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토리 오마카세

서울 인기 맛집 야키토리 오마카세 후기

서울 인기 맛집 야키토리 오마카세 후기

 

부위별로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일본식 꼬치구이 야키토리.
5만원대부터 1만원대까지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야키토리 맛집 세 곳을 다녀왔다.

 

 

과연 명성대로군! 야키토리 묵

집에서 꽤 먼 연남동에 있어서 늘 주저하던 야키토리 묵이 신사점을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오픈한 야키토리 묵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른데, 야키토리 오마카세는 오후 5시와 7시에 진행되며 가격은 3만5천원이다. 재료를 직접 굽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는데 은은한 그릴 향과 분위기를 돋워주는 적당한 연기 그리고 눈앞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재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배추 샐러드와 감자칩은 기본 세팅돼 있고 가벼운 전식 이후에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됐다. 닭가슴살, 네기마, 구운 토마토, 난방츠케, 닭날개, 닭간 파테, 허벅지살, 염통 그리고 떡과 식사까지 촘촘하게 구성됐다. 야키토리는 재료의 신선함과 굽는 정도가 중요하다. 내 기준에서는 조금 오버쿡인 느낌이 있었지만 대체로 부드럽고 맛있어서 금세 꼬치를 빼냈다. 간 부위를 먹지 않아 닭간 파테는 망설여졌지만 의외의 킥인 블루베리잼 덕분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야키토리의 꽃은 츠쿠네가 아니던가! 츠쿠네는 별도 단품 메뉴로 주문해야 해서 아쉬웠지만 수란과 간장에 버무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츠쿠네 맛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저녁 식사 이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9시부터는 안주 오마카세로도 즐길 수 있다. 주류가 필수인데, 야키토리를 먹으면서 술을 곁들이지 않을 수 있겠나.

 

TEL 0507-1446-3433

 

 

토종닭의 승부사, 야키토리 혼바

성수동의 야키토리 전문점 아타리와 코치를 운영하는 박건순 셰프가 지난 2월 20일 용산 후암동에 새롭게 오픈한 따끈한 신상 업장이다. 오픈 런을 불사해야 하는 두 곳에 비해 덜 알려진 덕분에 아직은 쉽게 예약이 가능했다. 3층에는 바 좌석과 테이블석이, 4층에는 단체를 위한 프라이빗 룸이 자리한다. 혼바는 일본어로 본고장을 뜻하는데, 메뉴판 첫 장에 쓰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섹시한 야키토리 마스터가 진정성과 정통성을 담아 구워내는 국내산 토종닭을 경험할 수 있다’는 문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작은 안주 2종과 야키토리 8종, 채소 3종,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로 구성된 ‘수고했어 코스’ 단일 메뉴로 1인 1주류 필수에 코스가 끝나면 추가적으로 단품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일본 소주와 사케, 하이볼, 맥주 리스트가 눈에 띄었다(술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우롱차도 준비되어 있다). 닭간 파테를 넣은 바삭한 모나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됐다. 닭껍질과 닭모래집, 오이절임, 닭다리살, 염통, 어깨살, 안심, 츠쿠네, 토마토 등 다양한 꼬치가 줄지어 나왔다. 적당한 간에 적당한 굽기, 적당한 간격 등 모든 것이 적당했다. 확실히 토종닭이라서 그런지 쫄깃한 식감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하츠모토라 부르는 닭동맥 꼬치는 생전 처음이라 인상 깊었던 메뉴. 다른 야키토리에 비해 특수 부위가 다양하고 타래(간장)를 묻힌 꼬치가 많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식사로 제공된 작은 주먹밥구이와 큼직한 건더기가 들어간 톤지루를 먹자 생각보다 포만감이 올라왔다. 코스의 마무리는 역시나 아이스크림. 5만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구성이 다소 아쉬웠지만 또 찾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INSTAGRAM @honba_kr

 

 

가성비 갑! 1만원대 코스, 야키토리 로만

WBC 야구 한일전으로 잠실 먹자골목이 떠들썩했던 날, 그중에서도 가장 문전성시를 이루는 야키토리 로만을 찾았다. 잠실새내역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야키토리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모두 1만원대의 코스로 구성되어 매우 낮은 진입 장벽이 특징이다. 세 가지 코스 중 가장 비싼 1만9천9백원짜리 7코스를 선택했다. 츠쿠네를 시작으로 삼겹 새우말이, 닭안심, 염통, 엉덩이살, 목살, 닭날개가 차례대로 나왔다. 초반 세 가지는 고정 메뉴이며, 나머지는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선정해 셰프의 추천대로 바뀐다.

