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도산서원. 한석봉이 쓴 편액은 국학진흥원에 보관되어 있다.
집은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취향인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요소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집을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청담동 레스토랑 Park의 오너, 최근에는 작가, 사진가, 비주얼 아티스트 등 끊임없이 매력적인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녀가 지난 5월31일부터 6월13일까지 2주간에 걸쳐 이태원 테이스트마켓 팝업 공간 2층에서 좋아하는 것들로 꾸민 ‘집’을 선보였다.

유럽에 정착해 일상을 담아낸 책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원.
가장 눈에 띄는 콘텐츠는 그곳에 모인 서로 또 같고 다른 사람들이다. 일단, 그녀의 공간을 들여다 보자면 어느 하나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오브제가 없다. “한국에 우리 집을 꾸민다면? 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원하는 인테리어를 그려봤어요. 먼저는 사과로 유명한 파리 노르망디의 정취가 담긴 애플 타르트 향이 가득하고, 작가의 작품을 걸어 미술관처럼 만들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로 여백을 채워나갔죠. 식물 없는 집은 왠지 썰렁해서 마당과 집 안에 꽃과 아시아 감성의 모던한 분재를 가까이 두고 싶었어요. 준비하는 기간은 결코 길지 않았지만 오래된 아니 또 새로운 인연과 물성, 이 모든 것이 만나 집을 완성했습니다.”

사이다의 빈티지 가구와 문승지의 업사이클링 가구, 문우림 작가의 아트, 박지원 특유의 시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사진, 분재박물관의 분재, 공정무역 볼가바구니 등 애정하는 것들로 꾸민 이 집에서 나오는 스토리는 무언가 ‘생명력’이 느껴진다.
집은 단지 최선, 최상, 최고의 것으로 꾸미는 것이 아닌 곧 사람이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 추억이 있고 히스토리가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 이곳에 모인 살림을 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사진을 찍는사람,향을 만드는 사람,옷을 만드는 사람,책을 만드는 사람 등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그들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대가 채워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유럽에 정착해 일상을 담아낸 책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원.
“사람들의 따뜻한 후기를 들어보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 것 같아 뿌듯해요. 책을 읽고 또 이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이 여유를 되찾고 돌아가고 그 좋은 에너지를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주며 새로운 에너지가 탄생되길 바라요. 이것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생명력 있는 ‘집’이고요. 파리로 돌아가면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또 다른 ‘한국의 미’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암스테르담에 살던 어느 때 아장아장 걷는 둘째 아이를 보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너의 아이니?” 묻더란다. 그렇다고 답하니 바로, “Enjoy”. 그 한마디가 뇌리에 꽂혔다. 순간을 즐기는 것 아, 이것이 진짜구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집은 구성된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다. 지금, 그 모든 것을 즐기자. 라이프 디자이너 박지원의 집에는 그런 힘이 있다.

올리비에무르그 꽃 조명 아래 디자인 거장 폴 케홀름의 라운지 체어와 젊은 디자이너 문승지의 가구, 노이치 Noiich의 러그가 어우러진 사색의공간.

오랜 세월 퇴적된 모래 속에서 그녀만의 따뜻한 감성으로 찾은 조가비, 조약돌 사진은 그녀가 살고 있는 파리 노르망디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 공간에 생기를 더할 초록 아이템.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 속 검은색 모자에서 시작된 일광전구의 마그리트25 펜던트는 블로잉 기법의 유리를 결합해 자연스러운 매력을 살렸다. 챕터원에서 판매. 28만원.
까시나의 LC3 1 시터 소파는 시대를 초월한 모던함을 보여주며 컬러풀한 가죽과 프레임으로 화사함을 선사한다. 르위켄에서 판매. 가격 문의.
아고 라이팅의 서커스 스탠딩 조명은 줄타기하는 광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을 기능적으로 해석한 제품이다. 루밍에서 판매. 64만9천원.
스내피커들의 시그니처 색상을 사용해 산뜻한 로브는 사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으며, 통기성이 뛰어나 상쾌함을 오래 유지시켜준다. 챕터원에서 판매. 16만8천원.
완벽한 좌우 대칭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여도 허리를 받쳐주는 기능성 의자는 바리에르 제품으로 에르고시스템에서 판매. 3백60만원.
행운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클로버를 모티프로 톤다운된 그린 컬러가 돋보이는 럭키 클로버 베개 커버는 키티버니포니 제품. 2만5천2백원.
빈티지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로쉐보보아의 퀸텟 칵테일 테이블은 오묘한 녹색의 오각형 상판으로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한국가구에서 판매. 가격 문의.
GTV의 프롬나드 Promenade 소파는 카날레토 월넛 소재로 강렬한 색감이 눈에 띄며, 넓은 좌석으로 안락함이 돋보인다. 한국가구에서 판매. 가격 문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지노리1735의 오리엔테 이탈리아노 밍 베이스와 비데 포쉬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패턴과 독특한 컬러감이 인상적이다. 카인드스페이스에서 판매. 37만원.
어시스턴트 에디터
이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