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의 미학

울림의 미학

울림의 미학

좋은 소리는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채우고, 몸을 울리며 감각을 깨운다.

남우선 대표의 베토벤하우스에서는 하이엔드 오디오와 음악,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져 소리가 예술이 된다.

베토벤하우스의 중심이 되는 뮤직홀. 6m 층고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웅장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전면의 서 있는 두 개의 메인 오디오 시스템은 몬어쿠스틱의 디아몬.

뮤직홀 천장에는 반원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여 공간이 울리는 배음을 잡았다.

남우선 대표의 LP 컬렉션을 볼 수 있는 뮤직홀의 선반.

“하나의 취미를 20년 넘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더라고요. 오디오와 클래식 음악, 커피를 사랑하면서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남우선 대표는 그 누구보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깊다. MBC 다큐멘터리와 클래식 음악 방송 전문 PD로 시작해, 오디오 평론가이자 하이엔드 오디오 인스톨러로 활동하며 음악을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살아왔다. 특히 커피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감상실인 베토벤하우스는 그의 오랜 꿈이자 ‘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으로서, 대구에서 이전해 올해 인천 영종도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대구 베토벤하우스를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힘의 백성기 소장이 이번에도 함께 작업했으며, 설계와 시공을 하는 데 모두 4년이 걸렸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3개 동 공간에는 남우선 대표의 모든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뮤직홀에서 남우선 대표의 CD 컬렉션을 직접 재생하기도 한다. 앰프는 호주산 할크로 프리 앰프 Halcro Pre AMP, 파워 앰프 Power AMP.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메트로놈 DSC Metronome DSC.

베토벤하우스 남우선 대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230㎡ 규모의 뮤직홀이다. 층고가 6m라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며, 방음 설계로 인해 공간에 들어서면 외부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공간을 울리는 음악만이 귀를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브라이스 다볼리의 ‘첼로의 비애 Cello’s Lament’를 들으며, 음악이 귓속을 넘어 몸 속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는 느낌을 그대로 경험했다. 뮤직홀의 메인 오디오 시스템은 남우선 대표와 오랜 인연을 맺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몬 어쿠스틱 Mon Acoustic의 디아몬 Diamon 스피커다. 베토벤하우스를 위해 2년간 연구 개발한 끝에 완성한 제품인데,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빈티지 오디오가 은은하고 회고적인 소리를 낸다면, 하이엔드 오디오는 다이내믹하고 정밀한 소리를 선사한다. 남우선 대표는 두 가지 소리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 빈티지 오디오의 감성을 구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다. “아무리 좋은 오디오라 해도 기기 간 궁합이 중요해요. 스피커, 플레이어, 케이블, 모든 장비가 잘 맞아야만 진정한 소리가 나옵니다.” 남우선 대표는 강조해 말하며, 이 모든 장비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세팅했다고 한다. 룸 튜닝 과정도 중요했다.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인해 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있었던 것.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조정을 거쳤다. 벽에는 흡음재를 바르고, 그 위로 미세하게 타공한 철판을 설치해 소리가 내부로 흡수되도록 만들었다. 천장에는 반원 형태의 날개 구조물을, 스피커와 마주보는 벽면에는 구로철파이프를 촘촘히 배치하여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인 구성을 완성했다. 이는 공간의 공명과 반사를 극대화해 음악의 깊이를 더한다.

뮤직홀에서 남우선 대표의 CD 컬렉션을 직접 재생하기도 한다. 앰프는 호주산 할크로 프리 앰프 Halcro Pre AMP, 파워 앰프 Power AMP.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메트로놈 DSC Metronome DSC.

뮤직홀의 양옆 벽에는 1만 장이 넘는 LP와 CD 컬렉션이 빼곡히 꽂혀 있다. 30년 넘게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온 남우선 대표는 이 음반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 이 수천 장의 음반은 그가 살아온 삶의 일부분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이 담긴 상징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전문 스태프가 상주하며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 손님 연령대에 맞춘 플레이리스트를 즉흥적으로 재생하는 점도 베토벤하우스의 매력 중 하나다. 누구든지 원하는 음악을 하이엔드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베토벤하우스는 단순히 좋은 오디오를 갖춘 공간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된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간, 세심하게 조율된 사운드,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어우러져 그 순간만의 특별한 감상이 완성된다. 소리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음악과 하나가 되는 경험, 베토벤하우스가 선사하는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베토벤, 존 레논, 밥 말리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주제로 한 작품과 일러스트들이 공간에 위트를 더한다.

