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USAN 2022

아트 부산 2022

아트 부산 2022

세계 미술 시장의 시선이 부산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뜨거워진 미술 투자 열기에 힘입어 21개국에서 134개 갤러리가 참가하는 아트부산 2022는 부산행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PERIMENT, Austin Lee, Peres Projects.

 

부산에서 만나는 미술의 향연 제11회 아트부산이 5월 1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5월 15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다. 지난해 국내 미술 시장에서 최대 판매액과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한 아트부산은 지난해에 비해 해외 갤러리가 두 배 가까이 참여해 해외 33개, 국내 101개 등 총 134개의 국내외 갤러리가 참가한다.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등을 거느린 그레이 갤러리Richard Gray가 한국 컬렉터들에게 첫선을 보이는데, 70억원에 달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퍼플 레인지Purple Range’를 출품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0년부터 꾸준히 존재감을 각인시킨 타데우스 로팍은 예년보다 볼륨을 키워 참여할 예정이다. 매해 매력적인 부스 디자인으로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와 에프레미디스Efremidis, 홍콩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뉴욕의 투팜스Two Palms를 비롯해 해외 유수의 갤러리도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트부산은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등 국내 최정상 화랑은 물론 MZ 컬렉터를 겨냥한 갤러리스탠, 실린더, 에이라운지 등 젊은 갤러리도 적극 끌어안았다.

 

아트부산 2022 포스터.

 

 

타데우스 로팍 ‘Georg Baselitz, Ruhiges Zimmer mit Bad’ 2021, Oil on Canvas, 250×200cm.

 

주요 볼거리로 손꼽히는 특별전(Experiment)은 전시장 곳곳에서 등장한다. 먼저 가로 8.7m에 달하는 호크니의 대형 평면 작품 ‘전람회의 그림’이 그레이 갤러리의 긴 부스 한 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외에도 백남준, 오스틴 리 등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미술관급의 14개 전시를 한자리에 모아놓는다. 특히 <메종> 독자라면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가 있다.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장 프루베 하우스를 VIP 라운지에 현대식으로 오마주한다. 라운지가 무려 554m, 170평에 달할 만큼 대규모로 진행되며, 장 프루베 집을 통과하면 야외 테라스에 나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올해 처음으로 운영하는 인기 작가의 스튜디오 개인 컬렉터의 집을 방문하는 프라이빗 투어도 주목해야 한다. 또 그라운드X와의 NFT 프로그램과 인기 강연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 등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TEL 051-757-3530 WEB www.artbusankorea.com

 

VIP 프로그램. 류지혜 컬렉터, HITO STEYERL.

 

 

탕 컨템포러리 아트 ‘ZhaoZhao, Sky’ 2021, Oil on Canvas, 200×2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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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

제주에서 즐기는 봄

제주에서 즐기는 봄

4월의 제주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제주를 마음껏 즐기고 왔다.

4월의 제주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제주를 마음껏 즐기고 왔다. 생각해보니 늘 가을에서 겨울 사이 아니면 무더운 여름날의 제주만 방문했는지, 춥고 더웠던 기억만 남아 있다.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인지라 프라이빗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알아보던 중 선배의 추천으로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를 선택했다. 푸른 바다 대신 울창한 숲과 오름들로 둘러싸인 구좌읍에 자리한 이곳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일과 휴식 그리고 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워케이션 Work+Vacation 공간이다. 빌리지는 스테이, 레지던스, 라운지로 구성되며 커다란 책상이 있는 테이블 타입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파가 있는 카우치 타입으로 나뉜다.

 

복층 구조로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경관과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숙소도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라운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2층 구성의 라운지는 곡선 벽면을 가득 채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구좌읍의 자연경관과 덴마크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의 가구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한 가지 소식을 전하자면 4월 29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 이곳에서 프리츠한센의 팝업 전시 및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인 것. 자연과 휴식을 주제로 한 이번 프리츠한센의 팝업 스토어는 나이트 아울 조명과 문아이 화병, 리틀 프렌드, AJ 트롤리 그리고 에그 테이블 등의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새롭게 출시된 이케바나 화병과 캔들 홀더의 크롬 버전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또한 프리츠한센에서 앞으로 선보일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스카게락의 제품도 만나 볼 수 있다. 이곳을 예약해둔 이들에게 특히 좋은 소식일 듯. 사람들의 발길이 붐비는 곳에서 벗어나 구좌읍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온전한 쉼에 몰입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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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운경고택에서 만난 흥미진진한 미술과 소설의 결합

운경고택에서 만난 흥미진진한 미술과 소설의 결합

미술가 최정화와 소설가 최영이 운경고택에서 만났다. 미술과 소설의 결합은 세계 미술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협업인지라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 고택에서 전시가 열린다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원에 설치한 ‘실크로드’

 

왼쪽부터 소설가 최과 미술가 최정화.

