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여정

꽃의 여정

꽃의 여정

성수동에서 열린 ‘플라워필즈’ 워크숍은 꽃의 숨겨진 뒷모습을 발견하는 특별한 자리였다. 세 명의 글로벌 플로리스트와 함께 창의적인 시간을 보낸 3일간의 기록.

주말 아침 햇살을 듬뿍 받으며 깊은 명상에 잠겨볼 수 있었던 싱잉 볼 명상 세션.

둥글고 커다란 초록 식물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는 퍼카 팀.

곱슬버들 나무를 다듬고 있는 린네 팀. 얇은 가지를 엮어 두 그루의 거대한 나무를 완성했다.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플라워필즈’ 워크숍은 마치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듯했다. 3일간 꽃을 손에 쥐고 직접 작업해보면서 창의성과 즉흥성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었던 것. 워크숍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전문 플로리스트와 참가자들이 각자 자유롭게 꽃을 다루며 만들어낸 대형 플라워 작업은 공간 속 생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플로리스트들이 전해준 ‘꽃의 뒷모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 우리는 흔히 꽃의 화려한 얼굴에만 주목하지만, 그 뒷모습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잎사귀 하나 하나와 줄기의 곡선까지, 눈에 띄지 않던 섬세한 아름다움이 작업을 통해 드러났다.

초록 식물 사이 리듬감을 부여하는 핑크빛 꽃과 갈대를 꽂아 완성했다.

천장에 매달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각목과 철망으로 형태를 잡고 있는 청록화 팀.

쎄종플레리의 임지숙 대표와 브랜딩 프로덕션 쓰쿠루가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단순히 꽃을 배우는 시간 그 이상이었다. 흔히 가르침을 받는 ‘클래스 Class’와 달리, 창의적인 발상과 순간의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교차하는 하나의 ‘장 Field’이었던 것. 워크숍 기간 동안 건축, 와인, 명상,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이끈 8개 소규모 세션에서는 예상치 못한 영감도 선사했다. 코사이어티의 중정 가든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공간의 소리를 느끼며 자연과 교감한 싱잉볼 명상 세션, 캐주얼 와인 바 탭샵바, 칵테일 맛집 믹솔로지의 세션까지 흥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플라워필즈 워크숍을 이끈 쎄종플레리 임지숙 대표와 브랜딩 프로덕션 쓰쿠루.

꽃과 가지를 매만지며 세심하게 형태를 다듬고 있다

나무 기둥을 엮어 만든 기초 구조물. 가지의 방향을 살펴보며 구조를 만들어갔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할 컨셉트에 대해 논의 중인 퍼카 스튜디오 팀.

마지막 날, 참가자들이 함께 참여한 작품은 전시 공간에 공개되어 일반 관람객에게도 아름다움을 나누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작품들은 각각 베를린, 방콕,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플로리스트 3명의 손길을 통해 탄생했다. 베를린의 스튜디오 린네는 이끼와 붉은 꽃무릇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고, 방콕의 퍼카는 볼륨감 넘치는 꽃과 풀을 통해 페르난도 보테로의 사랑을 재현했다. 서울의 청록화는 한국적 색채와 전통적인 사신의 상징을 활용해 환상적인 꽃의 세계를 그려냈다. 3일간의 플라워필즈 워크숍이 주는 의미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꽃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모든 참가비와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부될 예정이다. 꽃의 뒷모습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이면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3일간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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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cene of Color 2

New Scene of Color 2

New Scene of Color 2

글로벌 페인트 브랜드와 컬러 전문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다가오는 해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2025년을 이끌 컬러 트렌드를 통해 우리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엿보자.


루모스 Rumors

미국의 대표적인 페인트 회사 베어 Behr는 관능적인 레드 컬러 루모스를 통해 자신감 넘치고 에너제틱한 동시대 사람들의 태도를 강조했다. 역동적인 루비 레드는 작은 오브제라도 강력한 포인트를 더해줄 것이다.

