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미세한 세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품고 있다. 거대한 우주를 펼쳐낸 코헤이 나와의 세계는 저마다의 소우주를 상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별을 품고 살아간다. 가장 작은 우주인 개개인은 무수히 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수많은 변형을 거치며 저마다의 우주를 만든다. 그리고 각각의 소우주들이 모여 이루어진 세상은 때로는 폭발적인 영감의 에너지를, 때로는 고요한 소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성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해온 코헤이 나와 Kohei Nawa는 각자가 품은 우주에 주목한다. 세포가 뿜어내는 생명력, 서로 얽히며 발생하는 왜곡과 변형은 작가에게 오랜 관심사였다.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Cosmic Sensibility(우주적 감성)>에서는 작가의 깊은 사유와 더불어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여러 관점으로 구상해 선보인다.
페이스 갤러리 전 층을 가득 채운 이번 전시는 제각기 다른 소재와 형태로 만든 다섯 개의 연작을 통해 다양한 우주의 모습을 조망한다. 코헤이 나와의 우주는 어두운 1층 공간에서 먼저 시작된다. 고요한 전시장에는 퐁퐁 솟아오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바닥에 길게 놓인 캔버스에 실리콘 오일이 흐르며 방울이 맺혔다 터지고 주위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특유의 점성으로 반복되는 움직임을 따라가는 여정은 무한한 생명의 순환을 연상케 한다.
2층에서는 생명의 움직임을 무한히 증식한 크리스털로 표현한 그의 대표작 ‘픽셀 PixCell’ 연작이 이어진다. 뿔 달린 사슴의 표면을 영롱한 크리스털 구로 가득 덮은 작품 ‘픽셀 더블 디어 PixCell-Double Deer’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픽셀은 디지털 최소 단위인 픽셀 Pixel과 생물학적 세포인 셀 Cell을 결합한 그만의 언어로,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가진 픽셀과 세포의 성향을 주목한 것. 제각기 다른 크기의 구슬 혹은 세포들은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표면 아래의 형태와 색을 왜곡시킨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개입하며 진실과 정보가 변이되는 과정을 떠올린다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과 사물을 함께 조합해 좀 더 진화한 ‘픽셀’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라디오와 TV, 흔들의자 같은 일상 사물은 신비로움을 자아낸 박제된 사슴보다 더욱 친숙하면서도 기이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전시장에서는 세포의 운동이 드디어 강렬하게 폭발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한 역동적인 순간을 형상화한 ‘스파크 Spark’ 연작은 이번 전시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작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표면 전체가 검은색으로 마감된 막대를 엮어 만든 뾰족한 형상은 가까이에서 감상할수록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뒤집어쓴 고슴도치 같은 모습에 더욱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 벨벳과 탄소섬유로 만들어 빛을 흡수하는 모습이 마치 블랙홀처럼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빛을 반사하는 투명한 크리스털 작품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인다.
더불어 소개되는 ‘리듬 Rhythm’ 연작은 여러 크기의 3D 레진을 벨벳으로 뒤덮어 2차원의 평면에 재구성한 작품이다. 조명 각도에 따라 길이도 형태도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서로 다른 시점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작고 미세한 움직임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관점은 수많은 우주적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이 만들어갈 소우주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전시는 2024년 1월 6일까지.
자료제공: 페이스 갤러리 사진제공: Sangta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