 

 

오동통 살이 차오른 츠쿠네는 대표 메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육즙이 뚝뚝 떨어져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에 또 한번 앙코르를 불렀고 살아 있는 새우의 식감과 잘 스민 불 향이 조화로웠던 삼겹 새우말이도 마음에 들었다. 놀랍도록 촉촉한 안심과 잡내 없는 쫄깃한 염통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야키토리 외에도 허기진 배를 채워줄 다양한 요리 메뉴를 갖추고 있다. 계획했던 솥밥은 아쉽게도 30분이 소요돼서 패스하고 감자 고로케와 내장탕,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꼬치구이를 먹다 보면 국물과 탄수화물이 당기기 마련인데, 이곳은 열 가지가 넘는 사이드 메뉴를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주류 메뉴 또한 빼놓을 수 없을 터. 약 7천원대의 저렴한 하이볼과 다양한 일본 소주와 사케를 판매한다.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운영 방식에 아쉬움도 남았다. 금요일을 비롯한 주말 저녁 6시 이후로는 워크인 손님만 받는데, 다찌 좌석은 오마카세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약 8개의 테이블 세팅이 모두 완료되어야만 손님을 자리로 안내했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야키토리 로만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평일 저녁으로 미리 예약하거나 한두 시간 정도의 웨이팅은 감수할 것.

INSTAGRAM yakitori_r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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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전기차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추천 5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추천 5

 

바야흐로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5천만원의 예산이 있다면 어떤 전기차를 사는 것이 좋을까? 저마다 사랑받는 이유가 있는 다섯 가지 순수 전기차를 소개한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CES2023(국제전자제품박람회)은 그야말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최신 자율주행부터 전기차, 배터리, 센서 등 300여 개의 자동차, IT, 테크 기업이 저마다의 신기술을 뽐내며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구체화한 것. ‘라스베이거스 오토쇼’라 불렸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증가하는 전기차 판매 비율을 보고 있노라면 기업들이 왜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된다. BMW그룹은 2022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약 21만5,000대의 순수 전기 모델을 전 세계에서 판매했고, 2026년에는 전체 판매량 중 3분의 1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올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KAM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차 판매는 전년 대비 5.4%, 경유차는 19.8% 감소한 반면 전기차는 28.7% 증가했다. 심지어 전기차 판매 대수(44만8,934대)도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33만3,522대)를 역전했는데,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 비율 또한 전년 대비 63.6% 증가한 16만4,000여 대로 시장점유율이 약 10%에 달한다.

이처럼 전기차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하나라도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저마다의 셀링 포인트를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100%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볼보뿐 아니라 폭스바겐 또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26년까지 10종의 신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3월에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3천만원대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을 발표했는데, 중대형 위주로 포진해 있는 지금의 전기차 시장에 또 어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말했듯 현재 순수 전기차 시장은 중대형 위주로 포진해 있어 크게 7천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라인과 5천만~6천만원 사이의 보급형으로 양분화된 추세다. 전기차의 첫 시작으로 함께하기 좋은 다섯 가지 보급형 모델을 엄선했다.

 

작지만 강하다, 더 뉴 아우디 Q4 e-트론

2022년 출시한 준중형 SUV로 아우디가 처음으로 선보인 콤팩트 세그먼트의 순수 전기 SUV 모델이다. 2019년 초에 선보였던 컨셉트카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했으며 스포티한 디자인과 큼지막한 휠, 8각형 싱글 프레임 전면 그릴 등 정밀하고 또렷한 차체의 선이 특징. 풀 사이즈 SUV에 맞먹는 넓은 실내 공간과 넉넉한 레그룸, 수납공간을 지녀 탁 트인 느낌이다. 82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복합 368km의 주행이 가능하다.

 

미니멀 디자인의 정수, 폴스타 2

2022년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선보인 중형 세단. 공기역학 성능을 지닌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 비건 소재와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인테리어 등 절제된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 디자인을 지향한다. 롱 레인지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선보이며 78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17km 주행이 가능하다.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 등 주행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은 것이 특징.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전기차 부문 종합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안정성을 입증했다.

