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ies but Goodies

Oldies but Goodies

Oldies but Goodies

유명세나 멋을 좇는 대신 대상의 본질에 집중하기.
이정규 대표가 빈티지 오디오와 릴데크로 채워진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 방법이다.

프리앰프 겸 믹서로 활용하는 스튜더 169와 962. 듣는 음악의 장르에 따라 두 가지 기기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이정규 대표가 조명부터 카펫, 음향 장비 등 모두 발품을 팔아 직접 구매한 빈티지 제품들.

“그 디자인이 좋아요. 60~80년대 옛날 것들의 그 투박한 디테일에 동물적으로 끌려요.” 포토그래퍼이자 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이정규 대표에게 빈티지가 끌리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자동차, 오토바이, 가구, 시계, 오디오, 릴데크까지. 그가 고심해서 고른 컬렉션 중 빈티지가 아닌 제품은 찾기 어렵다. 아니, 컬렉션이라기보다는 일상품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매일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죠. 이 기기들로 음악 틀고, 일 보러 갈 때 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들을 타고. 제가 모은 것들이 삶이랑 동떨어져 있지는 않아요. 그냥 생활 자체에 묻어 있는 거지.” 그러니까, 그의 성수동 자택의 거실을 빼곡히 장식한 오디오와 릴데크도 ‘컬렉션’이라는 장엄한 단어보다는 그저 취향을 반영한 일상품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이정규 대표가 대중에겐 조금은 생소한 릴데크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 듣는 걸 워낙 좋아해서. 음악을 듣다 보면 가장 본래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이 소스의 근원이 뭘까 생각해보니 릴이더라고요. 그래서 스튜디오 레코딩 당시의 컨디션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레코딩 스튜디오를 생각하며 장비들을 세팅했다는 그는 ‘객관적인 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유로 방송국용 기기들로 집 안을 채웠다. 70년대 BBC에서 모니터링용으로 사용하던 로저스 Rogers 3/5A 스피커와 80년대에 제작된 린Linn의 아이소바릭 Isobarik PMS 스피커는 그중 일부. 스튜더 Studer의 보급형 릴데크 A807과 고급 모델 A812까지 두루 갖춘 그는 믹싱 콘솔 또한 두 가지를 구비해 노래의 장르와 취향에 따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국내 빈티지 음향 장비의 풀이 작은 만큼 때로는 베트남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소리를 위해서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20여 대에 달한다는 빈티지 오토바이와 7대가량의 빈티지 자동차도 마찬가지. 뉴욕, 일본 등 세계 각지에 수소문한 뒤 한국으로 들여오는 수고를 감수함은 물론, 기존 소유자를 1년 넘게 설득해가며 원하던 물품을 구한 경우도 있다.

릴 데크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규 대표.

거실의 소파 또한 덴마크의 70년대 빈티지 소파다.

“오디오도, 차도, 오토바이도 모두 정점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품마다 제일 고가의 브랜드와 모델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저는 결국 제일 좋은 것, 제일 상위 클래스의 것으로 귀결하는 것 같아요.” 물건 고르는 기준을 묻자 이정규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오랜 기간 공들여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수록 소비가 실패했을 때 오는 허탈함이 더 크지 않을지 문득 궁금해졌지만, 더 잘 맞는 기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 답한 그다. “그것도 경험이죠. 미국 차가 좋아서 말도 안 되게 망가진 차를 들여와 혼자 수리하기도 했어요. 이론적으로 공부하고, 누군가에게 들어서 ‘뭐가 좋다 나쁘다’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는 건 아무 의미 없고 몸으로 직접 겪어봐야 돼요. 음식도 먹어봐야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되듯이, 직접 다 겪어봐야 이 기기가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거예요.” 사진을 전공한 그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도 많은 경험을 거친 뒤, 자신만의 취향을 정립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양한 곳에서 음식을 맛보며 ‘왜 맛을 이렇게밖에 못 뽑을까?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시 작해서 만든 거거든요.” 필리 치즈 스테이크와 부대찌개라는 장르가 전혀 다른 두 음식이지만, 녹사평과 성수동에 위치한 두 식당은 매일 ‘진짜 맛’을 찾는 손님으로 문정성시를 이룬다. 진짜에 대해 말하는 이정규 대표의 기준은 확고하다. 유명세나 멋을 좇는 대신 본질에 집중하는 것, 두루뭉술하게 결론 내리는 대신 정확한 취향을 정립하는 것.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것 같아요. 기계에 빠지는 거죠. 좋아하는 음악을 더 잘 듣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장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그를 설명할 때는 오디오 기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정규 대표가 추천하는 음반.