운경고택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힌다. 모란과 작약이 만발한 그곳에서 소설가 최영의 <춘야>를 읽으며 미술가 최정화의 전시 <당신은 나의 집>을 감상하는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유흥이다. 운경고택은 정치계의 거목인 운경 이재형이 1992년 작고할 때까지 39년간 거주했던 곳이며, 올해가 마침 30주기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두 작가와 운경의 손녀인 운경재단 이미혜 이사는 2년 전부터 전시를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 를 나누었다. 이미혜 이사의 이야기를 최정화와 최영 작가가 유심히 듣고, 영감을 얻어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운경고택 자체가 전시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 운경과 최정화, 최영 작가의 인생과 작품 세계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게 된 것이다. 전시장에 앉아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메타픽션 소설 <춘야>를 읽는 것도 좋고, 전시를 보고 집에 와서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다. 고택에서 총 24점의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가와 소설가, 이사가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현대의 예술가들은 하나의 정답을 제안하지 않는다.

 

 

앞마당의 ‘풍경’.

 

플라스틱 바구니 위의 트로피 조각은 1980년대 운경 선생이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펼쳤던 시절과 우리 부모들이 경제적 부흥기에 쌓아올린 금자탑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동선은 솟을대문으로 들어와 앞마당, 사랑채, 뒷마당과 정원, 안채, 장 독대와 우물 순서로 둘러보면 좋다. 소설 역시 장소별로 나뉘어 있으니 궁금한 부분부터 찾아 읽을 수 있다. 대문 앞의 ‘경찰’ 작품은 도로의 모형 경찰 때문에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만든 최정화 작가의 1998년 초기작이다. 당시 폐기를 위해 땅에 묻힌 모형을 최 작가가 매입해 운경고택을 지키는 근위병으로 부활시켰다. 운경이 ‘사랑방 정치’를 펼쳤던 사랑방에는 최정화의 시그니처인 플라스틱 바구니를 쌓아 올린 ‘나의 아름다운 21 세기, 성형의 봄’이 설치되어 있다. 이미혜 이사는 이곳은 운경의 일상이 스며 있으며, 최정화 작가는 일상이 담긴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건넛방의 그릇 작품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

 

소설 <춘야>는 ‘당신에게’로 시작해 “이 모든 것은 소설이다. 당신마저도. 독자들이여, 행복하시라”로 끝난다. 전시뿐 아니라 일상에서 당신의 존재는 가장 중요하다.

가족들이 거주했던 안채로 가면 멀리서부터 ‘엄마 밥’이라는 네온사인이 눈에 띈다. 운경의 안주인이 살림을 도맡아 했던 안채 마루에 아프리카 쟁기로 만든 네온 작품을 설치한 것. 소설가 최영은 쟁기로부터 인간 문명이 시작되었으니 더욱 의미심장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운경의 자녀들이 사용한 건넛방에 설치한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이다. 사연이 담긴 일상의 물건으로 작품을 만드는 최정화 작가는 그간 운경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1000명의 운경 가족에게 그릇을 기증받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운경 식구’들에게 사연이 담긴 그릇을 받아봅시다.” 이미혜 이사는 최 작가가 명명한 ‘운경 식구’라는 따뜻한 호칭에 울고, 운경 식구들이 보내온 그릇의 사연에 또 눈물을 흘렸다. 5월 28일에는 운경재단의 청각장애인 지원사업과 연계한 이벤트가 열려 최정화 작가와 청각장애인 가족들이 이 작품을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니, 그때도 감동의 손수건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가족사진 아래에서 만나는 ‘인피니티’.

 

안방의 ‘러브, 러브’.

안채 돌담 앞의 ‘천하 아줌마 대장군’은 납작하게 두드린 알루미늄 대야를 아프리카 나무판에 동상처럼 세운 것인데, 멀리서 보면 마치 얼굴 같은 둥근 형상에 할머니들이 합장을 하기도 한다. “내 작품의 스승은 아줌마입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얻고, 가장 전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그 어떤 예술가도 아줌마만 못합니다. 그래서 세상 모든 어머니를 존경합니다. 밥그릇의 미학은 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아니라 아줌마들이 알려준 것이지요.” 최정화 작가는 ‘아줌마’는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다. 소설가 최영은 격동을 세월을 보낸 고택과 스타 작가 최정화와의 협업보다 소설의 당위성에 부담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이 <당신은 나의 집>입니다. 나는 주인공 복지오가 소설의 마지막에 ‘당신은 나의 집’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집’과 ‘당신’의 의미가 이 소설의 키워드이지요.” 소설과 미술이 만난 신선한 전시도 보고, 집과 당신의 의미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전시는 6월 17 일까지 열리며,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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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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