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거실로의 초대, 메종 아보아보
쿠튀르 의상을 소개하는 아보아보의 쇼룸은 마치 파리의 집처럼 편안하고 이국적이다.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분위기, 스타일 등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보아보 역시 이국적인 거실 같은 쇼룸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별한 날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쿠튀르 의상을 찾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아보아보의 옷은 몸이 아름답게 보이는 라인과 섬세한 장식 등 한아름 대표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단독주택 형태의 공간에 쇼룸 ‘메종 아보아보’를 오픈했다.
철거부터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완성된 메종 아보아보는 파리에 있는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엘쎄드지 강정선 대표님을 소개받았어요. 원하는 쇼룸에 대한 막연한 느낌과 이미지는 갖고 있었지만, 대표님을 만나보니 그전까지 미팅을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거야!’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건 파리의 고급스러운 거실이었어요. 그곳에 앉아 있으면 퍼스널 쇼퍼가 와서 행어에 걸린 옷들을 보여주는 상상을 했죠. 어떻게 보면 막연할 수 있는 생각이었죠.” 한아름 대표가 쇼룸을 소개하며 말했다. 지하를 포함해 3개 층으로 이뤄진 메종 아보아보는 클래식한 대문을 지나 작은 정원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과하지 않게 페미닌하면서 클래식한 감성을 모던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호흡도 큰 역할을 했다. “원하는 느낌을 서로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선 대표님을 온전히 믿고 따라갈 수 있었어요(웃음). 그 결과 제가 추구하는 의상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정말 파리에 있는 거실 같은 쇼룸이 만들어졌어요.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빈티지 가구도 곳곳에 두었고요.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앤티크한 기둥도 길이만 잘라서 그대로 사용했어요. 또 안쪽에는 대리석과 타일을 사용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라운지도 만들었죠.”
한아름 대표의 말처럼 쇼룸 행어에 걸려 있는 옷을 제외하면 누군가의 집과 다름 없이 보인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천장에 설치한 보치의 28 시리즈 조명과 피팅룸을 장식한 세르주 무이의 벽 조명 그리고 카페 선반과 1층 카운터의 캐비닛을 장식한 빈티지 소품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곳이 의류숍인지 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집처럼 편안하지만 세련된 분위기 덕분에 방문객들도 아보아보의 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보아보의 옷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쇼룸 방문객들은 다른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듯한 설렘과 색다른 기분을 덤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감의 광장, 플라츠2
취향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 플라츠가 건설한 작은 도시 이야기.
광장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쉬기도 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또 다른 의미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장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성수동에 문을 연 이곳은 이러한 일관된 취향과 개성이 모인 성수동의 ‘광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츠2는 성수동을 기점으로 재즈바 포지티브라운지, 레스토랑 보이어, 카페 카페포제, 아러바우트, 그로서리 스토어 먼치스앤구디스 등을 운영하며, 이들이 모인 광장인 플라츠S를 전개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집단, 팀포지티브제로TPZ의 새로운 공간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제품과 브랜드, 숍을 모아둔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방문하는 이들이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의 역할을 한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얻는 새로운 태도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내보일 수 있어요. 특정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에는 다채로운 장소가 있지만, 특유의 비슷한 정서가 느껴지잖아요. 플라츠2도 하나의 도시처럼 플라츠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방문객이 여행하듯 스스로 느슨하게 경험하고 즐기면서요.” 팀포지티브제로의 의도는 공간 곳곳에 녹아 있다. 이곳은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A동에는 원오디너리맨션이 운영하는 아파트먼트풀이 위치한다. 빈티지 가구를 선보이는 원오디너리 맨션 역시 기존에 존재했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고객들한테 선보인다는 점에서 팀포지티브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B동은 팀포지티브제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상업 공간과 전시 공간, 향후 오픈 계획인 멤버십을 위한 플라츠 웍스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프트숍 로비, 가정식 레스토랑 야야호가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로비의 언더그라운드와 동시대의 이야기를 전시로 선보이는 커런트 공간이 있다.
플라츠2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플라츠 멤버와 오가는 소비자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플라츠 멤버십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터뷰 저널’을 통해 플라츠 피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공간과 소비로만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화해 나가는 게 중요해요. 이는 비단 우리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요즘 시대를 향유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기다움을 내세우고, 자기만 아는 브랜드를 찾고 경험하려고 하죠.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고립된 것도 오히려 경험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단순한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다양성을 품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60년 된 금은방의 변신, 어니언 광장
광장시장 입구에 문을 연 어니언은 재래시장과의 공존을 꾀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폐공장을 개조한 1호점 어니언 성수를 시작으로 우체국 공간의 일부를 활용한 2호점 어니언 미아, 한옥 개조 카페인 3호점 어니언 안국에 이어서 최근 어니언이 오픈한 곳은 1905년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에 카페 어니언이 생겼다니 가보기 전까지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었다.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의 남1문 입구에 오픈한 어니언 광장은 원래 60년 동안 운영하던 금은방이었다. 공간은 이번에도 그동안 카페 어니언을 디자인해온 듀오 디자이너인 패브리커가 맡았다. 분주하게 오픈 준비를 하는 이른 시간, 카페에서 패브리커의 김성조 공동대표를 만났다. “어니언 대표님을 비롯해 어니언 식구들과 얘기했던 것은 노스탤지어였어요. 시장 하면 바로 와닿는 단어가 노스탤지어잖아요. 그래서 공간도 최대한 시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 썼고요.” 김성조 공동 대표가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몇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니언 광장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카페라기보다는 재생건축에 가깝다. 카페 어니언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 1~3호점 등 재생건축을 훌륭하게 선보여온 패브리커는 금은방 내부를 철거해 맨 얼굴이 드러나게 만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카페가 아니라 시장의 한 가게처럼 누구든 지나가다 불쑥 들어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파이를 구울 수 있는 주방과 커피를 내리는 공간,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몇 개의 플라스틱 의자를 두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광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어니언 간판 또한 감각적이다. 입구에 걸면 액운을 물리치고, 재물을 불러온다는 북어를 레진으로 만들어 매단 모습도 친근하다. 오픈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카페 때문에 주변 상인들과의 충돌은 없는지 궁금했다.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공사할 때부터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젊은 층의 시장 유입이 많이 생기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으신 것 같아요. 금은방을 운영하셨던 건물주분도 공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많은 힘이 되어주셨죠. 왠지 시장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지잖아요. 인심이 느껴지고요. 어니언 광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스트 바리스타로 어니언 광장의 오픈 팝업 이벤트를 진행한 김사홍 바리스타의 원두 이름 역시 노스탤지어다.
뿐만 아니라 어니언 광장에는 귀여운 요소가 가득하다. 은근 인기가 좋다는 테이프 소품을 비롯해 광장 페어링 가이드도 제공한다. 이곳의 커피 메뉴와 광장시장의 먹거리를 페어링한 가이드로, 예를 들면 빈대떡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떡볶이와 헤이즐넛 라테의 조합 등이다. 김성조 대표는 카페 어니언이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유행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가 생김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제 광장시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장보기나 먹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어니언 광장의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빈대떡과 김밥을 먹는 이들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나긴 시장의 역사만큼 어니언 광장 또한 재래시장과의 공존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