집 안 곳곳에 놓인 소품을 통해 그의 취향과 취미를 엿볼 수 있다.

이정규 대표가 운영하는 ‘성수 부대찌개’ 매장의 뒤편에는 빈티지 바이크들을 보관한 개러지가 마련되어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

TAGS
뉴욕에서 72시간

뉴욕에서 72시간

뉴욕에서 72시간

갤러리스트 아멜리 뒤 샬라르와 함께한 뉴욕 여행.

아멜리 뒤 샬라르가 첫 번째 뉴욕 갤러리 아멜리 메종 다르 Amelie Maison D’art를 오픈한 곳이다. 소호의 머서 스트리트. 아트와 문화, 패션, 디자인이 넘쳐 흐르는 이 동네를 그는 ‘집처럼’ 느낀다.

자신의 첫 번째 뉴욕 갤러리에 있는 공상가, 아멜리 뒤 샬라르.

1년 전, 아멜리 뒤 샬라르는 뉴욕에 두 번째 아트 하우스를 오픈하며 컬렉터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부응했다. 장소는 뉴욕 소호 SoHo의 머서 스트리트 Mercer Street. 1970년대부터 갤러리, 아틀리에, 로프트가 들어서며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곳이다. 특히 뉴욕의 상징적인 ‘아이언 빌딩 Iron Buildings’들은 오래된 공장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뉴욕은 현대미술의 심장과 같아요. 많은 예술가, 특히 프랑스 아티스트들이 이곳에 정착했어요. 뉴욕에서는 예술가로서 지위를 훨씬 인정받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어요. 저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프랑스 특유의 ‘프렌치 터치’, 미적 감각과 삶의 예술을 뉴욕에서 알리고 싶었어요. 미국인들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좋아하죠. 게다가 우리가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경험적인’ 접근 방식에 그들은 굉장히 감동하기도 해요.” 뉴욕에서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멜리는 이곳을 ‘집처럼’ 느낀다. “이 도시의 낙관주의와 전염성 강한 열정을 좋아해요. 그리고 모든 것이 손 닿을 만한 곳에 있는 소호의 마을 같은 면도 좋아요.” 그녀는 갤러리 옆에 있는 아파트에 정기적으로 머물며 매일 하이 라인 High Line을 따라 달리고, 문화 공간과 박물관을 걸어 다니고, 칵테일 바와 레스토랑, 부티크, 도서관 등 색다른 보석 같은 장소를 찾아낸다. 자신의 ‘감정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이런 ‘서프라이즈’를 우리에게 공유해주었다. 다양하면서 폭넓고, 미학적이면서 박식하고 사적인 이 여정은 그가 즐겨 말하듯 때로는 ‘구식 Old School’이고, 때로는 ‘살짝 엉뚱하다’.

BAR JAC’S ON BOND

19세기 초에 지어진 특별하고 위엄 있는 호텔 2층에 자리한 이 칵테일 바는 밖에서 보면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는 호박색의 아늑한 실내에는바 테이블이나 알코브에 자리 잡고, 하우스 믹솔로지스트가 준비해준 음료를 음미하면서 요리를 조금씩 맛보거나 감미로운 리듬에 맞춰 당구 팀에 참여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WEB 17 h-minuit ADD 26, Bond Street

THE MORGAN LIBRARY AND MUSEUM

르네상스 스타일이 인상적인 이 도서관은 거부 J.P. 모건이 자신의 개인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자택에 지었다. 그림이 그려진 천장 아래 선반에 고서와 베토벤의 원본 악보, 브론테 자매와 밥 딜런의 육필 원고, 미켈란젤로와 렘브란트의 에스키스, 그리고 구텐베르그 성경 같은 보물들이 꽂혀 있다. “역사 속으로 뛰어드는 거예요. 다 진짜랍니다.” 아멜리가 말했다. ADD 225, Madison Avenue

