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서 빛나는 예술의 도시들

경기 침체 속에서 빛나는 예술의 도시들

경기 침체 속에서 빛나는 예술의 도시들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며, 런던의 예술적 영향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와중에 아트바젤 파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컬렉터들의 선택을 이끌어낸 두 도시의 대형 아트페어.

현대 커미션, 이미래 작가의 설치 장면. © Tate(Oliver Cowling with Lucy Green)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귀스타브 카유보트 전시 장면. © Musée d’Orsay – Allison Bellido

키아프, 프리즈 서울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10월, 유럽에서는 거대한 두 개의 아트페어가 열렸다. 바로 21회를 맞이하는 프리즈 런던(10월 9~13일), 그리고 아트바젤 파리(10월 18~20일)다. 아트바젤 파리는 신생이지만 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시작과 동시에 프랑스의 오랜 아트페어 피악 Fiac을 밀어냈고, 2회차에는 런던보다 더 높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3회를 맞아, 그동안 써오던 ‘파리 플러스’라는 이름을 거두고 ‘아트바젤’을 전면에 내걸었다. 프리즈 런던에 꾸준히 참여하던 몇몇 갤러리는 프리즈에 불참하고 아트바젤 파리 참가를 결정하는가 하면, 프리즈 런던에 참여한 갤러리스트들은 모이기만 하면 바로 다음 주에 열릴 아트바젤 파리가 화젯거리였다. 프리즈는 신선한 변화와 화제성을 위해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포커스’ 섹션을 행사장 입구로 옮기는 등 지원정책을 펼쳤지만, 프리즈 런던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경기를 반영하며 마무리되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컬렉터들이 이미 검증받은 안전한 작가에게 투자하기 원한다. 이 현상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가 아실 고르키의 작품을 115억원에 판매하는 등 주로 유명 인기 작가를 확보한 몇몇 갤러리들의 성과로 드러났다. 현대미술을 이끌던 런던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영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관련이 있다. 브렉시트 이후 무역 개방도가 낮아지고 투자 환경이 악화되면서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작품을 구입했을 때 통관 절차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게다가 세금정책의 변화 등으로 고액자산가가 영국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로 이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아랍에미레이트인데 ‘무세금’ 정책으로 3년 연속, 자산가 유입국 1위다. 그러나 백만장자가 자리 잡은 아랍에미레이트, 싱가포르, 호주 등이 갑자기 문화대국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문화를 융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자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가 컬렉터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은 각 도시에서 펼쳐지는 풍부한 문화행사에서 찾아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프리즈 런던 2024. © frieze 

프리즈의 리만 머핀 갤러리 부스에서 진행된 빌리 차일디시 Billy Childish의 작품 퍼포먼스. © frieze

먼저 런던은 내셔널갤러리 200주년을 맞이해, 소장품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중심으로 특별전을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 초상화갤러리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두 전시 모두 2025년 1월 19일까지 진행되어, 올겨울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전시다. 현대미술 소식을 더하면,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는 현대차 프로젝트, 이미래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을 볼 수 있고, 헤이워드 갤러리에서는 양혜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10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이는 대형 회고전이다. 한편 파리의 전시회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아트바젤 기간 중 방돔 광장, 튈리리 정원 등 시내 곳곳에 설치한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는 아트페어가 열리는 그랑팔레 주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명품가 및 샹젤리제 거리로 연결되는 이 부근은 지난해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가 새롭게 파리 지점을 여는 등 럭셔리한 갤러리 타운으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인상주의 시대의 작가이자 후원자인 귀스타브 카유보트 서거 130주년 특별전을, 피카소 미술관에서는 잭슨 폴록을, 그리고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는 아르테 포베라를 준비했다. 런던과 파리에서의 아트페어가 끝나고 나면 다음 시즌은 미주 대륙이다. 올해 12월 초에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내년 2월에는 프리즈 LA가 있다. 경기 침체, 미국 대선, 최근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태풍 등의 이유로 두 행사 모두 판매 실적은 뚜껑을 열어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연계 전시회를 얼마나 풍성하게 잘 준비했는지에 따라 컬렉터의 선택이 갈릴 수도 있기에, 당분간 아트페어가 열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풍성한 문화 행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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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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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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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에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오는 11월 15일부터 2025년 5월 18일까지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를 개최한다. 취향을 통해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는 요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페르소나들의 특별한 공간을 공개한다. 더불어 김환기, 박서보, 파블로 피카소 등과 같은 거장들의 마스터 피스부터 장 푸르베, 핀 율 등의 디자인 가구까지 총망라한다. 예술 작품과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져 남다른 심미안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페르소나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WEB daelim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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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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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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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뉴 컨템포러리즈가 주목한 영국의 신진 예술가 아담 보이드, 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 이 한남동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다. 작가는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공간 사이를 오가며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인식 채널에 주목해왔다. 원자 구성의 입자, 빅뱅 이후 우주에 걸친 빛, 도시의 빛 현상 등을 결합해 초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관점으로 시각을 재해석한 패브릭 스티치 작품을 선보인다. 우주적인 차원과 일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직접 탐험해보자. 전시는 오는 11월 23일까지. WEB thisweekendro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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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조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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