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지금 이 시대의 철학자

장르를 넘나들며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미스치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MSCHF, Birkinstock(2021).

2011년 개관해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 핀 율 100주년 기념전,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등 흔치 않은 기획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림미술관. 2021년 친환경을 주제로 한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전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관을 선언했던 대림미술관이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늘 전 세계에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미스치프 MSCHF로 중무장한 채 말이다.

MSCHF, Satan Shoes(2021).

미스치프는 가브리엘 웨일리 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 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 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 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컬렉티브로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한정판 작품을 선보이는데, 장난짓(Mischief)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작품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그 가죽으로 버켄스탁 샌들 모양의 ‘버킨스탁’을 만들어 판매한다거나,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작품을 구매한 뒤 88개의 조각으로 각각 오려 되파는 방식으로 일곱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거나,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에어솔에 실제 사람 피를 넣어 커스텀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판매하며 현대인의 물질적 소비 심리를 간파하는 식이다.

 

MSCHF, Key 4 All(2022).

 

이번 <MSCHF: Nothing Is Sacred>전은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랙티브 게임부터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총 다섯 섹션으로 구분했다. 미스치프의 시각과 프로젝트가 담긴 여덟 권의 매거진을 감상할 수 있는 ‘Archive’를 시작으로 게임 형태로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투기 등을 낱낱이 까발린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개한 ‘Multiplayer’ 섹션이 이어진다. 세 번째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에서는 거대 집단이 만들어낸 비합리적인 구조를 꼬집는다. 특히 자동차 한 대에 딸린 5,000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한 뒤 차의 위치를 알아내면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한 ‘키포올 Key 4 All’ 프로젝트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차는 파손과 도난, 회수를 반복하며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끝나는데, 미스치프는 이에 대해 공동 소유권과 공유 경제의 허상에 대한 실험이었음을 밝힌 것.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이어지는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에서는 앞서 예시로 든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마지막 ‘Nothing Is Sacred’ 섹션에서는 예술과 종교 등 성역이라 일컬었던 사회 인식에 도전장을 던지며 보기 좋게 꼬집는다.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신성함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Sacred)는 이 전시의 이름이자 주제처럼 말이다.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느낌표를 자아내는 미스치프의 작품은 지금의 사회와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를 둘러싼 무거운 주제를 유쾌함으로 승화하는 모습에서 왜인지 모를 쾌감과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익숙함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뒤집고 까발려 보기 좋게 박제까지 하는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가 아닐까. 가벼워 보이지만 의외로 무거운 이번 전시는 2024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자료제공: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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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 빠질 시간

료칸에 빠질 시간

료칸에 빠질 시간

쌀쌀한 바람에 절로 생각나는 온천! 따뜻한 환대로 지친 몸을 녹여줄 일본의 료칸 스테이 네 곳을 소개한다.

사계절 다채로운 논 뷰, 카이 유후인

오이타 현의 전통 대나무 공예품과 다다미로 구성한 객실.

‘커다란 논’이라는 이름처럼 예부터 풍부한 자연과 계단식 논이 유명한 오이타 현. 카이 유후인은 이 지역의 매력을 그대로 살려 호텔 부지에 계단식 논을 품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의 설계로 더욱 기대를 모았던 료칸. 일본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농촌 마을로 구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객실의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계단식 논은 사계절을 물들이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오이타 현의 전통 대나무 공예품과 다다미로 구성한 객실.

지역 전통 공예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섬세한 큐레이션도 돋보인다. 일본 최대 대나무 생산지인 오이타 현의 전통 대나무 공예품으로 객실 내부를 구성한 것. 대나무로 만든 침대 헤드보드와 소파, 그 위로는 은은하게 빛이 점멸하는 ‘반딧불이’ 조명을 걸었다. 대나무 바구니에 반딧불을 담아 길잡이로 사용했던 전통 조명을 형상화한 것으로 객실 내부를 더욱 아늑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현지 음식 문화를 살린 가이세키 정식도 특별하다. 멧돼지와 오소리 고기를 넣은 이색적인 전골과 표고버섯 파테 등 독특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만끽하는 료칸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ADD 398 Kawakami, Yufuinchi, Yufu-shi, Oita 879-5102
WEB hoshinoresorts.com

