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지금, 오페라가 있는 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공연 예술가들이야말로 지난 2년 동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응축된 에너지를 불태울 무대를 기다려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 오페라하우스가 밀린 일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부터 4월, 139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아이 웨이웨이가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맡은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푸치니의 미완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휘자와 작곡가들이 결말을 보완하여 푸치니의 사후 2년 후인 1926년 밀라노에서 초연을 올렸고, 오늘날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오페라곡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가 수수께끼 세 개를 내고 이를 맞히는 자와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데, 실패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조건이다. 한 왕자가 도전했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나타난 아름다운 투란도트의 모습에 반한 또 다른 왕자 타타르의 칼라프가 과감하게 이 수수께끼에 응한다. 사실 그녀가 피의 게임을 시작한 건 과거 타타르가 중국을 침범했을 때 로랭 공주를 범하고 죽인 것에 대한 복수다. 이후 타타르는 중국에 의해 망하게 되고, 이국을 떠돌던 왕자가 게임에 응한 것이다. 세 개의 퀴즈를 독자들도 맞춰보자. 첫째, 어둠 속에 나타나는 모두가 원하는 환상, 밤마다 나타났다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지는 것은? 둘째, 불꽃처럼 타오르다 죽을 때면 차가워지는 석양처럼 붉은 것은? 셋째, 당신을 불 붙이는 얼음은? 정답은 희망, 피 그리고 투란도트다. 게임에 진 투란도트 공주가 결혼을 거부하고, 이번에는 칼 라프 왕자가 제안을 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내 이름을 맞히지 못하면 자신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라” 하고 외치는 투란도트의 가장 인기 있는 테마곡 ‘네 순 도르마’는 바로 이 부분의 하이라이트다. 결국 공주와 왕자의 사랑과 화합으로 마무리되는 이 장대한 스토리에 아이 웨이웨이는 무대장치와 의상을 통 해 오늘날의 현실을 투영한다. 총을 든 경찰, 마스크 및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 무리, ‘국경을 허하라’는 구호가 새겨진 철조망, 이 모두는 1920년대 유럽인들의 상상 속에 그려진 중국을 2020년대 현실의 중국으로, 나아가 원한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계화의 현실로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게다가 오페라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Oksana Lyniv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니 이 무대가 겨냥하는 현실의 비극은 더 큰 무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아이 웨이웨이가 젊은 시절 <투란도트> 무대 위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1987년 뉴욕 오페라하우스에서 <투란도트> 공연이 열렸을 때다. 아직 냉전이 존재하던 시기, 천안문 사태라 불리는 중국의 자유화 물결이 일어나기 전, 젊은 중국인 아이 웨이웨이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 하는 학생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참여했던 무대에, 25년이 지난 후 예술감독으로 서게 된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인간이 저지르는 정치적 과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그도 간이 오페라를 만든 적이 있는데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비리에 구금되고 가석방된 후 자신의 심판을 재현한 영상에 중국의 전통 오페라 음을 붙인 7시간 길이의 <천국과 지구>(2014)이 바로 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