LADY MENDL’S

이곳 역시 아멜리의 비밀스럽고 예상치 못한 장소. 그램머시 파크 Gramercy Park의 유명한 브라운스톤 하우스 2층에 자리한 티살롱인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이곳에서는 영국 꽃무늬 도자기에 나오는 얼그레이 티와 스콘을 맛볼 수 있다. 19세기의 집에서 지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객실도 몇 개 갖추고 있다. ADD 56, Irving Place

NEUE GALERIE

“제 시각을 분명히 얘기하자면, 예술로 가득한 진정한 가족의 집이에요. 뉴욕 거상들이 자신의 집에서 전시를 열고 고객을 맞이하던 시대처럼 말이죠.” 아멜리가 말했다. 이곳의 컬렉션은 정말 대단하다! 1890년과 1940년 사이의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장식 예술과 보자르, 사진 작품의 최고가 모여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La Dame en or>(황금 여인), 에곤 쉴레와 오스카 코코슈카의 초상화, 바우하우스 거장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베니스의 카페처럼 포레 누아르 Forer Noire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세련된 카페 사바르스키 Sabarsky도 있다. ADD 1048, 5th Avenue

노련한 마라토너인 아멜리는 뉴욕에서 지낼 때마다 매일 아침 하이 라인을 따라 달린다. 하이 라인은 로어 웨스트 사이드 Lower West Side의 옛 고가 철로에 만든 산책로이다. 이곳에서 미트패킹 Meatpacking 지구와 옛 부두, 그리고 허드슨강 Hudson River의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HOTEL CHELSEA

수많은 갤러리가 가까이 있는, 첼시의 중심지에 자리한 신화적 장소. 무엇보다 유명 아티스트와 작가, 뮤지션들이 거쳐간 70년대로 우리를 되돌려놓는 전설적인 곳이다. 밥 딜런, 잭 케루악, 패티 스미스, 로버트 메이플소프, 지미 헨드릭스 등 많은 아티스트가 그들의 흔적을 이곳에 남겼다. 노스텔지어와 부드러운 퇴폐 사이의,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곳을 지배한다. “이곳의 예술적 영혼을 좋아해요. 겨울에 머물기 아주 좋은 안식처입니다.” ADD 222 West, 23rd Street

CINEMA METROGRAPH

아멜리가 좋아하는 또 다른 놀라운 장소다. 2016년 문을 연 멋진 영화관인데, 이곳은 영감을 받은 1920년대 위대한 ‘무비 시어터 Movie Theaters’ 시대부터 있었던 것 같다. 접이식 나무 좌석이 있는 두 개의 상영관에서는 고전 영화, 회고전, 현대 영화, 컨퍼런스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위층에는 영화인들이 모이는 즐거운 비스트로 ‘더 코미새리 The Commissary’가 있어 영화인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ADD 7, Ludlow Street

KHAITE

아멜리는 자신의 갤러리 가까이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 카트린 홀스타인의 스타일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곤 한다. 미니멀하고 건축적인 인테리어에 진열된 구조적이고 유려한 옷,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의 오묘한 대비와 조화가 돋보인다. “카트린은 신중한 컬렉터이기도 해요. 우리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ADD 165, Mercer Street

LA CABRA

진짜 좋은 커피와 훌륭한 말차 라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다. 2012년 덴마크에서 시작한 컨셉트로, 원두를 정성스럽게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제공한다. 인테리어는 밝은 재팬디 스타일. 매장에서는 커피와 함께 페이스트리를 맛볼 수 있고, 하우스 블렌드 세트와 감각적인 테이블웨어도 구매할 수 있다. 단, 대기줄과 준비 시간을 견뎌야 한다. ADD 284, Lafayette Street

PANNA II GARDEN

아멜리의 말에 따르면, ‘최고의 인도 레스토랑’.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숨은 명소다. 건물 1층이 아닌 2층에 자리한 작은 공간으로서, 길게 이어진 협소한 홀은 발리우드 스타일로 수백 개의 조명 장식이 손님들의 머리를 스칠 듯 낮게 매달려 있다. 음식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최상급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와 풍부하고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ADD 93, 1st Avenue #2

MAISON MARIE CLAIRE DASHWOOD BOOKS

컨템퍼러리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 전문 서적과 선집, 예술 서적을 찾으러 오는 아티스트, 컬렉터, 그래픽 아티스트 등 창작자들을 위한 영감의 장소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팬진 Fanzine, 잡지, 앨범을 내는 활동도 한다. ADD 33, Bond Street

해질녘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맨해튼 남쪽의 전설적인 스카이라인. 진짜 뉴욕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리 위 산책이 꼭 필요하다.