3개 동 건물로 구성된 베토벤하우스 인천.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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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is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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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디플로가 자메이카 정글 한가운데 창작 공간 폼페이를 완성했다.

자연과 건축, 음악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그는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디플로의 컬렉션과 취향이 녹아 있는 라이브러리. 그동안 모은 책과 LP 컬렉션이 가득하다. 스피커 조각은 스페인 아티스트 루카스 무뇨즈 무뇨즈 Lucas Muñoz Muñoz의 S.S3-Sound System 3. 문 위에는 가나 소수 부족의 아사포 Asafo 깃발. 오른쪽에는 양봉업자이자 조각가인 가넷 푸에트 Garnett Puett가 허니콤으로 만든 ‘소울 스퍼 Soul Spur’(1996~2016).

디플로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컨트롤 룸. 콘솔은 솔리드 스테이트 로직 Solid State Logic의 XL-Desk. 메인 스피커는 PMC MBD-XBD-A. 모니터 스피커는 야마하 Yamaha의 HS8.

컨트롤 룸과 연결되는 라이브 룸. 창 너머로는 푸른 자연이 펼쳐지며, 빈티지한 패턴의 패브릭 가구와 러그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악기는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 Yamaha Upright Piano, DW 드럼 DW Drums.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수많은 팝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한 DJ이자 프로듀서, 토머스 웨슬리 펜츠 Thomas Wesley Pentz. 디플로 Dipl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샘플링과 사운드로 음악적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음악적 여정이 시작된 곳 중 하나가 바로 자메이카다. 레게톤과 하우스를 결합한 뭄바 톤 사운드를 주류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 ‘메이저 레이저 Major Lazer’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드디어 디플로는 자메이카의 자연 속에 영감과 휴식을 위한 자신의 안식처를 만들었다.

거실, 침실을 비롯한 폼페이의 공간은 자연과 바로 맞닿을 수 있도록 전면 창이 개방적으로 열리도록 설계했다.

수영장 옆에는 자연의 강렬한 그린 컬러를 담은 소피아 론도노 SOFÍA LONDOÑO의 세라믹 벽화로 아티스틱한 감성을 더했다.

목가적이고 따뜻한 우드 소재와 라탄, 얼씨 톤 컬러로 완성한 인테리어.

자메이카 포틀랜드의 울창한 정글 한가운데 자리한 폼페이 Pompey는 디플로가 10년 전 20만㎡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며 시작되었다. 2023년에는 약 4만8000㎡를 추가로 확장해, 단순히 휴양지를 넘어 창의적인 실험이 가능한 독립적 공간으로 완성했다. 때묻지 않은 열대우림 속에서 그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자메이카의 활기찬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건축물을 구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디플로는 브루클린 기반의 프리셀 건축 FREECELL Architecture의 건축가 로렌 크라한과 건축 디자이너 지아 울프를 선택했다. 실험적인 구조와 재료 연구로 주목받는 이들은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은 디플로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나타프 Sara Nataf가 맡았으며, 그의 조수 케이틀린 힌든 Katelyn Hinden도 함께했다. 디플로의 비전과 감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이 모여, 정글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폼페이는개인적인 공간과 게스트를 위한 숙소로 구성되며, 중앙에는 수영장과 공동 다이닝 공간이 자리한다. 오픈 브릿지와 바람길 같은 요소들이 실내와 실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흐르도록 설계되었다. 건축가들은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집요하게 연구하며,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집을 구상했다.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 정오의 짙은 그림자, 노을이 드리우는 순간까지 자연의 리듬이 디자인에 스며들었다.

폼페이에는 바나나 농장이 있으며, 직접 수확한 과일을 맛볼 수 있다. 디플로는 말을 타고 이곳을 달리기를 즐긴다.

스튜디오 라운지에 놓은 탁구 테이블.

정글 속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185㎡ 규모의 독립된 스튜디오가 나타난다. 폼페이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다. 디플로는 오랫동안 ‘침실 프로듀서’였다고 말하며, 집 안의 작은 공간에서 작업해왔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기능을 갖춘 스튜디오를 설계했다. 음악가들이 편하게 머물며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건축 단계에서 부터 최적의 음향 설계를 반영했다. 푸른 정글을 배경으로 한 라이브 룸, 맞은편의 컨트롤 룸은 디플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스튜디오 라운지는 협업과 휴식을 위한 공간인데, 곳곳에 비디오 게임 머신과 맞춤제작된 탁구대를 배치해 디플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을 더했다.