1 폴스포튼 Polspotten, 지그재그 스툴 Zigzag Stool 역동적이면서도 대칭적인 안정감을 주는 지그재그 모양의 스툴. 글로시한 루비 레드 컬러가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2 비앤비 이탈리아 B&B Italia, 아시알레 Assiale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피에로 리소니 Pierro Lissoni가 디자인한 테이블. 현대적이면서도 단순한 구조에 레반토 레드 마블 Levanto Red Marble을 사용해 조각적인 느낌을 더했다.

3 구찌 Gucc×아체르비스 Acerbis, 스토렛 캐비닛 Storet Cabinet 모던 이탤리언의 상징적 디자인을 재해석한 구찌의 디자인 앙코라 컬렉션. 구찌의 아이코닉한 레드 컬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 Sabato de Sarno가 ‘로소 앙코라 Rosso Ancora’ 색상으로 재해석했다.

4 까시나 Cassina, 두뎃 소파와 암체어 Dudet Sofa&Armchair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두뎃 컬렉션. 1970년대 레트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둥근 곡선 형태의 등받이가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5 CC타피스, 마마 논 마마 M’ama non m’ama 이탈리아어로 ‘날 사랑해, 사랑하지 않아?’를 의미하는 이름은 꽃의 꽃잎을 하나씩 따면서 질문을 던지는 오래된 놀이에 차용했다. 꽃의 유기적인 모양이 로맨틱한 느낌을 더한다.

앙코르 Encore

1806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페인트 브랜드 발스파 Valspar는 즐거움과 자신감이 넘치는 풍부한 색감의 블루를 내세웠다. 이 색상은 선명하고 시원한 톤으로 현대적인 디자인과 고풍스러운 스타일 모두에 다채롭게 어울리며, 공간에 신선한 에너지와 세련된 느낌을 불어 넣는다.

1 CC타피스, 티들리빗츠 Tiddlybits 추상적인 드로잉과 입체적인 질감이 돋보이는 러그. 독특한 컷 아웃 형태로 벽에 걸어 장식하기 좋다.

2 피에르 요바노비치 모빌러 Pierre Yovanovitch Mobilier×크리스찬 루부탱 Christian Louboutin, 사이렌 Syrena 프랑스 디자이너 루부탱의 아이코닉한 누드 슈즈를 의자 다리에 적용해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블루 컬러의 패브릭 커버에는 인어의 비늘과 파도의 물결을 섬세한 스티칭으로 새겨넣었다.

3 프라마 Frama, 우마 왕 룸 디바이더 Uma Wang Room Divider 천연 참나무와 캔버스로 제작한 룸 디바이더. 독립된 패널들을 강렬한 자석으로 고정시켜 단순한 미학과 이동의 실용성을 더했다.

4 폴스포튼, 베이스 퀼 다크 블루 Vase Quille Dark Blue 레이스를 두른 듯 입구 주위의 유려한 곡선 장식이 돋보이는 세라믹 베이스. 풍부한 광택을 살린 유약으로 더욱 화려하게 마감했다.

5 뽀로 Porro, 오리가타 Origata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나오 타무라 Nao Tamura가 디자인한 벤치. 기모노를 만들 때 사용하는 오리가타 기법을 차용해 6mm 두께의 알루미늄 시트를 자르고 각지게 조립했다.  

에이지드 위스키 Aged Wiskey

던 에드워드 Dunn Edwards는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이룬 컬러 트렌드를 발표했다. 그중 브라운 컬러는 차분한 뉴트럴 컬러와 어우러지며 전통적 느낌과 현대적인 세련됨을 동시에 보여주는 색조로, 다양한 공간에 따뜻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1 101 코펜하겐 101 Copenhagen, 트라이블 베이스 Tribal Vase 전통 부족의 마스크에서 형태를 가져온 볼드한 실루엣으로, 화병으로 사용하거나 독립적인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2 까시나, 벤탈리오 테이블 Ventaglio Table 까시나를 위해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이 디자인한 테이블. 너비가 동일한 14개의 우드 판자를 정교하게 배열해 다면체적 상판을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각 판자가 모여 만드는 입체적인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구조적 미학을 보여준다.

3 펌리빙 Fermliving, 포즈 터프티드 러그 Pose Tufted Rug 인간의 연결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고대 타악기 ‘클래퍼’에서 영감을 얻어, 팔 모티브가 돋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100% 울로 수작업 터프팅되어 깊고 포근한 질감을 자랑하며, 공간에 따뜻함과 편안함을 더해준다.