 

이토록 고요한 도심 속 휴식, 온센 료칸 유엔 신주쿠

 

가장 높은 18층에 위치한 대욕장. 신주쿠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무지 호텔 긴자, 올데이 플레이스 시부야 등 콤팩트하고 트렌디한 호텔을 선보이는 일본 UDS 건축 회사가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현대적 스타일의 료칸을 오픈했다. 일본 도쿄, 그중에서도 교통의 중심인 신주쿠에 위치한 온센 료칸 유엔 신주쿠. 일본어로 기원을 의미하는 ‘유엔 Yuen’을 이름으로 내세운 것처럼 여행객들이 편안함을 취하는 전통 료칸의 기원, 일본의 환대 문화 오모테나시에 집중했다.

 

 

첫인상 역시 익숙한 전통 료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박공지붕의 일본식 전통 가옥과 고즈넉한 정원이 있는 입구를 지나면 안쪽으로 18층 높이의 모던한 건물로 이어진다.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 편리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호텔로 들어서면 일상과 단절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료칸의 핵심인 온천은 가장 높은 층인 18층에 위치한다. 루프톱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신주쿠의 야경은 료칸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에서 끌어온 온천수를 도쿄에서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방문해볼 만하다.

 

낮은 창문으로 복잡한 도심 전경을 막고, 간접조명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객실 전경.

 

ADD 5-3-18 Shinjuku, Shinjuku-ku, Tokyo 160-0022
WEB www.uds-hotels.com

 

예술적인 휴식의 경험, 로카

 

료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미술 작품. 정원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코헤이 나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서는 현대 예술과 휴식을 결합한 료칸을 경험할 수 있다. 11개의 스위트 객실만 운영하는 프리미엄 료칸 로카.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드는 지역인 만큼 료칸 곳곳에서 예술적인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일본식 정원이 바라보이는 레스토랑 엔.

1년에 두 번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를 선발해 전 객실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피처드 아티스트 Featured Artist’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트피스뿐만 아니라 객실 내부에는 나오시마와 인근 지역의 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아와지 섬의 흙을 사용한 벽 마감, 일본 전통 종이 와시와 세토 내해의 고급 석재를 사용한 모던한 인테리어는 나오시마 섬 그 자체를 품은 듯하다.

객실마다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히노키 탕.

정원을 바라보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신선한 로컬 식재료를 맛볼 수 있다. 세토 내해의 해산물과 채소, 쇼도시마의 허브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가이세키 정식은 계절마다 다르게 구성된다. 주방장이 한 점씩 내어주는 스시 가이세키와 비건, 페스카테리언 정식도 인상적이다. 따뜻한 온천욕과 함께 즐기는 예술적인 경험으로 온전히 휴식에 몰입해보자.

밝은 원목 가구와 다다미로 꾸민 객실. 일본 전통 와시를 사용한 조명과 벽 마감으로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ADD 1234 Naoshima-cho, Kagawa-gun, Kagawa 761-3110
WEB roka.voyage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기시케

 

가마쿠라의 푸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다다미룸 와시츠. ©Hitomi Kishi

도쿄 근교 여행지로 주목받는 가마쿠라에 위치한 모던 료칸 기시케. 사무라이 가문의 후손인 노부유키 키시는 도쿄를 떠나 내면의 여유를 돌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100년 역사를 지닌 사무라이 하우스를 개조해 료칸 스테이로 오픈한 것. 유년 시절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이제는 여행자들을 돌보는 공간이 되었다.

