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대한 열정이 샘솟는 새해, <메종> 에디터들이 평소 배워보고 싶었던 원데이 클래스를 직접 체험해보았다.
분재 가꾸기 클래스, 메종 에세테라
얕은 그릇에 나무를 심어 가꾼다는 것을 의미하는 분재 盆栽.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위에 올라갈 작은 화분에도 경치를 담아내는 것이 분재의 핵심이다. 오래된 노거목, 우거진 숲, 고산절벽 등 한 폭의 동양화를 응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과 기법이 행해진다. 메종 에세테라의 최윤석 작가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분재 아티스트 고바야시 겐지로부터 분재 기법을 배웠다. 여기에 에세테라만의 감성을 더해 다양한 분재를 선보이며 클래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늘 식재할 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즐길 수 있는 향나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잎을 과감하게 떼어내는 것이다. 손톱 끝을 이용해 생장점을 톡톡 끊어주고, 조금 굵은 가지는 분재가위를 이용해 쳐낸다. 고목이 드리워진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나무 줄기에 철사를 감는데, 철사는 반드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제거해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던 잎과 줄기가 어느 정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면 뿌리를 다듬을 차례. 기존 화분에서 분재를 들어내자 실처럼 얽히고 설킨 가는 뿌리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뿌리 갈퀴를 이용해 오래된 모래와 흙을 털어낸 뒤 뿌리의 대부분을 가위로 잘라냈다.
“분재가 식물을 인위적으로 괴롭힌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편견이에요. 식물은 통점이 없어서 아픔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오히려 오래된 뿌리를 솎아주는 과정을 통해 양분을 잘 흡수하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자연 상태일 때보다 훨씬 오래 살아요. 나무가 회춘하는 거죠.”
새로운 화분에 자리를 잡고 철사로 뿌리를 단단히 고정시키면 후반 작업이 남는다. 적옥토로 화분 속을 채우고 원하는 자갈과 돌, 비단이끼를 이용해 나만의 작은 정원을 디자인하면 완성. 내 손을 거쳐 처음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향나무를 보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INSTAGRAM @etcetera_seoul
HOW-TO
분재를 하기 위해서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아래로 처지거나 위로 튀어나온 잎은 손끝으로 톡톡 끊어주고, 줄기는 가위로 잘라준다.
고목이 드리워진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철사로 감아 아래로 고정시키는 과정. 철사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꼭 제거해야 한다.
오래된 뿌리를 솎아내고 다듬을 차례. 다시 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양분을 흡수하게 된다.
분갈이를 마친 분재 위에는 비단이끼와 돌, 자갈을 이용해 나만의 작은 정원을 꾸민다.
에세테라에서 제작한 분재 전용 도구는 구매도 가능하다.
정적인 색감을 담아내는 노부히코 타나카 작가의 화기.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다양한 오브제.
말차 격불과 겨울 화과자 만들기, 사비에 서재연
베트남 빈티지 가구&세라믹 컬렉터이자 공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서재연 대표가 말차 격불과 겨울 화과자를 만들어보는 티 클래스를 열었다. 다소 낯설 수 있는 격불은 다완에 말차를 적당량 넣고 온수를 부어 차선으로 빠르게 저어 거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다완과 차선, 차시 그리고 말차를 담은 나츠메가 준비된 차실에 자리를 잡았다. 말차 격불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말차를 다완에 적당량 덜어 거름망에 곱게 풀어준 뒤 미지근한 물을 넣고 다완의 바닥에 원을 그리듯 손목 스냅으로 아주 빠르게 저어 거품을 내면 된다. 쌉싸래한 말차에 풍성한 거품이 더해져 입안을 부드럽게 채웠다. 여기에 어울리는 달콤한 다식으로 겨울을 형상화한 두 가지 화과자를 만들었다. 본래 화과자는 액세서리처럼 작고 섬세한 모습에 시각적으로 한번, 맛으로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겨주기 마련. 먼저 눈꽃 화과자는 앙금과 생크림을 섞은 뒤 깍지주머니에 넣고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채워 올려가며 눈꽃 형태를 만들어갔다. 이 과정은 쉬워 보지만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앙금을 짜는 게 어려워 꽤나 힘이 들어갔다. 두 번째는 투명한 사각형 양갱 안에 동그란 앙금이 들어 있는 겨울 동굴 화과자. 한천과 물, 설탕을 넣어 투명한 양갱을 만들었는데, 이때 들어가는 설탕의 양이 어마무시해 조금 경악했을 정도. 왜 화과자를 이토록 작게 만드는지 이해가 됐다. 해가 바뀐 겨울날, 달콤 쌉싸래한 말차와 화과자를 맛보며 온기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INSTAGRAM @almadine512
HOW-TO
말차 가루를 거름망에 적당량 덜어 곱게 내린다.
따뜻한 물을 붓는다.
차선으로 원을 그리며 빠르게 저어 거품을 낸다.
사각 몰드에 투명 양갱을 5분의 1을 먼저 붓고 살짝 굳힌 뒤 속앙금을 넣고 투명 양갱을 마저 체운뒤 냉장고에서 굳힌다.