4 소호 홈 Soho Home, 히로 사이드 테이블 Hiro Side Table 두꺼운 원형 대리석 기둥에 섬세한 목공 기술이 돋보이는 상판을 조합해 청키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블랙 컬러 미켈란젤로 대리석 상판은 클래식한 소호 하우스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5 타치니 Tacchini, 애디셔널 시스템 데이베드 Additional System Daybed 1960년대 인체공학적 연구에 발맞춰 1967년 조 콜롬보 Joe Colombo가 선보인 컬렉션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6가지 크기의 쿠션은 요소의 수와 배치 방식을 변화시켜 유연한 조합을 완성했다.

6 까시나, 섬웨어 엘스 오토만 Somewhere El-S Ottoman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이 까시나와의 협업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컬렉션. 슈트 케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각진 쿠션과 메탈 클로저 디테일이 돋보이며, 필립 스탁의 유려한 디자인 언어를 잘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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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흐름

흙의 흐름

흙의 흐름

흙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형태와 우연의 발견을 탐구하는 신다인 작가.

지난 9월 TACT에서 선보인 신다인 작가의 개인전 전경.

흙을 매만지며 생기는 올록볼록한 질감을 그대로 살려 수공예의 멋을 담은 작품들.

공예와 미술의 경계에 대한 고민은, 많은 작가가 해결할 수 없는 영원한 난제다. 젊은 도예인으로 주목받은 신다인 작가 역시 조형성을 강조하는 공예의 특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작업 초기에는 기하학적이고 직선을 강조한 형태,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수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아트 퍼니처로도 인식되었는데, 주변의 일상적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책상 밑이나 침대 밑 같은 틈새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공간은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어둠, 그리고 두려움과 연결된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서 기능적인 공간이 생겨났다. 평평한 상판은 스툴로 사용될 수 있고, 파인 부분은 선반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아트 퍼니처 붐이 일어난 코로나 시기까지 이어졌다.

초기작부터 이번에 선보인 신작까지 작업의 변화를 두루 살필 수 있었던 작업실 전경.

열심히 달려오던 작가는 공예적이고 기능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느 순간 자신이 조형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를 찾는 데만 집중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간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2022년부터 작업자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를 보냈어요.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을 통해 작업에 변화를 주었고, 이는 지난 9월, 4년 만의 개인전에서 드러났다.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공간 전시 기획 스튜디오 TACT와 함께 진행한 에서 그녀는 이러한 고민을 풀어내고자 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작업자로서 더 깊은 고민과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1950년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작업실. 높은 층고와 오래된 목조 서까래 천장이 멋스럽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신다인 작가는 흙을 다루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과거에는 흙을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형태를 구현하는 재료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흙 자체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 “흙은 어쩌면 저와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라 볼 수 있는데, 너무 의도적으로만 다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업에서는 마치 흙이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인 것처럼, 흙의 흐름과 움직임을 함께 탐구하며 자유로운 작업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 작업 환경에도 변화를 주어, 작업실 안 다양한 위치에서 흙이 움직이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그에 따른 흙의 변화를 관찰했다. 표면의 질감과 형태도 자연스레 변화했다. 작업 초기부터 공통적으로 보이는 손자국은 흙의 상하를 접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손자국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 형식을 한 걸음 더 나아가, 코일을 누르고 밀어주는 과정에서 생긴 홈을 중심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지만, 언젠가는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완성된 형태를 단면으로 잘라 보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한 경험은 그녀에게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흙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탐구하는 신다인 작가.

흙을 밀어내면서 생기는 손자국을 고스란히 살렸다.

신다인 작가는 여전히 공예와 미술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흙을 매개로, 의도와 우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드러난 그녀의 변화는 단지 일시적인 실험이 아닌, 앞으로의 작업에서 더 깊이 있는 탐구와 예술적 성장을 예고한다. 이제 그녀는 흙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상호작용을 그려나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앞으로 신다인 작가의 작업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SPECIAL GIFT
신다인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엽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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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류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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