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디플로가 자메이카 정글 한가운데 창작 공간 폼페이를 완성했다.
자연과 건축, 음악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그는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디플로의 컬렉션과 취향이 녹아 있는 라이브러리. 그동안 모은 책과 LP 컬렉션이 가득하다. 스피커 조각은 스페인 아티스트 루카스 무뇨즈 무뇨즈 Lucas Muñoz Muñoz의 S.S3-Sound System 3. 문 위에는 가나 소수 부족의 아사포 Asafo 깃발. 오른쪽에는 양봉업자이자 조각가인 가넷 푸에트 Garnett Puett가 허니콤으로 만든 ‘소울 스퍼 Soul Spur’(1996~2016).

디플로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컨트롤 룸. 콘솔은 솔리드 스테이트 로직 Solid State Logic의 XL-Desk. 메인 스피커는 PMC MBD-XBD-A. 모니터 스피커는 야마하 Yamaha의 HS8.

컨트롤 룸과 연결되는 라이브 룸. 창 너머로는 푸른 자연이 펼쳐지며, 빈티지한 패턴의 패브릭 가구와 러그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악기는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 Yamaha Upright Piano, DW 드럼 DW Drums.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수많은 팝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한 DJ이자 프로듀서, 토머스 웨슬리 펜츠 Thomas Wesley Pentz. 디플로 Dipl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샘플링과 사운드로 음악적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음악적 여정이 시작된 곳 중 하나가 바로 자메이카다. 레게톤과 하우스를 결합한 뭄바 톤 사운드를 주류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 ‘메이저 레이저 Major Lazer’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드디어 디플로는 자메이카의 자연 속에 영감과 휴식을 위한 자신의 안식처를 만들었다.

거실, 침실을 비롯한 폼페이의 공간은 자연과 바로 맞닿을 수 있도록 전면 창이 개방적으로 열리도록 설계했다.

수영장 옆에는 자연의 강렬한 그린 컬러를 담은 소피아 론도노 SOFÍA LONDOÑO의 세라믹 벽화로 아티스틱한 감성을 더했다.

목가적이고 따뜻한 우드 소재와 라탄, 얼씨 톤 컬러로 완성한 인테리어.
자메이카 포틀랜드의 울창한 정글 한가운데 자리한 폼페이 Pompey는 디플로가 10년 전 20만㎡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며 시작되었다. 2023년에는 약 4만8000㎡를 추가로 확장해, 단순히 휴양지를 넘어 창의적인 실험이 가능한 독립적 공간으로 완성했다. 때묻지 않은 열대우림 속에서 그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자메이카의 활기찬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건축물을 구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디플로는 브루클린 기반의 프리셀 건축 FREECELL Architecture의 건축가 로렌 크라한과 건축 디자이너 지아 울프를 선택했다. 실험적인 구조와 재료 연구로 주목받는 이들은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은 디플로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나타프 Sara Nataf가 맡았으며, 그의 조수 케이틀린 힌든 Katelyn Hinden도 함께했다. 디플로의 비전과 감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이 모여, 정글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폼페이는개인적인 공간과 게스트를 위한 숙소로 구성되며, 중앙에는 수영장과 공동 다이닝 공간이 자리한다. 오픈 브릿지와 바람길 같은 요소들이 실내와 실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흐르도록 설계되었다. 건축가들은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집요하게 연구하며,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집을 구상했다.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 정오의 짙은 그림자, 노을이 드리우는 순간까지 자연의 리듬이 디자인에 스며들었다.

폼페이에는 바나나 농장이 있으며, 직접 수확한 과일을 맛볼 수 있다. 디플로는 말을 타고 이곳을 달리기를 즐긴다.

스튜디오 라운지에 놓은 탁구 테이블.
정글 속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185㎡ 규모의 독립된 스튜디오가 나타난다. 폼페이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다. 디플로는 오랫동안 ‘침실 프로듀서’였다고 말하며, 집 안의 작은 공간에서 작업해왔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기능을 갖춘 스튜디오를 설계했다. 음악가들이 편하게 머물며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건축 단계에서 부터 최적의 음향 설계를 반영했다. 푸른 정글을 배경으로 한 라이브 룸, 맞은편의 컨트롤 룸은 디플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스튜디오 라운지는 협업과 휴식을 위한 공간인데, 곳곳에 비디오 게임 머신과 맞춤제작된 탁구대를 배치해 디플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을 더했다. “모든 스튜디오에는 탁구대가 있어요. 이곳에서도 자메이카의 바이브에 맞는 탁구대를 빼놓을 수 없었죠.”

해질녘, 거실에서 바라본 수영장과 공용 공간.

드라마틱한 구조와 건축미가 돋보이는 폼페이. 노출 콘크리트 소재의 브루탈리즘 스타일과 밀림 속 푸른 자연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디플로는 이곳을 둘러보며,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저는 많은 앨범을 만들고, 공연과 영화 작업도 해왔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이곳, 자메이카에서의 창작 공간이었죠.” 폼페이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자연, 건축, 음악이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자, 디플로가 사랑하는 것으로 채워진 하나의 작품이다. 콘크리트, 나무, 푸른 녹지가 조화를 이루는 이 집은 마치 디플로의 음악적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리듬감 있는 조화, 공간마다 다른 텍스처와 톤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경험. 폼페이는 디플로의 창작 방식뿐만 아니라,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음악적 영감을 위한 공간 외에도 휴식을 취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실내 클라이밍, 스파와 사우나, 사이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