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형태와 우연의 발견을 탐구하는 신다인 작가.

지난 9월 TACT에서 선보인 신다인 작가의 개인전 전경.

흙을 매만지며 생기는 올록볼록한 질감을 그대로 살려 수공예의 멋을 담은 작품들.
공예와 미술의 경계에 대한 고민은, 많은 작가가 해결할 수 없는 영원한 난제다. 젊은 도예인으로 주목받은 신다인 작가 역시 조형성을 강조하는 공예의 특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작업 초기에는 기하학적이고 직선을 강조한 형태,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수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아트 퍼니처로도 인식되었는데, 주변의 일상적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책상 밑이나 침대 밑 같은 틈새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공간은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어둠, 그리고 두려움과 연결된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서 기능적인 공간이 생겨났다. 평평한 상판은 스툴로 사용될 수 있고, 파인 부분은 선반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아트 퍼니처 붐이 일어난 코로나 시기까지 이어졌다.

초기작부터 이번에 선보인 신작까지 작업의 변화를 두루 살필 수 있었던 작업실 전경.
열심히 달려오던 작가는 공예적이고 기능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느 순간 자신이 조형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를 찾는 데만 집중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간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2022년부터 작업자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를 보냈어요.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을 통해 작업에 변화를 주었고, 이는 지난 9월, 4년 만의 개인전에서 드러났다.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공간 전시 기획 스튜디오 TACT와 함께 진행한 에서 그녀는 이러한 고민을 풀어내고자 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작업자로서 더 깊은 고민과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1950년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작업실. 높은 층고와 오래된 목조 서까래 천장이 멋스럽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신다인 작가는 흙을 다루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과거에는 흙을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형태를 구현하는 재료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흙 자체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 “흙은 어쩌면 저와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라 볼 수 있는데, 너무 의도적으로만 다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업에서는 마치 흙이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인 것처럼, 흙의 흐름과 움직임을 함께 탐구하며 자유로운 작업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 작업 환경에도 변화를 주어, 작업실 안 다양한 위치에서 흙이 움직이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그에 따른 흙의 변화를 관찰했다. 표면의 질감과 형태도 자연스레 변화했다. 작업 초기부터 공통적으로 보이는 손자국은 흙의 상하를 접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손자국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 형식을 한 걸음 더 나아가, 코일을 누르고 밀어주는 과정에서 생긴 홈을 중심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지만, 언젠가는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완성된 형태를 단면으로 잘라 보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한 경험은 그녀에게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흙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탐구하는 신다인 작가.

흙을 밀어내면서 생기는 손자국을 고스란히 살렸다.
신다인 작가는 여전히 공예와 미술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흙을 매개로, 의도와 우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드러난 그녀의 변화는 단지 일시적인 실험이 아닌, 앞으로의 작업에서 더 깊이 있는 탐구와 예술적 성장을 예고한다. 이제 그녀는 흙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상호작용을 그려나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앞으로 신다인 작가의 작업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SPECIAL GIFT
신다인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엽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