RICHARD GILER CENTER FOR SCIENCE, EDUCATION AND INNOVATION

아멜리가 자연사와 혁신 박물관에 끌린 이유는 무엇보다 스튜디오 갱 Studio Gang이 디자인한 매혹적이고 스펙터클한 건축 때문이다.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뤄진 아치와 좁은 통로가 시선을 사로잡고, 비바리움에서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는 나비 컬렉션에 감탄하게 된다. ADD 415, Columbus Avenue

STUBBS & WOOTTON

아멜리는 팜 비치 Palm Beach에서 태어난 이곳의 시크하고 색다른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 이곳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을 수 있고, 청바지는 물론 정장에도 어울리는 영국 감성의 ‘슬리퍼’를 판매한다. 자카드 천에 동물, 별자리, 바다, 꽃 모티브를 수놓은 디자인인데 발끝에 유머를 살짝 더했다. ADD 895, Madison Avenue

FONDATION JUDD

건축가이자 아티스트, 디자이너, 비평가, 에세이스트인 도널드 저드는 20세기 창작 분야에서 주요한 인물이다. 그의 급진적이면서 미니멀하고 아주 컬러풀한 스타일은 지금도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존하고 자신의 지적, 예술적 유산을프로모션하기 위해 70년대부터 재단을 설립했는데, 소호의 역사적이고 아이코닉한 이 아이언 빌딩에 자리 잡았다. 이곳의 문화 활동은 (현재 예술을 포함해) 다양하며 방문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ADD 101, Spring Street

QUARTERS

닉 오젬바와 펠리시아 헝은 그들의 디자인 브랜드 인 커먼 위드 In Common With를 선보이기 위해 이곳을 만들었다. 아파트 갤러리인 이곳에서는 그들의 조명, 가구(직접 만들거나 벼룩시장에서 구한 것), 오브제 컬렉션을 고유의 분위기에서 함께 볼 수 있다. 아멜리는 이곳에 와서 ‘큐레이션의 정밀함’을 관찰하고, 작은 바에 앉아 칵테일과 타파스를 맛보며 이곳 창립자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상상하기 좋아한다. ADD 3F. 383 Broadway

LOCANDA VERDE

아멜리는 그리니치 호텔 Greenwich Hotel 레스토랑에서 앤드류 카멜리니 셰프의 맛있는 파스타 요리를 맛보며 저녁을 즐기기 위해 주로 실내 정원에 앉는다. 저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레스토랑 메인 룸의 벽에 걸린 로버트드 니로(이곳 공동 소유자)의 그림은 아멜리의 날카롭고 숙련된 눈에 쉽게 포착된다. ADD 377, Greenwich Street

HAUSER & WIRTH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지이자 예술 마을 같아요. 전시실과 서점, 카페를 오가며 오랜 시간 머물게 되죠.” 아멜리가 열정적으로 말한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국제적인 갤러리의 명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90명이 넘는 유명한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함께하며 카탈로그와 예술 서적, 잡지 <우르술라 Ursula>를 발행한다. 또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와 자선, 교육 행사를 진행한다. ADD 443 West, 18th Street and 542 West, 22nd Street

미트패킹 지구와 첼시 갤러리로 향하기 전에 계단이 있는 붉은 벽돌 건물과 화단의 나무들이 자라는 웨스트 빌리지의 거리를 한가롭게 거닌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기욤 술라뤼

TAGS
감각을 깨우는 예술

감각을 깨우는 예술

감각을 깨우는 예술

향과 차, 공예의 그윽한 품격을 경험할 수 있는 ‘일지’의 새로운 공간.

청자 삼족 향로, 오리 향로 등 다양한 형태의 향로.