앙금에 생크림 1g을 섞고 깍지주머니에 넣어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채운다.
말차를 담는 차통.
말차를 빠르게 젓기 편리한 널찍한 형태의 다완
말차를 빠르게 젓기 편리한 차선.
일본 작가가 빗은 돌과 집게..
앙금 케이크 꽃받침 거치대.
빈티지한 멋스러움을 지닌 티포트.
다구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법, 월하보이
즐거운 차 생활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도구를 구비해야 한다. 마음에 쏙 드는 개완을 사긴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사용하는 방법을 좀처럼 체득하기가 어려웠다. 누군가 옆에서 친절히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 도구와 보이차를 전문으로 하는 북촌 월하보이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차를 함께 마셔보는 차회부터 차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까지 오랜 시간 차 생활을 해온 주은재 대표가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수업 전에 설문을 작성하면 생활 패턴과 식습관, 성향, 기호를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가장 대표적인 차 도구인 자사호와 개완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올리는 위치부터 도구를 놓고 잡는 방법, 물을 붓는 각도, 우리는 시간, 마시는 방법, 개완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 등 차 생활을 할 때 생길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하나씩 체크하며 세세한 설명을 덧붙다. 도구뿐 아니라 차의 맛과 향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는데, 청차 종류인 봉황단총 계화향과 무이암차 육계, 보이차를 직접 우려보며 맛과 향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구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가 두 시간에 달하는 이유. 정해진 정답보다는 나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으니 물을 부을 때는 언제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차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지체 없이 월하보이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겠다. INSTAGRAM @whtea_seoul
HOW-TO
다하와 차시 이용해 찻잎을 개완에 붓는 과정. 뜨거운 김에 의해 찻잎이 습기를 머금기 전에 재빨리 붓는다.
뜨거운 물을 부울 때는 손의 위치도 신경 써야 한다. 왼손은 오른손을 늘 거든다.
숙우에 차를 따르기 전, 젖은 자사호의 바닥 부분을 부드럽게 닦아준다.
차를 우릴 때는 중심을 가운데 두고 늘 곧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퇴수구에 남은 차를 붓는 중. 집게를 사용할 때는 끝부분을 바짝 잡는다.
찻잔을 잡거나 찻잎을 꺼낼 때 사용하는 다양한 집게.
찻잔을 잡거나 찻잎을 꺼낼 때 사용하는 다양한 집게.
난초 무늬가 그려진 골동 잔은 청나라 시대에 제작한 것.
1980년대 만든 수선화 문양의 개완.
올록볼록 과일을 연상시키는 자사호는 1960년대 제작한 것.
라탄 무드등 클래스, 스튜디오 러시
겹겹이 엮은 사릿대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이 주변을 은은하게 밝혀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인 라탄 조명. 내추럴한 소재감으로 무미건조한 공간을 단번에 휴양지 분위기로 승격시켜준다. 라탄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러시에서 체리 우드와 베지터블 가죽, 대나무 줄기로 만드는 무드등 클래스를 진행했다. 완성품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보기 좋게 담은 키트가 클래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위빙 방법을 사용해 라탄, 대나무, 원목, 가죽 등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공예 클래스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따뜻한 차와 함께 클래스가 시작됐다.
“흔히 라탄이라 부르는 소재는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야자와 덩굴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등나무라고 불러요. 등나무 껍질을 잘라 굵기별로 가공해서 만든 것을 피등이라고 해요.”
스튜디오 러시의 김수아 대표가 설명했다. 피등은 주로 골조를 감거나 가구 등 넓은 면적에 사용되며 요즘에는 소품이나 가방에도 흔히 쓰인다고. 먼저 조명의 뼈대가 되어주는 날대를 가공한 체리 우드 홀에 넣어 틀을 만들었다. 고르게 정리한 날대에 사릿대를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엮으며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사릿대가 마르지 않게 물을 묻혀줘야 한다는 것. 등나무의 특성상 건조한 상태에서는 쉽게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릿대를 끝까지 엮고 덮개를 결합한 뒤 받침대 두 개를 교차해서 다리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손잡이 역할을 하는 베지터블 가죽에 원하는 문구를 각인하면 나만의 라탄 무드등 완성! 홈 인테리어를 위한 무드등은 물론 휴대할 수 있어 캠핑이나 아웃도어용 조명으로도 사용해볼 생각이다. 만들기에 몰두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INSTAGRAM @studio_russi
HOW-TO
9cm로 자른 31개의 날대에 목공 본드를 묻혀 홀 가공한 체리우드에 넣는다.
날대를 위아래로 엮어 높이 8.5cm까지 만든다.
베지터블 가죽에 원하는 문구를 새긴다.
4 조명 받침대 2개를 교차하며 목공 본드로 결합한다.
리벳으로 연결해 손잡이를 단다.
등나무 껍질을 잘라 만든 피등.
체리우드, 터치무드등, 베지터블 가죽, 리벳 등을 담은 키트.
날대와 사릿대의 길이를 자를 때 사용하는 니퍼.
조명의 손잡이를 연결하고 리벳 결합 시 필요한 일자드라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