해질녘, 거실에서 바라본 수영장과 공용 공간.

드라마틱한 구조와 건축미가 돋보이는 폼페이. 노출 콘크리트 소재의 브루탈리즘 스타일과 밀림 속 푸른 자연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디플로는 이곳을 둘러보며,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저는 많은 앨범을 만들고, 공연과 영화 작업도 해왔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이곳, 자메이카에서의 창작 공간이었죠.” 폼페이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자연, 건축, 음악이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자, 디플로가 사랑하는 것으로 채워진 하나의 작품이다. 콘크리트, 나무, 푸른 녹지가 조화를 이루는 이 집은 마치 디플로의 음악적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리듬감 있는 조화, 공간마다 다른 텍스처와 톤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경험. 폼페이는 디플로의 창작 방식뿐만 아니라,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음악적 영감을 위한 공간 외에도 휴식을 취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실내 클라이밍, 스파와 사우나, 사이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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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파스콸레 마피니 De Pasquale + Maff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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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FENDI House

The New FENDI House

The New FENDI House

건물의 역사와 유산은 잇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녹아들어 있도록.

규모를 증축하며 새롭게 태어난 펜디의 밀라노 본사에는 하우스의 미학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펜디 까사의 가구로 장식한 프레스 쇼룸과 환영 공간.

본사 내부의 피팅 공간.

 

1990년대 리바 & 칼조니 빌딩의 모습. 왼쪽 페이지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건물의 외관.

글로벌 패션 하우스 펜디의 본사이자,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펜디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블록을 증축해 기존 4515㎡에서 5915㎡로 전체 면적을 크게 확장했다. 건물 외관은 붉은 벽돌로 강조된 인더스트리얼 감성과 세그멘털 아치가 있는 넓은 창문, 그리고 펜디 로고를 조화롭게 매치해 메종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 특징. 내부는 크게 백스테이지 및 아틀리에 공간, 패션쇼 공간, 오피스의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모두 새로운 파노라믹 산책로를 통해 1층에서 연결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공간은 부드러운 뉴트럴 톤과 펜디 까사 소파의 따뜻한 색감으로 꾸며져 방문객을 반겨준다. 전체적인 컬러 또한 전 세계 펜디 부티크와 동일하게 우드, 트래버틴 대리석을 활용한 뉴트럴하고 밝은 컬러 팔레트로 디자인해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공간에 더해진 펜디 까사 가구와 페퀸 스트라이프 패턴은 세련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각 공간에 배치된 푸른 식물은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런웨이를 확장한 쇼장.

따뜻한 색감의 펜디 까사 가구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18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이 공간은 이탈리아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펜디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1800년대 후반 전기 터빈 생산 회사 리바 & 칼조니 Riva & Calzoni의 산업 시설로 쓰였던 건물은, 1999년에 펜디의 파트너이기도 한 예술가 아르날도 포모도로 Arnaldo Pomodoro의 스튜디오 및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펜디가 이를 인수하며 건물은 자연스레 이탈리아 산업 기술의 역사를 응축하게 되었다.

더욱 넓어진 직원 캔틴 공간은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다.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미로로의 입구>.

식물이 가득한 옥상 테라스.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건물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콘크리트, 투명 유리, 노출 금속 구조물, 채광 창을 통해 더한 현대적 감각이다. 아틀리에 공간의 펜디 장인들이 자연광을 받으며 작업할 수 있도록 좀 더 특별히 신중을 기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자 공간마다 개별적인 에너지 조절 또한 가능토록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곳곳에 새로운 변화를 주면서도 유지한 것이 있다면,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환경 조각 작품 <미로로의 입구 Ingresso nel Labirinto>일 것. 펜디는 이에 더해 작가가 작업한 두 개의 코스튬 아트워크를 또한 본사 입구 홀에 새롭게 전시하며 아르날도 포모도로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암시했다. 새롭게 단장한 본사는 오는 2월 26일 개최될 2025/26 FW 컬렉션 패션쇼에서 기존보다 두 배 확장된 1650㎡ 규모의 런웨이와 함께 처음 베일을 벗을 계획이다. 펜디의 정체성이 더욱 확대되어 전개된 본 건물은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지구의 중심, 비아 솔라리 Via Solari에 위치해 앞으로 전 세계 패션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펜디 본사 내부의 프라이빗한 회의 공간.

자연광이 잘 들도록 설계한 아뜰리에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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