 

혁신의 시작,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코리아가 2022년 선보인 첫 번째 순수 전기 SUV 모델이다. 당시 유럽 외 첫 번째로 국내에서 출시해 화제가 되었던 모델. 미래지향적인 외관과 편안한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뒷좌석 시트를 접을 시 1,575L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적재 용량 등 뛰어난 활용도를 지닌 것이 특징. 82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급속 충전 시 약 36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충전 시 405km의 복합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재야의 고수, 푸조 e-2008

푸조 SUV 라인업 최초의 전동화 모델로 2022년 연식 변경을 통해 주행거리를 260km까지 늘렸다. 소형 SUV에 속하지만 높은 지상고와 넉넉한 볼륨,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이 특징. 무엇보다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인체공학적 인테리어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심미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3D 형식의 디지털 패드를 갖췄으며 뒷좌석 시트를 접을 시 최대 1,467L까지 확장되는 효율적인 내부 공간을 지녔다.

 

국산차의 저력, 현대 아이오닉 6

현대차가 2022년 선보인 두 번째 순수 전기차 중형 세단. 작년 10월 출시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내연기관을 비롯한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 1위를 달성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매끈한 유선형 디자인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기반으로 달성한 500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지닌 것이 특징. 무엇보다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800V 초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자료 제공: 아우디 코리아, 스텔란티스 코리아, 폭스바겐 코리아, 폴스타 코리아, 현대자동차
참고도서: <CES2023>,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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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랑방

지속 가능한 움직임 1유로 프로젝트

지속 가능한 움직임 1유로 프로젝트

 

1천3백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할 1유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집주인에게 1유로를 주고 3년간 빌린 코끼리 빌라가 새 단장을 마쳤다. 핫플레이스인 성수동과 인접해 있고, 이제 곧 벚꽃으로 물들 중랑천이 가까이 흐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어렴풋이 내보이던 월요일 점심, 1유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송정동 코끼리 빌라를 찾았다. 1유로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도시 상생 프로젝트다. 도심 속 비어 있던 오래된 건물을 건물주에게 단 1유로만 주고 빌려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코끼리 빌라는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싱그러운 기운이 완연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며 몇 동 몇 호로 불렸을 각각의 방을 상상하면서 입점 브랜드를 살피고 있었다. “오셨어요?” 막 운동을 마치고 온 듯한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로칼 퓨처스(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다. 그는 친환경 브랜드 ‘베러얼스’와 함께 지역주민, 인근 브랜드, 타 지역 일반인과 플로깅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플로깅은 조깅하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이번이 2회 차고, 송정동 일대를 뛰며 배수구 주변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한 타 지역 일반인 중에는 평택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요일 대낮부터 쓰레기 줍자고 저 멀리 평택에서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고요?’ 묻고 싶었지만 건네준 음료를 마시며 그 질문까지 삼켰다. 한껏 상기된 그의 얼굴에서 옅게나마 뿌듯함과 자부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서울 가드닝 클럽이 운영하는 공유 정원. 번호가 적힌 각각의 플랜터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건물 뒤편에 위치한 보마켓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는 로컬 마켓을 지향한다.

 

금방 플로깅을 다녀온 로칼 퓨처스 최성욱 대표.

 

최성욱은 건축가이자 네덜란드에서 도시 재생을 공부한 사람이다. 서울시에 소속되어 지난 6년간 도시 재생 공공사업을 실행했다. 그랬던 그가 작년 2022년 4월 퇴사하고, 그로부터 7개월 만에 이룬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제가 진정 바랐던 도시 재생은 공공사업으로는 이룰 수 없었어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곤 퇴사를 결심했죠. 동시에 제가 직접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하면 적어도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그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좋은 사람과 좋은 도시, 더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자연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과 영향력에 동의하는 착한 건물주와 여러 브랜드가 모여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오래된 도시에 지속가능한 활성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베러얼스.