“영어에는 ‘향기’라는 단어가 없어요.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뿐이죠. 우리 동양 언어에서는 향을 왜 ‘기(氣)’와 같이 사용했을까요? 좋은 냄새에 기운을 더하는 것이에요. 그 차이가 중요해요. 좋은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향을 즐기는 과정이 바로 ‘향도’입니다.” 동아시아의 향과 차 문화를 연구하고 교육해온 ‘일지’가 서울 안국동 지점의 재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09년 설립된 이루향서원을 시작으로 생소했던 향도를 소개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노력해온 곳이다. 정진단 대표는 1996년 중국 광동에서 차 공부를 시작해 고급평차사가 된 이후, 2006년 불교 명상법인 위파사나 Vipassana 수행을 계기로 향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다. 이후 2013년 한국향도협회를 창립하고 향도와 향 명상을 연구하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향과 차 문화 교류에 힘써왔다. “일지(一枝)라는 이름은 장자의 ‘소요유’에서 가져왔어요. 새가 숲 전체에 사는 것 같지만 결국 가지 하나에 둥지를 틀고 살 듯, 우리도 결국 작은 땅 위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한결같이 본질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향과 향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지의 인센스 아카이브.

숯위에 재를 덮고 간접적인 열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을 맡는 격화훈향법.

향 모양의 틀을 잡아주는 향전을 이용한 향전법.

정진단 대표.

침향 중에서도 최고라 일컫는 기남. 일지에서는 지역별로 수집한 다양한 기남을 볼 수 있다.

이번 공간은 차와 향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층은 ‘티하우스 일지’로 한국 녹차와 황차를 비롯해 중국 6대 다류, 인도와 스리랑카 차까지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다. 모든 차는 일지가 직접 수입하고 교육해온 차인데, 20여 가지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차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직접 우려봐야 해요. 첫 번째 맛과 두 번째 맛이 다르고, 마지막까지도 변화하죠. 그런 경험을 통해 차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2층은 차를 더욱 깊이 즐기고 싶은 ‘차 마니아’를 위한 공간이다. 무형문화재 장인이 만든 차, 갓 수확한 녹차, 오랜 시간 숙성된 빈티지 차까지 차의 깊이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려 시대와 한나라 시대의 향로, 일본 전통 차통 등 정진단 대표가 수집한 다구들도 감상할 수 있다. 향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지하층에 자리한 ‘인센스 아카이브’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는 침향, 단향, 용연향 등 신성한 향 재료와 향로, 향 기물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문인들의 수양 방식이던 향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일지는 향을 단순한 감각적 경험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기운을 정화하는 예술로 바라본다. 더욱이 향은 호흡으로 들이마시기 때문에 먹는 음식만큼 안전한 재료가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일지의 모든 향 제품은 인공 향료나 색소, 접착제를 배제한 천연 재료만으로 제작한다.

빈티지 차를 비롯해 귀한 차와 차 도구들을 모아놓은 2층.

2층에서는 직접 차를 우려 마시거나 작은 차회를 가질 수 있다.

창가에 마련한 작은 찻자리.

1층에 위치한 티하우스 일지.

향을 맡는 과정도 하나의 수행과 같다. 대표적인 향도 방식 중 하나인 ‘격화훈향법’은 연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간접적인 불을 이용해 은은한 향을 맡는 방법이다. 타오르는 숯 위에 재를 덮고 그 위에 향목을 올려 향을 음미하며, 정갈하게 재를 가다듬는 과정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잡념 없이 오로지 현재에 집중한다. “향도에서는 향을 ‘맡는다’라 하지 않고, 문향(聞香)이라 해서 향을 ‘듣는다’고 표현해요. 비관(鼻觀)은 코의 관찰을 의미하는데, 향이 몸에 스며들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몸의 감각과 생각의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죠. 향이 내게 오는 순간을 기다리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어요. 숨을 내쉴 때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죠. 향도는 결국 호흡을 통해 이루는 최상의 예술입니다.” 차와 향은 단순히 기호를 넘어 삶에 여유를 더하는 문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차 한 잔, 향 한 줌이 주는 쉼의 가치는 크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죠. 그 시간 동안 향을 피우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차 한 잔, 향 한 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바랍니다.”

향과 차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티하우스 일지.

ADD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38 WEB incenseilji.com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

TAGS