리고 멀찍이 서서 하염없이 선생의 손이 탄 작품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관을 나서며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보면서도 예술로 승화된 다섯 개의 문을 미처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을 만큼 오래도록.

CREDIT

에디터

TAGS
책의 소중함

신뢰할 수 있는 종이와 잉크의 예술

신뢰할 수 있는 종이와 잉크의 예술

동영상의 편리성에 젖기보다 깊이와 인간미가 느껴지는 책을 펼쳐보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영상이 풍부해지면서 점점 더 잊혀져가는 게 있다. 온라인에 흩어져 있는 영상이나 정보를 언제든지 개인의 의지로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해진 것에 비해 신뢰도는 아무도 보증할 수 없는 데 반해 이해와 정보검색의 편리성 때문에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진실된 정보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가 편리해진 만큼 정보를 검증하는 시스템도 발전해야 하는데 온라인이라는 매체는 개방적 구조 때문에 사용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3500BC 타블렛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인쇄매체인 책은 시간과 물류라는 출판 프로세스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더 심도 있는 검증이 이루어지고, 판매도 서점을 통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없는 책은 판매되기 아주 어렵다. 종이의 질감과 잉크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을 때의 쾌감은 형언할 수 없다.

모든 물건이 그렇듯  좋아하고 자주 접하다 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지식은 항상 엄청난 힘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점점 더 전문화된 사회로 바뀌고 있는 지금, 지식의 힘은 실로 지대하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고 가상 현실이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대를 거스른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고르다 보면 목차와 서론을 꼭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저자의 의도가 한눈에 보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논리적으로 구성했는지 보인다. 같은 값이라면 심도가 깊은 책이 도움이 된다. 이미지만 많고 내용이 적은 책 Paperback은 자리만 차지하기 쉽다. 크고 두꺼운 커버의 양장 서적보다는 얇고 크기도 작아 항상 가지고 다니기 쉬운 책이 훨씬 더 좋다. 구매하기 망설여지거나 새로운 책을 접하고 싶다면 도서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원서로된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번역책은 역자의 접근에 따라 독자에게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이 발달할수록 감각 위주로 구성된 책은 정보의 깊이도 낮고 생각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아 책의 순기능에 반대되는 면에 치중되기도 한다. 잘 기획된 책은 엄청난 시간의 깊이를 통해 구성된 내용을 효율적으로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책을 출판하는 회사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어 콘텐츠의 깊이를 중요시한다. 버크호이저, 라르스 뮐러, 펭귄, 엠아이티프레스 등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출판사이다. 다양한 데커레이션으로 집을 꾸밀 수 도 있지만 좋아하는 책으로 공간이 둘러싸여 있다면 이 또한  행운이 아닐까. 유학생활 중 보더스라는 서점에서 책과 커피로 보냈던 주말의 시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소유하지는 못해도 스케치와 필사를 하며 자유롭게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 공간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분은 좋아하는 저자의 소중한 버전의 에디션을 모으기도 한다. 오래된 책이라면 그 시대의 종이 냄새를 맡으며, 표면에 입체적으로 올라온 활자체를 느끼는 즐거움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건축가 책의 첫번째 에디션을 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컴퓨터와 모바일 장비의 평면 스크린에 의존하며, 동영상의 편리성에 젖어 들어가는 요즘 책을 펼쳐보자. 조금 더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겠는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에 책은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책으로 꾸민 서재야말로 어떠한 장식적 요소보다 아름다우며 윤택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CREDIT

라이터

강정태(JTK LAB 대표)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