원형 히노키 탕이 놓인 욕실. ©SukeyasuYamaguchi

 

유이가하마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료칸의 문을 열면 소나무 향이 그윽한 일본 정원이 펼쳐진다. 프라이빗 젠 가든을 바라보는 다다미룸 와시츠에서는 일본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티 세레모니와 명상, 가레산스이 체험과 분재 다듬기 등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과정부터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다양해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가이세키 정식은 2층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Nobuyuki Kishi

 

또한 가마쿠라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서핑과 하이킹도 할 수 있어 말 그대로 개인 맞춤의 ‘료칸’스러운 휴식이 가능하다.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가이세키 정식 역시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데, 불교 승려들의 채식 요리 쇼진 가이세키 정식을 선보이는 점이 특별하다. 채소를 사용해 만든 비건 스시 코스는 미식의 경험을 극대화해줄 것이다.

 

티 세레모니와 명상 등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기시케의 문화 프로그램. ©Hitomi Kishi

 

ADD 21-5 Sakanoshita, Kamakura, Kanagawa 248-0021
WEB kishi-ke.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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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에서 보낸 72시간 2

메츠에서 보낸 72시간 2

메츠에서 보낸 72시간 2

모젤 강을 사랑하는 예술 역사가 치아라 파리시와 함께한 72시간.

LE CENTRE POMPIDOU-METZ

프랑스에서는 국립 문화 기관의 첫 번째 설립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파도 모양의 건물 지붕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 건축은 문화의 혼합과 개방, 자연과의 관계를 표현합니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 시게루 반과 장 드 가틴이 설명했다.

ADD 1, Parvis des Droits-de-l’Homme

20세기 초 ‘사랑의 정원’이라 불렸던 버드나무를 심은 땅에 세운 교회. 기욤 2세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립하기 위해 지었다. 건축을 통해 정치를 전개한 게르만 정책을 상징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생-피에르-오-노냉 Saint-Pierre-aux-Nonnains은 옛 교회 건물로 메츠의 몇몇 건축물 역사는 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SAINT-MAXIMIN

 

 

1960년대 초 장 콕토는 교회를 장식하는 14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디자인하면서 꽃을 넣었다. 그중에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의 여왕이 있다.

ADD 61, rue Mazelle

GIBUS

 

 

아방가르드한 이 숍은 빈티지가 트렌드로 자리 잡기 전인 1996년에 오픈했다. 프레타포르테와 액세서리, 레트로 스타일의 데코 아이템을 판매한다. 패셔니스타들이 진주를 찾으러 방문하는 곳.

ADD 5 bis, rue des Jardins

AS RESTAURANT

 

 

“여기는 미쉐린 별은 아직 받지 않았지만 머지않았어요!” 셰프 알렉상드르 상티넬리는 음식에 맛의 변주를 과감하게 적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ADD 130, rue du General-Diou, Saint-Julien-les-Metz.

LA COUR DES GRANDS

 

 

“재미있는 책방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요. 좀 더 잘 아는 책방이 이곳인데 강의를 기획하기 때문이에요.” 이미 청소년 책방을 운영하는 줄리 레미는 유년기가 지난 독자들과도 소통하고 싶어 이 곳을 만들었다.

ADD 12, rue Taison

LA CONSERVERIE

 

 

이곳을 만든 사진가 안 델레는 이 공간을 ‘아카이브 장소’로 정의한다. 가족사진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는데 전시 장소인 동시에 출판사이자 도서관이기도 하다.

ADD 8, rue de la Petite-Boucherie

 

“메츠는 떠오르는 젊은 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합니다.”

 

LOLI BLUMEN

 

 

“모두 퐁피두-메츠에 있는 다채로운 꽃을 좋아해요. 기회가 되면 그 계절에 피는 꽃을 사용하는 클레르와 타릭 아즈그라르에게 도움을 청하면 돼요.” 아틀리에에서는 플라워 아트를 배울 수 있다.

ADD 2, rue Taison

 

GALERIE PJ

 

 

공간에 늘어진 선들이 방문객의 위치에 따라 다른 형상을 만들어낸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가 이탈리아 예술가 다비드 스코그나미글리오의 전시를 열었다. 그의 전시 는 공간과 시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ADD 10, rue des Jardins

 

 

1964년 5월, 모젤 강 운하 개설은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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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발레리 샤리에 Valerie Charier

photographer

루이즈 데노 Louise Des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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