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넘나들며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미스치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2011년 개관해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 핀 율 100주년 기념전,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등 흔치 않은 기획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림미술관. 2021년 친환경을 주제로 한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전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관을 선언했던 대림미술관이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늘 전 세계에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미스치프 MSCHF로 중무장한 채 말이다.
미스치프는 가브리엘 웨일리 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 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 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 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컬렉티브로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한정판 작품을 선보이는데, 장난짓(Mischief)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작품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그 가죽으로 버켄스탁 샌들 모양의 ‘버킨스탁’을 만들어 판매한다거나,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작품을 구매한 뒤 88개의 조각으로 각각 오려 되파는 방식으로 일곱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거나,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에어솔에 실제 사람 피를 넣어 커스텀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판매하며 현대인의 물질적 소비 심리를 간파하는 식이다.
이번 <MSCHF: Nothing Is Sacred>전은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랙티브 게임부터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총 다섯 섹션으로 구분했다. 미스치프의 시각과 프로젝트가 담긴 여덟 권의 매거진을 감상할 수 있는 ‘Archive’를 시작으로 게임 형태로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투기 등을 낱낱이 까발린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개한 ‘Multiplayer’ 섹션이 이어진다. 세 번째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에서는 거대 집단이 만들어낸 비합리적인 구조를 꼬집는다. 특히 자동차 한 대에 딸린 5,000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한 뒤 차의 위치를 알아내면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한 ‘키포올 Key 4 All’ 프로젝트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차는 파손과 도난, 회수를 반복하며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끝나는데, 미스치프는 이에 대해 공동 소유권과 공유 경제의 허상에 대한 실험이었음을 밝힌 것.
이어지는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에서는 앞서 예시로 든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마지막 ‘Nothing Is Sacred’ 섹션에서는 예술과 종교 등 성역이라 일컬었던 사회 인식에 도전장을 던지며 보기 좋게 꼬집는다.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신성함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Sacred)는 이 전시의 이름이자 주제처럼 말이다.
느낌표를 자아내는 미스치프의 작품은 지금의 사회와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를 둘러싼 무거운 주제를 유쾌함으로 승화하는 모습에서 왜인지 모를 쾌감과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익숙함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뒤집고 까발려 보기 좋게 박제까지 하는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가 아닐까. 가벼워 보이지만 의외로 무거운 이번 전시는 2024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자료제공: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