 

이곳 코끼리 빌라의 임대료는 1유로 약 1천3백원, 계약 기간은 총 3년이다. 최성욱 대표는 비어 있는 오래된 집을 찾아 다니며 지금의 집주인을 만났다. 지금껏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들어 1유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시키고, 이 사업을 진행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 소득에 대해 설명하는 등 집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집주인은 3년간 건물을 빌려줄 경우 노후화된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 인근 상권까지도 함께 개발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치도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행히 코끼리 빌라 집주인이 1유로 프로젝트와 뜻을 함께했고, 최성욱 표는 계약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할 브랜드를 모집했다.

 

제품의 가치 있는 쓰임에 집중하는 브랜드 베데레의 작업실.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리사이클 센터.

 

여행자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아지트 앤티크하우스 서울.

 

“브랜드 선정 기준은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이 경험한 이후 바뀐 이 상상이 가는가?’였어요. 지역 환경과 주민 그리고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어요.” 그렇게 최종 선정된 17개의 브랜드는 3년간 건물에 대한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할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일주일에 한 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각 브랜드 성격에 맞게 지역주민이나 방문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드닝 등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플로깅도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건축가 출신다운 감각적인 공간 설계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벽을 뚫거나 가벽을 세워 마치 건물 안에서 골목 같은 동선을 구현한 것이다. 브랜드를 일렬로 줄 세운 단조로운 구성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브랜드 공간을 방문객이 찾아다니게끔 유도했다. 최성욱 대표는 지하 1층부터 3층 루프톱까지 유동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에 대한 설명과 브랜드 소개를 이어갔다. “폐허나 다름없었던 당시의 사진을 건물 곳곳에 붙여놨어요. 보는 것처럼 계단 난간이나 타일 등 옛 건물에 대한 단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려는 의도예요.” 설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그를 따라간 루프톱에는 ‘서울 가드닝 클럽’이 있었다. 이 브랜드는 정원이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할 수 있다고 믿는 플랫폼으로 스포츠처럼 조경을 할 수 있도록 옥상에 공유 정원을 설치했다. 텃밭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플랜터를 멤버십 가입자에게 분양하고, 채소나 허브가 자라면 수확해서 같이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도심 속 오롯한 쉼을 선사하는 1인용 프라이빗 목욕탕 위크엔더스 바쓰.

 

중랑천을 오가는 러닝 클럽과 러너들을 위한 사랑방 런더풀.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베러얼스’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면서, 1유로 프로젝트와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을 직접 시범해 보여준다. 1유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정책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주도적으로 모아 자원 재순환을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물을 정수할 때 사용하는 브리타 필터는 9개가 모이면 본사에 재활용 신청을 할 수 있는데, 9개를 모으는 1년의 시간 동안 필터를 각 가정에서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착안해 베러얼스가 지역의 거점이 되어 동네 주민들의 브리타 필터를 대신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병뚜껑은 열쇠고리로, 우유팩과 테트라팩은 구청에서 휴지로 교환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각각의 브랜드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풍경을 바꾸기도 해요. 1층에 자리한 ‘런더풀’은 서울에 있는 1000여 개 러닝 클럽 크루의 사랑방이에요. 아침이면 이곳에 모여 짐을 맡기고 건물 앞에서 몸을 풀어요. 바로 옆에 중랑천이 있어 일반 러너들에겐 휴게소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는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요.”

 

리뉴얼을 기다리는 빈 공간은 동네 주민들의 당근마켓 미팅 포인트로 활용된다.

 

설명을 듣는 내내 어색할 정로도 이상적인 이야기뿐이어서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과연 돈이 될까?’ 이건 공공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민간 사업이고, 로칼 퓨처스의 개인 사업이다. 지역과 상생하면서도 브랜드는 성장을 이뤄야 하고, 환경문제와 도시 재생의 목적도 소홀해선 안 된다. 이 모든 걸 지키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 최성욱 대표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알아챈 듯 말을 이어갔다. “이상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의 경험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저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실행하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이 사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저들이 하는 일들이 세상에 도움이 된대’ 정도만 알아줘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이 사업도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요.” 1유로 프로젝트는 로칼 퓨처스의 정체성이 담긴 사업이다. 큰돈은 벌 수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싶은 사업이고, 이 사업으로 만들어질 네트워킹이 자신들의 자산이라 믿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끼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며 돌아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그의 이상과 러닝복 차림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가 꿈꾸는 세상이 내가 사는 도시와 우리 동네에도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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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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